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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칼 러브 (Tropical Love) 作. DD 박찬열네 집엔 더럽게 넓은 마당이 있는데 그 마당에는 과장 조금 보태 나만한 개가 두 마리가 산다. 두 놈 다 수컷이고 숱이 많고 털이 긴 하얀색 개다. 예전에 아저씨가 종류를 말 해 주신 적 있지만 지금은 까먹었다. 어쨌든 박찬열은 그 두 마리에게 각각 백이랑 현이라는 이름을 지어 놨는데 그걸 빌미로 이따금씩 나를 멍멍이라고 부른다. 백이랑 현이도 개고 나도 개 같다며. 난 처음에 하지 말라고 욕을 퍼부었었다. 하지만 우리 고집 센 찬열이는 나를 끝까지 멍멍이라 부르기로 작정한 건지 말을 안 들어먹는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포기상태. 하여튼 박찬열은 나한테 짜증나는 게 있으면 백이랑 현이를 앉혀놓고 심술을 부린다.
“야.” “…….” “박찬열아.” “…….” “오빠.” “왜.”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바로 지금처럼. 자기화를 못 이기고 한 시간 전에 나간 박찬열은 주구장창 백이랑 현이를 앞에 앉혀놓고 신세한탄 중이다. 나는 그런 박찬열이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박찬열방 ─박찬열 방은 2층이라 마당이 전부 보인다.─ 침대에 앉아 한 시간 내내 박찬열의 쇼를 구경했다. 하여튼 박찬열은 하는 행동이 딱 애 같다. 오빠라고 부르면 바로 대답하는 게 겉으론 아닌 척 하면서 속으론 좋다고 봉산탈춤을 추고도 남았을 거다. “어.” “지랄 말고 들어와.” “싫어, 시발.” “들어와서 염색해.” “너 또 사람 신경 긁지.” 박찬열이 현이 귀를 만지작거리다 돌연 홱 고개를 들어 나를 노려봤다. “흑발이 더 멋있어서 그래 병신아.” “…….” “그러니까 개새끼들 내버려두고 얼른 들어와.” 얘는 이목구비가 하도 뚜렷해서 그런지 멀리서도 인상을 잔뜩 쓰고 입을 삐죽거리는 게 다 보인다. “흑발이 더 멋있다고?” “어.” “…….” 구부렸던 무릎을 피고 일어난 박찬열이 꽤 긴 머리카락을 한번 털고 현관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내가 멋있다고 하면 사족을 못 쓰는 우리 찬열이. 그러면서 말은 오지게 안 듣는 내 애인. * * * “야 귀에 다 묻잖아.” “니 귀가 큰데 어떻게.” “귀도 염색되면 죽여 버릴 거야.” “나 죽으면 어떻게 살려고.” “누가 너 죽인데? 니 똥꼬를 확….” “미친놈아 안 닥쳐?”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박찬열 뒤통수를 염색용 빗으로 팍 찍었더니 펄쩍 뛰어오른다. 하여튼 엄살 하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박찬열. 큰 덩치에 비닐 뒤집어쓰고 왼쪽 볼은 좀 부어오른 상태로 머리에 검은 칠을 한 박찬열 꼴은 딱 외계인 같았다. 자리에 다시 앉으며 찍힌 뒤통수를 손으로 만지려 길래 쳐냈더니 또 왜 치냐고 지랄한다. 그러다 손에 염색약 다 묻고 내 탓하려고. 뒤통수는 대충 다 칠했고 앞머리를 하려고 거실 중앙에 있는 테이블을 밀고 박찬열 앞에 앉았더니 별안간 음흉하게 웃는다. 뭘 보냐는 식으로 눈을 부라리니 자세를 고쳐 앉은 박찬열이 내 옆구리에 손을 끼워 넣고 번쩍 들어 지 다리에 앉혔다. 이렇게 비유하기 좀 그렇다만 꼭 화변기에 앉은 자세로 박찬열 다리에 앉은 꼴이 된 내가 당황스러움에 멀뚱히 박찬열을 쳐다보니 목을 젖혀가며 웃는다. “그래도 내 정력이 팔팔하긴 한가보다.” “이제 스무 살인 놈이 할 말이냐.” “니 엉덩이 닿으니까 설 거 같아.” “미친놈이. 지금 너 정력 테스트 하려고 나 앉힌 거야?” “그래서 싫어?” “어. 불편해.” 그렇게 말하고 박찬열 어깨를 짚고 일어서 엉거주춤하게 뒤로 물러났다.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개지랄을 떨며 심술을 부리던 찬열이는 어디가고 재롱을 떠는 게 웃기기도 한데 그게 또 귀엽다. 하여간 나도 미친놈 같다. 애초에 얘랑 사귀는 것부터가 미친 짓이지만. 고개를 치켜들고 큰 눈을 깜빡이며 나를 올려다보는 박찬열 앞머리를 좀 세게 움켜쥐었더니 또 금세 인상을 쓰고 머리 다 뽑힌다며 꽥꽥거린다. 조용히 하라며 앞에 앉아 잡은 앞머리를 뒤로 넘겨 꼼꼼히 염색약을 발라주는데 얌전하다.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다고 조용히 해질 애가 아닌데. 힐끗 얼굴 한번 보고 새카맣게 염색약이 발라진 앞머리를 빗으로 빗어주니 또 눈을 깜빡거린다. 왜 자꾸 귀여운 척이야 역겹게. “뭐해, 너.” “백현이 얼굴 감상.” “하긴 내 얼굴이 감상 할 만큼 귀엽긴 하지.” “쳐 돌았냐. 나 아니면 누가 니 얼굴을 감상한다고.” “왜. 내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지랄.” “누나들이 나랑 밥 먹고 싶어서 안달이거든.” 사실 박찬열이랑 붙어먹느냐 과 생활을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라 아는 누나들도 별로 없지만 자존심 상하니까 구라 좀 쳤다.
