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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을 떠나요

W. The Sun

 

 

학교 2013 박흥수 X 학교 2013 고남순

화이트 크리스마스 강미르 X 시크릿 가든 한태선

친구 2 최성훈 X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수하

신사의 품격 김동협 X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윤정혁

 

 

아름다운 그대에게 존김, 뱀파이어 아이돌 까브리,

검사 프린세스 이우현, R2B 지석현

 

 

 

 

“어, 성훈 친구!”

“뭐야, 왜 나와 있냐.”

 

 

 

수하를 안아든 채 거실에 다다른 성훈은 거실 소파에 앉아 열심히 팝콘을 먹으며 SF 영화를 보고 있는 까브리를 발견했고, 막 팝콘을 입 안에 넣으려던 까브리는 성훈을 보고 오랜만에 주인을 만난 강아지 마냥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팝콘을 옆에 내려놓았다.

 

 

 

“근데 성훈 친구가 데리고 온 사람은 누구야?”

“아, 얘는 남순이 쌍둥이 동생… 어, 뭐야.”

 

 

 

수하를 까브리에게 소개하려던 성훈은 고개를 내려 수하를 바라보자마자 헛웃음을 지었다. 이놈 참, 잘도 자네. 편했나? 그렇게 헛웃음을 짓고 있는 성훈의 품에 안겨 있는 수하는 곤히 잠이 들어 있었다. 긴 속눈썹이 달린 눈꺼풀을 폭 감은 채 색색 거리는 숨소리를 내고 있는 수하는 넓은 성훈의 가슴에 기대어 열심히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고, 그런 수하가 깨지 않게 천천히 소파로 걸음을 옮긴 성훈은 소파 위에 수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멀뚱하게 저를 쳐다보고 있는 까브리에게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혹시 구급상자 어디 있는 지 아냐?”

“구급상자?”

“쉿, 작게 말해. 애 깬다.”

 

 

 

성훈의 말에 작게 몸을 움츠린 까브리는 제 입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쉿. 하고 말했고, 그 상황이 제 딴에는 웃겼는지 또 헤실헤실 웃던 까브리는 주방을 통해 가야하는 다용도실 쪽을 가리키며 작게 말했다.

 

 

 

“미르 친구가 저기다 가져다 놓는 거 봤어.”

“고맙다.”

 

 

 

까브리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보인 성훈은 다용도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던 까브리는 혹여 시끄러운 영화 소리에 깰까 급하게 리모컨을 들어 TV음량을 줄였다. 처음 보는 친구다. 인사하고 싶은데…. 사랑해마지 않는 팝콘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닫은 까브리는 살금살금 소파 앞으로 기어가 수하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처음 보는 남순 친구 가족. 마른 거 같긴 한데 몸은 좋아 보인다. 되게 착해 보여. 수하의 얼굴을 보며 헤실헤실 웃던 까브리는 수하의 볼에 속눈썹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손을 뻗었고, 그 순간….

 

 

 

“…? 우와악! 누구세요?!”

“!!”

 

 

 

천천히 눈을 뜨고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던 수하는 제 얼굴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까브리의 얼굴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고, 덩달아 놀란 까브리는 너무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 뭐야 저 사람…? 몸을 일으킨 수하는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다 욱신거려오는 제 발목을 붙잡고 작은 신음 소리를 뱉어냈고, 그런 수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까브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수하에게 말했다.

 

 

 

“많이 아파?”

“예? 아… 괜찮….”

“성훈 친구가 약 가지러 갔어. 금방 올 거야.”

 

 

 

성훈…? 아, 그 형 이름인가? 잠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 고개를 작게 끄덕인 수하는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자세를 편하게 고쳐 앉았고, 그런 수하의 옆에 빠르게 앉은 까브리는 방긋방긋 웃으며 수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까브리 라리스. 김우빈이라고 해.”

“아, 예… 안녕하세요. 박수하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흥수네 집 식구들 답지 않게 엄청 해맑게 생겼네. 왠지 너무 밝아서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저 집 사람들도 해맑게 웃으면 저렇게 웃으려나? 근데 이름이 까브리…? 외국에서 자랐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까브리와 악수를 한 수하는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까브리의 얼굴을 보며 작게 웃었고, 그런 수하의 반응에 또다른 친구를 사귀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던 까브리는 맞은편 소파에 놓아뒀던 팝콘을 가져와 수하에게 건네줬다.

 

 

 

“이거 먹어.”

“팝콘 좋아하시나 봐요?”

“제일 맛있어.”

