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인 너징을 보는 김민석 06 w. my soul 지겨운 자습시간이야. 수정이는 오늘 가족여행을 간다고 보충에 오지 않아서 내 옆자리는 비어있어. 옆자리가 허전하니까 점점 잠이 오더라구. 빈도가 잦아지는 하품에 결국 책상위로 엎어졌지. 눈을 뜨니까 바로 시내 한복판이었어. 요즘들어 시내에서 자주 깨어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뭐, 시내인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예전에 민석오빠랑 두 번째로 만났던 카페도 발견했어. 얼마 지나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 때 오빠가 날 봤다는 건 여전히 충격이고 신기했지. 오늘도 오빠가 시내에 있다면 날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 때였어. "000!" 누군가가 엄청 반갑게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에 그 근원지를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어. 카페 문을 반 쯤 열고 나를 보면서 손을 흔드는데 알바를 하는 건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어. 나도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하는데 생각해보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안보이잖아? 내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래서 소리쳤어.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빠 혼자 허공에 손 흔드는 걸로 보일걸요!" 내 외침을 들은 오빠는 손을 얼른 내리고는 작게 손짓했어. 손 모양을 보니까 가라는 뜻은 아닌 것 같고, 오라는 뜻인 것 같아. 나도 뭐 딱히 할 일도 없고 오빠를 따라 카페로 들어갔어. 오빠가 나보고 자리에 앉으라는 식으로 말하길래 나는 고개를 저었어. 그리곤 오빠를 졸졸 따라다녔지. 오빤 다행이도 청소 담당인 것 같더라구. 만약 오빠가 주문 담당이었다면 난 더 심심했을 거야... 주문대 앞에서 놀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보이지 않을텐데 그럼 오빠 혼자 혼잣말 하는 걸로 알 거 아니야... 차라리 청소를 한답시고 돌아다니면서 조용히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 "어, 어! 부딪힌다. 조심해." "통과하지롱-." "그거 하지 마. 징그러워." 오빠를 따라다니다 보니까 카페에는 테이블이 많잖아? 그래서 동선이 조금 복잡해지고 그러는 거야. 그러다가 내가 테이블에 부딪힐 것 같은지 조심하라고 오빠가 말했어. 난 물체는 다 통과할 수 있으니까 통과한다면서 놀리는 투로 오빠에게 보여주니까 기겁을 하더라구ㅋㅋㅋ 기겁하는 오빠 모습이 귀여워서 막 웃었더니 오빠도 웃긴지 웃더라구. 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고 얼른 표정 풀라고 해도 자꾸 피식거리는 거야! 이러다가 곧 짤린다에 한 표... 드디어 사람들이 빠지고 한가한 시간이 되었어. 나는 얼마나 자는 건지 몸이 흐릿해질 생각을 안 하더라. 사실 오빠 따라다니는 것도 조금 지겨워지려고 했거든. 그래서 사람들도 없겠다 푹신해 보이는 의자에 털썩 앉았지. 아,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건 내가 앉을 거라고 생각해서 가능한 거! 의자에 앉아서 오빠를 찾는데 보이질 앉는 거야! 나 버리고 도망간 건가 싶어서 두리번거렸어.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오빠가 직원용 휴게실? 같은 곳에서 나오더라구. 알바 시간이 끝난 건지 사복차림이었어. 그리곤 오빠도 나를 발견하고 내 쪽으로 와서 물었어. "뭐 마실래?" "아뇨. 이 상태에서 뭘 먹어봤자죠." "그렇긴 하겠다." 왜 그런 안쓰럽다는 눈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이는 거죠...? 그렇다고 이 상태를 어찌할 수도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지. 나 가마니인줄. 뭐라 대꾸할 말도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으니까 오빠가 내 앞 의자에 앉더라구.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더니 이어폰을 연결하는 거야. 지금 나 앞에 두고 핸드폰을 만지겠다는 건가 싶어서 째려봤어. "째려보지 마. 