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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받는것이 행복 이라면, 나는 누구보다도 행복할 수 있었을텐데.
「...금방 데리러 올테니, 기다려줘.」
알고 있었다. 덧없는 말이라는것을.
하지만, 긴 시간이 흘러, 바뀌는 변덕스런 계절을 힘겹게 이겨내며, 난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연하가(娟夏歌): 고운 여름날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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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부서지는 입김이 군청빛의 하늘을 부옇게 물들일 무렵이었다.
손때가 묻어 다 헤어진 옷을 여미며 옅게 떨리는 어깨를 맞대던, 가난하고 고독하던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
해사하게 웃던 눈망울은 조심스러웠고, 걱정스런 빛으로 물든 얼굴은 어두웠지만,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비춰가며 함께 살아 갈 것을 맹세했다.
「...언제, 어디서든 함께 있자, 우리는.」
맞잡은 손에서 피어나던 따스한 온기.
그리고 상처난 얼굴에 그려지던 익숙한 미소.
계절이 바뀌고, 어른이 되어버린 이순간에도, 그 약조를 믿을수 있을까?
새벽별에 반짝이던 한자락의 마음은 그 바랜 색을 알아차릴수 없도록 깨어날수 없는 달콤한 꿈으로 빠져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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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진 길, 닿을수 없는 거리.
진홍빛의 풀협죽도는 흐트러지게 피어나 벌들을 유혹하고,
달콤한 꿀 속에서 화려한 밤의 나비들은 춤을 춘다.
문가에 걸려 일렁이는 붉은 불빛들, 그리고 백일몽처럼 아름다운 밤의 환상.
「...이정도면 되겠느냐?」
고운 꽃봉오리 속에 가득히 넘치는 황홀한 금빛의 향연.
그리운 얼굴은 잠시 가슴 깊이 묻어둔 채, 누구보다도 빛나는 꽃이되어 유혹한다.
「들어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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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기머리 아이들이 뛰놀던 복작거리던 장터.
황혼으로 발그레하게 물든 황금빛의 거리에서 나는 남몰래 사랑을 했었다.
붉게 불든 마음을 전하는것조차 차마 할수없어, 그저 멀리서 한없이 바라만 보았더랬다.
발그레하게 물든 거리에서 상냥하게 웃는 그 눈가에 미소짓는 어여쁜 푸른 꽃.
그렇게 남몰래 품고있던 비밀스런 연정은 피를 흘리며 무너져 내렸다.
그 입에서 다른이를 향해 내뱉는 「좋아한다.」라는 서툰 고백을 들을때면, 저려오는 가슴에 난 내가 살아있음을 분명히 느꼈었다.
마음 한켠이 시큰해지긴 하지만, 참을수 있었어.
그저 결고운 비단에 한방울 두방울...
더디게 떨어지는 슬픔에 점점 짙어지는 옷자락을 바라보며 견딜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함을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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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입김에 바스라져 사라지는 눈송이들.
「...금방 데리러 올테니, 기다려줘.」
아아- 다 부질없는 말이지.
「그렇다면 왜 지금 데려가 주지 않는거야?」
커다란 눈망울에 서린 무심함에 왈칵 올라오던 설움은 허무한 흐느낌이 되어 사그라들어간다.
그렇게 하얀 거리에 멈춰서서 붉게 물든 손끝이 파랗게 얼어붙을때까지 한없이 눈물을 흘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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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무렵, 유난히도 영롱한 빛을내던 그 날 오후에 한 약조를 기억할까?
「앞으로, 나란히 이 거리를 함께 거닐자.」
발그레하게 피어오르던 미소와, 시원스레 웃어보이던 까만 얼굴을 난 아직도 기억하곤해.
아아... 덧없이 져버린 나의 그린내.
해질녘의 여름날 이루지 못한 약속을 나는 아직까지도 혼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네.
허무하게 찢겨진 버들나무 잎과 떨어지는 눈물 방울들로 밤을 지새우며 미련하게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아아- 해질녘에 이루었던 이 맹세가 모두 꿈이었다면,
이렇게 눈물 흘리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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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토막글!
지겹다구요? 아하핳... 넹 글올리는거 자제할게영 (소금소금OT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