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두고 불꽃튀는 그사세 이은상 조승연 보고싶다
"승연아."
"난 네가 불행하면 좋겠어."
"계속 해봐."
"난 천국을 못가지겠지만 네가 서 있을 그 곳도 지옥이면 좋겠어. 네가 있을 지옥에는 나는 없을테니까."
"그냥 들어주려했는데, 악담이 심하네."
"근데 있잖아, 그러기엔 내가 너를 너무 많이 아파해"
"사람 관계라는게 참 불공평하지."
"...네가 너무 아파 조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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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티장에서 정연화를 마주친 후로 여주는 예전처럼 이은상을 쳐다보지도 않고 지내겠지. 그런 여주를 은상이는 그저 지켜보기밖에 할 수 없을거야. 제가 목격한 상황과 관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가 없으니 저 자신이 그렇게 무력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어디가. 학교 째고 그런 컨셉 아니잖아."
겨우 용기내서 할 수 있는건 이제 점심시간일 뿐인데 가방을 들고 나가려는 여주를 괜히 한 번 붙잡아보는 것.
"보기보다 오지랖이 넓은 편인가봐."
무슨 말이라도 여주가 대답만 해주기를 바랬으니 여주는 은상에게 한없이 너그럽다.
"오늘부터 성격 좀 바꿔보려고."
"노력은 가상하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저를 졸졸 따라오는 이은상을 굳이 밀어내지는 못하겠지. 상황이 이렇게 되었어도 김여주가 이은상에게 마음 한 켠을 내주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다리 위에서 한강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먼저 입을 뗀 건 생각보다 마음 여린 여자 쪽이었으면.
"왜 안물어봐, 정연화랑 무슨 사인지."
"넌 왜 안물어보는데?"
"… 무서워. 너한테 소중한 사람일까봐. 그래서 네가 걔 편에 선다고 해도 나는 너를 미워할 수가 없을까봐."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 와도, 네 편에 서있겠다고 약속할게."
"…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하는데?"
"소중히 여겨주고 싶어서."
나의 천국. 너같은 아이가 어떻게 나에게 왔을까. 이런 기적같은 순간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모르는데.
여주가 부러 손에 꽉 쥐고 챙겨온 주머니 속 네모진 것을 그제야 놓는다. 힘주어 잡고 있지 않아도 주머니 속에 그대로 있다. 분명 큰 결심을 하고 손을 꺼내 놓쳐버리려 이 곳에 왔는데 이 곳에는 또 이은상이 있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바깥쪽에서도 한참이나 명찰을 검지로 툭툭 건들여본다. 가슴이 벅차올라 감당하지 못할 감정이 여주를 감싸겠지. 그냥 그렇게 멋대로 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감당하려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은 착각 속에서.
나는 너랑 있으면 더 이상 아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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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와 두 사람의 관계성이 너무 좋아 나는
가여운 조승연
가슴벅찬 이은상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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