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누구를, 나를?
태형은 지금 자신이 살짝 간거라고, 오랜만에 보는 니가 너무 반가워서 귀까지 맛이 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뭐지. 지금 니가 나를 안은거야? 내 허리에 둘러진 손, 이거 니꺼 맞는거지? 아 미치겠다. 벌써부터 목소리가 떨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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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시점)
우린 학창시절 모두 지겹도록 붙어다닌 그런 오랜 친구사이였지만 난 아니였어. 니가 여자로 보인 순간부터, 너는 친구로 정의 내릴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였다고. 대학에 합격했다는 너의 전화에도 함께 기뻐해 줄 수 없었던 건 이제는 너랑 계속 함께할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어. 타이밍 좋게 그때 첫 눈이 내리더라. 우리 꼭 같이 보기로 한 첫 눈이었는데... 그 생각이 드니까 도저히 못참겠더라고. 그동안 끙끙 앓아오던 내 마음이 너무 불쌍해서, 그냥 핸드폰에 대고 소리쳤던 것 같아.
널 좋아한다고 정말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같았다 김태형. 사내자식이 무드도 없이 말이야. 니가 그렇게 단칼에 날 거절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몰라. 내가 그날 밤에 얼마나 이불을 걷어 찼는지 넌 모를꺼야. 제발, 제발 평소랑 똑같게 해주세요. 라고 믿지도 않는 신한테 빌어본거, 그때가 처음이였다? 하지만 넌 그 다음부터 눈에 띄게 날 피했고 거리를 두고 날 대했었지. 난 또 등신같이 그걸 바라보고만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멀어졌던 것 같아.
너랑 연락이 끊긴지도 벌써 1년이 다 되갔고 그동안 난 이제 널 어느정도 정리했다고 생각했었어. 뭐 그 긴 시간이 한번에 정리 되겟냐만은, 이젠 너 없이도 그럭저럭 괜찮았거든. 근데 오늘 니가 나한테 연락을 한거야. 술 취한 니 목소리를 들으면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내가 거기로 가겠다고 말하곤 허겁지겁 옷을 챙겨입고 있던 나를 발견한 순간 웃음이 났어. 그냥 그랬던 것 같아. 근데, 지금 뭐라고?
"다시 말해봐."
"좋아해.. 좋아해. 태형아.."
"....."
"너무 늦게 말해줘서 미안해... 이제 알았어. 나도 널 좋아하고 있었던거야.."
...와-. 보여? 첫눈이 내리고 있어. 다행이야. 그때 내린 눈이 내 인생에 마지막 눈일 줄 알았는데,
고마워. 다시 와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