너랑 얘기하려면 통화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잖아." 아... 그제야 오빠의 행동을 이해하는 나였어. 내가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있었는지 내 턱을 올려주면서 아, 맞다. 하고 말을 꺼내는 오빠였어. "맛있는 거 언제 사줄 거야?" "음. 언젠가?" "그게 뭐야." 방금 이 오빠 앙탈부린 거...? 내가 방금 뭘 본거지... 내가 오빠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니까 몸을 조금 꼬면서 미안. 하고 말하는 오빠였어. 미안할 것 까지는 없다만 조금 충격이었어요...ㅎ "나 시간될 때 연락 줄게. 그 때 사줘." "제 연락처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 얻으려고." 오늘따라 26같지 않은 행동을 하는 오빠가 참 낯설었어. 오빠 너 좀 낯설다...? 그러다가 내 연락처를 지금 얻겠다며 핸드폰을 내미길래 나는 빤히 쳐다보고 있기만 했지. 웃을랑 말랑 하면서 테이블 위에 내밀어진 핸드폰을 보고만 있으니까 오빠가 내 머리에 꿀밤을 먹이는 거야! 아, 씨. 진짜 아팠어. 내가 머리를 문지르면서 울상을 짓고 있으니까 내가 웃긴가봐. 막 웃는데 진짜 한 대 때릴 뻔. 오빠만 아니었어도...(부들부들) 나는 입술을 삐죽이면서 전화번호를 쳤어. 번호를 치고 오빠쪽으로 핸드폰을 다시 내미니까 이것저것 만지더니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는 민석오빠야. "근데 너 안 추워?" "네. 이 상태에선 감각이 둔한가 봐요." 오빠가 내 차림을 보고는 궁금한지 물어봤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하는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시선을 내리더니 경악하고는 나를 쳐다보는 오빠의 모습에 내가 왜요? 하고 물어봤어. "너 맨발이야?" "그렇더라구요." 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내가 못마땅한지 입술을 삐죽거리더라구. 어떤 점이 못마땅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가 맨발로 다니는 게 못마땅한 건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는 게 못마땅한 건지. 그래도 나를 걱정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어. 여전히 못마땅해 하는 오빠와 기분이 좋아져서 피실 피실 웃고 있는 나 사이에는 더 이상 말이 오가지 않았어. 그러다가 테이블에 올려둔 내 손이 점점 흐릿해지는 거야. 참 오래도 잤다, 싶었어. 근데 오빠는 이런 내 모습에 놀랐는지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 대답해줬어. 현실의 내가 깨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니까 여전히 놀란 표정을 짓는 오빠였어. 그러고 나서 따뜻한 거 사줄 테니 깨어나면 이곳으로 오라고 말했어. 아무래도 오빠는 아직도 내 차림이 걱정스러운가봐. ... "참 징하게도 잔다." "시비 걸려는 거면 저리 가라." 항상 그랬듯이 찌뿌등한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펴고 있었어. 보충수업이 끝난 건지 빈 교실에서 내 앞자리에 앉고는 시비를 거는 오세훈이야. 째려보면서 저리 가라고 하니까 뉘예뉘예- 하는데, 와 밉상도 이런 밉상이 없어. 딱히 챙길 것도 없어서 대충 필기구만 가방에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지. "야 오늘 어디 가냐?" "엉. 이 누님 약속 있어. 훠이훠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나를 보고 어디 가냐고 묻는 오세훈에게 가라는 손짓을 하며 약속 있다고 말하니까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거야. 내가 뒤돌아서 왜. 하고 물어보니까 삐졌나봐. 대답을 안 해ㅋㅋㅋㅋ 여러분, 오세훈이랑 놀아주세요. 항상 심심한 아이임. 무슨 여자애처럼 팔짱을 끼곤 뭐라고 궁시렁거리는 것 같은데 안 들려서 가까이 갔다? 근뎈ㅋㅋㅋㅋㅋㅋ 막 저번에도 정수정이랑 약속 있다고 튕겼으면서 오늘도야. 흥칫뿡. 막 이러는뎈ㅋㅋㅋㅋ 나보다 더 여자세요...? 내 주위에는 어쩜 여자인 나보다 더 귀여우려는 남자들만 있는 건지...^^ 민석오빠 생각이 나더라구. 아, 맞다. 카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을 오빠가 생각나서 오세훈 엉덩이를 대충 두드리면서 다음에 놀아주겠다고 했어. 