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혁은 인기가 많았다. 전학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김동혁의 주위에는 늘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우리 반 아이들이 가득했다. 그런 아이들 사이에서 김동혁은 늘 피실피실 웃음을 흘렸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건지 아하하, 하는 웃음 소리도 간간히 들려왔다.
" 또야. "
" 응? "
" 김동혁이 또 너 보고 있어. "
준회의 말에 책을 보던 시선을 옆으로 한 번 힐끔이자, 아니나 다를까 내게 닿아있던 김동혁과 눈이 마주쳤다. 김동혁은 참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종종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주위에 누가 있든, 없든 주위 시선은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로.
조금은 떨리는 내 눈을 빤히 바라보는 김동혁의 시선에 오늘도 내가 먼저 그 눈을 피했다. 고개를 돌려 다시 책을 바라보는데도 아직까지 날 보고 있는 김동혁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입술을 꾹 깨물었다.
" 김동혁이 진짜 너 좋아하는 거 아냐? "
" 설마. 저렇게 생긴 거 보면 인기 많을 것 같은데 왜 날…. "
" 하긴. 그렇긴 하다. "
" …제발 네 자리로 돌아가 줄래? "
그렇게 빠르게 인정할 건 또 뭐야. 구준회의 대답에 준회를 한 번 쏘아보자 준회가 피식 웃으며 조금 남은 초코바를 제 입에 다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다 먹은 초코바 포장지를 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선물, 하곤 자리를 떴다. 야아, 이거 버리고 가! 내 말에도 구준회는 못들은 척 제 자리로 돌아갔다.
아, 진짜. 얘는 내가 자기 봉인줄 알지. 밖으로 내지 못할 말을 속으로 투덜대며 읽던 책을 책상 위에 뒤집어서 올려두곤 초코바 포장지를 집어들었다. 앉은 몸을 일으켜 바로 뒤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자리로 와서 몸을 앉히는데, 여전히 내게 닿아있는 김동혁이 자꾸만 신경쓰였다.
의자에 앉은 뒤 엎어두었던 책을 바로 되돌리며 다시 한 번 김동혁이 있는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날 보고 있는게 맞긴 한 건지 또 다시 김동혁과 시선이 마주쳤다. 이번엔 피하지 않을 요령으로 그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잠깐의 아이 컨택 끝에 김동혁이 나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갑자기 왜 웃지…?
그리고 그 웃음에 대하여 내가 해답을 찾기도 전에 김동혁은 내게서 시선을 거뒀다.
* * *
" 말도 안 돼. "
칠판에 붙여진 하얀 종이를 보며 내뱉는 내 말에 구준회 또한 뭐냐, 하고 짧게 말을 뱉었다. 너 왜 나랑 짝 아니야? 어이가 없다는 듯 물어오는 준회를 올려다보며 인상을 썼다.
"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너 하고 싶은 짝에 나 안 썼어? "
" 뭐라는 거야. 바로 너 썼는데. "
" 나도 너 썼단 말야. 근데 어째서 네가 내 짝이 아니야? "
혹시나 잘못 본 건가 싶어서 종이를 다시 한 번 손으로 훑었다. 뒷문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 위치한 구준회, 그리고 그 옆에 적혀진 우리 반 다른 남자 아이의 이름. 종이를 쭉 훑으며 움직이던 내 손가락이 창가쪽 제일 뒷 자리에서 멈췄다. ○○○. 그리고, 그 옆에 적혀진 세 글자. 김동혁.
이게 뭐야…. 습관적으로 또 입술을 꾹 깨물자 구준회가 입술, 하며 내 턱을 툭 쳤다. 생각이 많아지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면 나오는 버릇이었다. 준회의 손길에 꾹 깨문 입술을 빼내곤 짧게 한숨을 쉬었다. 구준회랑 짝이 안 된 건 그렇다고 쳐도 왜 하필 짝이 김동혁인거야.
