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아아"
"오빠야."
"응?"
내가 너보다 나이 많으니까 오빠라고 부르는 거야. 나름 단호한 눈으로 태영이 수진에게 말했다. 수진은 눈을 세모꼴로 뜨고 태영을 한 번 쳐다보고는 치이...하며 돌아서 쪼르르 달려갔다. 유치원 한 구석에서 동화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던 태영이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샘미, 선샘미!! 우리 집에 언제 가요?!! 폴짝거리며 집에 언제가냐 재촉하는 수진에게 태영이 가방을 건냈다.
"선샌님"
"응? 태영아. 왜??"
"밖에 아빠 차 왔어요!"
어머, 진짜네!! 태영과 수진의 담임 선생님이 급하게 준비를 시켜 밖으로 나가니 종인이 서있었다. 아빠아! 어른스럽던 모습을 버리고 뽀르르 달려가 종인에게 안기는 태영은 그제야 제 나이 같아보였다. 삼초온, 우리아빠느은? 종인이 수진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글쎄..라고 답했다. 종인은 수진도 안아 올리고는 꾸벅 인사를 한 뒤 차로 향했다. 카시트에 두 아이를 모두 앉히고 운전석에 앉아 옆에 있던 물통에서 아침에 경수가 챙겨 마시라고 준 보리차를 한 모금 넘겼다.
"아빠느은!!"
"아빠는 엄마랑 잠시 어디갔어."
"어디?"
"음...글쎄?""
종인이 부드럽게 핸들을 돌리며 익숙한 길로 들어섰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차에서 아이들을 내린 뒤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와중에 찬열의 차가 보였다. 아빠차다!! 뛰어가려는 수진을 깜짝 놀라며 붙잡은 종인이 엄한 표정으로 야단을 치자 수진은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랐다. 차에서 내린 백현이 종인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며 어디 남의 집 귀한 딸을 울리냐며 호통을 치자 반박한 것은 종인이 아닌 태영이었다.
"수진이가 차한테 뛰어가서 아빠가 이노옴 한 건데...아빠 때리면 안 되는데.."
그 말에 백현이 피식 웃으며 수진의 머리도 한 대 쥐어박았다. 아야! 이놈의 기집애가 겁도 없이 어딜 막 뛰어다녀. 엄마가 차 오는데 뛰면 된다고 했어? 안 된다고 했어? 안 된다고..수진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백현의 목을 끌어 안았다. 그 바람에 중심이 뒤로 쏠린 백현이 그대로 뒤로 넘어갈 뻔 한 것을 찬열이 붙잡았다. 놀랬잖아! 애 안고 넘어지면 어쩔 뻔 했어!
"잘 다녀왔어요 형?"
"응. 덕분에. 경수는?"
"집에 있을 거에요."
찬열과 백현, 종인과 태영, 수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경수네 집으로 향했다. 경수는 한창 저녁 준비 중이였는지 집에는 음식 냄새가 나고 있었다. 우욱- 백현이 들고 있던 가방을 팽개치며 화장실로 급히 뛰어 들어갔다. 형? 종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띈 채 찬열을 쳐다보았고 찬열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영문을 모르는 경수만 깜작 놀라 우다다 달려 나와 백현의 상태를 살폈다. 야, 너 괜찮아? 왜 그래? 체했어? 눈에 눈물을 그렁거리는 백현의 등을 두드리며 경수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그 때, 으아앙-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수진이 눈물을 터뜨렸다. 깜짝 놀란 찬열이 급히 허리를 숙여 수진을 안아 들었고, 뭐가 그리 서러운지 수진은 찬열의 목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태영도 당황했는지 종인의 바지를 꾹 쥐고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아이고..이러다 현관에서 중대발표 하겠네. 우선 다들 들어가요."
종인의 중재로 상황이 일단락되고 멈출 줄 모르던 수진의 울음은 백현이 입을 헹군 후 안아들자 잠잠해졌다. 거실 쇼파에 둘러앉은 네 사람과 거실 바닥에 앉은 두 어린이들 사이로 백현이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나 임신했어. 전혀 상황을 모르던 경수가 눈을 크게 뜨며 사진을 받아 들었다. 태영과 수진이 나온 산부인과 로고가 박힌 사진을 경수가 잠시 보더니 다시 백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쌍..둥이냐? 끄덕끄덕. 아직 상황 이해를 못한 두 어린이를 위해 찬열이 친절히 바닥에 내려 와 앉아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음..지금 엄마 뱃속에 수진이 동생이 생긴거야."
"이모 배에?"
"응. 백현이 이모 뱃속에 애기가 들어있어. 근데 애기가 두 명 들어있어서 쌍둥이라고 부르는 거야."
"아닌데에..책에서 보면 애기 있는 아줌마들은 배가 뽈록했는데!"
"아직 애기가 작아서 안 볼록 한거야. 곧 이모 배도 볼록해질껄?"
"그럼 엄마 배 터지는거야?!!"
깜작 놀란 표정으로, 나름 심각한 표정으로 수진이 물었다. 박수진, 넌 엄마 배가 터졌으면 좋겠냐!! 안 대에..엄마 배 터지면 수지니 슬플꺼야.. 사실 임신 확인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걱정한 것이 수진 같은 딸이나 아들이 나오면 어쩌나..였지만...저렇게 엄마 걱정 해주는 자식 세 명이면 괜찮겠다 싶은 백현이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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