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름이 받침으로 끝나시는 분은 치환할 때 쬐금 어색할 수 있슴돠 ;ㅅ;
[EXO] 같은 반 친구 00
종업식을 마쳤다. 운동장에는 설렘과 긴장이 가득한 아이들의 소리가 가득했다. 너 몇반 됐어? 우리 반 아이들은 워낙 느린 1학년 담임의 욕을 하며 자신의 반배치가 잘 되기를 소망했다. 나도 단톡을 시려오는 손을 주머니에 낑겨 넣으며 속으로 멀리서 뛰어오는 담임의 욕을 곱씹었다. 그렇게 앞 번호 남자애들부터 지정된 반을 알려주는 담임을 보고 있는데 주머니엔 진동이 끊이지 않고 울렸다. 확인해보니 이미 단톡은 눈물로 가득했다. 다 각자 다른 반이 된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ㅋ을 남발하는 유일하게 같은 반이 된 두 명에게 나머지 애들이 욕을 퍼부어대고 있었다. 아 씨 나는 언제 나와. 그 순간 담임이 내게 종이 쪼가리를 내밀며 공부 열심히 해라. 하고 덕담을 남긴 채 내 뒤에 아이에게 넘어갔다. 종이엔 김모나 1반 이라는 글이 프린트 되어 있었다. 아 뭔가 불안한데 단톡에 1반이라는 애가 있었나. 게다가 2학년 1반은 홀로 3층 교실에 위치하기 때문에 나머지 반들과의 교류를 쉽게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제일 되고 싶지 않았던 반이 되다니. 이렇게 된 거 같은 반을 찾자.
[1반 있음?]
개현경-[ㅊㅋㅊㅋ]
[헐 누가 1반?]
개현경-[니 혼자요 ㅋㅋㅋㅋㅋ ㅊㅋㅊㅋ]
[이 ㅅㅂ]
욕을 난사 해준 뒤에 주변을 둘러봤다. 얼싸안고 둥가둥가 춤을 추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나와 같은 처지로 보이는 우울한 표정의 애들도 있었다. 그 때 갑자기 훅 나는 화장품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는데 옆에 그 동안 별로 친하지도 않고 말도 안 해봤던 애가 내 양손을 붙잡았다.
"모나 너 몇반이얌?"
울상을 지으며 얘기하는데 미안하지만 솔직히 화장이 너무 두꺼워 얼굴이 갈라질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 해주고 싶은 얼굴이었다. 사실 1년 동안 같은 반이었기에 행실(?)을 알아서 그런지 가까워지고 싶지는 않은 애였다. 다른 반이길 바라며 1반이라고 얘기하니 표정이 밝아지며 나를 껴안았다. 이런.
"헐헐 같은 반이얌 나 혼자라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당"
"아, 그래? 하하.."
저기 이것 좀 놔 줄래 나 같은 반 된 애좀 찾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소심한 손길로 송희진을 떨쳐냈다. 옆 반에 살짝 물어보니 많이 친하진 않지만 착한 아이가 같은 반이 됐다는 얘길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반은 종업식이 끝나고 모여서 뒷풀이 겸 고깃집을 가기로 해서 반장이 애들을 불러 모으는 것을 벤치에 앉아서 구경했다. 그 때 단톡방에서 제일 많이 나를 비웃었던 소꿉친구인 주연이 내 옆에 앉았다. 손가락으로 콧구멍을 노렸더니 지 코를 양손으로 보호했다. 아깝네.
“아까 제일 많이 비웃었지.”
“아 코는 노리지마라 인간적으로.”
“우리 반 다 모여서 고깃집 간다는데 영지는?”
“영지네 엄마 입원하셔서 가 봐야 된대. 으이구 우리 모나 1년은 언니와 영지가 있었다지만 앞으로 우짤까“
한주연은 내 양볼을 쥔 채로 안쓰럽단 말투를 했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자기도 실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는지 헛기침을 했다.
“가뜩이나 더러운 기분 더 더럽게 만들래?”
치켜들고 노려보자 볼에서 손을 떼고는 나를 껴안으며 어쭙잖은 변명을 해댔다.