때 맞춰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담임 선생님의 모습에 나와 준회를 포함하여 칠판 앞으로 우르르 몰려있던 아이들이 제자리로 곧장 돌아갔다. 출석부로 교탁을 두어 번 내려친 선생님은 우리를 보며 선한 웃음을 지었다.
" 자리는 다들 확인 했지? "
" 네. "
" 하고 싶은 짝을 적어준 종이대로 반영한 자리야. 앞으로 한 달은 이렇게 앉을 거니까 아침 조례 끝나는 대로 자리 옮길 수 있도록 하고. "
" 저… 선생님. "
조심스레 손을 들자 담임 선생님의 시선이 내게로 닿아왔다. 왜? 하고 묻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입을 열었다.
" 하고 싶은 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랑 짝이 된 건…. "
내 물음을 이해한 건지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아, ○○이는 동혁이랑 짝이지? 그 물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동혁이가 전학온지 얼마 안 돼서 학교 적응도 어렵고 친한 친구도 없을 거야. ○○이가 짝이 되어서 동혁이를 좀 많이 도와줬으면 해. 동혁이가 널 썼길래 둘이 조금 친한 줄 알았는데. "
친하긴요. 전혀 아닌데! 선생님의 말에 입을 꾹 다물곤 김동혁이 앉은 자리 쪽을 바라보자 김동혁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꽤나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와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그 아이에게서 시선을 거둬 애꿎은 내 책상만 바라보았다. 반 아이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김동혁 쟤 ○○이 좋아하나 봐.
친한 친구가 없긴… 쉬는 시간마다 애들한테 둘러 싸여 있는데. 다른 친한 애들이 많으면서 왜 날 짝으로 쓴 거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 더이상 질문 없지? 그럼 자리 바꾼 기념으로 숙제를 하나 내줄 거야. "
" 아, 싫어요. "
" 불만은 다들 넣어둬. 숙제는 바뀐 짝에 대하여 적어도 50가지 이상의 정보를 담은 보고서 써오기. 허투루 할 생각은 마, 수행평가에 반영할 거니까. "
터져나오는 불만들을 못 들은 척 선생님은 또 그 선한 웃음을 지으며 그럼 수업 잘 듣도록, 이라는 말과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갔다. 웃는 건 참 착한데 저 선생님은 은근히 고약한 것도 같단 말야. 입술을 삐죽이며 선생님이 나간 곳만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짐을 챙겨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옆에 온 아이 한 명이 내 팔을 툭 쳤다. 자리 안 옮겨? 여기 내 자린데.
얼마 안 되는 짐을 품에 안은 채로 아까 전 종이에 내 이름이 적혀 있던, 그 창가쪽 자리로 걸어갔다. 먼저 자리를 옮긴 건지 김동혁은 어느새 그 곳에 짐을 다 걸어둔 채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겨우 떼서 김동혁의 책상 옆에 바로 붙은 내 책상 위로 가방을 내려놓자 김동혁이 날 바라보았다.
" …안녕. "
먼저 건넨 내 인사에 김동혁은 말 없이 날 바라보기만 했다. 인사를 했음 같이 인사 좀 해주지…. 무안한 기분에 고개를 돌리려는데 갑작스레 김동혁이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렸다. 그 특유의 웃음소리에 옮기려던 시선을 그대로 김동혁에게 고정하고 있으니 김동혁이 피실피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안녕. "
가까이서 처음 들어보는 김동혁의 목소리, 그리고 가까이서 처음 보는 김동혁의 모습에 잠깐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올려둔 책을 정리하고 가방을 책상 옆 고리에 걸었다. 의자 끄는 소리가 나는게 싫어서 조심스럽게 의자를 뒤로 빼곤 몸을 앉히자 내 행동을 바라보고 있던 김동혁은 뭐가 그렇게 웃긴 건지 자꾸만 웃음을 흘렸다.
" …왜 자꾸 웃어? "
" 뭐가? "
" 너 자꾸 나 보면 웃잖아. "
힐끔, 옆을 바라보며 묻는 내 질문에 김동혁은 아예 몸을 이쪽으로 튼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그시 닿아오는 그 시선을 빤히 보지 못하고 자꾸만 힐끔이자 김동혁이 웃으며 답했다.
