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은 죽었는데 말이지.”
텅 빈 집에서 울리는 내 목소리가 눈물겨웠다. 어쩐지 이승현이 죽었다고 말을 하면, 이층에서 나 안죽었거든! 라며 소리를 칠 이승현이 보일 것 같았다. 이승현의 이름을 여러번 부르면 욕실에서 알몸으로 나온 이승현이, 부르지 말라고 방방 뛰며 나타날 것 같았다. 집을 단 하루라도 비우고 들어오면, 쇼파에 누워서 울고 있던 이승현이 달려와 목을 껴안을 것만 같았다. 몰래 도망친 후 편지 하나를 남겨놓으면, 그 편지가 허름해질 때 까지 읽고 또 읽을 이승현이, 아직도 있을 것만 같았다. 텅 빈 집에서 울리는 내 울음소리가 지독히도, 눈물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