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널 한번도 잊은 적 없어 w.큰코가 지코 |
[피오/지코] 널 한번도 잊은 적 없어 w. 큰코가 지코
上
"헤어지자."
형의 졸업식 날, 꽃다발을 들고 갔던 내게 형이 했던 말이었다.
"솔직히 남자들끼리의 사랑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거, 너도 잘 알고 있잖아."
헤어지잔 형의 말이 마치 누군가가 내 머릴 세게 강타한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나는 그때, 정신이 없었고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랑을 속삭이던 그였다. 그런데 갑자기..왜..
"나도 이제 여자 만나고 싶어.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랑하고 싶어, 지훈아."
나는 그런 형의 말에 뭐라 답해줬지? 아‥맞아. 난 병신같이 그렇게 하라고 답했다. 형과 헤어져봤자, 잠깐 아프고 말거라 생각해서.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우지호, 너를 너무 사랑한다.
***
형과 헤어진지 3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형이 너무 그립다. 멀리서 지켜볼 수도 없게, 형은 이미 졸업한 후였고. 그럴수록 나는 형이, 우지호가 너무 그리웠다.
처음엔 정말 그리움이었다. 그저 형을 그리워한것 뿐인데, 언제 어디서부터 그 그리움이 분노로 바뀌게 된 것일까. 그리고 그런 분노가 왜 형에 대한 잘못된 집착으로 바뀌게 된 것일까.
난 알고 있었다. 이건 잘못된 거라고, 옳지 못한거라고.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형을 다시 내 것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수소문을 했다. 평소 우지호랑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닥치는대로 만나서, 우지호가 사는곳을 알아냈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에게 독립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우지호가 사는 그 아파트 앞 건물로 이사를 갈 수 있었다.
아…보인다. 우지호, 네가 보인다. 내가 사랑하는 지호 형이 보인다. 비록 작은 창문 틈이지만,TV를 보며 웃고 있는 형이 보인다. 형의 웃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자연스레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나는 행복하다.
-
평소 야자를 하지 않아서 6시가 되면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창문 앞에서 생활하며 항상 형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보라색 티셔츠 차림이었다. 귀엽네, 우리 지호 형.
밤 11시가 되었다. 내일을 위해서 잠자리에 든 지호 형을 보며 나 역시 잠 잘 준비를 한다. 아쉽다, 형이 잠자는 그 방을 볼 수 없어서.
***
"뭐야, 너 또 잠 못잤냐?" "말도 마."
친구 민혁의 물음에 지호는 귀찮다는듯 손을 내저으며 답해주었다. 지호의 눈가 아래는 짙게 다크서클이 졌고, 눈도 풀린 것이 잠 못 잔 사람 같아보였다. 요 근래, 지호는 계속해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잠도 제대로 못자고 불면증에 걸려버렸다. 그러나 어디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걸리기만 해봐, 이 시발새끼.
띵동-
"문자 왔어, 임마." "알아, 새끼야."
문자를 확인하니 민아의 것이었다. 민아는 얼마전에 사귄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친구이다. 그녀도 나도 서로 첫눈에 반해 사귀게 되었고 많이 사랑하고 있다.
[잘 잤어, 오늘은? -민아♡] [아니.ㅠㅠ] [또? 그 사람 나한테 걸리기만 해봐,진짜!! -민아♡] [오늘 우리집에 올래? 너 오면 좀 괜찮을것 같기도 한데..] [나야 좋지!ㅎㅎ 내가 갈까? -민아♡] [아냐, 내가 데리러 갈게. 기다리고 있어.] [응! -민아♡]
그때, 나는 민아를 데려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下
어젯밤까지 나와 웃으며 대화하던 민아가 오늘 아침,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집에 안전하게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왔었어야 하는데, 병신같은 우지호는 괜찮다며 웃어보이던 민아의 말을 듣곤 주저없이 뒤돌아버렸다. 민아가 고통의 비명을 지르던 그 순간의 나는..오랜만에 불면증에서 벗어나 잠을 푹 자고 있었다.
다 내 탓이다. 민아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할 일도 없었을 텐데..모두 다 내 탓이야.
"...형."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있기만 한 것 같다. 집에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고, 학교에 가면 민아 생각이 날 것 같아서 집 근처 공원 벤치에서 그저 멍하니 앉아있기만 했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 사람은 졸업식 날, 내가 이별을 고했던 표지훈이었다.
