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na
데려가셔도 좋습니다!!
1.두준성규 |
그 녀석과 친해진건…… 처음 하는 대학생활에 정신없었던 20살 때였다. 소심한 성격덕에 먼저 다가서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과하게 활발한 녀석들은 같이 있으면 피곤해지기에 별로 좋아하지 않아 본의아니게 혼자다니게 됐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게 더 눈에 띄였는지……
"성규야, 한 잔 받아야지?" "성규야 첫 잔은 원샷이다? 알지?"
조용하게 넘어갔던 OT와는 다르게 MT에선 술잔이 나에게로 몰렸다. 갓 대학생활을 한 나는 지금까지 들었던 부풀린 이야기와 뉴스에 나왔던 이야기들이 머리 속을 떠다녔다. 권하는 술을 거부하면 구타를 당한다던지, 찍혀서 4년 내내 힘들게 지낼 거라는 고등학생같은 생각에, 주는 술을 거부하는 한 마디도 못하고 다 마셔버렸다.
"어이구, 성규 너무 마시는거 아니야?" "니가 다 먹여놓고는……. 이래서 애들이 너랑은 술마시는거 싫어하는거다."
선배들의 걱정아닌 걱정을 듣는 걸로 내 의식은 끊겼다. 일명 필름이 끊겼던거다. 의식을 잃은 것도 모른채 이상하게 닫혀있는 눈을 뜨니…… 웬, 모르는 놈의 얼굴이 보였다. 그것도 엄청 가까이. 생각없이 그 얼굴을 퍽 소리나게 밀쳤다. 소심한 나는 밀치고 나서야 그 녀석이 깨면 어쩔까 걱정을 했고, 조금씩 주위 상황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밖은 내가 눈을 감기 전보다 더 깜깜했고, 남자고 여자고 상관없이 다들 섞여서 자고 있다. 이래서 엄마가 누나가 외박하고 오면 쥐잡듯 잡았구나 생각하게 된다. 한 숨을 내뱉은 입에선 술냄새가 진동을 한다. 젠장. 결국 필름이 끊겨버렸구만.
"김성규."
딴 생각하느라 잊고 있던 녀석이다.
"나…… 알아?" "알지 그럼. 넌 나 몰라?"
그 녀석이 나를 어떻게 알며, 내가 왜 그 녀석을 알아야 하는지, 내가 정말 그 녀석의 이름을 모르는건지 생각해봤다. 생각하느라 미간이 찌그러졌는지,
"니가 나 모르는거 알겠으니까 그 팔자눈썹 좀 어떻게 해봐라."
나의 매력포인트인 팔자눈썹을 욕보이다니!!
"난, 너랑 같은 과에다 너랑 수업을 거의 비슷하게 듣는 윤두준이라고 한다." "아……."
사실 모르겠지만 예의상 기억난다는 듯이 제스처를 취했다. 누누히 말하지만 난 소심하니까.
"난 우리학교 축구동아리 덕에 꽤나 유명한 줄 알았는데…… 아니였네?"
유명할만 하다. 성격은 활발해 보이고 붙임성도 있어보인다. 그리고 꽤 잘 생겼다. 굵직굵직 해보이는 얼굴선에 부리부리한 눈. 눈썹도 짙고. 운동을 해서 그런지 몸도 좋아보인다. 어깨가 쩍 벌어진게…….
"난……" "알아. 김성규." "어…… 응." "20살에 울림고 나왔지?"
차마 입밖으로는 못 내뱉지만 경계는 눈빛에 가득 담아 바라보았다.
"노래하는 왕자님이네, 고독한 왕자님이네 하며 시끄럽게 떠드는 여자애들 덕에 알았지."
웩. 왕자님이라는니. 오글거려. 근데 태어나서 왕자님이라고 들은건 처음이다. 워낙 얼굴이 빼어나게 잘 생긴건 아니라…….
"너." "응?" "귀엽다." "뭐?"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얼굴에 표정이 다 나타나니까. 아직 애같아."
그 남자다운 얼굴로 씩 웃는게 여자 좀 꼬셔봤을 것 같다. 나까지 떨리는거 보면말이다. 젠장. |
2.호야동우 |
"우리 사귀게 됐어. 축하해줄거지?" "일찍 말 못해서 미안. 그래도 우리 삼총사 계속 붙어다니는거다?"
