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가토(Affogato : 달달하게 때론 씁쓸하게)
w. 안홍
과제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제대로 마무리 하지도 못한 채 제출을 해버렸다. 너무너무 우울했다. 열심히 준비했던 과제인데 제대로 끝마치지도 못하고 종인이는 또 며칠동안 얼굴을 보이지않고. 그 사이에 경영학부 여신이 소개팅을 나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당연히 그 상대가 누군지 너무도 잘 알기에 내옆에서 열심히 그 소문에 대해 얘기하는 동기에 적절한 리액션도 해주지 못한 채 그저 얼굴을 책상에 묻었다. 잘됐겠지. 종인이가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외모니까. 거기에 기럭지도 길고 배려심도 많은 아이니까. 분명 잘됐을거야. 어쩌면 벌써 애프터 신청이 들어갔을수도 있겠다.
도무지 종인이에 대한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매순간 늘 당연하게 하던 종인이 생각인데 이번만큼은 하고싶지 않았다. 내 자신이 자꾸만 초라해지는게 너무 싫었다. 고백같은거 해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차인 기분이었다. 버림 받은 그런 기분.
"김여주."
내 기분이 좋지 않다는걸 눈치 챈 동기들은 먼저 간다는 말을 남기곤 강의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피해줬다. 곧 아무도 없는 텅 빈 강의실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책상에 고개를 묻은 채 꾸역꾸역 울음을 참았다. 입술을 꾹 깨물며 눈에 그렁그렁 맺히려는 눈물을 연신 삼켜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내 옆에 누군가가 앉는게 느껴졌고 곧 익숙한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선뜻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숨을 꼭 참았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담담함을 그대로 머금은 목소리.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목소리.
지금은 세상 누구보다 나를 아프게 만드는. 김종인이었다.
"밥 먹으러 안 가? 점심시간인데."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봤다. 정말 김종인이었다. 늘 그렇듯 담담한 표정. 턱을 괸 채 엎드려있던 나를 내려다보는 녀석의 눈과 마주치자 나는 다시 고개를 책상에 묻었다. 그리곤 참았던 숨을 색색 내쉬며 쉼호흡을 했다. 울지말자. 종인이가 이상하게 생각할거야. 울지말자.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몇번을 중얼거리곤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턱에 괸 손을 내려놓곤 나를 따라 허리를 세우는 종인이에 나는 대충 눈을 슥슥 문질렀다. 지금 화장도 안해서 엄청 초췌할텐데. 하필 이런 모습일 때 종인이를 보다니. 조금 낯 부끄러웠다.
"어디 아파?"
"아니."
"근데 왜 엎드려 있었어. 그것도 텅 빈 강의실에 혼자."
"그냥.. 과제 망쳐서 기분이 안 좋아서."
"밥 먹으러 가자. 밥순이가 왜 밥을 안 먹고 그러냐."
어디 아프냐며 내 이마를 짚어오는 손길을 밀어내며 과제 망쳐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었다. 종인이의 손은 잠시 허공에 멈춰있다 이내 내 손목을 잡아 끌었다. 밥 먹으러 가자. 밥순이가 왜 밥을 안 먹고 그러냐. 나를 일으키는 손길에 다시 한번 그 손길을 밀어내며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그리곤 종인이를 앞질러서 학교식당으로 향했다. 내 뒤로 들리는 녀석의 발소리에 다시 한번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 같아서.
학교식당까지 걸어오면서 녀석은 내 뒤를 졸졸 따라오기만 할뿐이었다. 내심 옆에 서서 같이 걸어주기를 바랬는데. 아무 메뉴나 배식을 받아 늘 우리가 앉던 자리에 먼저 자리잡았다. 곧 이어 종인이가 내 맞은편에 앉았고 며칠만에 같이 먹는 학식은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녀석의 메뉴는 치즈라면 이었고 나는 그것이 우리가 며칠 전 마지막으로 학식을 먹을 때 내가 먹었던 메뉴라는것을 생각해냈다. 진짜로 내가 먹던것만 먹네. 따라쟁이도 아니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같았으면 내가 먹은걸 종인이가 먹는다고 설레였을텐데. 지금은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이제는 설레는것도 종인이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과제를 얼마나 망쳤길래 그렇게 기분이 다운이야."
내가 이러는건 너때문인데.
"아니야. 그냥..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못해서 아쉬운거야."
나는 또 다른 핑계를 대고있다. 4년을 그렇게 해왔는데 이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너무 기죽어 있지마.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이번에는 너무 어렵다. 김종인은 또 쓸데없이 자상해져서는 나를 위로하는데.
"그래. 다음에 더 잘하면 되겠지."