 

 

 

팝콘을 우적우적 잘도 씹어 먹는 까브리를 본 수하는 작게 웃으며 팝콘 몇 개를 입 안에 넣었고, 그렇게 까브리와 수하가 통성명을 마쳤을 때쯤, 주방 쪽에서 걸어오는 성훈의 손에는 구급상자가 들려 있었다.

 

 

 

“일어났네.”

“아… 네.”

“발목은 좀 괜찮아?”

“아까 보단 좀 괜찮아진 것 같기도 하고….”

“봐봐.”

 

 

 

소파에 앉아 있는 수하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은 성훈은 붉게 부어오른 수하의 발목을 가볍게 잡았고, 그 손길에 잠시 몸을 움찔한 수하는 또다시 욱신 거려오는 발목에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은게 아니었나 봐요.”

“일단 파스 붙이고 붕대로 고정해놓으면 괜찮아 질 거다.”

 

 

 

구급상자를 연 성훈은 파스 한 장을 꺼내 뜯어냈고, 그런 성훈과 수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까브리는 순간 시선을 올려 2층 쪽을 바라보더니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유비 친구 전화 왔어!”

“뭐야, 연락 끊어졌다더니 갑자기 왜…. 아니, 그 유비인지 뭔지 하는 사람 전화인 줄은 어떻게 아는 거야?”

“전화 왔다!”

 

 

 

성훈의 말은 철저히 무시한 채 2층으로 빠르게 달려 올라가는 까브리의 얼굴은 더 이상 해맑음을 담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이전 표정에 비해 이젠 아주 기쁨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특이한 사람이네. 근데… 전화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데 그건 어떻게 안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던 수하는 제 발목에 어느새 파스를 붙이고 붕대를 감고 있는 성훈을 내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근데요.”

“어.”

“저 까브리라는 형… 원래 소리 잘 들어요?”

“뭐… 남들 보다 많이 잘 듣긴 하지.”

 

 

 

붕대를 다 감았는지 구급상자를 정리한 성훈은 소파 앞 탁자에 그것을 올려놓고는 수하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너랑 같은 이치지 뭐.”

“…?”

“눈을 보면 생각을 읽는다며. 동협이 한테 들었어.”

 

 

 

아, 진짜 김동협 이 자식은 별 쓸데없는 걸 말하고 다니네. 그러니까 정혁이 형이 엄청 싫어하지. 유부녀랑 사랑에 빠졌었다는 걸 알아채고는 그걸로 정혁이 형을 계속해서 자극하니… 잘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는 놈이다. 속으로 작게 욕지거리를 뱉은 수하는 어색하게 웃으며 성훈을 바라봤고, 그런 수하를 조금은 궁금증이 비치는 눈을 하고 내려다보던 성훈은 정말인지 궁금해 속으로 말했다.

 

 

 

‘진짜 들려?’

“…그럼 들리죠. 안 들려요?”

“진짜 였네.”

 

 

 

속으로 말한 물음에 수하가 자연스럽게 답을 하자 어깨를 으쓱한 성훈은 앞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런 성훈의 남자다운 옆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 명 쯤은 내 능력을 몰랐으면 했는데…. 내 능력을 알게 되면 다들 내 곁에서 떨어져 나간다. 가족들은 그걸 애써 숨기려 하지만 가끔 내 눈을 피하는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뭐… 태선이 형은 아예 그걸 즐기는 것 같긴 하지만. 남순이는 뭐, 읽어봤자 영양가도 없으니 패스.

 

 

 

“그럼 아까 내가 차에서 내렸을 때 한 생각도 읽었겠네.”

“…예?”

“아까 차 앞에 있던 거. 너였지.”

 

 

 

갑자기 냉기가 느껴지는 성훈의 말에 숨을 멈춘 수하는 조심스럽게 시선을 올려 성훈을 바라봤고, 차갑게 굳은 눈으로 수하를 내려다보는 성훈에게선 위압적인 카리스마가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수하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시선을 내리깔고는 너무 당황해 더듬거리며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 제가요… 이게… 눈을 보면 무조건 읽어지는 거라 어쩔 수 없….”

“읽었다는 거네.”

“자, 잠깐만요…!”

 

 

 

성훈은 몸을 파드득 떠는 수하를 그대로 밀쳐 소파에 눕혀버렸고, 제 가슴을 강하게 누르고 있는 성훈의 굵은 팔을 다급하게 붙잡은 수하는 위에서 저를 짓누르고 있는 성훈을 올려다보며 발버둥 쳤다.

 

 

 

“마, 말 안 할게요! 저 진짜 입 무거워요!”

“….”

“아, 진짜 잘못 했어요….”

“…그렇다고 울 필요까진 없지 않냐.”

