그리움의 미학 01.
W. 하늘속기쁨
… 많이 변했네. 급한 사장님의 호출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둘려보며 어느새 새로워진 공항에서 캐리어를 찾아 끌며 이동했다. 어느새 많이 쌀쌀해진 날씨에 입은 옷을 한번 더 여미며 공항 밖으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보이는 익숙한 사장님의 얼굴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를 데리러 온듯한 모습에 순순히 캐리어를 맡기고 그를 따라 이동했다. 침묵이 무거운 공기를 감쌌다. 얼마나 지났을까, 말을 잇는 그에 귀를 기울였다. … 몸은, 괜찮은거 맞지?
" …네. 근데 무슨일로 부르신거에요? "
" 그아이들, 데뷔했어. "
" …. "
" 니 도움이 필요하다, 00아. "
데뷔를 했다는 말에 가슴속이 무겁게 짓눌러져 왔다. 걸음을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애써 잊으려 노력했던 기억들이 물밀듯 밀려왔다. 캐리어를 끌고가며 나긋하게 말씀하시는 사장님을 쳐다보다가 걸음을 멈추고는 눈을 감았다. … 난 그애들을 볼 면목이 없어요. 멈춰버린 내 발걸음에 사장님의 발걸음도 함께 멈췄다. 힘들게 데뷔를 한 애들한테 나는 나타나서는 안될존재였다.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장님의 말이 머릿속을 빙빙 헤집어놨다. 마치 가시밭길을 걷는듯한 느낌에 마음이 쿡쿡 쑤셔왔다.
" 그애들, 그일 잊은지 오래야. 그리고 우리도 다시 꺼내지 않을일이고. "
" … 알아요. 저도 아는데... "
" 알면 한번만 도와줘라. 너 사정도 알겠는데 우리쪽도 급해."
" …하. "
" … 할머니는, 잘계신다냐? "
" … 사장님! "
" 나도 어쩔수없어. 니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잖아. "
주먹을 꼭, 쥐었다. 여전히 그는 역겹도록 뻔뻔하고, 잔인했다. …저번에 한번 도와준거면, 끝 아닌가요? 분노가 가득한 내 말투에 사장님이 느긋히 캐리어를 차에 싣고 운전대를 잡으며 말했다. 물론 그때일은 고맙지, 암. 하지만 이왕 도와준거 한번만 더 도와주면 안되겠냐 이거야. …하. 그 아이들, 데뷔했다는말. 안 잊었지?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에서 힘이 빠졌다. …뭘, 하면 되는데요. 그렇게 나는 또 위험한 도박을 시작했다. 나에게는 독이 될꺼라는걸 알고있었지만 어쩔수없었다. 이게 내가 그 아이들에게 해줄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었다.
" 간단해. 그애들 코디로 지내면서 합숙해라. 어때? 전에 비해서 훨씬 쉬워진거 아닌가? "
" …. "
" 뭐, 이게 싫다면 전처럼 몸이나 한번 대주던가. "
아무렇지않게 전일을 꺼내는 뻔뻔한 그의 말투에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미국에 간것도 그일때문에 일어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 애들과 함께 지내며 살아왔던 나는 유일하게 사장님눈에 띄었던 연습생이었다. 어느나 사장님이 나를 부르셨고, 충격적인 말을 건네셨다. 성접대가 들어왔어. 한빈이랑 진환이 앞으로. 어떡할래? 느긋하게 묻는 그 말투에 담긴 뜻을 난 알수있었다. 죽어도 그아이들이 상처받는건 원하지않았기때문에 나는 사장님께 부탁해 그둘을 대신해 성접대를 나가게 되었다.
