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정국X박지민]시혁고 노답국민 09
이불킥
--------------
부제:
얼마 되지 않는 매우 짧은 동안
0.
"진짜 안 올거야?"
"어, 대신 이라고 같이 있지않나"
"그렇긴 하지만"
오늘은 남준이의 생일! 조회시간부터 종례시간까지 먼지 털리게 맞은 남준이 마이까지 찢어졌어. 모르는 어르신이 지나간다면 세상이 말세야 하면서 남준이의 강제적인 패션에 혀를 두르셨겠지. 생일이니까 그에 걸맞게 남준이의 친구들이 아는 형네 술집을 예약해서 다 같이 술파티를 포장해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어 그래서 지민이도 부르려고 했는데 지민이는 안 가겠다는 거야. 대신 선물을 사주겠다고 하는 지민이에 남준이 시내를 따라가 가게들을 둘러보고 있어. 이거 어떤노? 평소 힙합을 좋아하는 남준이를 위해 음악 시디라도 사줄까 싶어 봐, 정작 남준이는 지민이 홈 처보기에 바쁘지만.
"오, 리한나 umbrella 이거 좋아 jay-Z가 피처링했거든"
"니가 좋다던 래퍼아인가? 이거 사면 되겠네"
산다? 앨범을 보여주고 말을 하고 남준이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자 지민이 카운터로 가 계산을 해. 미리 듣기로 있는 헤드셋을 끼고 나오는 노래에 남준이 손끝으로 허벅지를 두둘겨. When the sun shine we ′ ll shine together Told you I ′ ll be here forever, Said I ′ ll always be your friend Took an oath, I ′ mma stick it out ′ til the end 해가 빛나면 우린 함께 빛날 거야 난 너에게 항상 여기 있겠다고 말했고, 항상 너의 친구가 되겠다고 말했잖아 맹세했잖아 난 끝까지 너와 함께 할게. 머릿속에서 자체 변역을 한 남준이 두들기던 손을 멈춰 중얼거려. I vowed to be friends. 오늘 다시금 하는 다짐. 계산을 끝마치고 오는 지민이에 남준이 웃음을 띠어.
굳이 편지를 써주겠다는 지민이 덕에 둘은 분식집에 왔어. 분식집 하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떡튀순 세트를 시키고 도중에 들려서 산 편지지에다 지민이 무어라 글을 적어내려. 생각보다 반듯한 지민이의 글씨체에 남준이 기웃거리며 보다 지민이한테 걸려서 테이블 아래로 정강이를 걷어차였어.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남준이 지민이에게 젓가락을 건네. 잠만. 잠깐 동안 끄적인 지민이 됐다고 하면서 웃어 보이고 편지지를 곱게 접어 편지봉투에 넣어서 남준이에게 건네준 후 젓가락을 받아 떡볶이를 찍어 먹어.
"지금 봐도된다 별 내용 없어"
"그러냐"
바로 앞에서 펼처보니 생일 축하해라는 말과 몇 가지 말들. 맨 아래에 보이는 짱친 오래가자~↖@-@)↗ 라는 귀여운 그림에 남준이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트려. 이거 귀엽다. 그림을 가르키며 남준이 말하니 뿌듯한 지민이 웃으며 호석이가 알려준 거라고 자랑해.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로 지민이 써준 편지를 다시 한번 쭉 흝어보다 주머니에 곱게 넣고는 장난스럽게 말해. 나보다는 못 적었네. 머라카노, 니 악필인 거 온 동네방네 사람들이 다 안다. 튀김 하나를 쿡 찍어 들어 떡볶이 국물에 묻혀 먹고 웅얼거리는 지민이의 말에 남준이도 젓가락을 들어 떡볶이를 집어 들어 먹어.
"나 옛날에는 바른 글씨상 받고 그랬는데?"