그게 너무 슬프다. 그 자상함이 딱 친구라는 감정선의 연장이라는걸 너무 잘 아니까.
"아... 미안."
한참을 아무말 없이 밥을 먹는데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종인이의 휴대폰이 계속 울린다. 전화가 왔다가 문자가 왔다가 톡이 왔다가. 징징대며 울리는 휴대폰을 슬쩍 쳐다보니 녀석이 미안하다며 재빨리 휴대폰을 무음으로 놓는다. 그런데 나는 봐버렸다. 그 모든것들의 발신인이 누구인지를. 내옆에서 동기가 조잘조잘 거리던 경영학부 여신이라는 종인이의 소개팅녀.
어디냐며, 밥 안 먹었으면 같이 밥 먹자는 내용의 문자가 휴대폰에 뜨고 나는 그것 또한 봐버렸다. 진짜로 소개팅이 잘됐구나. 연락도 하네. 휴대폰을 쳐다보던 내 시선에 안절부절 하던 종인이는 얼른 밥이나 먹자며 휴대폰을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나는 입가에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잔반들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뭐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종인이에도 아랑곳 않고 얼마 먹지않은 반찬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뭐하는거야?"
"오늘은 별로 입맛이 없어서. 도저히 못 먹겠다. 나 먼저 일어날게."
"어디 가려고."
"그건 너 알바 아니고. 계속 연락오던데 같이 먹어. 나 갈게."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식당을 나와버렸다. 계속 먹다간 체라도 할것같았다. 그와중에도 내심 녀석이 나를 잡으러 와주기를 바랬다. 물론 금방 접어버린 바램이지만. 걔가 나를 잡으러 왜 오겠어. 주먹을 꼭 쥐고 눈물을 참았다. 울고싶지만 이렇게 캠퍼스 한가운데서 펑펑 운다면 금방 소문나겠지. 상담심리학과 김여주가 겁나 서럽게 울더라. 라는 별 영양가 없는 소문이겠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무슨일 있냐며 물어올거야. 그러니까 나는 지금 울어선 안돼. 온 힘을 다해 눈물을 꾹 참곤 오후강의가 있는 과건물로 서둘러 들어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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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후배!"
"안녕하세요, 선배."
"너도 가려고? 웬일이야? 너 이런 자리 맨날 내뺐잖아."
"그냥요. 그냥."
오늘 실용음악과랑 술자리 있다는데 너 갈거야? 오후강의가 끝나고 나에게 물어온 동기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휩쓸리는것을 좋아하지 않아 언제나 내빼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좀 마셔야할것 같았다. 그래서 동기들과 예약된 술집으로 가고있었는데 뒤에서 찬열선배가 나를 봤는지 내 머리위에 손을 얹으며 아는척을 해왔다. 아, 선배도 실용음악과였지. 나는 대충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웬일로 너가 이런 자리를 가냐며 내 머리를 헝클이는 선배에 그냥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내 반응에 선배는 어깨를 한번 으쓱일 뿐이었다.
"야 너 좀 천천히 마셔. 술도 잘 못하는 애가 왜 이러냐, 오늘."
"선배. 한잔 더 따라주세요."
자리에 앉자마자 여기저기 선배들이 따라주는 술을 막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마시고 있는데 언제 내옆으로 왔는지 찬열선배가 내 손에 쥐어진 잔을 빼앗으며 나를 제지했다. 나는 내 앞에 놓인 다른컵을 들이밀려 한잔 더 따라주세요 라는 되도않는 애교를 피웠다. 그런 내 반응에 선배는 조금 당황하더니 탄산음료를 대신 따라줬다. 아니, 이거말고 술을 달라구요.
"너 이따 집은 어떻게 가려고 그래. 그만 마셔. 응?"
"아, 선배 이거말고 술을 줘야죠. 탄산음료가 뭐에요."
나를 말리는 선배의 손을 치우곤 내 눈앞에 놓인 소주병을 들어 잔에 따랐다. 아, 나 소주는 진짜 약한데.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먹고 죽자. 따라놓은 소주를 원샷하는 나를 보던 선배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니 그래, 너 다 마셔라 라며 아예 내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애초에 자리 잡을 때 구석에 자리를 잡아서 그런가 선배와 나 말고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아마 다들 노래방 기계 쪽으로 간것같았다. 나는 소주를 한잔 더 따르려다 아예 병째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어이고, 아주 병나발을 불어라. 나를 따라 선배도 소주병을 들어 병째 들이마시더니 내 병과 짠까지 했다. 나는 그게 웃겼다. 왜 웃긴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웃겨. 짠이 뭐야, 짠이.
