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의 someone like you 듣는걸 권장해너랑 김주영은 꽤 오래 사귄 사이야. 오래 사귄 만큼 주변에서 결혼은 언제하냐 라는 질문들도 많이 들어. 그럴 때마다 김주영은"야, 얘랑 무슨 결혼이야 결혼은-"하고 일단락 시키는데 그게 너무 서운한 거지. 아, 내가 그렇게 모자란 여자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여자로써 자존심도 상하는거야. 내가 지 뒷바라지 다 해줬는데 고작 말한다는게 얘랑 무슨 결혼이야 이런 반응이니까.처음엔 막 웃어 넘겼는데 그런 질문들을 때마다 그러니까 이제 이게 진심인가 싶은거야. 그래서 어느 날 둘이서 같이 술을 마시면서 물어보는거야."내가 니 신부감은 안 되는 건가? 니 성에 안차는 여자야 나는?"이렇게 물어보는데 김주영이 아무 말도 안하는 거지.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해줬음 좋겠는데 대답도 없이 그냥 술만 계속 마시니까 뭔가 촉이 온거야. 그래서 다시 물어봐."다른 여자 생겼나보다."이 말에 김주영이 깜짝 놀라서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맥이 탁 풀리는거야. 사귄 시간이 길어진만큼 서로가 편해진 것도 있고 많은 걸 알게되서 연애 초기의 그런 풋풋함과 설렘은 없지만 아직 김주영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김주영은 그게 아니니까."맞나보다. 다른 여자 생긴 거."김주영은 끝까지 아무 말이 없어. 연거푸 술만 들이키다가 너 쳐다보고 입 벙긋거리다 한숨 내쉬고 다시 술 들이키고. 이것만 반복하는거야. 너는 오만 생각을 해. 내가 잘못한게 있었던가. 서운하게 했던게 있었나? 내가 뭐 실수라도 했던걸까. 하고 생각해보는데 결론은 그냥 나에게 질려서 다른 여자를 만난다. 이건거지.이 상황에서 화를 내야하는건지 아니면 김주영을 잡아야하는 건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김주영이 아씨 왜 우는데 하는 순간 퍼뜩 정신이 든거야.아, 나 울고있구나. 나는 김주영을 진짜로 좋아하는구나.김주영이 눈물 닦아주려고 손을 뻗는데 너는 그만큼 뒤로 물러나고 김주영은 머쓱한 표정으로 손 거두는거야. 그리고 너가 말해"난 여태까지 너한테 못 한게 별로 없는 거 같아. 너 다쳐서 독일 가서 재활 할 때 내 일 제쳐두고 너한테 달려가서 너 재활하는 거 도와주고 너 시즌중이라 잘 만나지 못했을 때 너한테 서운하다고 말 한 적도 없어. 그게 네 직업이니까. 알고 만난거고 당연히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되도록이면 너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했고 경기운영능력에 방해 될까봐 네 신경 긁었던 적도 없어. 근데 넌 그게 아니었나봐. 너무 잘해주면 질린다는 말이 맞나봐. 지난 5년이 나한테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했는데 너는... 그래서 난 조금 서운해 주영아. 내가 너한테 못 해준게 뭐야..?"이 말을 마지막으로 너는 일어나서 나가버려.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울 거 같아서.집으로 돌아와서 이제 정리해야겠다 하고 하나 둘씩 정리를 하는데 사귄 날만큼 뭔가 너무 어마어마하게 많은 거야. 생긴 것과는 달리 의외로 섬세한 김주영이 너랑 본 영화티켓을 모아둔 스크랩북부터 연도별로 정리 된 폴라로이드 사진첩까지. 영화티켓 하나를 보면서 아 이때는 이랬지 사진 하나를 보면서 이 사진은 표정이 왜 이러지? 아 맞다 그 때 살짝 다퉜었구나 하면서 하나하나 예전 기억을 되짚어 볼 수가 있고 너흰 김주영을 많이 좋아하니까. 결국 다 정리를 하지 못해. 김주영이 관한 걸 다 장리해 버리면 텅 빈 집안이 되버리고 너희에겐 하나하나 소중한 것들이니까.그 후로 몇 년이 지나서 집으로 청첩장이 하나 와. 김주영의 결혼식이야.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김주영을 잊지 못하는 너에게는 가장 바라지 않았던 김주영의 결혼인데 잔인하게도 김주영은 너에게 청첩장을 보낸거야.예쁜 꽃분홍색 봉투 안에 하얗고 정갈한 청첩장을 보고 너희는 억장이 무너진다는게 이런거구나 하고 느껴. 집을 둘러보면 어디 하나 김주영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데 김주영이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와서 ㅇㅇㅇ 너 또 자고있었지 어이고 내가 곰이랑 사귀지 곰이랑.. 이러면허 투덜거릴 것만 같은데 정작 너희 눈 앞에 있는건 새하얀 청첩장.이제 조금 괜찮아졌겠지 싶었는데 여전히 김주영을 좋아한다고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아, 내 인생 이런 남자는 두 번 다시 없겠구나. 내가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없겠구나.청첩장을 보고 몇 날 몇 일을 울다가 김주영이 예쁘다고 해줬던 정장을 입고 결혼식장으로 가. 저 앞에서 김주영이 턱시도를 입고 정말 행복하다는 얼굴로 하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너는 다시 뒤돌아 서.아, 나에게 청첩장을 보낸 이유는 그저 자기가 결혼함을 알리기 위함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김주영 앞으로 가면 어떤 얼굴로 날 맞이할지 머리속에 훤히 그려져서.여전히 김주영을 정리할 수 없고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지만 이제 놓아줘야 할 때구나 라는 걸 느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걸어가는데 누가 뒤에서 널 크게 불러. 지난 몇 년간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던 김주영이야. 천천히 뒤를 도니까 김주영이 성큼성큼 다가와서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해."그 때, 니 눈물 못 닦아줘서 마음에 걸렸는데 지금이라도 닦아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아직 다른 남자 안 만나고 있다고 들었어. ..ㅇㅇ아, 이제 그만 정리 할 때 됐어. 그 동안 고생 많았어."너는 김주영이 한 말에 결국 울음울 터뜨리고 말아. 끝까지 나쁜놈이라고 너는 끝까지 나한테 상처만 준다고.한참을 울던 너는 조금 진정이 되고난 후에 김주영울 찬찬히 훑어봐. 변한게 하나도 없는 김주영을 보면서 말해."아마 내 평생에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두 번 다시 없을거야.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널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내가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면 그건 너와 아주 닮은 사람일거야. 그래도 이해해줘. 그만큼 네가 나한테 굉장히 큰 사람이었다는 거니까. ...결혼, 축하해."결혼 축하한다는 말에 김주영은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 해. 너한테 꼭 듣고 싶었다고 그 말. 넌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는 못했지만 작게 웃어줘.오늘로써 나도 너를 조금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이제 이게 현실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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