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 t a c h e m e n t
n a m e 떡봉봉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걸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수습하려고 노력해도 돌이킬 수 없다.
◇ ◆ ◇ ◆ ◇ ◆ ◇ ◆ ◇ ◆ ◇ ◆ ◇ ◆
어딨냐는 내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을 너를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언제부터? 어디에서?
어떻게?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그 모습조차 너는 지금 다 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쉽게 고개가 움직이지 않는다.
뭐라고 말을 해야하나 싶을 동안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
“ 그냥 집으로 들어가 , 찬열아. 알았지? ”
“ 백현아 너 도대체 어딨는거야. ”
“ 좋은 말로 할 때 들어가. ”
“ ……. ”
“ 늦은 시간까지 남의 집에 있으면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
그러니까 얼른 거기서 일어나고 집으로 가. ”
꽤나 단호한 너의 목소리에 난 욕이 절로 나왔다.
처음으로 , 너와 사귀고 난 후 처음으로 너는 어쩌면 조금은 무서운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치에서 서서히 일어나 나는 전화를 끊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잉.
문자가 왔다.
- 전화를 왜 그렇게 매정하게 끊어? -
답장하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답장을 절대로 보내지 않기로 했다.
얼마나 더 독촉적인 문자가 오려나.
- 문자 봤으면서 씹지마. -
과연.
- 찬열아 -
얼마나.
- 왜 자꾸 씹어. -
너란 아인.
- 내가 뭐 잘못해서 그래? -
……마음속으로 치솟는 부정적인 상상들을 애써 지우려고 했지만 , 쉽지 않다.
왠지 확실해 지려는 것 같은 상황들에 나는 느릿느릿 글자를 눌렀다.
- 답장쓰고 있었는데 -
- 거짓말 하지마. -
- 거짓말 아냐 -
- 화났어? -
- 아니 -
- 내가 집으로 들어가라고 해서 화났어? -
- 아니야 화 안났어 -
- 근데 왜 그래? -
나에게 묻는다.
백현아 , 나 정말로 화 안났어.
너에게 조금 놀랬을 뿐이야.
* * * * * * * * * * * * * * * * * * * * *
또 한 번의 위원 회의로 인하여 백현은 회의 자리에 참석해 전교 회장으로써 진지하게 회의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회의가 끝난 후 , 노트에 간략하게 적힌 회의 내용들을 한 번 더 훑어 읽으며 백현은 교실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군가 백현의 어깨를 톡톡 친다.
뒤에서 백현의 어깨를 친 사람은 한 학년 후배인 여학생이였다.
‘ 손다은 ’
그녀의 이름부터 확인했다.
“ 저……, 오빠 반에 혹시 박찬열이라는 오빠 있어요? ”
백현의 얼굴이 한순간에 구겨졌다.
남의 , 그것도 여자의 입에서 찬열의 이름이 나온다는 것이 매우 불쾌했다.
백현은 별로 친하지도 않은 그녀가 자신에게 친한척을 하며 말하는 동안 구겨진 표정을 피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겉으로는 전혀 표시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찬열이? 왜? ”
“ 아, 그……찬열이 오빠랑 친해요? ”
“ 너무너무 친하지. ”
손다은이 잘됐다 , 라고 말했다.
뭐가 잘됐어? 백현은 그렇게 묻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잘못 걸려들지도 모를 그녀를 잠시 걱정했다.
손다은은 꾸물꾸물 손에 들린 분홍색 상자를 백현의 앞으로 내밀었다.
백현은 말없이 그 상자를 받았다.
묻지 않아도 손다은의 설명이 이어졌다.
“ 찬열이 오빠한테 저 대신 좀 전해주세요. 제가 용기가 없어서……. ”
“ 와, 찬열이한테 주는 선물이야? ”
“ 네! ”
“ 왠만하면 직접 주지? ”
“ 솔직히 3학년 교실에 가기가 좀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오빠 , 전해주실거죠? ”
“ 음……알겠어, 전해줄게. ”
백현의 말에 손다은은 굉장히 기뻐하며 웃었다.
백현도 같이 웃었다. 물론 다른 의미가 담긴 웃음 이였다.
손다은이 교실로 돌아가고 백현도 회의실에서 나와 교실로 향했다.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다.
학생들이 모두 돌아가고 회의를 진행했던 선생님과 백현만 남았다.
선생님은 백현에게 가지 않느냐고 물어왔고 , 백현은 자신이 뒷정리를 하고 가겠다며 선생님에게서 회의실 키를 건네받았다.
“ 그럼 문 잘 잠그고 가 , 알았지? ”
“ 네, 선생님. 들어가세요. ”
회의실에 홀로 남은 백현이 교복 바지를 뒤적거렸다.