그러니까 또 막 찡찡대면서 왜 엉덩이를 때리냐고 말하는 거야ㅋㅋㅋ 내가 귀여워서 그랬다고 하니까 기분이 풀려서는 약속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주는데ㅋㅋㅋㅋㅋㅋ 웃겨 죽는 줄 알았어. 이걸 직접 보여줄 수도 없고... 어쨌든 세훈이랑 헤어지고 나서 나는 걸음을 빨리했어. 학교가 시내랑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있어서 다행이었지. 아까 오빠를 만났던 카페로 향하는데 기분이 좋더라구.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던 콧노래도 부르면서 카페로 향했어. "민석오...! 빠..." "......" '...하,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요. 지금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 "......" 카페 문을 열고 기분 좋게 오빠의 이름을 부르던 나는 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어. 바로 오빠의 앞에,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앉아있던 그 자리에 어떤 여자가 앉아 있었거든. 그 여자는 바로, 예전에 (나만) 한 번 본적이 있는, 동생분이었어. 오빠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여자는 나와 오빠를 번갈아가면서 노려봤지. 괜히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어. 내가 괜히 온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미안했어. 오늘 만나지만 않았더라면 이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오빠를 보니까 더 미안해졌어. "...저기. 죄송한데, 저희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됐어요. 이게 그쪽 잘못이에요?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사람 잘못이지.' 어쩜 사람이 저렇게 못되게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신랄하게 비꼬는 여자였어. 그렇다고 여자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야. 자신의 언니가 죽었으니까... 그래도 난 오빠의 입장을 아는 사람으로서 여자가 조금 미웠어. 오빠도 힘든데. 어쩌면 오빠가 가장 힘들지도 모르는데... 여자의 말에 안 그래도 숙이고 있던 고개를 더 내리고는 정말 죄인처럼 앉아있는 오빠였어. 그런 오빠를 계속해서 노려보던 여자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어. '다시는 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좋은 감정 아니잖아.' "......" 끝까지 모진 말만 내뱉고는 자리를 뜨는 여자야. 나는 차마 오빠 곁으로 다가가지는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어. 그 순간이었을 거야. 오빠의 바지 위로 두 개의 물 자국이 생긴 게. 그걸 본 나는 더더욱 다가갈 수가 없었지.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가방을 뒤적거려 휴지를 꺼냈어. 테이블 위에 휴지를 놓으니까 내 인기척에 고개를 조금 들더라구. 고개를 들어 휴지를 확인하고 나서 고개를 더 들고는 내 얼굴을 보는데, 내 가슴이 다 미어지더라. 그리워하는 눈빛이었어. 돌아가신 옛 여자친구분을. 눈을 몇 초정도 마주치고 있다가 오빠가 자리에서 일어났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살짝 휘청하기에 내가 부축해주려고 가니까 저지하는 거야. 그리곤 몸을 돌려서 터덜터덜 문 쪽으로 향하는데 나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휴지가 놓여있었지. -------------------- 안녕하세요, my soul 입니다. 급 어두워진 분위기에 당황스러우셨다면 그걸 노렸습니다..ㅎㅎ 제 글은 그만 좀 다크다크해야 할텐데 이놈의 손이 다크하게 이끌어가네요..(찰싹) 다음 화는 조금 더 밝아져서 오는 걸로! 항상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 모두 제 사랑 드세요♥ [암호닉] 아퀼라님, 면봉님, 너구리걸님, 소쿠리님, 32.6도님, 승승장구님, 메론빵님, 우울님, 솔님!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뿅뿅♥♥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으니까 댓글로 신청해 주세요!
