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연애 중
재밌게 놀고 있어? >
"어, 재환이..."
올해 1월 1일이 되자마자 크리스마스 이브엔 자신들과 만나야 한다며 약속을 잡아놓은 친구들 덕분에 이브에 밖에 나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 25일에 사람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요즘은 다른가. 오히려 이브에 사람이 더 바글바글한 기분이다.
미리 자리를 잡고 놀고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밖에서 서성이다 집에 갈 뻔했다. 이른 시간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하나 둘 벌써부터 취해가기 시작했고, 나도 취기가 올라 잠깐 밖에 나온 상태였다.
핸드폰을 여니 김재환에게 연락이 와있었다. 30분 전이긴 한데... 지금 자려나.
보고 싶다는 충동 하나로 주변에 쪼그려 앉아 바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응. 밖에 나왔어?
"와, 바로 아네."
-내가 모르는 게 어디 있다고.
시답잖은 농담에 웃음이 나와 웃었더니 왜 웃냐며 자신도 따라 웃는 김재환이다.
"뭐 하고 있었어, 우리 환이."
-너 취기 오르는구나.
"나 지금 맨정신이거든?"
-너 맨정신에 나 그렇게 안 부르거든.
"아, 끊을래."
-왜, 가지 마.
서로 장난을 치며 통화를 이어가기도 몇 분, 시간을 확인하니 꽤 늦은 시간이 되어 있었다. 아, 집에 가기 귀찮다. 김재환은 보고 싶은데, 집에 가기 귀찮은. 딱 그런 기분이다.
"재환아, 안 졸려?"
-응, 나 아까 좀 잤어.
"언제? 나 나가고?"
-어, 티비 좀 보다가.
"미안해, 심심하지."
-뭐가 미안해. 나는 너 종일 볼 수 있잖아.
괜히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김재환 말대로 취기가 올라서 그런가, 되게 로맨틱하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네.
"보고 싶어, 재환아."
-나도.
"나 곧 집에 갈 거 같아."
-데리러 갈까?
"응, 그 말만 기다렸어."
김재환도 내 농담이 웃겼는지 웃음을 터뜨렸고 금방 간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아, 얼른 보고 싶다. 꽤 차가워진 볼을 두 손으로 만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 괜찮아?"
"응."
김재환을 여기로 오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나가면 되는데, 내 친구들에게 인사를 한다며 안으로 들어와서 입장 샷, 퇴장 샷까지 마셔버린 김재환이다.
고등학교 동창들이라 김재환을 잘 아는 친구들이기에 친 장난이었는데, 얘는 거절하면 되지 그걸 또 좋다고 다 마셔 버렸다. 덕분에 애간장을 태우는 건 나였다.
괜히 비틀거릴까 봐 김재환에게 팔짱을 낀 채로 계속해서 상태를 살폈는데, 김재환은 대뜸 걸음을 멈추며 나를 내려다 보았다.
"왜, 어지러워? 택시 부를까?"
"아니."
김재환은 내가 팔짱 낀 팔을 빼더니, 그 손으로 내 손에 손깍지를 끼더니 자신의 패딩 주머니에 넣었다.
"이렇게 가자."
"..."
"너 손 너무 차."
아무렇지 않게 앞장을 서는데, 차가웠던 볼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밥 먹듯이 잡는 손인데, 지금은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다.
5년째 연애 중
본능적으로 잠이 깨 눈을 뜨니, 바로 앞에 김재환이 있어 순간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피곤했나, 언제 잠든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손은 또 언제 잡고 잔 건지.
깊게 잠든 건지 잡고 있던 손을 빼도 일어나지 않는 김재환이다. 아, 어제 얘도 술 마셨지. 찌뿌둥한 몸에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뒤 거실로 나가 커튼을 젖혔다.
이번에도 눈 안 왔네, 다행이다. 어릴 때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는 게 좋았지, 크고 나니 딱히 좋은 것도 모르겠다. 그냥 길이 안 미끄러운 것에 감사할 뿐이지.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등을 감싸 안는 손길이 느껴졌다.
"깼어?"
"응."
아직 졸린 탓인지 내 어깨에 자신의 고개를 기대 장난스럽게 부비적대는 김재환이다. 나는 웃으며 손을 뒤로 뻗어 김재환의 팔을 내 허리에 감싸게 만든다.
김재환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옮겨 김재환의 손을 잡았다. 이불 안에 있다 나와서 그런가,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언제 나갈까."
"이따가. 조금만 더 이러고 있을래."
김재환은 내 말에 고개를 틀어 내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떨어졌다. 이번엔 나도 고개를 틀어 김재환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몇 번의 입맞춤이 오가다 서로 웃음이 터져 한참을 웃었던 것 같다.
"아, 김재환. 양말 치우고 자라니까."
이제 나갈 준비를 하자며 각자 방에 들어갔는데, 머리맡에 놓인 양말 세트가 보인다. 어제 안 취했다더니, 갑자기 양말을 사러 가자던 김재환이 생각났다. 집에 양말도 많으면서 갑자기 뭘 산다고.
샀으면 자기 방에 두면 되지, 여기에 두고 간 게 괘씸했다. 또 내가 치워야 돼. 이불을 정리한 뒤 신경질적으로 양말을 집었다. 집었는데,
"...?"
요즘은 양말 사면 안에 모양 잡으라고 곽도 넣어 주나. 작은 종이곽이 느껴져 손을 넣어 꺼냈다.
"..."
며칠 전 김재환과 거리를 돌아다니다 꽤 눈길이 갔던 팔찌가 포장된 상태로 들어 있었다. 이게 왜 여기에... 혹시나 싶어 다른 양말 한 짝에도 손을 넣으니 똑같이 종이곽이 들어 있었다.
종이곽을 펼치니, 그 팔찌와 똑같은 디자인이 있었고. 순간 어제 꼭 양말을 사야겠다는 김재환이 떠올라 헛웃음이 나왔다. 어쩐지, 갑자기...
아무렇지 않게 펼쳤던 종이에도 글씨가 적혀 있었다. 딱 봐도 김재환의 손글씨인데,
Merry Christmas❣️
아, 사랑 차올라. 나는 웃으며 그대로 김재환에게 향했다. 김재환의 방에 들어가 김재환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래, 뽀뽀를 퍼부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어리둥절한 모습인 김재환에게 팔찌를 채운 내 팔을 흔들었고 김재환은 그제야 내 의도를 눈치채고 나를 따라 웃는다. 내가 김재환의 팔을 가져가 팔찌를 채워주니, 팔찌를 채움과 동시에 내게 다시 입을 맞춰오는 김재환이다.
크리스마스는 이제 시작이었다.
여러분 메리크리스마스 ><♥♥♥
금방 돌아올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