김다혜에게 마지막으로 선사해줄 계획이였던 선물을 꺼내들고 손다은이 주고간 상자를 열었다.
* * * * * * * * * * * * * * * * * * * *
주말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 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너무 평범하게 나를 대한다.
웃기도 잘 웃고 , 장난 치기도 아주 잘 친다.
여전히 너는 완벽하기 그지 없는 우리반의 반장이고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이미지로 기억 될 예쁜 아이였다.
주말에 너와 했던 통화 , 문자들이 마치 없었던 일 처럼 느껴진다.
여름방학을 코 앞에 두고 있는 학교 생활이란 지루하다.
시끌시끌한 반 분위기에 휩쓸려 있다가 나는 문득 내 핸드폰을 열고 주말에 너와 했던 문자들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아무리 봐도 , 보고 또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 찬열아. ”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름답게 웃고있는 너의 얼굴.
문자 화면이 떠있던 핸드폰 화면을 얼른 끄고 너를 쳐다보았다.
“ 누가 너 찾아왔어. ”
교실 뒷문을 가리키며 네가 말했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 오 , 박찬열. ”
너의 표정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서 가보라는 말들에 못이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에게 볼일은 다 봤다는듯 찬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횡하니 너는 너의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머리를 긁적이다가 뒷문을 쳐다봤다.
“ 야, 빨리 가 봐.”
친구의 말에 너의 눈치를 보며 뒷문으로 향했다.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는 2학년 여자애는 나를 힐끔 보고 대뜸 상자를 들이민다.
“ 뭐야? ”
내 물음에 여자애는 받아달라는 듯이 상자를 나에게 계속 들이민다.
얼떨결에 받은 상자를 보고 있자니 왠지 네 생각이 난다.
이 모든걸 아마 주말의 너처럼 지켜보고 있겠지.
여자애가 상자를 주고 돌아가버렸다.
등을 떠밀었던 친구놈들이 시끄럽게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내 손에 들려있던 상자를 우악스럽게 빼앗아간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계속 네 눈치를 살폈다.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던 넌 소란스러움에 내 쪽을 쳐다보았고 눈이 마주쳤다.
머쓱해지는 기분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더니 나에게 다가온다.
“ 뭐 대단한거 있나 했더니 그냥 초콜렛이네. ”
초콜렛을 좋아하지 않는 민재가 김이 샜다는 듯 자리로 먼저 돌아가고 ,
반면 초콜렛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준석인 벌써 입에 하날 넣고 우물거린다.
넌 초콜렛을 보고 우와 , 거리면서 나를 쳐다본다.
“ 좋겠다 , 찬열인. ”
아주 평범한 친구 모드로 돌변해 말하는 넌 적응 되지 않는다.
부러움을 연발하며 네가 나에게 초콜렛을 건넨다.
먹어 , 선물 받은건데 먹긴 해야지.
네 말에 자동적으로 입이 열렸다.
* * * * * * * * * * * * * * * * * * * *
점심 시간이 완전히 끝나기 전 백현은 바삐 손다은의 교실을 찾았다.
위원 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반, 반장들을 왠만하면 기억하고 있는 백현이기에 , 그녀를 찾는건 식은 죽 먹기였다.
선배의 등장에 손다은이 교실에서 얼른 달려 나왔다.
“ 무슨 일이세요? ”
“ 이거. ”
백현은 손다은에게 그녀가 자신에게 주었던 상자를 도로 돌려주었다.
손다은은 상자를 받긴 받았지만 의문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백현을 쳐다보았다.
“ 아무리 그래도 네가 직접 찬열이한테 주는게 나을거 같아서. 그래서 가지고 왔어. ”
“ 아……. ”
“ 찬열이는 용기있고 당당한 사람 좋아하거든. ”
“ 정말요? ”
“ 친하니까 걔가 좋아하는 사람 정도야 잘 알지. 그러니까 직접 줘. ”
못하겠다는 듯한 그녀가 수줍게 웃었다.
백현은 잠시 후 있을 배 아픈 쇼에 벌써부터 웃음이 나왔다.
점심 시간이 끝나기 5분 전 종이 울렸다.
* * * * * * * * * * * * * * * * * * * *
수업시간에 집중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배가 아파왔다.
이상하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여러번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래도 배의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급작스런 배탈을 겪고 있는건 나 뿐만이 아니였다.
준석이도 배탈의 아픔을 욕들과 함께 겪는 중이였다.
“ 찬열아, 너 많이 아파보여. 괜찮아? ”
걱정스러움이 가득 담긴 얼굴로 네가 나에게 와서 말했다.
불안한 강아지의 모습을 하고 내 앞머리를 만져준다.
“ 도대체 뭘 잘못 먹은거야. ”
“ 나도 모르겠어. ”
너는 천천히 오늘 점심 식단이 뭐가 나왔나 , 하고 중얼거린다.