 

 

 

어느새 두려움에 울먹거리기 시작한 수하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걸 발견한 성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수하의 눈을 조심스럽게 닦아냈고, 그런 성훈의 손길에 천천히 시선을 올린 수하는 조금은 누그러진 눈빛을 하고 있는 성훈의 눈을 바라봤다.

 

 

 

‘애들이 걱정할까봐 그래. 부탁한다.’

 

 

 

수하는 아무 말 없이 성훈을 올려다봤고, 성훈은 작게 미소 지으며 수하의 눈에 고인 눈물을 마저 닦았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더니 현관문이 벌컥- 하고 빠르게 열렸다.

 

 

 

“와, 계곡 겁나 재밌어!”

“남순아, 감기 걸리겠다. 올라가자마자 목욕하고 이불 덮고 있어.”

“에이, 우현이 형. 여름에 누가 감기를 걸려?”

“너 중학생 때도 그러다가 감기 걸려서 고생했잖아.”

“너까지 왜 그러냐 흥수야…. 다들 나 몰이하기로 작정을 했… 어, 어어?!”

 

 

 

앞장서서 들어오던 남순은 젖은 제 머리를 털다 소파 위에 있는 성훈과 수하를 발견했고, 수하는 소파 위에 누워 있고 성훈은 그 위에 올라타 수하의 볼을 매만지고 있는,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자세를 하고 있는 둘을 보며 제자리에 멈춰 섰다. 헐, 지금… 뭐하는…. 그런 남순을 바라보고 있는 수하는 정말 못할 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당황스러움이 가득담긴 눈을 하고 있었고, 성훈은 별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표정으로 천천히 수하의 위에서 내려왔다. 그렇게 순식간에 정적이 휩싸인 집 안에는 우현의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만이 울렸다. 한참을 모든 가족이 얼어있을 때쯤, 타이밍 좋게 들어온 미르는 태선을 부축한 상태로 제자리에 멈춰선 가족들에게 말했다.

 

 

 

“뭐야, 다들 왜 이래?”

 

 

 

 

**

 

 

 

 

마주앉은 두 가족은 어색함이 그득하게 차있는 정적 속에 말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몸이 아프다며 밥을 먹는 것도 넘기고 위층에 올라가 있는 태선과 팝콘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밥은 안 먹어도 된다며 냉장고에서 앰플 몇 개를 꺼내간 까브리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모여 있었지만 방금 전 성훈과 수하의 사건이 있은 뒤라 그 누구도 쉽사리 그 고요함을 깨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그릇과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만 나던 정적은 끝내 존이 먼저 깼다.

 

 

 

“밥 먹고 뭐 할까요?”

“예?”

“그냥 가만히 있으면 재미없잖아요. 명색이 놀러온 첫 날인데….”

 

 

 

그런 존의 말에 고요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왁자지껄하게 변했고, 중구난방으로 튀어나오는 아이디어들에 존과 우현이 정리가 힘들어 난감해하고 있을 때쯤 갑자기 미르가 상을 쾅- 하고 내려쳤다. 그 소리와 함께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는 조용해지며 착 가라앉았고,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웃은 미르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남자들끼리 모였으니 술 파티 하는 거 어떻습니까?”

“술 파티?”

 

 

 

그런 미르의 제안에 오오- 하며 감탄사를 뱉은 흥수와 남순은 서로를 보며 밝게 웃었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우현과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존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별 생각이 없었다. 마시면 마시는 거고… 안 마시면 안 마시는 거고….

 

 

 

“그건 좀….”

“왜요 우현씨. 전 좋은데요?”

“그래요?”

“뭐, 어차피 미성년자도 없으니 못 마실 건 없으니까요.”

 

 

 

존의 설득에 넘어가기 일보 직전인 우현은 잠시 곰곰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우현의 승낙만 떨어지면 되는 상황에 숨을 죽인 다른 가족들은 이윽고 우현의 고개가 살짝 끄덕여지자 환호성을 질렀다.

 

 

 

“어른들 있으니까 괜찮겠죠.”

“그럼 밥 먹고 술 사러 나가야겠네요. 근처에 마트 있으니 차 몰고 가죠.”

“정혁아, 석현아. 형 좀 도와줘.”

“동협아, 너도 같이 가자.”

 

 

 

대체 술을 얼마나 사오려고 저렇게 많이 데려가는 거야.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주위를 살피던 수하는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다 순간 성훈과 눈이 마주쳤고,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 하는 생각을 읽은 것을 끝으로 시선을 황급하게 돌리며 술을 마신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남순의 등을 이유 없이 내리쳤다.

 

 

 

 

**

 

 

 

 

“수하야, 석현이 술 더 못 마시게 해.”

