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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아니야      

(버들아씨 후속편)      

       

       

       

-      

       

       

"오빠. 나왔어"      

       

"진환오빠?"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자 깔끔하게 화이트와 블랙 톤으로 꾸려진 사무실 안엔 아무도 없었다.      

어디간 거지? 여기두면 되겠지?      

톡톡. 손톱으로 책상 끝을 두두리다가 가방안에 있던 서류를 올려놨다.      

어딘가에서 투두두둑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그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카페가 지어진지 벌써 3년이나 지났지만 카페에 온건 열손가락을 꼽을 정도여서 이 안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몰랐다.      

분명 카페 크기로 따지자면 커야할텐데 어떤 문도 발견할 수 없었다.      

툭툭. 물 떨어지는 소리에만 의존해 다가간 곳에는 벽전체가 책장으로 되어있는 곳이였다.    

설마.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건가 싶어서 책장을 살짝 눌렀다.   

끄윽 거리더니 회전문처럼 책장이 돌아갔다.     

진환오빠에게. 이런 취미도 있었나?    

반쯤 돌아간 벽을 지나 들어간 곳엔 뭔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담은 거실이 있었다.      

집과는 전혀 다른 인테리어로 엔틱풍의 가구들이 배치된 넓은 거실과 여러개의 문이 있었다.      

툭툭. 물소리가 끊겼다.      

샤워하고 있었구나.      

물소리가 끊긴 곳이 욕실이겠구나 싶어서 그곳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놀래켜 줘야지. 하고 마음 먹은 순간 문인 벌컥 열렸다.      

       

"악!"      

       

문짝에 부딪힌 이마를 손으로 감쌌다.      

       

"어? ㅇㅇ아. 괜찮아?"      

       

오빠가 젖은 손으로 몸을 감싸왔다.      

       

"아파아."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      

       

이보세요. 김진환씨. 옷 좀 입으세요.      

고개를 들자마자 느껴진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렸다.      

상체가 그대로 노출된 채 하체만 하얀 수건으로 가린 진환오빠 때문이었다.      

머리는 물기를 덜 털어내서 차가운 물로 샤워했는지 찬물이 툭툭 떨어지고 짧은 옷을 입은 덕에 부드럽고 차가운 살결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차림새 따윈 잊었는지 찍힌 이마 만져주기에만 급급할 뿐이었다.      

       

"괜찮아? 응? 많이 아파?"      

       

"아.. 저.. 오빠?"      

       

"응? 괜찮아?"      

       

"저.. 옷 좀.."      

       

힘겹게 말한마디를 건내자 그제야 자신도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기다려."      

       

쏜살같이 옆방으로 달려가는 오빠를 바라봤다.      

수건 사이로 가는 다리가 보인다.      

밥은 먹고다니는지. 조금 더 말라있는것 같아 안쓰러웠다.  

우당탕-. 방 안에서 넘어졌는지 바닥에 마찰하는 소리와 물건 넘어지는 소리 같은게 들려왔다.      

하여간 덜렁된다니까.      

한참 기다리니까 진환오빠가 제대로 하얀 와이셔츠와 정장바지차림으로 차려입고 머리까지 말리고 나왔다.      

최근에 염색한 백금발머리 덕분에 얼굴이 더 작아보였다.      

       

"오빠. 저 벽은 뭐야?"      

       

"아, 그거. 재밌지 않아?"      

       

"물소리 아니였음 오빠 없다고 돌아갔을거야. 그리고.."      

       

그리고 밑에 구준회도 있고.      

       

"그리고?"      

       

"아니야."      

       

구준회답지않게 로맨틱한 곡을 연주하던 게 떠올라서 고개를 내저었다.      

어후.      

       

"세금계산서는?"      

       

"사무실 책상위에."      

       

"방 좀 둘러봐도돼?"      

       

"응? 아니. 바쁘니까 돌아가."      

       

눈동자가 흔들리면서 뭔가 불안한 거라도 감추는듯 주먹을 꽉지는 오빠의 행동에 의문이 갔다.   

그리고 잠깐 스쳐본 목주위의 붉은 자국도 의심이 갔다.  

       

"오빠. 숨기는거 있어? 요즘 집에도 안들어오고.."      

           

뭔가 찾을 거라도 있나싶어 침실과 욕실로 보이는 곳을 제외한 나머지 두개의 문 중 하나로 내달렸다.      

끼익-      

마름질 덜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사이로 보인건 왠 두루마리같은 비단천 위에 써진 한자로 된 글귀였다.      

좀 더 들어가려하자 목덜미를 붙잡혔다.  

       

"놔줘. 뭘 숨겨? 우리사이에- "      

       

"안된다면 안돼. 돌아가."      

       

딱 하나밖에 못봤다.      

전혀 취향이 아닌듯한 것에 궁금증만 더 늘었다.      

허리를 끌어안긴 채 들어왔던 벽문으로 강제이동됐다.      

       

"씨이..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빠 보고싶었어?"      

       

"당연하지. 하늘아래 오빠랑 둘 뿐인데.."      

       

후. 한숨 한 번 쉰 오빠는 나를 내려놓으며 벽을 바로하고 어떤 책을 쑥 뽑았다가 넣었다.      

벽문을 눌렀더니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안 돌아가지네."      

       

"이제 못들어가."      

       

미안한 말이지만 이미 스캔했어. 오빠.      

