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
w.깐봇
나는 어릴때부터 기계인간들과 살아왔다. 내 옆에 있어주는 그들과는 달리 부모님은 항상 바쁘셨다. 감정소비는 가장 쓸데없는 낭비라며 거듭 주장해오신 부모님은 친구대신 기계인간을 붙여주시는데 그게 난 너무 미웠다. 그들에게 내심 정이가며 기대를 하면 그들의 입에선 "입력된 정보에 없는 상황입니다"라는 말만 나왔다. 그들에겐 세겨주고 싶어도 내 애정어린 말들이 닿질 않았다. 그래서인가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나는 부모님의 말에 동조하며 살고있다. 사실은 서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잘 살고있는 두분을 보며, 감정있는 척하는 기계들을 보며 내 심박수는 평화로이 일정하기만 하다. 나는 나의 외부세계들을 그저 '조건'이라 받아들였다.
다음의 '조건'에 적합한 풀이를 하시오.
세월이 지나 기술이 발달해 점 점 감정을 가지게 되는 기계인간들과 달리 나는 입력된 정보에 있는 상황을 살아가고 있다.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님은 아무 말없이 미리 준비라도 해놓았다는듯이 집을 하나 주셨다. 이 집은 온전히 내 것이라고 증명하는 듯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두 분 각 각 애인이 생기신 지금, 처음으로 초인종이 울렸다.
"어..안녕하세요?"
"누구시죠"
처음이였다. 현관문에서 누군가를 맞이하는건
"전 박찬열이라고 해요. ㅇㅇㅇ씨 맞으시죠?"
낯선 이가 내 이름을 알고있다는 거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맞는데 누구세요"
"아,말씀 못 들으셨나봐요. 앞으로 ㅇㅇ씨와 함께 살게됐습니다!"
"네?"
"잘 부탁드려요"
느닷없이 내 이름을 부르며 살갑게 굴고, 난 아무것도 모른채 함께 지낸다. 많이 겪어온 상황에 한숨이 나온다.
"기계인간이죠?"
"네?..네 그런데 저는.."
"진짜 감정도 있고 장기만 기계일 뿐이라고요?"
"..."
"저희 엄마가 보내셔서 오신거 같은데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네요"
"아,태워다주셨는데.."
"그럼 왔다가 갔어요?"
"바쁜일있으시다고.."
항상 바쁘시다. 지속되온 조건이라 별로 크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저기요. 난 내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당신 머릿속에 남질 않을거란걸 잘 알아요. 아직도 당신들 상황에 맞춰주며 살긴 싫거든요. 이젠 내 상황 맞춰주기도 벅차."
"..."
"가보세요. 전 기계인간이든 뭐든 지금 내 상황에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알아서 나가겠지 생각하며 미련없이 뒤도는데 따스한 무언가가 내 손목을 잡아돌렸다. 생소한 감촉에 뜀박질을 한 듯 머릿속이 울렸다.
"ㅇㅇ씨 말대로 저는 장기가 기계예요. 하지만 그뿐이예요. 내 기억은 앞으로 ㅇㅇ씨와 추억으로 쌓아가면 되요. 그게 곧 내 감정이 되겠죠."
"..."
나를 휘몰아치듯 내뱉어지는 말들에 목이 막힌다. 어..보통 기계인간들은 어떻게 반응했더라
"나 지금 긴장해서 엄청 떨고 있거든요? 조금이라도 흔들렸다면"
"..."
"나 좀 받아줘요"
"저기요"
"평생 같이 있어줄게요."
'입력된 정보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말이 쉽게 떠오르지가 않았다. 긴 대화에서 이 말을 듣지 않은건 처음이여서. 또 아직도 내 손목에 둘러싸인 온기가 생생해서.
아무생각없이 무엇에 홀린듯 집에 들이고나니 엄마생각이 났다. 왜 보냈냐고 전화를 할까하다가도 곧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이와중에 이 멀대같은 것은 내 옆에 나란히 앉아 날 쳐다보고있다. 너무 가깝다.
"저기 이름이 뭐라고했죠?"
"박찬열이요!"
"어..저 나이같은거.."
"ㅇㅇ씨가 저보다 2살 어리다고 들었어요!"
"아..근데 말끝마다 활기차는 조건은 없애면 안되나요"
"제 성격인데요?!!"
누군가를 간절히 때리고 싶은건 처음이였다.
"근데 좀 떨어져주실래요?"
"왜요?근데 ㅇㅇ씨는 반말써도 돼요"
"좀 너무 가까워서"
"근데 가까이서 보니까 예쁜데요?"
"뭐가?"
"ㅇㅇ씨요"
"예?"
"너"
그가 웃자 숨결이 볼에 닿아온다.
뭐,뭐야!
"알고있는 감정 중에 뭐 쑥쓰럽다 이런거 없어요?"
"왜요?"
"아니 좀.."
"어,ㅇㅇ씨 얼굴 붉어졌다."
내가..?
그의 말에 자각하니 얼굴에 열이 올라있는게 느껴졌다. 아, 그러니까 지금..
"지금 쑥쓰러워 하는거죠?"
"뭐?"
"아 ㅇㅇ는 예쁘다하면 붉어지는구나"
"..."
"기억할게요"
내 눈을 맞춰 웃고선 부엌으로 걸어가 냉장고를 열며 나에게 ㅇㅇ야,뭐 먹고싶어요?라고 물어오는 그에 난 아무대답도 하지못했다.
..이름에 씨는 어디로 날라먹었나.. 하나를 기억하면 하나를 까먹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