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 조선시대 새디스트 김한빈ver.
겨울이 지나 꽤 봄같은 날씨가 찾아 오고, 사내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계집처럼 살랑거리는 것이 유독 보기 좋은 날이었다.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 보자니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인지, 퇴보한 것인지 마음에 차지 않아 방에서 신경질적이게 나와 마당을 쓸고 있던 몸종에게 쓸데없이 핀잔을 주었다. 다 낡은 치마 자락을 잡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한심한 감정이 솟아 오르려 하는데, 웬 꽃잎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져 몸종 머리 위로 살포시 앉으니, 그것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웃음 소리를 들은 것인지 볼을 붉히니 그 모습에 꽃 구경이 생각나,
"따라 오거라."
하며 먼저 문을 열고 나가니 짧은 다리로 힘들게 쫓아 오는것이 내심 신경 쓰여 발걸음을 조금 늦춰주었다. 그러니 남몰래 뒤에서 수줍게 웃는 것이 느껴져 아까 망친 그림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복잡한 시장통을 지나 내심 힘들다고 느껴질 때 쯤, 총천연색의 들판이 나오고 감탄하며 와아- 하는 몸종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데려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꽃이 있어 꽃을 꺾어 오라 시키고 보고있으니, 꽃들과 참 어울리지 않아,
"꽃과 어울리지 않는 여인은 네가 처음이구나."
하고 놀렸더니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이제서야 조금 어울리는구나, 라고 생각하였다.
짧디 짧은 꽃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허름한 옷에 흙이 묻은 것이 신경 쓰여 집으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다시 시장통으로 향하였다. 내 한복이 아닌 여자 한복을 고르고 있자니 영 어색해 몸종에게,
"여자 한복은 처음 사보는 것이니, 여인인 네가 골라보거라." 하니, 조심스럽게 한복을 고르는 것이 꽤 사랑스럽다고 느껴졌다. 튀지 않고 단정한 색의 한복을 고르는 몸종에게 그것이 정말 여인의 눈으로 보기에 예쁜것이냐, 라고 물으니 "제 안목이 뛰어나지 못해 마냥 예쁘다고 장담은 못하오나, 주인님이 선물 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어느 것도 어울릴 거라고 생각됩니다." 하는 말이 시원치않게 느껴졌다.
"네가 입을 것이니 제대로 답 해 보거라."
그 옷이, 너의 마음에 들어 예쁜 것이냐?
내 말에 놀란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에 웃음이 비죽 나오려는 것을 참고,
"기꺼이 선물하려 하는데 답답해서 못 봐 주겠구나, 그냥 이것으로 살테니 더럽히지 말고 잘 입고 다니거라" 하니, 수줍게 네, 하는 것을 듣고서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여 무심히 "오늘 산 옷을 입고 내 방으로 잠깐 오거라. 한 번 보고 안 어울리면 옷을 바꿔야 할 테니." 란 말만 남기고 방으로 향하였다. 그러나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지루해 질 쯤 밖에서, 주인님 들어가도 되옵니까? 하는 목소리에 오냐, 하고 위엄있게 말하니 수줍에 발을 들이는 몸종의 모습에 아까 본 꽃보다 예쁘게 느껴져 웃고 있으니 "괘, 괜찮습니까?" 하는 말에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 없다고 생각돼,
"네가 이리 예뻤느냐." 하고 넌지시 말하니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는 몸종의 모습에 괜시리 더 가까이 보고싶어,
"근데, 왜 멀리 서있는 것이냐. 가까이 와서 앉거라." 하니,
선뜻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다가오니 그제서야 보이는 얼굴은 꽃처럼 붉어져 수줍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고작 몸종에게 마음을 주게 되는 것인가, 하고 스스로 한심한 생각이 들었으나 꽃과는 어울리지 않던 여인이, 잎을 피우는 그 순간의 꽃보다 더 수줍고, 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우니 어찌 마음이 동하지 않겠는가.
"네가 올해 몇 살이 되었지?"
"열다섯입니다."
"열다섯? 그런 것 치곤 너무 작구나. 이래선 사내 품에 안기지도 못하겠고…."
하고 놀리니, 놀리지 마십시오…. 하며 울상인 채로 말을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 아이의 팔목을 잡고 바닥에 눕혔다. 놀랐는지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간질한 마음에 웃음이 나오려 한 것을 꾹 참았다. 고작 몸종 주제에 주인 마음을 홀리는 게 마음에 안드는구나.
"내가 너를 놀리는 것은, 네 신분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니 놀리 당하기 싫거든,"
신분상승 한번 해볼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