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굉장히 개성이 있는 것들인데..
"준면이 귀 만지지 말라고! 하지 말라면 좀!!"
"경수한테 손 올리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워 좀!!!"
"백현아 장난치지마.. 칼 내려놔. 민석이 놀라잖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사람이다.
애완사람이라고 아시나요?
거머리
어제 너무 일찍 자서인가 더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게 코를 찌르는 악취에 그 근원을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는데
문지방에 민석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놀라서 이불을 박차고 바닥을 밟았는데 물을 밟은 듯 물 소리가 났다.
물..? 웬지 이게 뭔지 알 것 같아서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천천히 고개를 내리니 피가 고여있더라.
그 피를 따라가니 그 끝에는 민석이가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끔찍한 악몽에 흐른 땀이 온 몸을 축축히 적시고 있었다.
하긴.. 내가 냄새가 날리가 없지.
"주인!!! 일어나!!! 곧 찬열이 깬 단 말야!!"
종대가 달려들어오며 말했고 곧 종대는 내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주인.. 어디 아파? 어? 아픈 거지? 그치? 어디가 아파??"
"야 비켜봐. 주인 아파?? 왜?? 안돼..."
다들 문지방에 서서 초상집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나 멀쩡하단다 잡것들아.
미리 보내지 말아줄래?^^
"주인님 물수건 가져다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안 아파 이것들아. 비켜. 샤워하게."
들러붙는 아이들을 다 떨쳐내고 옷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왔다.
가끔씩 아이들 과거를 생각하다 잠이 들면 이렇게 악몽을 꾸곤 했다.
아이들에게 못된 짓을 한 건 다른 사람인데.. 어째서 그 고통은 나한테 오는거야..
그 못된 사람은 맘 편히 잘 살고 있겠지?
그런 사람들이 벌 받아 마땅한데..
"야.. 괜찮아?"
문 건너편에서 세훈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안부를 묻는 말에 물을 끄고 대답했다.
"멀쩡하니까 썩 꺼져."
"진짜지?"
"응. 배고프면 밥 먼저 먹어."
"이미 먹었어.."
그래 새새끼야.^^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드라이기를 들고 쪼르르 오는 세훈이.
잘 받아들고 방으로 들어와 코드를 연결했다.
근데.. 조금 부담스러우니까 좀 가줄래?
넌.. 내가 아파야만 곁에 있었으면서 왜 아프지도 않은데 옆에서 불안하게 만들어.
이 밥 처먹은 놈아.
"가. 부담스러워. 할 거 해."
"할 거 없어. 그냥 너 보고 있을래."
"제발 가줘. 이렇게 까지 말해야 해..?"
"싫어. 싫어. 싫어. 안 가."
후... 똥고집..
그렇담 최후의 방법을 쓰는 수밖에.
"백현아!!!! 세훈이가 나한ㅌ..!!"
"갈게!!!!"
내 입을 틀어막은 세훈이가 빠르게 거실로 나갔다.
ㅎㅎ이제 좀 편안하군.
머리를 대충 말리고 거실로 나가니 또 종대랑 투닥거리고 있는 세훈이가 보였다.
불쌍한 종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밥. 먹. 어. 빨. 리."
종대를 측은하게 보고 있는 나를 찬열이가 닥달이다.
"네네."
성화에 못이겨 부엌으로 가서 요리를 시작했다.
옆에서 기웃거리던 찬열이가 당근을 주워먹으며 말했다.
"악몽꿨다며."
"소문이 빠르네."
"또 누구 죽었냐?"
"벌러지새끼. 말 쉽게 하지?"
"꿈인데 뭐. 꿈은 반대라잖아? 그리고 이렇게 잘생긴 벌러지 봤냐?
잘생긴 걸로 죄를 준다면 난 사형감이야."
"지금 당장 벌러지 사형을 집행하겠다.
세훈이 앞으로!"
종대를 괴롭히던 세훈이가 신나서 곁으로 왔다.
찬열이는 이미 위험함을 감지했는지 다용도 실로 피한지 오래였다.
"뒷베란다로 나가서 다용도실로 들어가. 오키?"
"오키오키."
뒷베란다로 나가는 세훈이는 신이나 보였다.
왜? 종대는 이제 괴롭히기 질려?ㅋㅋㅋㅋ
"주인..."
종대가 내 허리에 팔을 두르더니 등에 얼굴을 기댄다.
너 그러다가 분명 백현이한테 처 맞는다.
"백현이 나올때까지만 이러고 있을게.."
"으유.. 스트레스 받으면 애들 장난치는 거 받아주지 마."
"아 찬열형아 문 잠갔어!!!!"
세훈이가 뒷베란다에서 들어왔다. 이내 나랑 종대랑 번갈아 보더니 미소가 지어지더라.
큰 소리로 백현이를 부를 준비를 하는 세훈이에게 건과일을 흔들었다.
"뭐야? 입 막음이야? 내가 그런걸로 닥칠 것 같아?"
"오구구 우리 세훈이. 그럼 내가 뭐 해줄까?"