원래도 허당끼가 있었지만 어째 더 허술해진것 같다.      

       

"이거 너무 신기해."      

       

진환오빠는 다시 들어가게 해달라고 하지않는 것에 안도한듯 표정을 풀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서류파일을 넘겼다.      

       

"돌아가. 고3이 공부는 안하고."      

       

"또또 그 소리. 그 중에선  그나마 내양호한 편인데?"      

       

"아직 멀었어."      

       

알이 동그란 안경을 쓰고 무심하게 종이에 쓰인 글자를 읽은 오빠를 보며 입을 삐죽이다가 안녕. 하고 서먹하게 인사하고 나왔다.      

시간이 꽤 지났는지 층 전체에 퍼지던 준회의 기타연주는 끝나있었다.     

내려가며 2층을 돌아보자 6명이 옹기종기 모여 책 펴놓고 커피 한 잔씩 옆에 놓고 공부하고 있었다.      

다른 테이블에 앉은 여자들이 힐끔힐끔 바라보는 것도 모른채 아니면 시선에 익숙해진건지 신경도 안쓴채 자기들끼리 도란도란 사이가 좋아죽었다.      

그 사이에 낀 구준회도 학교에서 볼 때랑은 전혀 딴판인 것처럼 부드러운 모양새였다.      

한참을 바라보다 내려가려고 마음 먹은 순간 김지원과 눈이 마주쳤다.      

서늘하다.      

순간 느껴지는 섬뜩함에 놀라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왜 그러지?      

김지원과는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었는데 어떤 이유인건진 몰라도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다.      

잘 못 본거겠지..      

고개를 휘적휘적 젖는데 누군가 어깨를 잡아당기는 손길에 고개를 돌렸다.      

       

"ㅇㅇㅇ"      

       

김지원.9     

아까와는 다른, 애들과 같이 있을때의 밝은 표정이여서 잘못본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눈빛이..      

       

"진환형이랑은 아는 사이야?"      

       

"어?"      

       

"혹시 진환형 동생이야? 니가?      

아까 삼층 올라가는 거 봤는데.."      

       

"아. 맞아."      

       

"어쩐지 닮았더라니."      

       

닮았더라니하면서 곱게 접히는 눈웃음과 올라간 입꼬리가 귀여워서 나도 따라웃었다.      

전혀 상반되는 감정에 뭔가 이상했지만 잘못본거라고 취부하기로 했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응."      

       

개구지게 웃으며 인사하곤 2층으로 올라가는 지원이를 얼떨떨하게 보고 카페를 나섰다.      

어두워진 하늘 위로 보름달이 동그랗게 떠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밝아보이네.      

달 위로 눈을 감고 손가락에 맞춰 연주하던 준회의 모습이 겹쳐졌다.      

       

       

       

       

-      

       

       

       

"무엇이 너를!!"      

       

어깨를 꽉 붙잡아오는 손길에 입술을 꼭 깨물었다.      

눈에선 눈물이 줄줄 세어나오고 있었다.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두려움과 무서움에 몸이 달달 떨렸다.      

       

"싫습니다. 그만..하시지요."      

       

울음을 참고 나온 목소리는 담담했다.      

강한 악력을 밀어내는 손도 담담했다.      

그러다 포기한 듯 몸에 힘이 풀렸다.      

       

"짐이 사랑한다 하지 않았니?      

그 무엇이 중요하건데 짐보다 중요하단 말이더냐!      

오늘은 참지않을 것이다.      

내 너를 취할 것이니."      

       

눈으로 그저 벗겨지는 옷가지들을 담담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담담한 척하려해도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려오는 몸이 얄구졌다.      

담아내면 좋을 것을.      

저는 그릇이 적답니다.      

당신까지 담아내기엔 제 가슴은 구준회 하나만을 바라본답니다.      

맞춰오는 입술도 몸을 만지는 손길도 전혀 내 일이 아니라는 듯 그렇게 눈을 꼭 감고 참아냈다.      

       

       

-      

       

       

헉헉-      

꿈에서 깨면 아파오던 머리가 더 깨질듯 아파왔다.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안 떠지는 눈꺼풀을 떴을 때는 시계초침이 6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매번 꾸던 꿈과는 다른 종류의 꿈이었다.      

몇 번 더 꾸다보면 알게되겠지만 이번 꿈은 잘 기억나지않았다.      

아니.      

내가 기억해내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꿈일 뿐인데. 마치 있었던 일처럼.      

기억해내기가 싫었다.      

       

       

       

       

       

-      

       

       

       

후기      

톡톡. 두둑.      

기타.      

구준회.      

구준회.      

머리에 둥둥 떠오르네요.      

어깨 아파요.(글 쓰느라 무리한게 아니라 그동안 일한다고..하하.)      

점점 생각하는거지만.      

저는 BGM은 잘 .. 못 까는 것 같아요.      

즐겨듣던 것들 삽입하는 건데.       

없는게 나으려나..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는..(자체 소금.)      

오래 기다려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아마 꿈이 아니야는 일주일에 한 번정도 연재될 듯 싶어요.       

두개씩 연재해버린 제가 바보죠.(그래도 전 싫지않다는..)      

잘 주무세요^^     

그럼 굿밤!      

♡      

아이콘과 함께      

       

       

       

    

    

도나웨일-비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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