그러더니 무언가 생각났는지 준석이를 향해 물었다.
“ 너도 초콜렛 먹었지? ”
“ 뭐? ”
“ 아까 찬열이가 받은거. ”
“ 어 , 먹었는데. ”
준석이의 대답을 듣고 이번에는 민재에게도 묻는다.
민재는 초콜렛을 원래 싫어하는 아이라 먹지 않았다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넌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초콜렛 때문이네! ”
아픈 배를 부여잡고 나와 준석이가 되물었다.
점심 이외에 먹은 거라고는 초콜렛 밖에 없잖아 , 하고 네가 말했다.
그건 그랬다. 맞는 소리였다.
듣고 보니 정말 그런거 같다며 준석이가 덧붙였다.
“ 상한 초콜렛 준 거 아냐? ”
준석이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어서 초콜렛을 준 여자애를 찾아가젠다.
나도 모르게 너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걱정스러움이 가득 담긴 얼굴이다.
지금 너의 얼굴은 지나치게 걱정을 안고있는 얼굴이라서 주말에 있었던 일들이 또 다시 거짓말 처럼 느껴졌다.
“ 찾아가자니까? 쉬는 시간 다 끝나기전에. ”
준석이가 빨리 일어나라며 재촉한다.
하지만 대뜸 찾아가자는게 말이나 되는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상자만 받은 나로써는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않은 여자애라 얼굴이 가물가물 한게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여자애의 얼굴이 기억 안난다 , 라고 말하자 준석인 짜증을 피운다.
“ 난 걔 누군지 아는데. ”
그리고 네가 말했다.
* * * * * * * * * * * * * * * * * * *
아픈 배를 부여 잡은 채 찬열과 준석은 손에 상자를 들고 백현이 알려줬던 2학년 교실을 찾았다.
찬열보다 더 여자애에 대한 괘씸함이 치솟는지 준석이 교실 문을 큰 소리가 나게 열며 소리쳤다.
“ 손다은이 누구야! ”
교실이 웅성거린다. 반의 반장인 그녀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선다.
배가 또 아파와 찬열은 표정을 찡그렸다.
먹을 땐 상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갑작스런 배탈은 그녀가 정말 ‘ 자신에게 상한 초콜렛을 선물했다 ’ 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안겨주었다.
준석이 손다은의 책상 위로 찬열에게 주었던 상자를 집어던졌다.
그녀가 놀라서 움찔거렸다.
“ 미쳤냐? 이런걸 줘? ”
“ 네, 네……? ”
“ 아파서 돌아가실 지경이라고, 장난해? ”
영문을 모르는 그녀가 덜덜 떨어댔다.
찬열은 준석에게 화를 그만 내라고 말한 뒤 그녀에게 조금 다가가 말했다.
“ 초콜렛 먹어보니까 상한 것 같지는 않던데 , 뭐 약이라도 탔냐?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이런걸 줬어? ”
“ ……. ”
“ 들어보니까 너 백현이보고 먼저 그랬다며? 나한테 전해주라고. ”
“ ……. ”
“ 쓸떼없이 용기가 대단하네. ”
손다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어떻게 된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실 앞문에서 백현이 찬열과 준석을 불렀다.
다음 시간이 이동 수업 시간이라 찬열과 준석을 데리러 온 백현은 웅성거림 너머로 손다은을 슬쩍 쳐다보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게 되었지만 성공한 것 같았다.
묘한 기분에 백현은 찬열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준석은 화장실에 들렀다 간다며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 괜찮아? ”
“ 응. ”
“ 양호실 가서 약이라도 먹을래? ”
백현의 제안을 굳이 거절할 마음이 없어 둘은 양호실로 향했다.
양호실에 도착하자 평소 찬열을 과하게 아끼는 양호 선생이 보였다.
가까운 학교의 교사와 부부지간인 양호 선생은 임신한 상태였다.
그래서 인지 양호실 안은 유명한 클래식 음악들로 가득 차 있었다.
“ 선생님 , 찬열이가 배탈이 났는데 약을 좀 먹어야 할 것 같아서요. ”
찬열 대신 백현이 말했다.
양호 선생은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볼륨을 줄이고 찬열을 아주 반가워했다.
그리고 그녀가 찬열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아파보인다는 핑계로 찬열의 이마에 손을 댔을 때 ,
백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금붕어.
금붕어가 필요했다.
◇ ◆ ◇ ◆ ◇ ◆ ◇ ◆ ◇ ◆ ◇ ◆ ◇ ◆
더보기와 암호닉 2 |
그래여 여러분들이 모두 알고잇는 저 , 떡봉봉이올시다 참 오랜만인거같네여 아닌가여? 아니면 암호닉이나 확인해보시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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