" 모르겠어. "
" ……. "
" 자꾸 웃음이 나네. "
대답을 하고도 뭐가 그렇게 웃긴 건지 김동혁은 그렇게 한참을 나를 바라보았다. 멀리서 닿아오는 시선이 아닌, 바로 옆에서 닿아오는 노골적인 시선에 벌써 지친 기분이 들어 절로 짧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 * *
" 이름은… 김동혁? "
" 내 이름도 알고 있었어? "
" 그 정도로 전학생에게 관심이 없진 않아. "
내 대답에 몸을 완전히 내 쪽을 향해 돌린 김동혁은 책상 위에 팔을 올려 턱을 괸 채로 뭐가 그렇게 웃긴지 입꼬리를 올렸다. 나이는 18. 대답을 듣는 것 대신 내가 아는 것을 공책에 적자 김동혁이 18? 하고 되물었다.
" 왜? "
" 내가 18살인가? "
" 그럼 아냐? "
" 글쎄. "
" 뭐야… 무슨 대답이 그래. 혹시 뭐, 학교를 1년 꿇었다거나 그런 거야…? "
조심스럽게 묻는 내 질문에 김동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고. 그 답을 듣고나니 혹시나 존댓말을 했어야 했나, 싶은 내 사소한 걱정이 금새 사라졌다. 그럼 18살 맞네. 고등학교 2학년. 이번에도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로 공책에 써넣는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동혁이 피실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거 같아.
" 좋아하는 건? "
" 축구, 농구,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스포츠. "
" 운동 잘 해? "
" 너보단. "
내가 운동하는 거 본 적도 없으면서…. 내 웅얼거림에 김동혁이 킥킥 웃음을 흘렸다. 너는 운동 잘 해? 갑작스레 물어오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못하긴 해.
" 싫어하는 건? "
" 숙제 때문에 물어보는 거지? "
" 당연하지. 안 그럼 이런 걸 내가 너한테 왜 물어. "
" 이런 걸 꼭 지금 해야해? "
" 안 그럼 언제 해? "
" 내일 수업시간은 어때? "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김동혁의 말에 그를 쏘아보자 김동혁이 웃으며 내 옆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 내 물음에 김동혁이 제 배를 문질렀다. 배고파. 매점 좀. 그리고는 뒷문으로 걸어가는 김동혁에게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것만 마저 좀 하고 가지…. 그래도 가방을 두고 간 걸 보니 하기 싫어서 도망을 가거나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가방 속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켜자 몇 개의 몇 개의 메세지들이 도착했다. 여러 메세지들을 손으로 넘기다가 구준회의 메세지에서 넘기던 손가락을 멈췄다.「엄마가 너랑 치킨 시켜먹으라고 돈 주고 갔어 나중에 우리 집 와라-구준회」바로 답장 버튼을 눌러 콜, 하고 답을 썼다.
" 구준회? "
갑작스레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숨을 참았다. 내게서 기울인 몸을 떨어트린 김동혁이 제 자리로 돌아와 의자 대신 책상 위에 앉은 채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인기척을 전혀 못 느꼈는데…. 놀란 눈으로 김동혁을 올려다보며 뭐야, 하고 말하자 김동혁이 끼고 있던 검은 마스크를 살짝 내린 채로 초코바를 한 입 베어물었다.
" 구준회가 걔지? "
" ……. "
" 너랑 매일 붙어있는 키 큰 놈. "
그런 김동혁의 말에도 대답 없이 바라보기만 하자, 굳이 내 대답을 들을 건 아니었는지 김동혁이 피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궁금한 거 더 없어?
" 있어. "
" 물어봐. "
" 최근에 관심이 가는 건? "
" 관심? "
" 뭐, 그런 거 있잖아. 어떤 노래를 계속 듣는다든가, 힙합이나 재즈 장르가 더 궁금하다거나, 그런 거. "
" 너. "
" 뭐? "
뭐? 하고 되묻는 내 물음에 김동혁이 피실 피실 웃음을 흘렸다. 못 들었어? 너 말이야.