“그래서 같이 밥 먹으시겠다?” “너 하는 거 봐서.” “이것 봐라.” 박찬열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흘겨봤다. 더 질질 끌어봤자 싸움만 날 것 같아서 좋게 좋게 끝내려고 뽀뽀를 해주고 입술을 때려는 찰나에 내 볼을 꽉 잡고 입을 강제로 벌린 박찬열이 순식간에 혀를 집어넣었다. 뭐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그냥 가만히 받아드렸더니 씹어 먹을 먹을 듯이 입안을 휘젓던 박찬열이 금방 입술을 때고 지 이마를 내 이마에 콩 박았다. “나 안 본다고 엉덩이 흔들고 다니면 죽을 줄 알어.” “너나 잘해. 어린애들이 달려든다고 침 흘리지 말고.” “하여튼 말하는 거 하고는.” “시끄러. 나 배고프니까 밥 먹자.” “나 머리 감고 먹을래. 찝찝해.” “그러든가 그럼.” * * * “야.” “응.” “너 시발. 일부로 그런 거지?” “아니야. 그러니까 누가 엄살 부리래? 니가 따갑다고 찡찡거려서 안까지 꼼꼼히 못 발랐으니까 그렇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게 뭐야. 시발 오랑우탄이 해도 이거보단 잘했겠다.” “아. 근데 진짜 고의 아니라고, 시발.” “적반하장 하는 거 봐라. 이게 어디서 욕이야.” 박찬열이 얼룩덜룩한 머리를 손으로 들춰 살펴보다가 인상을 팍 쓰고 나를 노려봤다. 그렇게 사실대로 말하라는 눈빛을 쏘아도 소용없다. 왜냐면 내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니까. 박찬열 머리가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얼룩덜룩 하게 염색된 것은 절대로 나의 고의가 아니며 박찬열이 조금만 머리카락을 세게 쥐어도 두피 찢어진다며 엄살을 피우는 바람에 안까지 염색약을 못 바르게 한, 순전히 박찬열 엄살 잘못이다. 박찬열이 허리를 숙여 내 눈높이에 머리를 들이밀며 칭얼거렸다. 잠깐 고민하던 나는 대충 박찬열 머리카락을 들쑤시며 살펴보다 말했다. “다시 해줘?” “미쳤냐? 미용실 갈 거야.” “…….” 단호한 말투에 내가 대답 없이 입을 꾹 다무니 거울을 들여다보던 박찬열이 내 볼을 검지로 툭 건드리고 말했다. “어디서 시무룩한 척이야. 속으론 존나 쪼개고 있으면서.” 재수 없는 새끼. 얘는 나를 너무 잘 안다. |
DD |
하하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사정이 있어서 인티를 못했었어요.... 할 말이 없네요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곧 글 올린다는 공지 올릴까 하다가 그냥 바로 다음편 쓰는게 더 나을거 같아 공지 없이 바로 글 올립니다. 혹시 기..기다리..신..분...계시나요...? 없겠ㅈ...ㅎ....^^.... 하여튼 보고싶었어요 정말 ㅠㅠ 그리고 늦게나마 감사인사 전해요 항상 피드백 해주시는 분들 정말 사랑해요 워더;; 암호닉 찬백만세 에그타르트 거품 레몬맛 배고파 혀니 사탕 초코칩 백구 라임 카카오 도토루 핑구 패기왕 레몬 도비 한지 비글 흐하핳 숭늉 빵 코파기 김병장 과학 아몬드 모바일 루루 검은색 암호닉은 언제든 신청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