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자연스럽게 같이 하교를 하고 있는 박지민.
하루가 넘게 설명을 해도 이 또라이를 설명하기엔 시간이 부족할거야.
지금 우리 사이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그러니까 간단히, 화장실까지도 같이 가던 사이였던 우리 엄마와, 박지민네 엄마분 덕분에 우리 둘도 뱃속에서부터 친구 사이 먹고 친해진 케이스.
그러니 서로 동성으로 여겨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 이 말이지.
외모는 귀엽기도 하고 뭐, 보통 질풍노도 시기의 남고딩들 보단 약간 훈훈한 편이긴 한데.
이 잘또의 행적들을 몇가지만 추려보자면,
여자 애들하고 친하게는 잘 지내는데 한번도 연애같은 걸 안해서 게이 취급을 받는다던지,
혹은 주말 아침 댓바람부터 학교 가야한다고 준비 다 해놓고는 주말인거 알고나니까 교복입은 상태 그대로 다시 잠에 빠진다던지.
아니면 겨울에 바다 놀러가서 물이 정말 차가울까 하고 냅다 뛰어들었다가 감기에 걸린다던지.
말로 하자면 팔만대장경을 찍어내고도 모자를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설명하지만 정말 한단어로 압축 할 수 있어.
박지민은, 또라이. 이거면 얘의 모든 것이 설명이 되었지.
멀쩡한 얼굴로 병신같은 짓만 골라하고 다니는 그런 아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려나.
그리고 나는 명색이 소꿉친구이자 앞집 이웃인 만큼 그 화려한 전적들을 모두 내 눈으로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고.
아, 앞집하니까 생각한건데. 박지민은 굉장히 귀찮은 존재이기도 해.
툭하면 심심하다고 우리집 문 비밀번호 치고 들어와서 자고 있는 나를 깨우질 않나.
아니면 내가 자고 일어났더니 우리 엄마랑 고스톱을 치고있지를 않나.
다시 생각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진짜.
아무튼 내가 자기를 한심하단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휴대폰 게임에 빠져있던 박지민은 결국 제 발에 걸려 넘어졌어.
근데 엎어진 상태 그대로 또 게임을 하기에, 일으켜주는 건 언제나 그랬듯이 늘상 나의 몫. 쪽팔림을 감수하는 것도 나.
혀를 차면서 넌 언제 정신 차릴거냐고 타박을 하자 또 능글맞게 웃더라.
"야, 그래도 이 정도면 어릴 때보단 완전 멋있어진 거 아니냐."
"지랄도 풍년이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어. 그래도 나름 열 여덟이라고 정신 좀 차린거긴 한데 남들이 보면 그냥 어, 뭐. 그래.
얼굴선이 남자다워 지고 몸도 막 그러면 뭐하냐고, 아직 철이 덜 들었는데.
하기야, 남자는 죽을 때까지 철이 안 든다고는 하지만.
오늘도 수업시간에 디비 자더니만, 집에 갈 때 되니까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이 맑아져서는 신난다고 이러고 있고.
사람이 밝은 건 참 좋지만, 너는 너무 과해 박지민아. 좀 자제해야 하는 필요가 있단 말이야 너는.
그래도 나 아니면 누가 얘 챙겨줄까 싶어서 항상 옆에 붙어있긴 해.
피곤한 건 사실이지만 얘랑 있으면 안 심심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가끔 또라이 아닐 때도 있고.
헐 미친 나 지금 얘 쉴드 친건가. 아무튼 뭐 그렇다고.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어느새 집 앞이라서 들어가려는데, 박지민이 문을 딱 잡는거야.
"어우 놀래라, 왜?"
"나 너네집 갈래."
너 또 우리 엄마랑만 놀려고 그러는거지. 내가 째려보니까 씩 웃더라.
오늘 우리집에 아무도 없는데. 아빠는 출장가셨고, 엄마는 동창분들하고 놀러가셨어. 하고 상황을 얘기하는데, 우리집으로 휙 들어가는 지민.
아니 저 새끼가 내 말 다 씹어먹고. 그냥 체념하고 문을 닫자, 자연스럽게 티비를 키고 있는거야.
"야, 너 나랑 노는거 재미 없다며."
내가 뚱한 표정으로 말하니까, 열심히 티비 채널을 돌리면서 나를 쳐다보더라고.
그러더니 너랑 놀려고 온거 아니야, 하면서 덧붙이기까지.
아니 그럼 아무도 없는 저희집에 티비 보러 오셨나봐요. 너네집 티비가 더 좋은 걸로 아는데.
불평을 늘어놓는 나는 안중에도 없는지 몇번 더 채널을 돌리더니 재밌는 채널을 찾지 못한 듯 티비 전원을 꺼버리더라.
그러더니 요상한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펴고 고개를 뒤로 젖히곤 소파에 기대 앉는거야.
완전 상전. 지 집이야 아주.
"너네 엄마랑 우리 엄마랑 동창이거든 멍청아."
그래 동창인거 누가 몰라, 그러니까 얼른 집에 좀 가. 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이나 먹고 오던가.
너 또 우리집 냉장고 거덜내려고…….
내가 또 주절주절 불평 불만을 얘기하자 아아, 하면서 귀를 틀어막는 지민.
그나저나 엄마가 동창인게 갑자기 왜 나와.
고민을 하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우리 엄마는 동창분들하고 짧은 여행을 가신다고 하셨고, 그러면 쟤네 엄마도.
아, 같이 가셨구나. 이제서야 지민의 말을 이해한 내가 작게 탄성을 내뱉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
그래도 넌 거절이야, 얼른 너네집으로 돌아가. 소파에서 저 몸뚱아리를 일으켜주려고 다가가는데 지민이 감고있던 눈을 확 떴어.
"너 혼자 있는 거 무서워 하잖아."
웃기시네, 너가 더 무섭거든. 눈은 왜 갑자기 뜨고 지랄이야! 감고 있을거면 계속 감고 있던가.
아주 혼자 드라마를 찍네요 드라마를 찍어. 얼른 나가.
말은 더럽게 안 듣는 박지민 덕에 포기하고 옆에 털썩 앉으니까 다시 눈을 감더라.
티비도 재밌는 거 안하고, 놀러온거 아니란 말이 사실이긴 한건지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있고.
갑자기 정적이 찾아오니까 새삼스럽게 어색한거야. 여기서 또 말 걸면 더 어색해질 것 같은 기분.
그나저나 내일부터 방학이구나, 아싸. 학교 안간다.
학교 안 가는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박지민 집에 보내고 푹 자야지.
하루종일 자라고 해도 잘 수 있을 것 같아. 방학이 뭐라고 이렇게 설레.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나도 눈을 감는데 옆에서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미친……. 정신 놨나."
싸우자.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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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글 연재 할 때는 텐덕 지민이가 힐링제죠 8ㅅ8.. 지민아.. (털썩)
앞으로 두개의 작품을 같이 연재 할 예정인데 독자분들께선 괜찮으신지.
필명을 따로 하고 써야했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헷갈리실까봐 ㅠㅠ..
이 작품 또한 종종 카톡을 껴넣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