"하모, 내 생일 때 기대한대이"
역으로 당한 느낌에 남준이 뭔가 싶어 웃는 표정으로 인상을 작게 쓰고 지민이 웃으며 튀김을 찍어 남준이의 입에 넣어줘. 생일 축하한대이~. 축하의 말도 잊지 않고 하는 지민이에 남준이 웃어버려. 바른 글씨 하니까 정국이가 떠오른 남준이 떡볶이 하나를 입에 넣고 말해. 전정국은 진짜 악필인데. 뭐? 순대를 소금에 찍은 지민이 순간적으로 떨어트려. 뭐야, 몰랐던 거처럼 구네, 편 드는 거냐. 사람 좋게 웃으며 물을 홀짝이는 남준이에 지민이 작게 인상을 찌푸리고 생각해. 중학교 때 주고받던 공책이나, 정국이 제게 준 요점정리만 보면 정국이 글씨는 꽤나 반듯해서 예쁘다고 생각했거든. 지민이 의아해 혼자 뭔가 싶어 하다 남준이 jay-Z의 말로 넘어가 그냥 고개를 끄덕여.
1.
한동안 비가 안 오더니 다시금 존재를 알리듯 비가 내려. 자율수업 중 지민이 학교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다 문득 문제를 푸는 정국이를 봐 반듯한 자세에 깔끔한 책상. 예전 정국이는 가방을 들고 온 것만으로도 교사에게 박수를 받았었는데, 지금 보면 참 많은 게 달라진 것 같아 좀 기특하게 보여. 그게 지민이 덕인지 본인 스스로가 노력한 덕인지. 턱을 괴고 있던 지민이 팔에 힘을 풀고 책상에 엎드려 제 손 약지에 끼워진 실버 반지를 빼, 반지 안 쪽에 작은 이니셜로 적혀있는 jk ♡ jm. 사실 정국이 한밤중에 찾아왔을 때 이후로 서로 말을 하지 않았어, 그냥저냥 학교생활을 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같이 있는 자리는 피하고 그래서 남준이 생일파티도 일부로 가지 않은 거야. 그때 지민이와 했던 약속을 정국이 지키고 있는 중이거든
*
제 품에 안겨 서럽게 울던 정국이의 눈물이 잦아들어 지민이 고개를 기울여 정국이를 보고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줘. 평소 울면 티가 잘 안 나는 정국인데 얼마나 서럽게 울어댔는지 눈가나 코끝이 붉어져 지민이 위로하듯 정국이 뒷머리를 쓰다듬어. 살가운 말도 해주고 싶지만 아직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았는지 말이 떨어지지 않아 지민이 그저 웃으며 정국이를 마주해. 한껏 울어서 어느 정도 술이 깬 정국이 자신이 한 일을 되짚어 입술이 하얗게 질릴 때까지 아랫입술을 꾹 깨물어. 무서웠을 지민이에 정국이 고개를 들어 습관적으로 지민이를 안고 토닥여 주려 하자 지민이 작게 움찔거리며 몸을 뒤로 빼. 방금 전 행동에 지민이 본인이 더 놀라 커진 눈으로 정국이를 마주 보니 정국이 폈던 손을 말아 쥐어.
..미안타. 울음기 가득 말하는 정국이에 말에 괜스레 미안해진 지민이 아이다. 말해주고, 정국이의 어깨를 토닥이려다 손을 거둬 자신의 양손을 모아 살짝 움켜쥐어. 안 무섭고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건 당연히 거짓말이겠지 순간 앞에 정국이 무서워 꿈이었으면 하고 얼마나 바랬는지, 게다가 이와 비슷한 일을 예전에 겪은 바 있는 지민이라 공포감이 더욱이 컸어. 그래서 지금 당장은 정국이에게 다가가는 게 조금 어렵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국이 죽도록 미운 게 아니라 그나마 지민이 마주할 수 있어, 또 저렇게 미안해 죽는 정국이에 조금이나마 안도의 웃음이 나려고도 하니까.
"정국아"
"..어"
"우리, 시간 좀 갖자"
얼마 전부터 자꾸만 불안해하는 정국이를 아예 몰랐던 건 아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은 정국이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보듬어 주면 정국이도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어. 그 후로 더 정국이에게 신경을 쓰고 받기만 했던 것을 조금이나마 돌려주려 했던 건데 이렇게까지 큰 역효과일 줄은 지민 본인도 몰랐지. 그래서 지민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거야 너무 서로를 좋아하는 나머지 불안감에 휩싸이는 이런 피곤한 사랑을, 잠시 동안 정리하고 생각하자고. 잠깐의 뜸을 들이면 그래도 앞으로의 사랑은 덜 무겁고 덜 힘겹기를 바라면서.
