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까 왜 싸웠어.”
“몰라요. 말해봤자 제대로 듣지도 않을거면서.”
짜증나, 시발. 세훈이 약을 발라주던 ㅇㅇ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다가도 ㅇㅇ이 슬쩍 질문을 내놓으면 표정을 확 구겼다. 아니, 이렇게 싫어하는데 뭐 더 물어볼수도 없고.. ㅇㅇ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아직도 잔뜩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보는 세훈을 보며 ㅇㅇ이 입을 열었다.
때릴거면 맞고나 오지 말든지 세훈아..
한 대 때리고 세 대를 맞아오면 어떡하냐.
a. po오세훈wer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멀쩡히 자기들 할 것 하는 학교 복도. 3학년들 복도야 뭐, 조금만 떠들어도 감독 교사가 뛰쳐나와 각종 욕짓거리를 내뱉고 가니 아주 조용한 반면에 그 위 층으로는 혹여 학교가 터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시끄럽다.
다들 그런 느낌 아는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내 얘기, 혹은 내가 아는 사람 얘기는 내 귀에 너무나도 잘 들린 다는 것. 그래, 쓸데없이 너무 잘 들렸다. ㅇㅇ과 연인 관계라면 연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세훈 귀에 부둥부둥 해주고 안아줘도 모자랄 ㅇㅇ을 주제 삼아 음담패설을 나누는 1학년 변백현 그리고 박찬열 새끼들을 보게 된 거다.
“ㅇㅇㅇ? 솔직히 그 누나 좀 색기있게 생기긴 했다.”
“존나. 따먹고 싶어.”
“미친 새끼, 집에서 혼자 인소 씀? 이 새끼가 따먹는대! 시발 존나 웃기네.”
“닥쳐 변백 새끼야!”
세훈은 그 대화를 듣자마자 복도 창문가에 앉아 신나게 떠들던 변백현과 박찬열의 뒷목을 잡아 뒤로 밀어뜨렸다. 서로 엉겨붙어 있던 찬열과 백현이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해 뒤로 어정쩡하게 밀려났다. 세훈은 둘의 머리를 잡아 박치기를 시켰다.
그야말로 추잡스러운 전쟁의 시작이였다.
b. 1 vs 2
“머리채 쥐어 뜯고, 아주 난리 나셨습니다.”
코피가 나 한쪽 코에 볼품없이 휴지를 꽂은 변백현.
쥐어뜯긴 머리채를 망연자실하게 쳐다보고 있는 박찬열.
그리고, 이 사건의 발단 셋 중 가장 많이 얻어터진 패기의 오세훈.
“아주, 우리 학생들은 대단해요.”
학생 주임의 비꼬는 소리가 조용한 교무실에 울려퍼졌다. 한숨을 한 번 내쉰 학생주임이 잔뜩 굳은 얼굴로 셋의 얼굴을 샅샅이 노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와는 다른 아주 크고 당당한 목소리다.
“이렇게 허구언날 치고 박고 싸우고 대들고 난리치는 통에 내가 여기서 니들한테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오세훈이 때렸든, 변백현이 맞았든, 박찬열이 앞구르기를 했든. 난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근데, 이대로 너희 집에 가. 너희 어머님들이 이 꼴을 봐. 그럼 누구 책임? 학교 책임. 이 자식들아, 싸울거면 어디 외진 곳에 가서 싸우던지, 그렇게 다 보는데서 싸울거면 좀 폼이라도 잡고 싸우던지. 사내 새끼들이 머리채 잡고 싸우면서 뭐 오기라도 생기든? 아주 찌질한 것들. 찌질로는 너네만한 애들 못본 것 같다 내가. 어? 교내방송 한 번 돌려야겠어. 그 CCTV 장면 매일 아침 조회 시간마다 봐야지. 아침 드라만 줄 알았잖아, 나는.”
셋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는 들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닥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는 것 같지도 않고, 마지막으로 한숨을 한 번 더 쉰 학생 주임이 우렁차게 소리를 냈다.
“다들! 너 교무실, 너 화장실, 너 화단. 빠지는 거 없다. 너네는 이 방법밖에 안되니까 알아서들 해.”
그 때, 적막의 휩싸인 교무실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사건의 중심.
ㅇㅇ이다.
+)
약간 스물? 느낌으로 쓰고 싶었는데 좀 무리였나 싶기도 하네요. 아무튼 연재 식으로 진행 될 예정이에요.b프롤로그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고, 그래서 짧아서 구독료도 적습니다.
찬열이는 등장하긴 하지만 주요 인물은 아니에요. (러브라인X)
불맠글은 준비하는데 중간 쯤 가면 자꾸 엎게 되서.. 그래도 여러개 저장해놓은 것들 있으니까 그것들 중에 완성해서 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