아…… 오늘 아침부터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럴줄은 몰랐다. 근데…… 나는 지금 누구한테서 누구를 질투하는거지?
"그래. 진작 좀 말하지. 괜히 힘들었겠네." "동우가 워낙 부끄러움을 많이 타니까." "아, 김은지 제발 조용히 좀 말해라. 응?" "뭐가~"
그래. 이런건 고민해 볼 필요도 없지. 은지인거다.
"점심 먹자고 불러서는 빈 속에 커피만 들이키게 했네. 밥 먹으러 가자." "아니." "응?" "나 중요한 일 하다가 중간에 나온거라……." "뭐야. 얼굴만 보자고 했다 그래도 점심시간인데……." "괜히 커플 사이에 껴있고 싶지 않으니까." "뭐야. 내가 아까 말한거 어디로 들은거야? 우리 삼총사는 언제나 꼭 붙어있자니까?" "알았어. 이번은 내가 진짜 바빠서 그래. 미안." "그래. 알았다. 바쁘다는 애 괜히 붙잡고 싶지도 않고. 그럼 바쁜일 끝나면 빠른 시일내에 연락할 것!" "네네. 알았습니다."
누가봐도 자리를 피하는게 보이는 나를 쉽사리 보내줄 은지가 이니다. 죄 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장동우도 보기싫다.
"그럼 나 먼저 나가본다." "그래. 너 진짜로 연락해라?" "어."
둘이 연애를 한다고 말 한 그 순간부터 장동우는 말이 없다. 얼굴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 꼴보기 싫었던 그 모습이 카페 문을 나서니 눈에 밟힌다. 당연히 좀 더 생각나야할 은지는 생각조차 나지 않고, 그냥 그 장동우의 정수리만 보일뿐이다.
"아, 짜증나."
입 밖으로 읊조리면 풀릴 것 같았던 짜증이 더 나기만 한다. 밥끼는 거르지 않았던 배는 오늘따라 조용하기만 하다. 애써 계속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지우려 서류의 글씨를 눈에 집어넣는다. 그래도 집중이 되지 않아 읽어본다. 입으론 읽고 있지만 머리 속은 장동우의 그 정수리만 보인다.
"호원씨. 먼저 들어와있었네? 밥은 먹은거야?" "아…… 그냥 배가 안 고파서." "배 안고프다고 밥 안 먹으면 쓰나." "속도 별로 안 좋고 해서요." "그래. 뭐, 점심시간에 무슨일 있었나?" "그냥……." "아침이랑은 표정이 영…… 여자친구한테 차였나?" "여자친구는요. 없어요, 여자친구." "근데말이지. 호원씨 표정이 딱! 실연한 사람 표정이라서 말이야." "그래요?" "내가 이 회사에서 연애상담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럽지. 무슨일이야?" "없어요." "뭔데, 뭔데. 무슨일 되게 많아보이는 표정인데?" "그냥……." "그냥?" "힘없는 모습을 보니까 계속 눈에 밟히는 녀석이 있네요." "녀석?" "아, 아니예요." "원래 친구사이였단 말이지."
눈치하나는 제대로다.
"아니예요. 없어요. 그런애." "에이, 아닌데? 눈에 밟히고, 다른 일에 집중하려고 해도 계속 생각나고?"
아, 오지랖 차팀장님한테 제대로 걸렸다.
"……네." "100%는 아니지만 나오네!" "……." "사랑이지, 사랑! 안보이면 보고싶고, 계속 생각나고." "근데 오랫동안 친구…… 였어요." "아이고, 이 사람아. 일은 빠릿빠릿하게 잘하면서 이쪽으로는 영 머리가 없고만. 자고로 사람이란 말이지. 어떤 상황이든 간에 딱 하고 눈에 들어온 순간부터 게임오버야. 그게 원조든, 동성이든 말이지." "그런…… 가요?" "네! 그렇습니다!" "……." "고민할거 있어? 이호원씨 정도면 잘생기고, 돈도 잘 벌고! 벌써 대리자리로 치고 올라왔고! 능력도 있고! 데려갈 사람이 누군지 정말 부럽다. 옆에 애인이 있어도 버리고 올 것 같아." "그게 동성이든, 애인이 있든 말이죠." "뭐, 말이 그렇다는……." "저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연애사업하다 실적깎이면 용서 안해. 점심시간 20분 남았다." "네!"