지민이의 말에 정국이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지민은 바꿀 생각이 없어 그런 정국이의 눈가를 쓸어줄 뿐이야. 내가 미안해, 더 잘할게. 자신의 눈가를 어루만지는 지민이의 손을 잡고 정국이 울음을 터트려. 정국이의 울먹이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정적만이 가득해.
밖에서 간간이 떨어지는 빗소리가 싫다고 말하는 소리 같아 정국이 투둑 눈물을 떨궈,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잠깐의 시간을 갖자는 말이지만 그것도 정국에게는 목을 조여와. 그 잠깐의 시간 동안에 지민이를 고파할 자신을 알아 정국이 애원하듯 더 잘할게, 진짜 내가 더 잘할게. 반복 적으로 중얼거려. 어느 때보다 작아 보이는 정국이의 떠는 어깨가 지민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해. 우느라 머리가 어지러운지 한 손으로 제 눈을 가리고 울먹이지만 그러는 중에도 잡은 지민이의 손을 놓지 않아. 길을 잃은 애처럼 애처로워 보이는 정국이에 지민이도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을 떨궈.
*
그렇게 미친 듯이 울어젖힌 정국이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잘 견뎌줘서 지민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그래도 여전히 둘의 약지 손가락에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늘 반지가 껴있었어. 둘이 습관적으로 끼고 있던 이 반지는, 이제 뺐다가는 정말 이별을 할 것만 같아서 목숨줄 처럼 놓지를 못하게 되었어. 2년가량을 껴 꽤나 녹슬어진 반지를 이리저리 보다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빼 반지가 교실 바닥으로 떨어졌어. 지민이 주우려고 책상 앞 쪽을 잡아 몸을 빼다 교사에게 걸려 지적을 받았어, 별 수 없이 끝나고 주워야겠다 싶어 책상에 엎드려 지루함에 다 풀은 문제집을 넘겨 오답을 다시 한번 정리해.
"박지민이, 일어나!"
누군가 귀에 가 대고 외치는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 지민이 깨, 도중에 잠이 들었는지 수업시간이 다 끝나있어. 종이를 돌돌 말아 지민이 귀에 다 외친 윤기가 웃으며 빨리 옷 갈아입으라 하고 옆에 서있던 다른 애에게 장난을 쳐. 보고 있던 호석이 재밌어 보였는지 교탁에 유인물을 말아다 윤기와 같이 돌아다니며 애들 고막을 테러해 지민이 기지개를 펴며 웃어. 다음 시간이 체육인지 애들이 체육복을 입고 축구화를 들고 다녀, 지민이 뻐근한 목을 한번 돌리고 자리에 일어나 사물함으로 가.
이게 웬걸 열어보니 사물함 안에는 칫솔세트 빼고는 텅 비어있어. 엊그제인가 세탁기에 넣고 빨았는데 챙겨오는 걸 잊은 거지 그러고 자연스럽게 정국이 쪽을 보는 자신에 아차 해. 본인이 시간을 갖자고 얘기했으면서 잠깐 까먹고 있었어 지민이 헛웃음을 짓고 복도로 나가 체육복을 빌리러 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떻게 된 게 체육복을 가지고 있는 애가 없는 건지, 또 갖고 있는 애도 같은 체육시간 때라 못 빌리겠어 지민이 터덜터덜 반으로 돌아가 빠져나갈 궁리를 생각해.
고막 테러가 지겨워진 건지 오늘의 당번인 윤기가 교탁 옆 의자에 앉아 교탁을 치며 애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재촉하고 있어, 호석이는 이미 딴 친구와 나갔는지 보이지 않고. 지민이 교탁에 기대서 윤기가 그런 지민이를 보고 말해. 뭐하노, 퍼뜩 갈아입어라. 없다 까먹고 안 가지고 왔나 보다, 아들도 없다 카고. 지민이 투덜대면서 하는 말에 윤기가 돌돌 말린 종이로 지민이 볼을 찌르며 씩 웃어. 니 이제 엿됐대이. 놀리는 의도가 다분한 윤기의 말에, 지민이 약이 올라 한껏 웃는 윤기를 노려보고 교실 문쪽으로 발을 돌려 나가.
"임마, 어데 가노!"
"보건실 간다, 와!"
아프지는 않지만 축 처지는 기력에 체육관 열 바퀴까지 뛰고 싶지 않아 지민이 잔머리를 써.
