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다가도 감히 말하지 못할,
아이돌인 그 애 이야기.
#05. 이렇게 정이 가면 안되는데.
나는 사실 연습생들은 전부 간절한 줄 알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습생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늘 그렇게 보여지니까.
하루종일 엄청난 연습과 간절한 마음이 보여질 줄 알았다.
내가 생각한 그림에 부합하는 건 오직 조승연 한 명 뿐이었다.
다른 팀 작가들에게 물어봐도, 조승연같은 앤 합쳐서 두어명밖엔 안되는 것 같았다.
다들 실망스러운 마음 반, 귀여워하는 마음 반인 듯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자. 너네 다 상태 별로잖아."
"4시까진 하기로 했잖아."
"지금 뭘 해, 다들 조느라 정신 놨구만."
쟤는 데뷔를 하고 싶긴 한가, 싶은 수준이었던 옹성우와 조승연이 약간 예민하게 부딪혔다.
이 와중에도 우리 팀 분량 나온다!!! 싶은 생각이 드는 나는 뼛속까지 방송인인가...
"지금 3시 다 돼가는데 이 정도도 많이 한 거야."
"너네 12시부턴 거의 잤잖아"
갑분싸........
조승연도 역시 마냥 착한 앤 아니었어. 기계적인 웃음이었어. 맞네, 맞아.
처음으로 흥미진진했다. 일부러 모른척 고갤 숙여 폰만 들여다보지만, 내적 리액션은 나 말고도 모두들 똑같을거다.
굳이 저 쪽을 보지 않아도 뻔했다.
약간 둘이 눈싸움을 하고, 주변에선 동생들이 쩔쩔매고 있을게 뻔했다.
"그럼 너넨 가, 난 더 남아서 할게."
"...야, 그럼 우린 뭐가 되냐."
"무슨 상관이야? 우리가 데뷔한 한 팀도 아니고."
"하.... 조승연 까칠병 카메라 앞에서도 어디 안가네."
"연기 할 필요 없잖아, 이게 난데."
드라마 아니야?!!!!!!! 거의 지금 대본급으로 대사 좋아쓰!!!!!!
우리 팀 단체카톡방에서 다들 대박이라고 실시간으로 난리가 났다.
사실 다른 팀은 지금 시간까지는 커녕 저녁 8시도 안되어 해산한지 오래였다. 평가는 얘네만 코 앞이니까.
"형들....잠 다 깼어요오..."
"후..........."
슬쩍 고갤 드니 화난걸 삭히고 있는 듯한 옹성우와, 정말 혼자 더 남을 생각인지 이어폰을 낀 채 리듬을 타는 조승연.
"왜 안가?"
"......."
멀뚱히 서있는 넷이 신경쓰인듯, 조승연이 그들에게 던진 말에 아무도 대답이 없다.
잠시 그렇게 있던 조승연은 후, 한숨을 쉬곤 이어폰을 거칠게 뺀다.
"까칠하게 굴어서 미안한데, 너네 다 알잖아."
"........."
"난 너네만큼 타고난 실력도 없고, 이번 평가에서 뭐 못보여주면 내려가야 돼."
"대표님 말 아직도 신경쓰고 있어? 알잖아, 대표님 원래 그러는거. 말만 그러지 널 얼마나 예뻐하는지,"
"진심이면 어쩔건데."
"......"
"그게 혹시나 진심으로 던진 말이면, 마지막 기회 그렇게 놓치고 뒤늦게 후회하면 되냐?"
차갑게 내려앉은 분위기는, 이제 제법 무거워졌다.
킬킬대며 분량나왔다 좋아하던 우리도 웃음을 거뒀다. 진지한 조승연의 말에 그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성우 넌 알잖아... 우리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나 기다리는지."
그냥, 동갑이라 친할거라 생각은 했는데 둘은 훨씬 더 깊은 사이였나보다.
한참 무거운 공기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야야! 됐어, 그만해!! 조승연 너 뭐 다큐찍냐?"
"성우형........"
"뭐!!!!"
"이거 다큐 맞아요...."
...........엥?
"......풉..!"
앗.........!
이미 우리가 듣고있을거라 예상은 했겠지만, 듣고있는 티 안내려했는데........
너무나도 크게 터진 내 웃음에 다른 의미로 분위기가 싸해졌다.
뛰어내릴까.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차마 그들의 얼굴은 쳐다볼 수가 없고, 앉은 채로 연신 고갤 숙여 사과했다.
얼핏 봐도 스텝들은 죽을 힘을 다 해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아씨............
"푸... 됐어, 그럼 단체곡 딱 2번만 맞추고 가자."
"콜."
눈까지 질끈 감은 나를 쳐다보다가 피식 웃음이 터진 조승연.
덕분에 분위기는 풀어진 듯 했다. 나는 여전히 죽고싶었다.
"박지훈 왜 이렇게 골 때리냐."
"제가 살렸죠? 형들 악마의 편집 당할 뻔 했어여!!!!!"
"닥치고 빨리 노래 틀어."
"닥치고?!!!!에에!!!!!!"
옹성우도 놀란 듯 흠칫, 입을 가리고 스텝들 눈치를 잠시 본다.
"우리 지훈이 가서 노래 틀까?"
"네에~"
풉. 귀엽네, 얘네.
여태까지 연기 하는 것 같다 생각하던 애들의 진짜 모습을, 이제야 처음 본 것 같다.
그리고, 처음으로 관심있게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웃으며 시작한 그들은 점점 진지한 표정으로 춤을 췄고, 서로 시선을 주고 받으며 함께 호흡했다.
"너네 최소 두 번씩 틀렸다, 한번도 안틀리게 가보자!!!"
"예에!!!!!!!!!"
"할수있다 할수있어!!!!"
마지막 한 번 남은 연습. 서로를 복돋아주며 다시 노래를 틀고 원 위치 하는 조승연과 눈이 마주쳤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엄지를 들었다.
조승연은 씨익, 웃었다.
방송에 나는 없을테지만, 분명 나도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뭔가 벅찬 감정이 들었다.
어젯밤 2시간 자고 일어난 후 무려 36시간만에야, 나는 비로소 두 발 뻗고 잘 수 있었다.
호텔에 들어와서, 씻고 누워 잠이 들 때까지도, 나는 조승연의 웃는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
오늘은 한 편!
서브남주!!!!!!! 내 맘대로 옹성우넣기>__________<
너무 어려운 주제를 잡아서 너무 힘들어요
빨리 완결 짓고 가볍디 가벼운 주제로 올리고싶ㄷ ㅏ......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