영혼인 너징을 보는 김민석 06
w. my soul
지겨운 자습시간이야.
수정이는 오늘 가족여행을 간다고 보충에 오지 않아서 내 옆자리는 비어있어.
옆자리가 허전하니까 점점 잠이 오더라구.
빈도가 잦아지는 하품에 결국 책상위로 엎어졌지.
눈을 뜨니까 바로 시내 한복판이었어.
요즘들어 시내에서 자주 깨어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뭐, 시내인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예전에 민석오빠랑 두 번째로 만났던 카페도 발견했어.
얼마 지나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 때 오빠가 날 봤다는 건 여전히 충격이고 신기했지.
오늘도 오빠가 시내에 있다면 날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 때였어.
"000!"
누군가가 엄청 반갑게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에 그 근원지를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어.
카페 문을 반 쯤 열고 나를 보면서 손을 흔드는데 알바를 하는 건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어.
나도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하는데 생각해보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안보이잖아? 내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래서 소리쳤어.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빠 혼자 허공에 손 흔드는 걸로 보일걸요!"
내 외침을 들은 오빠는 손을 얼른 내리고는 작게 손짓했어.
손 모양을 보니까 가라는 뜻은 아닌 것 같고, 오라는 뜻인 것 같아.
나도 뭐 딱히 할 일도 없고 오빠를 따라 카페로 들어갔어.
오빠가 나보고 자리에 앉으라는 식으로 말하길래 나는 고개를 저었어.
그리곤 오빠를 졸졸 따라다녔지.
오빤 다행이도 청소 담당인 것 같더라구.
만약 오빠가 주문 담당이었다면 난 더 심심했을 거야...
주문대 앞에서 놀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보이지 않을텐데 그럼 오빠 혼자 혼잣말 하는 걸로 알 거 아니야...
차라리 청소를 한답시고 돌아다니면서 조용히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
"어, 어! 부딪힌다. 조심해."
"통과하지롱-."
"그거 하지 마. 징그러워."
오빠를 따라다니다 보니까 카페에는 테이블이 많잖아?
그래서 동선이 조금 복잡해지고 그러는 거야.
그러다가 내가 테이블에 부딪힐 것 같은지 조심하라고 오빠가 말했어.
난 물체는 다 통과할 수 있으니까 통과한다면서 놀리는 투로 오빠에게 보여주니까 기겁을 하더라구ㅋㅋㅋ
기겁하는 오빠 모습이 귀여워서 막 웃었더니 오빠도 웃긴지 웃더라구.
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고 얼른 표정 풀라고 해도 자꾸 피식거리는 거야!
이러다가 곧 짤린다에 한 표...
드디어 사람들이 빠지고 한가한 시간이 되었어.
나는 얼마나 자는 건지 몸이 흐릿해질 생각을 안 하더라.
사실 오빠 따라다니는 것도 조금 지겨워지려고 했거든.
그래서 사람들도 없겠다 푹신해 보이는 의자에 털썩 앉았지.
아,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건 내가 앉을 거라고 생각해서 가능한 거!
의자에 앉아서 오빠를 찾는데 보이질 앉는 거야!
나 버리고 도망간 건가 싶어서 두리번거렸어.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오빠가 직원용 휴게실? 같은 곳에서 나오더라구.
알바 시간이 끝난 건지 사복차림이었어.
그리곤 오빠도 나를 발견하고 내 쪽으로 와서 물었어.
"뭐 마실래?"
"아뇨. 이 상태에서 뭘 먹어봤자죠."
"그렇긴 하겠다."
왜 그런 안쓰럽다는 눈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이는 거죠...?
그렇다고 이 상태를 어찌할 수도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지. 나 가마니인줄.
뭐라 대꾸할 말도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으니까 오빠가 내 앞 의자에 앉더라구.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더니 이어폰을 연결하는 거야.
지금 나 앞에 두고 핸드폰을 만지겠다는 건가 싶어서 째려봤어.
"째려보지 마. 너랑 얘기하려면 통화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잖아."