보건실 문 앞에서 머리도 한번 헝클이고 멀쩡한 입술을 쭉 늘려 갈라지게도 해본 지민이 배를 부여잡는 시늉을 하고 보건실 문을 열어. 잔뜩 앓는 소리를 내고 쌤요, 저 누워있다 갈게요.. 라고 말해. 단박에 안 아픈 걸 눈치챈 보건교사가 웃으며 맞아서 눕고 싶나? 물어 지민이 차렷 자세를 하고 빠르게 고개를 돌이 짓 해. 가라. 아 쌤, 근데 저 정말 아픈 거 같은데.. 애교 부리는 것처럼 고개를 살짝 기울여 눈에 반짝이를 장착해 보건교사를 올려다보니 교사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어버려. 지민이와 꽤 친분이 있는 보건교사가 이번만이다, 자라. 하고 고갯짓해 지민이 아싸 해.
흥얼거리며 슬리퍼를 벗고 슬립을 하기 위해 침대에 위에 누워. 제 할 일을 하는 보건교사의 자판기 타닥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민이 핸드폰을 하다 팔이 아파져 옆으로 누워. 밖에는 비가 오니까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고 있을 윤기와 호석이를 부러워하다 점심시간 때같이 해야지 생각해. 핸드폰이 지루해져 잠을 자려는데 도저히 오지 않는 잠에 지민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거리다 보건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어데 아파서 왔노? 보건교사가 움직였는지 의자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 그리고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열이 좀 난대서예"
"무슨 남일 처럼 말하노, 마, 허벌나게 뜨신데 병원은 갔나?"
"아이예"
"약 먹고 누워있으라, 아니믄 조퇴 시켜달라칼까?"
대답 소리는 안 들렸지만 조퇴를 거절했는지 정수기에 물 따르는 소리가 들리고 정국이 침대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해. 놀란 지민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숨을 죽여 자는 척을 해. 이내 신발 벗는 소리가 들리고 몇 번 부스럭 이불 소리를 내다 잠잠해져 지민이 이불을 손으로 살짝 들춰 옆에 있는 침대를 봐. 지민이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정국이 이불을 덮고 누워서 눈을 감고 있어. 가까이서 보는 것이 간만이라 지민이 잠깐 멍하니 정국이를 바라보다 정국이의 뒤척임에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이 상황이 어색하기만 한 기분에 속으로 잠들어라라고 골백번을 외쳐.
2.
학교는 끝났는데 비는 계속 추적추적 내려. 하늘까지 어두워 꼭 천둥이 칠 것만 같아 지민이 창밖을 보며 아랫입술을 비죽여. 지민이 가지도 못하고 반에 남아있는 건 아까 점심시간 때 애들하고 신 나게 농구를 하다 미술교사가 잠시 갖다놓은 조각상을 운 나쁘게 깨트렸어 그래서 담임교사와 함께 불려갔고 지금 반성문을 쓰고 있어. 유치원도 아닌데 자꾸 반성문만 쓰게 하는 학교에 지민이 투덜거리다 본인의 잘 못임을 다시 자각하고 책상에 엎드려 느릿하게 써내려가. 같은 말을 반복해서 쓰고, 돌려 말해서 쓰고, 어려운 단어로 바꿔 쓰고 하다 보니 한 장을 다 채워 가방을 챙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무실로 가.
"조심 좀 해라, 이 망난아"
"히, 알겠습니더"
"됐다, 가라"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두 번 다시는 안 그러겠다 지키질 못할 약속을 하고 학교를 나와. 보충을 하는 시간대라 지민이 혼자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우산도 없어 지민이 뛰어가 그러다 몇 분도 안돼 지쳐서 비를 맞으며 걸어가다 문득 정국이 떠올라. 굳이 지민이 정신 차리고 챙기지 않아도 정국이 알아서 다 챙겨줬는데 싶어, 사실 지금뿐만이 아니라 계속 정국이 떠올랐어 체육복 때도 그렇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을 때도, 과학시간 때도, 반성문을 쓸 때도. 생각해보면 정말 정국이 없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 정말 놀랬던 건 친구와 얘기를 하며 나 뭐 했어. 라고 말을 하려는데 그 매 순간 정국이 있었어.