“나는 우리 모나랑 다른 반 된다니까 너무 아쉬워서 그렇지”
그 때 반장이 모두를 모았는지 자리를 옮기자고 말했다. 1학년 담임이셨던 선생님은 1년동안 모은 지각비와 자신의 사비를 더 얹어서(이 부분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반장에게 건네주셨다. 우리는 바쁘다는 담임과의 작별을 하고서 고깃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나저나 너 진짜 아무도 같은 반 없음?"
"아 옆 반에 도희있더라 불행 중 다행이지."
옆에 앉은 주연과 얘기를 나누는데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모를 희진이 내 옆 빈자리에 앉았다. 날라리 같은 애를 혐오하는 주연의 표정이 대놓고 썩었지만 난 같은 반 될 애이기도 하니 애써 웃으며 송희진을 쳐다봤다.
“모나야 우리 이제 같은 반인데 지금부터라도 친해져야지~”
“아 그래… 그래야지.”
“헐? 너 송희진이랑 같은 반 됐냐? 쯔쯔”
송희진의 목소리에 주연은 경악을 하며 내게 귓속말했다. 나는 좋은 줄 아냐. 울고 싶어진 기분에 사이다를 빈 잔에 따르는 순간 내 잔 옆에 새 잔을 든 손이 툭 튀어나왔다. 뭐야? 고개를 드니 박찬열이 웃는 낯으로 나도 한잔만 하고 잔을 흔들었다. 어… 같은 반이었지만 별로 친하진 않았던 애가 말을 걸어와 어색한 표정으로 사이다병을 드는데 병이 비어있었다.
“어. 다 먹었나 보네 한 잔 더 시킬까?”
“아 괜찮아 남았으면 달라고 하러 온 거야.”
“박찬녈! 내꺼 머겅!”
찬열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하자 내 옆에 있던 송희진이 발음과 몸을 배배 꼬며 자기 잔에 있던 사이다를 내밀었다. 사이다로도 취하나? 내 잔에 있던 사이다의 냄새를 맡자 박찬열이 갑자기 작게 웃었다. 지금 나 때문에 웃은거?? 쪽팔림이 몰려와 잔을 내려놓고 뜨거운 얼굴을 숙이며 파절임을 먹었다. 옆에 있던 하주연은 왜 저러냐는 눈으로 날 보다가 다시 고기불판에 집중했다.
“송희진 너는 조금밖에 안 남아서 먹기 좀 그런데 그럼 김모나 너꺼 반만 주면 안돼?”
뭐야 이 뻔뻔남은… 그냥 하나 시켜준다 할 때 알겠다고 하던가… 그냥 주고 내가 한 병을 더 시키고 말지 하는 마음에 박찬열의 잔을 건네받아 내 사이다를 반 따라주었다. 뭔가 송희진의 눈빛이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무시하고 박찬열에게 잔을 건냈다. 박찬열은 고맙다고 웃으며 아예 내 앞에 자리를 잡았다. 니 자리 저기 아니니?;;
“김모나 그러고 보니 너 몇 반 됐어?”
“아… 나 1반.”
“어? 진짜? 나도 1반인데 ㅋㅋㅋ 2년 연속 같은 반이네 잘 부탁해.”
“헐 박찬열도 1반이야? 나도 1반인뎅.”
송희진이 끼어들며 말했다. 박찬열은 아 그래? 라고 하며 식탁 위에 버튼을 눌렀다. 아줌마가 앞치마에 물기를 닦으며 다가오셨다.
"예 뭐 드릴까"
"여기 된장찌개 하나 더요. 김모나 넌 뭐 더 시킬 거 있어?"
"아 저는 사이다요."
"네네~"
박찬열은 고기가 다 익기도 전에 된장국을 해치워버리고는 새로 시킨 된장국도 거의 흡입 하다시피 했다. 된장국 정말 좋아하는구나.
"근데 1반되길 진짜 잘됐다. 그치 모나야."
"어? 왜?"
"요기 박찬열도 1반이라고 하고 옆반 도경수도 1반이래 눈호강 쩔겠다앙~"
아 1반 도경수 전교1등이라서 알고 있었는데 걔도 우리 반 이구나. 박찬열은 송희진의 말에 내가 한 얼굴하지? 하고 브이자를 얼굴 옆에 가져다댔다. 엥;; 순간 어이없음에 표정관리를 못했다. 박찬열이 손을 머쓱하게 내리고는 웃었다. 고기가 다 익어 먹으려 하는데 박찬열의 친구 중 하나가 박찬열을 데리러 우리 테이블까지 와 있었다.
