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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님, 아잉뿌잉님, 아가야님 ♡ |
"그냥 지금 죽여줘."
퇴원하자마자 발을 들인 곳은 너와 나의 보금자리가 아닌, 그 남자가 있는 차가운 방이었다.
쇠사슬에 묶인 채 거친 숨을 몰아 뱉는 남자.
내가 없는 동안 남아있던 8개의 손톱이 모두 뽑힌 상태였다.
"그 더러운 입 다ㅁ.. 아니, 하나만 묻는다. 그아이 어떻게 된거야."
"퉤! 그아이라니. 누굴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입에 고인 핏덩이를 뱉어 낸 남자가 비릿한 맛에 인상을 쓰며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시작했다.
"어디에서, 언제 처음 본거야."
병원에서 봤던 서류에 모든 것이 나와 있었지만, 확인을 하고 싶었다.
그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닌 거짓이길 바라며.
단 한가지라도.
직접 말을 들으니, 검은 글씨로 받았던 충격은 새발의 피였다.
"그 날, 네 부모님 죽인 날. 그 집에서 나오다가 우연히 가족사진을 봤어.
네 아빠, 엄마, 그리고 너. 정말 환하게 웃고 있더라.
사실 홍콩 카지노에서 널 봤을 때 한번에 알아봤었어.
아무튼 너희 집안을 뿌리채 뽑아버리려 너의 뒤를 밟고 있었어.
그 아이? 그 아이 고아인거 알지? 우연찮게 그 아이가 밤늦게 양아치짓 하는 걸 보고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어.
그 아이가 너한테 하는 거 다 거짓이라고 보면 쉬울려나?
계집애가 싹싹하게 말도 잘하고 일도 잘 하더라고.
그 아이 일부러 너한테 접근하라고 시킨거야. 니 스스로 목숨끊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일려고.
이제 짐작하겠지만, 전에 목걸이랑 그 아이 납치한거 다 짜고 한거야. 어때, 궁금증이 좀 풀리셨나?
이왕 죽을 거 말하고 싶은거 다 말하고 죽어야지. 하하."
아직 덜 아문 등의 상처가 곧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아이. 지금 어디있어."
"나는 모르지. 여기에 잡혀있었는걸."
그 남자의 조직원 뒤를 밟았다.
그들이 가는 곳에 그 아이가 있지 않을까.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인적 드문 곳의 모텔이었다.
"흠, 여기가 아지트인가? 내리자 찬열아."
"..응."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카운터에 준비한 위조경찰신분증을 보여주고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주변을 살펴보니 페인트칠이 조금씩 벗겨진 것을 보아하니 약간 오래된 건물같았다.
조용한 복도를 지나 그들이 들어간 곳은 304호.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 한 뒤 발소리를 최대한으로 낮춰 304호 앞에 섰다.
조심히 문에 귀를 댔다.
오래된 나무문이라 쉽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살려.. 주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문을 통해 들은 터라 확실하진 않았다.
-왜이래, 빨리 벗어.
-야, 나 먼저 할래.
-빨리 끝내라. 시간 없어.
-하지마요.. 싫어..
-야, 꼴에 기지배라고 몸매 죽이네. 보스는 이런 애 두고 뭘 했다냐.
-살살할게. 걱정 마.
굵은 남자목소리 틈에 가녀린 목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아가."
너의 목소리였다. 틀림없이.
쾅-.
"뭐야!"
안쪽으로 들어가니 보이는 남자 세명과 사이로 보이는 너.
"아저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채 이불로 몸을 감싸던 너에게 다가가 코트를 벗어 걸쳐주었다.
"옷 입어 아가."
"뭐야 니들. 볼일이 남았어?"
"그래 있다 개새끼들아!"
헐벗은 채 눈을 치켜 뜨는 남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
나는 그저 너를 이 상황에서 꺼내오고 싶었다.
파트너 녀석과 애들에게 놈들을 맡기고 너를 데리고 나왔다.
"......"
집으로 가는 내내 서로 말을 아꼈다.
집안에 들어와서도 너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가, 먼저 씻어."
나는 너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너는 나에게 한줄기 빛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