갑자기 정국이 보고 싶은 마음이 터진 지민이 작게 울상을 지어. 스스로를 달랠 겸 손에 껴있는 반지를 보려는데 없어 아까 교실에서 떨어트리고 까먹어서 안 주운 거야. 지민이 잔뜩 울상을 짓고 학교 쪽으로 다시 비를 맞으며 뛰어가. 반지를 잃어버린 다면 다시 정국이와 시작을 못 할 것 같아 불안감에 다리가 자꾸 휘청거려, 그러다 한번 크게 넘어져 주변에 지나가던 아저씨가 일으켜 주면서 걱정 가득 말해. 학생, 괘안나? 급한 마음에 지민이 바로 일어나 아저씨한테 고개를 꾸벅거리고 다시 뛰어. 뒤에서 학생! 하고 외치는 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지민이 정신없이 앞만 보고 향해.
교실에 도착해 지민이 문을 열어젖히고 제자리 주변을 찾아. 어데 갔노 반지야.. 울먹거리는 듯한 지민이의 간절한 물음에도 반지는 보이지 않아. 혹시나 싶어 반 전체를 곳곳이 뒤져보고 자신의 책상 서랍이나 사물함, 교복 주머니까지 찾아봤는데 없어. 교실 바닥에 주저앉은 지민이 답답한 마음에 발을 구르다 얼굴을 손으로 가려 눈물을 터트려. 우짜노, 우째. 짜증과 울먹임이 가득한 지민이의 푸념에 한 교사가 반 문을 열어 지민이에게 다가가 몸을 숙여. 뭔 일 있나? 다독이는 교사의 손길에 다시 또 정국이 떠올라 지민이 고개를 숙이고 우는소리를 내 이유를 모르는 교사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해
"하여튼 간에, 박지민이 니는 한시라도 사고를 안 치면 몸이 근질거리나"
수건으로 얼굴을 닦던 지민이 머쓱하게 담임을 향해 웃어 보여. 뭘 잘 했다고 웃노.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담임이 따듯하게 탄 코코아를 지민이에게 건네. 담임교사도 많이 놀랐지 집 간다고 간지 얼마나 됐다고 딴 교사가 불러 반에 가보니, 비에 젖은 생쥐 꼴을 하고 우는 지민이를 다시 상봉했으니까. 좀 괜찮아졌는지 울음은 그쳤는데 여전히 붉은 눈가나 코끝에 담임교사가 한숨을 쉬어. 그에 자신을 걱정하는 담임을 눈치채 지민이 부러 더 웃으며 코코아가 너무 싱겁습니더. 하니 담임이 헛웃음을 내뱉고 지민이 머리를 헝클어 마주 웃어.
"집까지 대려다 주고 싶은데, 야자감독이라 이해해도"
"괘안습니더, 제가 병자입니까"
"대신, 니 친구 불렀으니까 같이 가라"
예? 지민이의 물음에 답을 얻기도 전에 교문 밖에서 발소리가 나 시선을 향하자 정국이 약간 붉어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고 서있어. 손에 우산이 들려있기는 한데, 쓸 생각을 못 했는지 정국이 비를 맞고 있어. 그 친구라는 애가 정국임을 인지한 지민이 놀라 눈을 크게 키우고 담임을 봐. 와,와 자가.? 니랑 제일 친한 친구 아이가, 부르자마자 바로 오겠다던 대. 쫌! 은 말은 못하고 속으로 삼킨 지민이 일단 손에 들고 있던 코코아를 내려놓고 수건으로 정국이의 머리에 물기를 털어줘. 오라고 진짜 오면 우짜노, 니 아프지 않나! 자신을 걱정해서 짜증을 내 말하는 지민이에 정국이 숙였던 고개를 들어 지민이를 봐.
거의 이주만에 가까이서 보는 지민이에 정국이 웃음을 짓고 지민이를 안으려다 멈칫하고 손을 거둬. 그런 정국이에 지민이 울컥하는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고 정국이를 가슴 가득 끌어안아 정국이의 어깨에 고개를 묻어, 뛰어왔구나를 짐작할만큼 빠르게 뛰는 정국이의 심장에 지민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떠. 싫어하면 어쩌지 싶어 정국이 머뭇거리다 따듯하게 퍼지는 지민이의 온기에 같이 꼭 끌어안아.
