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 - 이진희
원래 좋지 않은 몸이 더 안 좋아져서 어릴때 잠깐 살던 시골로 요양차 내려오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아 주변에 익숙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짐을 푸느라 분주한 엄마를 조심스레 불렀다.
"엄마, 저 산책 다녀올게요."
"그래,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산다니까 조심하거라."
집을 한참 벗어나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길을 홀리듯 따라가니 그 길의 끝에는 낯선 기시감을 주는 하얀집 하나가 있었다.
무성한 숲과는 어울리지 않아 이질적인 느낌마저 드는 하얀집 근처를 둘러보다 그만 앉아있던 남자와 부딪혀버렸다.
"죄송합니다."
"..."
"저기요, 괜찮으세요?"
"..인형?"
아니 죄송하기 전에 이 숲속에 가만히 앉아있는게 더 이상한일 아닌가.
아무리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멍하니 앞만 주시하던 그를 계속 불렀더니 대뜸 날 쳐다보고 하는 말이 저거다.
"어,진짜 인형이잖아."
고개를 돌려 나를 다시 한번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먼저 눈을 피하지 않는다.
생기없이 멍하던 눈에 빛이 도는 것 같았다. 근데 인형이라니, 엄마가 말한 이상한 사람이 이 사람인가 싶었지만 이상한 안정감을 주는 깊고도 편한 목소리에
순간 가득찼던 경계와 긴장감이 탁하고 풀려버렸다.
내가 이 사람을 알았던가?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에 홀리듯, 날 보고 인형이라 칭하고 있는 의미모를 말에도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네가 다시 찾아 올 줄은 몰랐는데."
"..네?"
"잘 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