"이뻐해줘. 민석이형아 이뻐하는 것처럼 나도 이뻐해줘."
"알았어, 알았어. 우리 세훈이도 이뻐해줄게요. 그럼 닥칠거야?"
"응!"
"그래.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고. 나는 밥 좀 먹을게."
"그래!"
신나서 룰루랄라 사라진 세훈이와 정신이 없어서 그 포즈 그대로였던 종대는
막 내려온 백현이에 의해 공개처형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세훈이 막아줄 때 뭐라도 했어야지 멍청한 금붕어 종대야...
Boss
밀린 빨래를 했다.
세탁기에 다 집어 넣고 시작버튼을 누르니 소리를 내며 오랜만에 일을 한다.
다용도실을 나오니 가관이더라.
애들이 다 식곤증으로 바닥에 퍼져 있었다.
뒹굴거리며 굴러다니던 민석이가 바른 자세로 앉으며 말했다.
"카펫 까는 거 어때? 등 배겨."
그냥 꺼져.^^
민석이를 무시하고 나도 바닥에 누웠다.
아.. 배부르고 등따시고 잠온다..
눈을 감고 이 편안함에 취하고 있는데 종인이 목소리가 들린다.
"그 주인에 그 애완동물이라더니. 이 꼴 보니 딱 나온다."
서로가 기분 나빠하는 우리에 분위기가 아주 훈훈해졌다.
다 때릴라.ㅎㅎ
"빨래 돌려놨어?"
"어."
"같이 널어."
"그랭! 역시 우리 찬열이 밖에 없어."
내 말에 세훈이가 벌떡 일어나며 찬열이에게 삿대질을 했다.
"나 이뻐해달라고!!! 저런 벌레형아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니가 민석이 만큼만 이뻐해달라며!! 찬열이라 말 안했잖아!!!"
"니가 민석형아 가장 많이 이뻐했잖아!!!"
"어!! 너 이쁘다!! 됐냐?!!!"
"됐다!!!!"
서로 씩씩거렸다.
후.. 오랜만에 소리 지르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군.
이래서 사람들이 노래방가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그러는 건가..
음... 그 후부터였나.
세훈이는 틈만 나면 찬열이를 괴롭혔다.
툭툭 건들기도 했고 찬열이 팔을 물려고도 했다.
그에 반해 찬열이는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살 판 난건 괴롭힌 대상이 바뀌어 자유로워진 종대 정도?
"찬열이 괴롭힐거면 너도 빨래 개는 거 돕던가 세훈아."
"헹.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저 새새끼 깃털을 다 뽑아버려야 정신을 차리려나..
"냅둬. 아직 어려서 그래."
찬열이의 말에 세훈이가 멈칫했다.
"나 안 어려. 형아가 몰라서 그래."
"너 많이 어려.니가 더 몰라서 그래.
어른스러운 건 주인이 이렇게 개고 있으면 옆에서 도와줘야 해. 알겠어?"
아무래도 찬열이가 세훈이 조련 자격증을 취득한 것 같다.
씩씩거리며 언제 찬열이에게 위험을 가할지 모르겠는 세훈이는 곧
온순해져 빨래를 갰다.
와우. 이로써 나도 모든 애완동물의 조련 자격증을 취득한 것 같다.
세훈이는 어른스러움이군.ㅎ
"빨래 다 된 거 아니야?"
"다 됐나보다. 꺼내올게."
자리에서 일어나 빨래를 개고 있는 둘을 보았다.
귀엽네. 등치 큰 둘이서 저렇게 빨래 개고 있으니까.
빨래를 꺼내와 거실에 널부러 놓고 건조대를 펼쳤다.
하나하나 널고 있는데 민석이가 와서 돕는다.
"웬일이야. 자기는 상남자라고 죽어도 집안일은 안하더니."
"인간의 덕목이라고 찬열이가 말함."
아무래도 이 애완동물들의 최종 주인은 찬열이인게 확실해.
왜냐하면.
"주인 저녁 준비해야지."
"응.."
이렇게 나까지 조련하잖아..
벌러지 놈.. 굉장해..
질투쟁이
"무릇 자연의 이치란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도다."
"...?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렇게 주인 옆에서 기다리다 보면 붕어새끼가 다가오지 못할 것 임을."
...?
얘가 드디어 도를 닦은 건가..?
옆에서 낄낄대며 웃던 세훈이가 종대에게 업히며 말했다.
"형아 이제 큰일이다. 주인 곁에 절대 못 가."
"그것은 다른 동물들도 매한가지이니 형님들이라고 예외 없지."
"그딴게 어딨냐. 주인님은 날 좋아해. 그쵸??"
"어..? 어.."
"그렇담 토끼의 존재 그 자체를 없애면 되는 법."
2층으로 피한 토끼를 맹렬히 쫒아가는 백현이는 흡사 야생의 '개 같았다.'
"근데 백현이 왜 갑자기 말투가 저런거야?"
"요새 부쩍 준면이형이랑 같이 다니긴 했어. 헤헤 이제 주인은 내꺼다아."