아... 그제야 오빠의 행동을 이해하는 나였어.
내가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있었는지 내 턱을 올려주면서 아, 맞다. 하고 말을 꺼내는 오빠였어.
"맛있는 거 언제 사줄 거야?"
"음. 언젠가?"
"그게 뭐야."
방금 이 오빠 앙탈부린 거...?
내가 방금 뭘 본거지...
내가 오빠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니까 몸을 조금 꼬면서 미안. 하고 말하는 오빠였어.
미안할 것 까지는 없다만 조금 충격이었어요...ㅎ
"나 시간될 때 연락 줄게. 그 때 사줘."
"제 연락처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 얻으려고."
오늘따라 26같지 않은 행동을 하는 오빠가 참 낯설었어. 오빠 너 좀 낯설다...?
그러다가 내 연락처를 지금 얻겠다며 핸드폰을 내미길래 나는 빤히 쳐다보고 있기만 했지.
웃을랑 말랑 하면서 테이블 위에 내밀어진 핸드폰을 보고만 있으니까 오빠가 내 머리에 꿀밤을 먹이는 거야!
아, 씨. 진짜 아팠어.
내가 머리를 문지르면서 울상을 짓고 있으니까 내가 웃긴가봐.
막 웃는데 진짜 한 대 때릴 뻔.
오빠만 아니었어도...(부들부들)
나는 입술을 삐죽이면서 전화번호를 쳤어.
번호를 치고 오빠쪽으로 핸드폰을 다시 내미니까 이것저것 만지더니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는 민석오빠야.
"근데 너 안 추워?"
"네. 이 상태에선 감각이 둔한가 봐요."
오빠가 내 차림을 보고는 궁금한지 물어봤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하는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시선을 내리더니 경악하고는 나를 쳐다보는 오빠의 모습에 내가 왜요? 하고 물어봤어.
"너 맨발이야?"
"그렇더라구요."
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내가 못마땅한지 입술을 삐죽거리더라구.
어떤 점이 못마땅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가 맨발로 다니는 게 못마땅한 건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는 게 못마땅한 건지.
그래도 나를 걱정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어.
여전히 못마땅해 하는 오빠와 기분이 좋아져서 피실 피실 웃고 있는 나 사이에는 더 이상 말이 오가지 않았어.
그러다가 테이블에 올려둔 내 손이 점점 흐릿해지는 거야.
참 오래도 잤다, 싶었어.
근데 오빠는 이런 내 모습에 놀랐는지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 대답해줬어.
현실의 내가 깨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니까 여전히 놀란 표정을 짓는 오빠였어.
그러고 나서 따뜻한 거 사줄 테니 깨어나면 이곳으로 오라고 말했어.
아무래도 오빠는 아직도 내 차림이 걱정스러운가봐.
...
"참 징하게도 잔다."
"시비 걸려는 거면 저리 가라."
항상 그랬듯이 찌뿌등한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펴고 있었어.
보충수업이 끝난 건지 빈 교실에서 내 앞자리에 앉고는 시비를 거는 오세훈이야.
째려보면서 저리 가라고 하니까 뉘예뉘예- 하는데, 와 밉상도 이런 밉상이 없어.
딱히 챙길 것도 없어서 대충 필기구만 가방에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지.
"야 오늘 어디 가냐?"
"엉. 이 누님 약속 있어. 훠이훠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나를 보고 어디 가냐고 묻는 오세훈에게 가라는 손짓을 하며 약속 있다고 말하니까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거야.
내가 뒤돌아서 왜. 하고 물어보니까 삐졌나봐. 대답을 안 해ㅋㅋㅋㅋ
여러분, 오세훈이랑 놀아주세요. 항상 심심한 아이임.
무슨 여자애처럼 팔짱을 끼곤 뭐라고 궁시렁거리는 것 같은데 안 들려서 가까이 갔다?
근뎈ㅋㅋㅋㅋㅋㅋ 막 저번에도 정수정이랑 약속 있다고 튕겼으면서 오늘도야. 흥칫뿡. 막 이러는뎈ㅋㅋㅋㅋ 나보다 더 여자세요...?