너에게서 오랜만에 듣는 '형'소리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죄책감으로 찌든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때문인걸까, 그 순간 왜 나는 너를 보고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린건지. 너는 그런 나를 꽉 안아주었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날 안고 있는 너의 품이 너무 따뜻해서 다시 내게 온다는 너를 허락했다. 어쩌면, 우리 둘은 이렇게 다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지훈과 다시 시작하고 난 날 이후로부터 나를 지켜보던 눈동자 2개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
이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다. 표지훈은 거의 광기어린 집착을 내게 보였다. 친구와 만날 때도 거의 10분 간격으로 문자를 하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불같이 화를 내고….확실한 건, 표지훈은 내가 알던, 내가 사랑하던 그 고등학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힘들었다. 마음도 몸도 모두 지친 상태였다. 너와 다시 '사랑'이란걸 해보려고 했던 내가 미치도록 후회가 된다.
"형..형 없으면 나 죽을지도 몰라. 왜 이래, 형..이러지 마, 응?" "힘들어, 표지훈. 나..이제 너한테 벗어나고 싶어." "형..이러지 마..제발.." "넌 지금 나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집착하고 있는거야. 단지 너에겐 소유욕밖에 없다고."
그 말을 끝으로 지훈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렇게 꽤나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했던 우리 둘은, 비로소 내가 통화를 끊자 모든 것이 끝났다. 아니, …끝난 줄 알았다.
이제서야 안정을 찾은 것 같다. 경이와 난 오직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였다. 지훈과 나는 오직 집착으로 얼룩졌던 관계였지만, 나는 이제 정말 '사랑'이란걸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를 사랑해준다는, 그리고 내가 사랑할 자신이 있는 경이를 택했다.
그런데 너의 집착은..도대체 어디가 끝인걸까.
평소와 같은 데이트였다.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도 나누고, 다른 날과 다를 것 없던 데이트였다. 그러나 그날은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미 눈 앞에서 사라진 경의 뒤를 얼른 쫓았고,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다시금 너를 보게 되었다.
두려움에 질려 떨고 있는 경의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던 지훈을 마주치게 되었다. 지훈의 손에는 날카로운 칼이 들려져있었다.
"마침 잘 왔어. 안 그래도 형한테 줄 선물이 있었는데 말이야." "...표지훈..." "있지, 같은 남자라서 그런지 전에 그 여자얘보다 더 질투가 나더라고. 우지호를 사랑하는건 오직 나, 표지훈 뿐인데, 이사람이 뭔데 감히 형을 사랑하는데. 그래서 얼마 전부터 이 사람한테 당장 헤어지라고 했거든? 그런데 내 말을 전혀 듣질 않더라고." "그,그럼..민아도 네가.." "당연하지. 형 옆에서 웃는 그 낯짝 보기 싫어서 죽여버렸어. 그리고 이 사람도 곧 죽일거고." "당장 그만둬, 이 미친새끼야!!!!" "아아- 역시 형이 나한테 욕해주는게 가장 꼴린다니깐. 잠깐만- 섹스는 이 새끼 죽이고 하자."
그리고 지훈은 경이에게 다가가 그대로 그를 찔러버렸고, 경이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버렸다. 그의 죽음에 슬퍼할 새도 없이 나는 집착으로 인해 사람을 죽인 지훈과 관계를 맺었다.
-
'자살'
지호 형이 배고플 까봐 먹을 거리를 사러 나간게 화근이었나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보니, 형은..깊은 잠에 빠져버린 후였다.
"...형..나 왔어." "...." "그런데 무슨 약을 이렇게 많이 먹었어..이 정도로 아팠으면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그럼 내가..내가...흐..으....병원에...데려갔을 거 아냐..." "...." "말 좀 해봐. 형, 너무 아파서 그런거야? 지금이라도 병원 갈래?응? 제발 말 좀 해보라고!!!"
차가워진 형의 손을 붙들고 나는 발악을 했다. 그 어떤 말이라도 좋으니 제발, 눈을 떠서 내게 말 좀 해줘. 이렇게 누워있지 마. 나 불안하잖아.
그러나 형은 끝끝내 답이 없었다.
형은 집착,소유욕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진심이었어. 그 누구보다도 형을 사랑했고, 위했고, 아꼈어.
그러니까 혹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승에서든 저승에서든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변함 없이 나를 사랑해 줄래?
-
"쯧, 둘 다 자살이라고?" "예. 조사 결과 둘은 연인사이였다고 합니다."
태일은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 두 시체들을 보고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아무리 게이커플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해도, 이렇게 생을 마감하면 쓰나. ‥하긴, 그 시선이 여간 차가워야지.
왠지 자신과 재효를 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에 태일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아서 빠른 걸음으로 그 집을 나온 태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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