전혀 진지하지 않은 김동혁의 태도에 인상을 살짝 썼다. 장난 하지 마. 내 말에 김동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장난 아닌데.
" 진짜 너야. "
" 그런 장난 재미 없어. "
" 요즘 내 관심은 이거 하나야. 너. "
" ……. "
" 안 믿는 표정이다? "
진짠데. 나는 요즘 네가 제일 궁금한데. 노래를 흥얼거리듯 음을 붙여 말해오는 김동혁을 인상쓰곤 바라보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하루에 다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50개의 문항 중에서 알아낸 건 겨우 3개였다. 이름, 나이, 좋아하는 것. 그마저도 별로 큰 소득은 아닌 것 같아서 입술을 삐죽이며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내 움직임에 김동혁이 뭐 해? 하고 물어왔다.
" 집에 갈 거야. "
" 더 안 물어? "
" 너 자꾸 그렇게 장난식으로 답 할 거잖아. 내일 마저 물을게. 내일은 좀 진지하게 답 해줘. "
내 말에 김동혁이 책상에서 내려와 제 엉덩이를 탈탈 털었다. 그럼 나도 가야겠다. 같이 갈래? 고개를 저으려는 나를 보곤 김동혁이 뒤이어 말을 붙였다. 같이 가주면 네가 물어보는 거에 대해서 몇 가지는 진지하게 답해줄게. 가는 동안. 어때?
* * *
" 가족 관계는? "
" 엄마, 아빠, 누나, 나, 여동생. "
" 아…. "
" 무슨 반응이야, 그건? "
" 왠지 잘 어울려서. "
무슨 말이냐는 듯한 김동혁의 표정에 잠깐 그의 시선을 마주하다 금새 손에 든 공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냥. 누나도 있고 동생도 있을 거 같은 성격이야, 넌. 내 말에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듯 김동혁이 그게 뭔데? 하고 되물었다.
" 잘 웃고. 애교도 많아 보이고. 그런 거 보면 누나 밑에서 자란 애교 많은 막내 같긴 한데. "
" 그런데? "
" 몰라. 그냥 오빠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야. "
대충 얼버무리듯 나온 내 대답에 김동혁은 또 뭐가 웃긴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 웃음소리가 적응이 되어버릴 것만 같아서 고개를 살짝 내젓곤 빨간 불이 켜진 신호등 앞에 김동혁과 나란히 섰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손에 든 공책에 적힌 내용을 쭉 한 번 훑었다. 그래도 같이 걸어오면서 들은 정보들이 꽤 많긴 했던 건지 공책은 어느새 반 정도가 채워져 있었다.
신호가 바뀐 듯 주위 사람이 움직이는 느낌에 힐끔 고개를 들어 신호등을 확인하였다. 파란 불로 바뀐 신호등을 확인하곤 김동혁보다 먼저 횡단보도로 걸음을 뗐다.
" 얼핏 세어보니까 스무 개는 되는 것 같아. 그럼 이제 서른…. "
뭐라고 말을 하는데 따갑게 닿아오는 빛의 느낌에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짐을 가득 실은 화물차 한 대가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눈 깜짝할 새에 빛은 내게 가까워졌고, 화물차는 쉴 새 없이 클락션을 울렸다. 빠-앙, 하는 큰 소리가 내 귓가에서 웅웅거렸다.
그 순간 내 머리에는 단 한 가지 생각 밖에 스치지 않았다. 나 이제 죽는 거구나.
몸을 움직여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말도 안 돼. 이대로 죽을 순 없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 차는 어느새 내게 닿을 듯 가까워져 있었다.
…?
분명 내 몸이 화물차와 부딫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야 했고, 이어서 몸이 부서지는 듯한 아픔이 느껴져야 했는데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너무 아파서 감각조차 느끼지 못하는 걸까…. 아니다. 나는 어쩌면 벌써 죽은 걸까. 주위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여전히 꼭 감은 눈을 조금 더 꼭 감으며 생각했다.