“야 사이다만 얻어먹고 온다 해놓고 자리 잡았냐 얼른 와”
“아 알았어~ 얘들아 고기 맛있게 먹어.”
하주연은 이미 고기를 흡입하는 중이었고 난 어색하게 박찬열을 따라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 왜에 박찬녈 그냥 내버려두고 가.”
“뭐야 송희진 꺼ㅈㅣ셈.”
“아 김용철 뒤질래?”
송희진은 박찬열을 데려가는 김용철과 실랑이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그 애들이 있는 테이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 잘됐다. 이제 좀 숨이 쉬어지네. 송희진은 아예 자리를 옮길 모양인지 내 옆에 놔두었던 겉옷과 가방을 가지러 이쪽 테이블로 다가왔다.
“미안 모나야 너랑 더 얘기하고 싶었는뎅 ㅠㅠ 이따 우리 폰 번호 꼭 교환하자~”
송희진은 자리를 뺏길세라 박찬열이 있는 쪽 테이블로 서둘러서 갔다. 조용히 고기를 먹던 주연은 조용히 내 밥 위에 고기를 얹어주며 말했다.
“쟤 들러붙는 것 좀 봐라.”
“뭐 친한가보지.”
주연의 말을 듣고 김용철의 팔에 나무늘보같이 붙어 있는 송희진을 쳐다보는데 박찬열과 눈이 마주쳤다. 어색하게 웃고 눈을 피하려는데 박찬열은 핸드폰을 들어서 흔들었다. 응? 의아하게 쳐다보자 입모양으로 뭔가를 말했다.
“문.자.보.라.고.”
“문자…?”
입모양을 읽고서 핸드폰을 확인하자 박찬열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대. 옆에서 같이 입모양을 읽은 듯한 주연이 오이를 씹어 먹으며 말했다. 그러게. 하고서 확인하니 꽤 긴 문자가 와 있었다.
[나 박찬열! 반장한테 번호 물어봤어. 혹시 기분 나쁜 건 아니지?ㅜ… 1년 동안 너랑 친해질 기회 없어서 아쉬웠는데 또 같은 반 돼서 좋네ㅋㅋㅋ 앞으로는 좀 친하게 지냅시다! 번호 저장해~ 01011270412]
“야 나 어색해….”
“이 기회에 친해져보렴.”
하주연은 문자를 읽더니 다시 흥미잃은 얼굴로 고기를 먹어댔다. 박찬열은 누구나 친화력 갑이라고 말 할 정도로 활발한 애라서 나한테 이러는 게 이해가 가긴 했지만 아무래도 갑작스러워서 어색하기만 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엉...ㅋㅋ] 라고 답문을 보낸 뒤에 2학년은 잠깐 잊자는 마음으로 주연과 같이 고기를 먹었다. 뒤풀이가 끝난 후 반장이 우리의 시선을 모은 뒤에 단톡방 나가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모두 해산을 했다. 주연은 후식을 먹으러 가자며 애들을 모았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집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을 향했다. 정류장에는 우리 반 애들이 몇 있었고 다른 반 애들도 이 주변에서 뒤풀이를 했는지 같은 교복이 몇 보였다. 얘기를 나누던 반 애들이 먼저 버스를 타고 내가 타는 5-6번 버스는 10분 뒤에나 올 거라는 알림이 떴다. 추워죽겠는데….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을 켜니 카톡이 몇 개 와 있었다.
쫑-[야 김모나야ㅏㅏㅏ]
[뭐하냐 집에 후딱 안가고 밖이냐??]
[야 너 1반 이라며?]
[어 근데?]
쫑-[말을 왜 안 했냐 나도 1반임ㅋㅋㅋㅋㅋㅋㅋ]
헐. 그대로 쳐서 메시지를 보냈다. 초딩 때부터 아는 사이였던 김종대가 같은 반이라는 말에 순간 손이 푸르르 떨렸다. 나 드디어 찾은 거야? 얘랑 같은 학교였던 걸 잊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자판을 치는 손이 빨라졌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수다를 떨었다. 같은 학교로 입학한다는 얘기를 나눈 이후 오랜만에 김종대와 긴 얘기를 나눈 것 같다. 하루 종일 답답했던 속이 소화가 되는 것처럼 풀렸다. 어떻게 잠에들까 걱정 한 게 무색할만큼 잠이 잘 오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