"왜 내 병 치고 그래요."
"건배도 안되냐? 우리 후배 많이 까칠하시네."
"선배니까 봐줄게요."
"너 그새 취했냐? 말투가 살짝 풀린거 같다?"
"그래요? 나 얼마 안 마셨는데.. 취했나? 아니에요, 나 안 취했어요."
"취한사람이 나 취했다고 그러냐? 아니야, 너 취했어. 이제 진짜 그만 마셔."
"안돼요. 나 오늘 좀 속상하단 말이에요.."
"뭐가 그렇게 우리 후배를 속상하게 했을까."
그러고보니 얼굴에 열이 좀 오른거 같기도 하고. 나 진짜 취했나. 그러기엔 정신이 아직 멀쩡한것 같은데. 내 손에 쥐어진 소주병을 빼앗가 가려는 선배에 안된다며 더 꼭 쥐었다. 나 오늘 좀 속상하단 말이에요.. 라면서 한모금 더. 으, 언제 먹어도 맛은 없다. 목이 타는 기분이야. 소주 한모금에 인상을 팍 쓰는 내 머리를 또 헝클이며 뭐가 그렇게 우리 후배를 속상하게 했을까 라며 중얼거린다. 이게 다 김종인 때문인데.. 종인이한테 소개팅 시켜준건 선배잖아! 이 못된 선배. 나쁜 선배.
"아. 나를 왜 때려. 여주후배 술 먹으면 과격해지나?"
"선배는 진짜 나쁜 선배에요. 왜 소개팅을 시켜줘가지고.."
"응? 뭐라고?"
"선배는 쓸데없이.. 왜 종인이한테 소개팅을 시켜줘요오..."
소주병을 내려놓고는 주먹으로 선배의 팔뚝을 툭툭 치는데. 어라, 팔에 힘이 자꾸 빠지네. 그래도 때릴거야. 선배 너무 미우니까.. 왜 소개팅을 시켜줘가지고.. 응? 뭐라고? 힘없이 툭툭 부딪혀 왔다가 가는 내 손목을 붙든 선배에 나는 살짝 알딸딸한 정신이었다. 아, 나 취했나봐. 맥주 마실걸. 괜히 소주 마셔가지고 일찍 취해버렸잖아. 내 손목을 붙든 선배를 보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선배는 쓸데없이.. 왜 종인이한테 소개팅을 시켜줘요오... 말끝이 흐려지는걸 보니 나 진짜 취한거 맞다. 얼굴은 터질것처럼 뜨거웠고 목에도 열이 오른것 같았다. 온몸이 울긋불긋. 이러니까 내가 술을 잘 안 먹지.. 맨날 선배들이 홍당무라고 놀리니까. 이왕 취한거 그냥 정신놓고 마실까. 찬열선배에게 붙들린 손목을 빼내선 소주병을 들려다 맥주병을 들었다. 아무래도 소주를 마셨다간 훅 갈것같아.
"종인이한테 소개팅 시켜줘서 싫었어?"
"당연히 싫죠! 그것도 엄청엄청 이쁜애랑 시켜버리면.. 내가 더 초라해지잖아요.."
"너가 왜 초라해 지는데?"
"나는! 그 경영학부 여신이라는 애랑 비교하면 하나도 잘난게 없으니까요.. 키가 큰것도 아니고 얼굴이 이쁜것도 아니고... 이렇게 얼굴또 빨개지는데. 당연히 내가 초라하죠!"
"...너 종인이 좋아해?"
"으, 맛없다. 써요. 이거 너무 쓰다아.."
"여주야, 너 종인이 좋아해?"
"있잖아요.. 나는 종인이를 보면 너무 씁쓸해요. 에스프레소 100잔 먹은것보다 더 써요. 지금 마시는 이 술처럼 써요. 그냥... 다 써요. 걔는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요."
맥주를 홀짝홀짝 거리다가 따끔따끔한 탄산이 싫어 다시 소주로 갈아탔다. 근데 자꾸 술잔이 내 손에서 미끄러진다. 손에 힘이 안 들어가.. 나 진짜 취했네. 그런 내 손에 술잔을 자신의 손과 포개어 쥐어준 찬열선배였다. 그게 마시라는 신호인거 같아서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술잔을 입에 털어넣었다.