"아, 그래? 곧 백현이 내려오면 이번엔 진짜 죽어 종대야."
준면이랑 같이 다녔다면 그럴만도 하지.
그래도 그대라는 말을 안쓰는게 어디야.
그 말투를 썼다면.. 한 지붕아래 그대가 두마리..
끔찍하군.
"주인. 아무래도 똥개는 밖에다 키우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럼 우리집에 평화가 올거야."
"그 전에 니가 죽는게 빠르겠다 붕어새끼."
준면이를 패고 교육하고 내려와 종대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는 백현이에 의해
종대에게 눈치를 줬건만.. 내 눈치를 못 알아먹은 종대는 구석에서 존내 맞고 있다.
"저것들 내가 조용히 시켜도 돼?"
"마음대로."
낮에 하도 시끄러워서 제대로 된 취침을 못 한 경수가 나에게 허락을 맡았고
곧 집안은 조용해졌다.
"이 세상에 쥐보다 무서운 건 없어.."
세월 대신 동물을 낚는 낚시 장인 백현선생의 명언이었다.
그 명언은 모두의 공감을 받았고 혼자서 이해못하는 것은 종인이었다.
"경수형 딱히 심한 짓 안하잖아."
"너가 몰라서 그래. 밤에 암바를 건다니까?"
"그러게 경수형 좀 냅둬."
바닥에 드러누운 종인이에게 쿠션을 건네주는 준면이.
그러고보면 종인이는 딱히 다투고 그런 것도 없이 두루두루 친하네.
찬열이도 그렇고.
"종인아 팔."
나의 말에 팔을 내어 주는 종인이.
그런 종인이의 팔을 베고 누웠다.
"주인. 소파가 있는데 굳이 종인이 팔을 베어야 겠어?"
데굴데굴 굴러 백현이 다리를 벴다.
그제야 찾아온 평화는 꽤나 오래갔다.
모두가 잠에 들 시간.
아이들이 하품을 하며 위로 올라갔고 남겨진 아이들은 종인이와 백현이, 경수였다.
경수는 물을 꺼내 마시며 cf를 찍고 있었고
종인이는 온몸에 기지개를 키며 잘 준비를 했다.
마지막으로 백현이는 아직도 자기 다리에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일어날까? 다리 괜찮아?"
"응! 괜찮아 주인. 여기서 자도 돼."
아니, 딱히 그러고 싶지 않은 걸?
난 편안하게 자고 싶어. 여기서 자면 경수 밤새 돌아다닐텐데
그러면 잠 못 잔단 말이지.
"방에 들어가서 잘래."
"이빨 닦고 자."
"응. 종인이 잘자. 거기 추우면 애들 내려와서 자라그래."
"많이 안 추워. 걱정마."
고개를 끄덕이니 그런 나를 보고 갈 듯 말 듯 망설이는 종인이.
"왜? 할말 있어?"
쭈뼛거리며 다가온 종인이가 나를 일으켰다.
나를 뺏기는 봉변을 당한 백현이는 말도 못하고 어버버 하고 있는데
내 손을 가져가 머리위에 두는 종인이.
그런 종인이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진짜 많이 괜찮아졌네 우리 종인이."
"나도 이만큼 괜찮아졌으니까 주인도 나만큼 괜찮아져."
"응. 노력할게."
"잘자 주인."
"응. 종인이두."
싱긋 웃은 종인이가 올라갔고 남겨진 백현이가 종인이가
사라진 계단에 대고 삿대질을 하며 어버버거렸다.
"나 잔다 백현아."
"....가만두지 않겠어 느림보새끼..."
부들거리는 백현이는 아무래도 복수의 칼날을 가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전에 경수가 백현이를 데려갔다.
"자지말고 나 놀아줘 백현아. 주인은 빨리 자라. 잘자."
"응. 잘 놀아 경수야."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백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게 질투가 심하면 이런 참사를 불러오는 거란다.^^
실은 이게 질투때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너는 질투가 문제야.^^
오늘의 건강 일기
날짜 : 2015년 3월 4일 수요일
날씨 : 맑음
졸립다.. 자야지
오늘도 괜찮았다!!!! 오예!!
오예! |
왔습니다! 역시 새학기는 바쁘네여...ㄷㄷㄷㄷ 그래도 이번주는 양호하니 다행입니다>< 그러고보니 여기는 누가 주인이고 누가 애완동물인지 모르겠네염..ㅎㅎ 애완동물들이 잔소리를 더해..어휴..
호닉호닉암호닉 치노/엑소영/쉬림프/뭉이/쌍수/구금/코끼리/모카/규야/게이쳐/나호/죽지마 정동이/양양/캐서린/우리니니/빵/체리/안녕/밍블리와오덜트/메리미/니니랑 꾸르렁/바람둥이/매매/종대덕후/여리/나도동물/테라피/차니/부농/luci/알콩 새벽/꽯뚧쐛뢟/바닐라라떼/lobo12/그레이/젤리냠냠큥/똥잠/쪙만보/완치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