" 킥, 남자새끼들 보단 여자가 좋지, 뭐. "
" …흐. "
지옥같았던 시간이었다. 거칠게 파고드는 그때문에 채 여물지않은 몸은 피를 흘렸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때리는 행동에 온몸에 멍이 들었다. 수차례 뺨을 세게 맞아서인지 한쪽귀는 잘 들리지않았다. 그렇게 지옥같았던 시간이 흐르고, 겨우 빠져나와 절뚝이는 걸음걸이로 연습실로 들어가 문을 잠구고 펑펑울었다. 이런거 밖에 해줄수 없는 나를 자책하면서. 그 뒤로 몇일후, 사장님이 넌지시 미국으로 떠나는게 어떻겠니? 라고 물어오셨다. 그날밤 이후로 양쪽귀가 멍멍해져 소리가 잘 들리지가 않았고, 아래에서는 비정상적인 출혈이 일어났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빌면서 그렇게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으로 떠나서 치료받는일도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그아이들 얼굴을 생각하며 꾹꾹 참았다. 귀를 치료하느라 길었던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고, 하루에도 수십개의 알약을 먹었다. 그럼에도 견딜수있었던 이유는 그아이들때문이었다. 하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어서 우울해하고 있을쯔음, 사장님이 내게 편지를 보내셨다. 열어본 편지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져있었다. 너 덕분에 그 아이들 데뷔가 확정이 되었다.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그 아이들은 너를 보기를 거부한다. 아마도 너가 애들을 버리고 떠났다는 소문이 왜곡돼서 퍼진것같다…? 당분간은 치료에 전념해라, 몸조심하고. 새삼스레 떠오르는 역겨운 기억들에 차시트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두려웠다, 그애들이 나를 바라볼 시선들이. 무서웠다, 그애들이 나를 싫어할까봐. 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약자였고, 아주 이용하기 쉬운 먹잇감일 뿐이었다.
…
어느새 도착해버린 사옥에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 내려서 밖을 둘러봤다. 하나도 달라진게 없는 그모습에 괜시리 코끝이 찡, 해져왔다. …아. 걸음을 한발짝, 옮겼을까, 귓속이 웅웅거리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음에 신음했다. 그런 나를 본 사장님이 뭔가 이상하다는걸 눈치챈건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너 진짜 괜찮은게 맞는거냐. 전혀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여태껏 이런적은 없었다. 없었는데… 으. 잠깐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러자 안개가 개이듯 천천히 돌아오는 청각에 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 거짓말 칠 생각하지말고 제대로 말해. … 괜찮은게 맞는거냐? "
" …네. 맞아요. 치료 휴유증때문에 가끔 이러는거에요. "
" 그것 참 다행이구나. 자, 어서 들어가자. 그애들은 미리 불러놨다. "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에 나도 따라서 발걸음을 옮겼다. 설렘반 긴장반으로 사장실을 살며시 열고 들어갔을때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에 눈물이 터질껏만 같았다. 들어오라는듯 손짓하는 그의 손에 애써 눈물을 꾹, 참고는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급격하게 굳는 애들의 얼굴에 고개를 푹, 숙였다. 범죄라도 저지른듯 무겁게 짓눌려오는 가슴이 답답했다. …하, 하는 기가차다는 웃음과 함께 너무나 그리웠단 한빈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하, 사장님. 얘 뭔데요? "
" …00누나? "
" 음, 너희와 새로할 코디다. 인사해. "
" 사장님, 제가 그걸 묻는게 아니잖아요. 왜 얘가 저희 코디냐고요."
" 글쎄? 뭐, 다 너희를 위해서지, 어쩌겠니. 이쪽은 21살 000이야. 오늘부터 너희와 같이 합숙할꺼고. "
" …하. 하하하 … "
애써 나오려는 눈물을 틀어막고는 고개를 들었다. 들자마자 마주치는 싸늘한 시선에 가슴이 아파왔다. 매섭게 노려보는 한빈이의 눈빛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듯 눈물이 고였다. 마치 니가 왜여기있어? 무슨낮짝으로. 라고 말하는듯한 애들의 눈빛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바르르, 떨리는 손을 감추며 대충 인사를 하고는 빠르게 방밖으로 나왔다. 닦아도 자꾸만 흘러넘치는 눈물에 엉엉울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 하…, 누나. "
" 으… 흐. "
" 왜 이제 왔어요… 보고싶었잖아. "
그렇게 뿌연 시야로 빠르게 사옥을 벗어나자 내 팔을 거칠게 붙잡고 뒤돌게 하는 손길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나가고 바로 뛰어온듯 거친숨을 내뱉은 동혁이가 말을 이었다. 약 2년전보다 훨씬 성숙해지고 키도 큰 모습에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왔다. 다행이라는듯 나를 꽉, 껴안은 동혁이가 보고싶었다며 나에게 말했다. 아직도 바보같이 착한 그모습에 눈물이 주체할새없이 흘렀다. 내가 미안해… 정말로, 내가 미안해.
…
부담없이 한번 적어본 글입니다! ㅎㅎㅎ... 음 글연습결 글이랄까? 하하...
댓글 다시고 아까운 포인트 가져가세요 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