3.
누가 친구 아니라고 할까 봐 지민이와 똑같이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정국이와 지민이 감동의 재회를 하는 것을 보고 담임교사가 웃음을 터트렸어, 그리고 한대씩 쥐어박았지 이게 어디서 담임을 걱정시켜? 하는 마음에. 둘을 택시를 태워 보냈어 목적지가 어디냐는 택시기사의 말에 정국이 지민이네를 말하려다, 먼저 선수를 친 지민이 정국이네를 말했고 그렇게 둘은 정국이네 집 앞에 도착해. 너무 젊다고 방심 말고 건강을 챙기라는 택시기사의 오지랖 같은 말에 한 오지랖 하는 지민이 마주 웃어주고 보냈어. 정국이 본인 집 앞에서 들어갈 생각은 안 하고 가만히 서있어 지민이 정국이를 끌어다 집 안으로 들어가.
"집은 따시네"
"..지민,"
"뭐하노, 퍼뜩 씻고와라"
화장실로 정국이를 밀어 넣고 지민이 샤워하기 전에는 뭘 입는 게 찝찝할 것 같아 순서를 기다리며 목욕가운을 찾아 입고 있던 옷을 다 벗어 정국이네 세탁기에 넣고 목욕가운을 둘러. 부엌을 기웃거릴 때야 물 소리가 들려 지민이 바람 빠진 웃음을 짓고 냉장고를 뒤적거려. 요리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아픈 정국이를 위해 죽을 만들까 싶어 냄비에 물을 채워 넣고 밥을 끓이고 냉장고에 있는 야채도 좀 썰어 넣고, 간을 맞추고. 간 맞추기가 생각보다 잘 안돼서 양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같이 먹으면 그만이니까 싶은 오늘도 쿨남 지민이 물 소리가 멈추고 나서 죽을 그릇에 담아 세팅해놔.
내조의 왕자라도 될 생각인지 지민이 정국이가 샤워를 할 때 속옷이며 갈아입을 옷을 앞에 두어 지민이 말 잘 듣는 정국이 그대로 입고 나왔어. 여전히 이런 지민이 어색해 정국이 표정이 밝지는 않아. 머리에 수건을 얹고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지민이 부엌 식탁에 앉아 웃으며 정국이를 반겨. 죽 먹으래이. 자신이 만들었다는 게 뿌듯한지 웃어 보이는 지민이에 정국이 느릿하게 식탁으로 가 앉아. 씻으러 들어간 지민이 씻고 나올 때 동안 정국이 손을 하나도 안 됐어. 지민이 한쪽 눈을 찡그리고 죽을 한 수저 떠서 호 불어 지민이 정국이에게 줘, 눈치를 보듯 지민이를 보는 정국이에 얼른 먹으라는 듯이 지민이 턱짓을 하자 정국이 잘 받아먹어.
어때, 맛나나? 어, 맛나다. 만족스러운 대답에 지민이 자신도 먹으려고 한 수저를 뜨고 호 불어먹었는데 엄청나게 뜨거워서 다시 뱉어버렸어. 지민이 식탁을 손바닥으로 처 호들갑을 떨며 뜨시잖아! 소리치니 정국이 당황해 차가운 물을 떠와 지민이한테 건네. 냉큼 받아 마시고 혀를 내밀어 식히는 지민이 인상을 작게 써.
"니는 안 뜨셨나"
"조금"
조금은 염병. 혀가 다 딘 지민이 속으로 중얼거리고 냉장고에서 얼음 두 개를 꺼내 하나는 자신에 입에 넣고 하나는 정국이 입에 넣어줘. 조금은 가시는 아릿함에 얼음을 입안에서 굴려. 입에 얼음을 넣고 죽을 휘저어 식히는 정국이를 보다 지민이 목덜미를 긁적이며 말해. 마이 묵으라. 원래는 미안했다 뭐 그런 얘기를 하려는데 도저히 말이 떨어지지가 않아 괜스레 딴 말을 해. 정국이 고개를 끄덕여. 응. 대답하고 어느 정도 다 식힌 죽을 지민이한테 주고, 지민이의 죽을 가져가. 묵으라, 좀 식었다. 거의 이주만에 다시 느끼는 정국이의 챙김에도 묻어 나오는 익숙함에 지민이 슬쩍 웃음을 지어. 고맙대이.