너 종인이 좋아해? 술잔을 입에 털어넣고 나니 선배의 질문이 훅 들어왔다. 그에 나는 대답않고 그저 술이 너무 쓰다며 찡찡거렸다. 이거 너무 쓰다아.. 인상을 잔뜩 찌푸린 내 입으로 새우튀김이 들어왔고 나는 그 새우튀김을 오물오물 씹으며 선배에게 고맙다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여주야, 너 종인이 좋아해? 새우튀김을 씹던 나에게 선배는 또 훅 들어오고. 아직 입안에 가시지않은 술의 씁쓸함이 느껴졌다. 먹던 새우튀김을 마저 입에 다 집어넣곤 테이블 위로 고개를 쿵 박았다. 아, 너무 어지러워.. 그리곤 나도 알수없는 말을 지껄였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술의 씁쓸함이 꼭 종인이를 좋아하는 내 마음같았다. 걔는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요. 참 씁쓸하게 만들어..
"너 머리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취했어. 알아?"
"알아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쿵 하고 박았잖아여.."
"원래 사람이 술에 취하면 진심이 나온대. 그것도 알아?"
"취중진담이요? 알죠! 선배 나 지금 무시하는거에요?"
"아니. 그러니까 지금 니가 하는 말들이 모두 진심이냐고 돌려 묻고있는거야."
"나는 선배한테 거짓말 안해요... 선배한테 내가 왜 거짓말을 해요."
"그러니까.. 너는 종인이를 좋아해?"
"음.... 그건...."
생각해보면 나는 4년동안 종인이를 짝사랑하면서 한번도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어 본적이 없다. 지영이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을때도 내가 종인이를... 이라면서 말끝을 흐리기만 했다. 그러니까 마음속으론 수천, 수만번 좋아한다고 고백했지만 내 입으로는 단 한번도 뱉어본적이 없다는거다.
종인이를 좋아하는 마음은 사실이지만.. 선배가 자꾸 저렇게 물어보면... 나는 하루종일 삼키기만 했던 눈물을 더이상 참지 못했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감정이 지맘대로야. 조절이 안되잖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지금 눈물을 참겠어. 오늘 하루종일 참을만큼 참았으니까 이제는 울때다. 나는 엎드린 채 말없이 눈물만 질질 흘렸다. 종인이를 좋아해? 내 등을 토닥토닥 거리며 재차 물어오는 선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만 끄덕이지말고."
"....좋아해요. 아주 많이. 내가 걔를 4년동안 좋아했어요. 그것도 엄청 많이."
"그 말 하기가 뭐 그리 어렵다고 그렇게 꾹꾹 참아."
"맞아요.. 나 종인이 좋아해요. 좋아해요. 엄청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파요."
고개만 끄덕이지말고. 선배의 말에 한참을 입안에서 혀만 굴리다 결국 뱉어버렸다. 좋아해요. 아주 많이. 끝도없이 부풀던 풍선이 팍- 하고 터져버린 기분이었다. 동시에 질질 흐르던 눈물이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한마디를 4년동안 가슴에 꼭꼭 묻어뒀다. 늘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꾹 삼켜버렸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한번 터져버린 감정은 나도 주체할 수 없었다. 가슴을 부여잡으며 나는 좋아해라는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그런 나를 선배는 그저 토닥이기만 했다. 나는 종인이를 정말 많이 좋아하나봐요.
"종인이를 좋아하면서 한번도 욕심 낸 적 없어요.. 그냥 옆에 있어도 좋았는데. 지금은 그게 너무 힘들어요... 내가 아닌 다른사람과 있는 종인이를 생각하면... 막 울고싶어져요."
막 내뱉는 말이 조금도 창피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취했고 제정신이 아니니까. 맨정신으로는 절대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이었다. 이렇게라도 내뱉어야지 싶었다. 안그럼 감정의 크기가 너무 커져 내가 감당할 수 없을것같았다. 김종인은 이런 내맘을 모르겠지. 그게 더 속상해. 나 혼자만 이러는게. 뭣도 모르고 다정했다가 무심했다가. 김종인 너는 진짜 사람 씁쓸하게 만들어. 이 에스프레소 같은 놈. 소맥같은 놈. 그래도 좋아해.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해.
"종인이 보고싶어?"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는 않은데... 지금은 쫌 많이 보고싶어요.. 보고싶다, 김종인."
"기다려봐."
선배는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런 선배를 보며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소주를 한잔 더 털어넣었다. 그리곤 다시 테이블에 쾅 하고 머리를 박았다. 아 나 너무 취했다. 이게 무슨 추태야. 근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가.. 몰라, 다 모르겠고 그냥 김종인이 보고싶다. 얼른 다 털어놓고 싶어. 내가 많이 좋아한다고.
그렇게 한참을 좋아해라며 중얼거리고 있었을 때였다.
"김여주."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내가 그토록 보고싶던 김종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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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분량은 여전히 길지않네요...ㅠㅠ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 모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그리고!! 암호닉 니니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