지금 내가 누구한테 무슨말을 하려고 가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발 가는데로 가서 입 움직이는데로 말하려고 한다.
"장동우!" "너……." "젠장! 내가 너 좋아한다고 장동우!" |
3.온유성종 |
"안녕하세요! 인피니트 성종이라고 합니다!" "아, 니가 태민이랑 동갑이라던?" "네!"
제2의 태민이니 하지만 넌 그래봤자 태민이의 발톱의 때만큼도 안됀다 이거야.
"안녕하세요, 온유선배님!" "어……. 그래, 안녕?"
살짝 구겨있던 표정을 간신히 피며 오는 인사를 받았다.
"저, 진짜진짜 선배님 팬이예요!" "어……, 내가 뭐가 대단하다고……." "아니예요! 진짜 완전 대단해요! 가수가 되려던것도 선배님 무대보고 나서 확고하게 다진거예요!" "그,그러니?" "네! 그래서 그런데……." "응?" "저,저기……."
비비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얼굴이 살짝 발그레해져서는 눈도 제대로 못마주친다. 뭐,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네. 화면상으론 여자같기만 해보였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남자다운 구석도 꽤 있다. 손도 큼직히고, 은근히 선도 굵직하다.
"그,그러니까 버,번……." "뭔데?"
새로운 모습에 감탄하는 내 모습에 놀라 괜히 뾰로퉁하게 말을 내뱉었다.
"아,아닙니다! 저…… 가볼게요. 좀있다 녹화장에서 뵈요."
아까 들어왔을 때처럼 허리를 구십도로 구부리고는 후다닥 가버린다. 뭔가 나때문에 저렇게……
"형, 왜그렇게 다른애들하고 다르게 대해?" "뭐가?" "내가 우현이 동생이니까 좀 잘해주라고 했잖아." "니가 친한애들 동생들한테 잘해주려면 연예계 애들한테 다 잘해줘야되는거냐?" "오늘따라 왜그래? 평소같지 않게." "아, 몰라."
엄청나게 신경쓰인다. 이성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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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엘천지 |
"형." "왜?" "나 좋아하는 사람 생긴 것 같아." "예쁘냐?" "그런 것 같아." "어떻게 예쁘냐?" "호스트같이 생겼어." "뭐야. 싸보이는거냐?" "아니……. 그냥 좀 여자 울려봤을 것 같아서."
가게에서의 닉네임은 천지. 여자만 입장가능한 호스트바. 하지만 돈만 있으면 되는 세상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나이기에 돈으로 밀어부치니, 삼십분 뒤 그녀석이 호텔문을 두드린다.
"저……."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건지 말을 흐린다. 그것조차 귀여워 보인다. 말없이 문을 열어주자 날보고 놀란다.
"저기……, 그러니까 남자분?" "그럼 내가 여자분으로 보여?" "아,아니……." "들어와. 오늘은 내가 산거니까." "저는," "뭐?" "저는 여자만 손님으로 받습니다." "안타깝게도 너네 마담은 남자도 손님으로 받던걸?" "……." "그리고 여기서 들어가는 돈은 다 니꺼." "……." "니네 마담한테 낸 돈만해도 다른 여자들의 다섯배는 냈을껄?" "아……." "난 마담에게 널 샀고, 마담은 널 보냈어. 너랑은 얘기가 필요없는거 아닌가?" "……." "상품에 하자가 있지 않은거 같으니까 들어와." "설마, 제가 당신에게……." "당연히 깔려줘야지?" "저……." "넌 처음이겠지?" "네……." "좋아. 처음인 애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넌 좋으니까." "네?" "너, 좋다고." "제,제가요? 왜요?" "잘 생겼잖아. 난 예쁘고 잘 생긴거 좋아해." "아……." "들어와." "네……." "오빠가 홍콩보내줄게~"
귀로 속삭이니 귀가 빨개진다. 귀여운 녀석. |
성격상 길게 못쓰는지라 쓰고 싶었던 소재들을 다~ 조각글로ㅠㅠ
퓨전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퓨전이 많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나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