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흙같은 어둠이 흩뿌려진 밤,달빛이 창문에 새어들어 백현의 방을 환하게 빛나게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이 백현 하나뿐이라는 듯 잔인하게도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초월한 달빛은 백현의 어깨를 사뿐히 눌렀다.
시공간은 멈춰버린듯 그 어떤 잡음 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시계만이 0시0분0초인것을 알고있을뿐.
백현은 끝이 금테로 장식된 전신거울 앞에 서자 온몸에 촉각이 타들어가는 듯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아릿하게 느꼈다.
새벽의 시작, 푸른 빛이 백현을 안아 올리자 백현은 전신거울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아름다워.
백현이 너무 가까이 입술을 대고 말한 탓일까 백거울에는 입김이 서렸다. 백현은 뿌애진 거울에 자신의 이름을 삐뚤삐뚤하게 썼다.
백현은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두 팔로 자신의 마른 몸을 최대한 감쌌다.
"저리가....내가 가질꺼야."
아기가 옹알이하듯 하는 혼잣말 이었지만 백현의 말엔 가시가 날카롭게 서있었다.
백현이 다시 고개를 들어 천천히 전신거울에 담긴 자신을 바라보았다. 방향을 알수없는 텅빈 공허한 눈동자에 아름다운 소년이 담겼다.
백현에게 다가가듯 정성스럽고 맑지만 전혀 얕지않은 그런 눈동자였다.
그 어떠한 노력이 있어도 감정은 읽어낼수 없을 것만 같았다.
백현은 조심스럽게 그 소년에게 손을 뻗자 그 소년도 동시에 백현에게 손을 뻗었다.
백현은 히스테릭에 가까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만지지마!!!만지면 죽일꺼야!!!"
백현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그의 뇌리에 전율을 울렸다. 백현이 거울에 닿자 온기라곤 하나도 없는 차가움이 백현의 이성을 자극했다.
백현은 품속에 감추었던 금이 간 칼을 꺼내들어 거울을 향해 내리 꽂자 유리 파편이 백현의 눈에 튀었다.
그리고 더이상 앞을 보지 못하는 그의 두눈에서 피가 쉴새 없이 흘러내렸다.
거울을 봐도 앞을 보지 못보는 두눈은 그 어떤 형상도 허용하지 않았다. 주위는 캄캄하기 그지 없었다.
간간히 그 아름다운 소년의 인영이 어둠과 겹치자 백현은 안정이 되서 그제서야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처절해보였다. 피가 흘러내리는데도 비명한번 지르지 않고 해맑은 어린아이같이 웃으면서 그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백현씨!!!!!!!"
정신병동의 의사들이 백현을 보자 기겁을 했다. 백현은 자신의 귀를 있는 힘껏 틀어막았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그 소년의 이름을 부르는게 혐오스러웠다.
"피가 흐르고 있어요!!"
누군가 자신의 팔을 잡자 백현은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백현은전신거울을 향했던 칼을 자신의
심장으로 향했다.
푸우욱-
심장에서 펌프질하는 그의 뜨거운 피가 차가운 칼날에 묻어나왔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우린 이제 하나야.
백현의 입꼬리가 그제서야 완벽히 말려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