내 주위에는 어쩜 여자인 나보다 더 귀여우려는 남자들만 있는 건지...^^
민석오빠 생각이 나더라구. 아, 맞다. 카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을 오빠가 생각나서 오세훈 엉덩이를 대충 두드리면서 다음에 놀아주겠다고 했어.
그러니까 또 막 찡찡대면서 왜 엉덩이를 때리냐고 말하는 거야ㅋㅋㅋ
내가 귀여워서 그랬다고 하니까 기분이 풀려서는 약속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주는데ㅋㅋㅋㅋㅋㅋ 웃겨 죽는 줄 알았어. 이걸 직접 보여줄 수도 없고...
어쨌든 세훈이랑 헤어지고 나서 나는 걸음을 빨리했어.
학교가 시내랑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있어서 다행이었지.
아까 오빠를 만났던 카페로 향하는데 기분이 좋더라구.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던 콧노래도 부르면서 카페로 향했어.
"민석오...! 빠..."
"......"
'...하,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요. 지금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카페 문을 열고 기분 좋게 오빠의 이름을 부르던 나는 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어.
바로 오빠의 앞에,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앉아있던 그 자리에 어떤 여자가 앉아 있었거든.
그 여자는 바로, 예전에 (나만) 한 번 본적이 있는, 동생분이었어.
오빠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여자는 나와 오빠를 번갈아가면서 노려봤지.
괜히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어.
내가 괜히 온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미안했어.
오늘 만나지만 않았더라면 이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오빠를 보니까 더 미안해졌어.
"...저기. 죄송한데, 저희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됐어요. 이게 그쪽 잘못이에요?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사람 잘못이지.'
어쩜 사람이 저렇게 못되게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신랄하게 비꼬는 여자였어.
그렇다고 여자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야. 자신의 언니가 죽었으니까...
그래도 난 오빠의 입장을 아는 사람으로서 여자가 조금 미웠어.
오빠도 힘든데. 어쩌면 오빠가 가장 힘들지도 모르는데...
여자의 말에 안 그래도 숙이고 있던 고개를 더 내리고는 정말 죄인처럼 앉아있는 오빠였어.
그런 오빠를 계속해서 노려보던 여자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어.
'다시는 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좋은 감정 아니잖아.'
끝까지 모진 말만 내뱉고는 자리를 뜨는 여자야.
나는 차마 오빠 곁으로 다가가지는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어.
그 순간이었을 거야. 오빠의 바지 위로 두 개의 물 자국이 생긴 게.
그걸 본 나는 더더욱 다가갈 수가 없었지.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가방을 뒤적거려 휴지를 꺼냈어.
테이블 위에 휴지를 놓으니까 내 인기척에 고개를 조금 들더라구.
고개를 들어 휴지를 확인하고 나서 고개를 더 들고는 내 얼굴을 보는데, 내 가슴이 다 미어지더라.
그리워하는 눈빛이었어. 돌아가신 옛 여자친구분을.
눈을 몇 초정도 마주치고 있다가 오빠가 자리에서 일어났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살짝 휘청하기에 내가 부축해주려고 가니까 저지하는 거야.
그리곤 몸을 돌려서 터덜터덜 문 쪽으로 향하는데 나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휴지가 놓여있었지.
--------------------
안녕하세요, my soul 입니다.
급 어두워진 분위기에 당황스러우셨다면 그걸 노렸습니다..ㅎㅎ
제 글은 그만 좀 다크다크해야 할텐데 이놈의 손이 다크하게 이끌어가네요..(찰싹)
다음 화는 조금 더 밝아져서 오는 걸로!
항상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 모두 제 사랑 드세요♥
[암호닉] 아퀼라님, 면봉님, 너구리걸님, 소쿠리님, 32.6도님, 승승장구님, 메론빵님, 우울님, 솔님!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뿅뿅♥♥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으니까 댓글로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