죽을 다 먹고 뒤처리는 정국이가 하게 내버려 둔 지민이 정국이의 침대에 누워 방을 새삼 구경해. 자신과 같이 고른 정국이의 가방, 책 꽂이에 놓인 억지로 꽂아 놓은 방탄 앨범, 자신이 중학생 때 천장에 붙여준 야광 스티커, 가끔 와서 잘 때 편하게 자려고 놓인 추가된 베개. 그 외 사소한 것들에 다 자신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에 지민이 마음이 간지러워져. 설거지까지 하고 돌아온 정국이 침대 끝에 걸터앉아. 티브이도 틀어놓지 않아 밖에 비 내리는 소리와, 비가 창문에 부딪쳐 나는 소리만 들려. 지민이 정국이 등에 동그라미를 그리니 정국이 지민이를 한번 보고 다시 눈을 내려 중얼거리듯 말해.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한테 억수로 잘해줬다"
"응?"
놀란 지민이 몸을 일으켜 정국이를 보니 정국이 아랫입술을 감춰 물고 말을 이어. 갑자기 없는 살림에 놀이공원도 보내주고, 극장도 가고, 그때 처음으로 피자도 먹어봤다 그러고 이삼일 뒤엔가, 죽었다네 병원에서, 원래 아픈 사람이었데 보기엔 진짜 멀쩡했거든. 담담하게 말하는 정국이에 지민이 손을 말아 쥐어. 언제 한번 물어보기는 했지만, 대답을 피하는 정국이에 지민이 더 이상 묻지 않았던 말이야. 시간이 많이 지나 이제 괜찮아졌다고는 하지만, 정말 괜찮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다 그냥 아닌 척 그렇게 지내는 거지. 정국이도 그중 한 사람이고.
"그래서..변하는 걸 좀 무서워한다, 특히 니는"
웃는 표정을 지으려 하는데 자꾸 일그러지는 표정에 정국이 인상을 쓰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어.
"..내가 가장 좋아하니까, 더"
그래서 그랬던 거 같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미안해. 뭔가 간절한 정국이의 말에 지민이 숨을 죽이고 작게 찡그려. 왠지 모르게 그동안 정국이 좋지 못 하게 지냈던 것들이 지민이를 감싸고 울부짖는 것 같아. 왜 그랬어. 하면서. 모든 순간이 정국이인 지민이와 달리, 모든 게 지민이인 정국이 떨고 있어. 그 작은 차이가 큰 폭을 만들어 지민이는 그저 그 폭을 줄이고 싶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나 봐. 자신을 잡기 위해 어려운 말을 꺼내는 정국이를 보고 지민이 잔뜩 울상이 되어 눈물을 떨궈. 미안해, 미안해.
두 손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가리고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웅크려 조여오는 죄책감에 어쩔 줄을 모르는 지민이를 정국이 품에 담아 안아. 내가 더 미안타, 많이 무서웠지. 아이다, 내가 더 나쁘다. 등등 미안할게 한 몇천 가지는 되는지 말 끝마다 미안해라는 말을 달고 알아들을까 싶은 웅얼거리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꼬옥 껴안아. 그동안 제대로 마주하지 못 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내뱉기라도 하는 듯이 틈이 없도록. 창밖에 내리는 짓소리가 작았던 게 아닌데도 서로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느낌에 잔뜩 울먹이는 지민이의 눈가를 어루만지고 정국이 지민이와 입술을 맞춰
4.
"..나 좀, 안아도,"
5.
정국이의 품에 안겨있던 지민이 갑자기 벌떡 상체를 일으키고 눈을 키워 인상을 찡그린 채 입을 다물 생각을 못 하고 있어. 반지이.! 지민이 절규하듯 눈을 감아 찡그리고 주먹을 말아 쥐어 침대를 약하게 툭 쳐. 같이 상체를 일으켜 앉아 지민이를 본 정국이 잠깐의 뜸을 들이다 자신의 손에 있는 반지를 빼 옆 책상에 올려놔. 됐나. 정국이 반지 자국만 남은 손을 쥐었다 펴 지민이에게 보여주니 지민이 그래도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가득한지 손에 껴 있어야 할 반지가 없어 울상을 지어. 미안타.. 기가 죽어 말하는 지민이에 정국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이 입을 달싹이다 꾹 다물어.