죽은 거구나.
그리고 그 때, 작은 소음들이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다. 뭐지 이 소리는…? 웅얼거리는 듯한 소음은 점차 뚜렷한 소리로 바꼈고, 그 소리들이 자동차가 지나가는 도로의 소리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나도 모르게 두 눈을 번쩍 떴다.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것은 김동혁이었다. 마스크를 턱에 걸친 모습 그대로의 김동혁이 나와 마주선 채로 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 횡단 보도에선 조심해야지. "
" …뭐야. "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김동혁을 올려다보는 내 시선이 파르르 떨렸다. 더불어서 공책을 쥐고 있던 손까지 조금씩 떨려왔다. 내 몸은 횡단 보도 위가 아닌, 조금 전 마주보고 서있던 그 보도 위에 있었다.
" 뭐야… 방금? "
" 뭐가? "
" 나 분명히……. "
내 말에 김동혁은 아무런 대답이 없이 나를 내려다보며 실실 웃기만 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건지 눈에는 흥미로움을 한가득 담고서 나를 내려다보는 김동혁의 시선에 또 습관처럼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풀었다.
"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 "
" …뭐? "
" 죽게 내버려 둘 리가 있나. "
알 수 없는 김동혁의 말에 그게 무슨 의미냐고 되물으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김동혁은 자꾸만 재밌다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펜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려 펜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김동혁이 몸을 굽혀 떨어진 펜을 주웠다. 내게 다시 건네지는 펜을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방금… 네가 한 거야? "
" 뭘? "
" 나 분명 저기에 있었는데…. "
네가 날 구한 거야?
내 물음에 김동혁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잠깐을 말 없이 내게 시선을 맞춘 채로 날 내려다보던 김동혁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턱으로 내려두었던 마스크를 이용해 제 얼굴을 반쯤 덮었다. 그리고는 특유의 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 글쎄. "
BBB : Blood, Boy, Bad
안녕! 제 이쁜이들!
아가씨 15화 쓰러 간대놓고 왜 이런 새 글이냐 하고 물으신다면
아가씨 쓰다가 순간 턱 막혀서 어떻게 전개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에 동동이가 너무 예뻐서요.. 하고 변명을 해 봅니다
어, 이 글은 또 판타지가 될까요…?
뭐 딱히 알 수 있는 장치를 막 심어놓은 건 아니지만 사실 이 글의 바탕은 뱀파이어 동혁이에요!
동혁이 하면 사랑스러움이잖아요, 근데 이 글 속의 뱀파이어 동동이는 사랑스럽긴 한데 잔망스럽고 또 뭔가 근데 퀭한 구석도 좀 있고 퇴폐미도 좀 느껴지고
뭐 그런 걸 쓰고 싶었다고요.. (시무룩) 근데 안 됐어.. 단편이라 그런가
마지막엔 엄.. 뱀파이어 동혁이가 여주를 구해준 걸로? 아 몰라요, 하여튼 뭐 대충 제가 의도한 바를 느껴주시는 이쁜이도 계시겠죠!! 있을 거야 분명!!!!
제목으로 지은 BBB는 단어 3개를 의미해요
Blood, Boy, Bad
뱀파이어(Blood), 그리고 또 소년소년한 고딩 동동이(Boy), 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느낌(Bad) 뭐 이런 느낌..
독방에서 주워온 묘한 동동이의 뱀파이어 모습에 삘 받아서 쓴 글이긴 한데.. 뭐.. 가볍게 읽어주세요!
긴 글 두개 쪘으니 이만 저는 자러 가요 ㅎ_ㅎ 헤헤.. 다들 잘 자요 제 이쁜이들 (하트)!!!!!
독방에서 주운 뱀파이어 동동이 짤로! 혹시나 이 사진 사용이 안 된다면 얼른 알려주세요, 사진 내릴게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