"맞다, 너 아프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 보건쌤하고 짜서 대뽀깐긴데"
본인이 뻘쭘한지 대화 화제를 돌려주는 지민이에 정국이 한시름 놓고 당당하게 말해. ..머라꼬? 당황스러운 지민이 인상을 쓰며 말하니 정국이 대략적으로 설명해줘. 그러니까 정국이 지민이와 약속을 지키는 동안 너무 지민이 간절했어, 어느 때나 시도 때도 없이. 가끔 지민이 자신을 볼 때면 마주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누르고 참아야 했지 어떻게 보면 정국이 잘 못이 있기는 하니까. 그렇게 지민이의 얼굴은 보고 싶고 그렇다고, 대놓고는 못 보겠고 해서 지민이 보건실에서 자고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보건실로 갔어, 종이 한 장을 들고. 거기에 적혀있던 글을 보고 융통성이 없지 않은 보건교사가 대충 눈치를 채 정국이와 같이 입을 맞춘 거지. 그 뽀뽀 말고
지민이랑 다퉜어예 제 잘 못입니더 근데, 지민이가 보고싶네예.
나지도 않는 열을 심하다고 말하고 진지하게 말을 하면서도 웃는 보건교사에 정국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어. 그 덕분에 잠깐이라도 지민이와 함께 있을 수 있었고 잠시나마 정국이 마음이 조금은 안정감을 되찾았지. 도중에 여러 가지의 감정들이 힘들게 하긴 했지만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거니까. 걱정해서 죽까지 만들어준 지민이 살짝 빡쳐서 정국이를 때리려다 바람 빠진 웃음을 짓고 정국이를 끌어안아 도로 침대에 누워버려. 너무 울었더니 피곤하기도 하고 어찌 됐든 다시 자신의 옆에 있는 정국이 좋아 죽겠으니까. 자신의 가슴팍에 기대 눈을 감는 지민이를 보며 정국이 슬쩍 웃고 지민이 푹 잘 수 있게 어깨 츰을 토닥여.
6.
안 오나 싶더니 또다시 찾아온 비. 날씨까지 흐려 우중충한 기분에 지민이 작게 인상을 써.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우산을 챙길 생각도 못 했는데, 왜 늘 깜빡할 때만 이러는지. 속으로 푸념을 해서 뭐하나 싶다가도 먼저 가겠다고 웃으며 놀리는 윤기와 호석이에 지민이 열이 나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로 둘을 한껏 노려봐. 그러다 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표정을 풀고 고개를 돌려. 우산을 펼쳐 들고 있는 정국이 서있어 지민이의 어깨를 감싸고 가자. 하고 교문을 나가 지민이 그런 정국이를 보고 천천히 입꼬리를 올려 어두운 날씨와 대조되는 웃음을 지어.
"니삐없다, 알제?"
"안다, 내도"
내도 뭐가, 내도 뭐. 지민이 장난스럽게 대답을 재촉하듯 정국이의 팔을 살짝씩 툭 툭 치며 말하니 정국이 부러 반응을 안 보이다 고개를 기울여 자신을 노려보는 지민이에 웃어버려. 약간 벌어진 둘의 틈을 정국이 다시 지민이의 어깨를 힘 있게 감싸아 꼭 옆에 붙게 하고 신호대기에 잠깐 멈춰 서. 지민이 쪽으로 우산을 살짝 내려 얼굴을 가려, 뒤에 몇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다 개인 볼일을 보느라 신경을 안 써. 정국이 눈치 보지 않고 지민이의 이마에 꾹 입술 도장을 찍듯 정국이 입을 맞춘 후 마주 보며 다정하게 웃어.
"사랑해"
-
0.
숨겨진 뜻은 많은데 참, 어휘력이 딸려서 하하
1.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저 목표가 댓글 다섯개는 받아야지 였는데
그 이상을 받아서ㅠㅠ..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분발할게요!
진짜 한분 한분 다 감사드려요
2.
[깍꾸]
[국민평생가라]
[이삐]
[쌍남자]
[귤짱]
[김치찌개]
[베개]
[jedd]
[퐈이트]
[뎨뎨아기]
그 외 봐주시는 분들도 짱짱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