“아닙니다! 저는 아직 괜찮습니다! 더! 마실 수 있습니다!”

“이 형 정신줄 놓은 지 꽤 됐어요 형. 이미 늦었어.”

 

 

 

저 형 주사 시작하면 자리 떠야하는데…. 맥주를 한 모금 마신 수하는 갑자기 군가를 흥얼거리기 시작한 석현에게서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그런 수하의 옆에 앉아있던 남순은 손에 쥐고 있던 빈 맥주 캔을 흔들며 투덜거렸다.

 

 

 

“아, 왜 자꾸 일로와! 저리가! 여기 쫍아아-!”

“남순아, 너 너무 많이 마셨다. 올라가자. 응?”

“싫어어-! 더 마실 거야!”

 

 

 

저를 붙잡는 흥수의 손을 뿌리친 남순은 투덜거리며 새 맥주 캔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런 남순을 어찌하지 못해 안절부절 하고 있는 흥수를 물끄러미 지켜보던 태선은 소주잔을 탁자 위에 가볍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입 다물어 고남순. 시끄러워.”

“아, 왜에! 왜 태선이 형은 나한테만 뭐라 그래에-!”

“니가 제일 시끄럽잖아 멍청아.”

 

 

 

태선의 날카로운 반응에 잠시 화가 난 듯 씩씩거리던 남순은 끝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눈을 하고 저를 잡고 있던 흥수의 품에 파고들며 칭얼거렸다.

 

 

 

“흥수아야- 나 억울해!”

“그래, 그래. 아이고, 불쌍하다 우리 남순이. 그러니까 그만 올라가자. 응? 아오, 좀 일어나 봐 새꺄…!”

“허, 나한테 새끼래. 야, 이 박흥수 나쁜 새끼야! 니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

“야, 이 새꺄, 우리 하루에도 몇 십번을 새끼라고 그런다! 그러니까 좀 올라가자!”

 

 

 

왜 내 주위에는 주사가 엄청난 인간들만 있는 걸까. 마시고 있던 맥주 캔을 내려놓고 한숨을 푹 내쉰 수하는 난장판도 아닌 술자리를 슥 둘러봤다.

 

대체로 술에 강한 흥수네와는 달리 남순이네는 거의 초토화 상태였다. 맥주 네 캔을 몸에 들이붓고 나서는 중학생보다, 아니 어쩌면 초등학생 보다 더 정신연령이 낮아져 끊임없이 칭얼거리는 남순과 소주를 반병쯤 비우자마자 갑자기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다며 통곡을 하기 시작하는 정혁. 갑자기 다나까 체를 쓰며 묻는 것은 모두 우렁차게 대답하면서 점점 시동을 걸고 있는 석현의 모습은 아주 가관이었고, 절주를 할 줄 아는 우현과 원래 술 마시는 걸 즐기지 않는 태선과 수하만이 멀쩡하게 살아남아 진상 중에서도 진상인 형제들을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그런 남순이네와는 달리 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존과 저도 꽤 맥주 캔을 비웠는데도 남순의 어리광을 다 받아주며 뒤처리를 하려는 흥수. 맥주를 천천히 넘기며 자신과는 달리 독한 소주를 마시고 있는 태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미르와 말없이 소주잔을 비워가는 성훈. 목놓아 울고 있는 정혁을 바라보며 조금 미간을 구긴 동협은 술이 아닌 그냥 음료수를 마신 사람들처럼 멀쩡했다.

 

 

 

“난리도 아니네.”

 

 

 

지끈거려오는 제 머리를 꾹꾹 누르던 수하는 주위를 둘러보다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태선이 형… 웬일로 많이 마시네. 남순에게 차갑게 쏘아붙인 이후로 쭉 아무 말도 없이 소주를 마시고 있는 태선의 앞에는 어느새 텅 빈 소주 두 병이 있었다. 그런 태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하는 몸을 일으켜 태선의 옆으로 가 앉았고, 인기척에 살짝 고개를 돌린 태선은 제 옆으로 온 것이 수하인 것을 알아채고는 다시 소주잔을 비우기 시작했다.

 

 

 

“형, 웬일로 소주를 그렇게 많이 마셔? 평소에는 맥주도 입에 잘 안 대잖아.”

“…오늘은 좀 취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고 소주잔을 또다시 비운 태선은 빈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고개를 가볍게 수하의 어깨에 기댔다. 태선이 형 열나는 것 같은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태선의 이마에 손을 올린 수하는 술 때문에 취기가 올라 그런지 뜨끈한 열기를 느끼며 눈을 가늘게 떴다. 태선은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가볍게 눈을 감고 색색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대체 취해야 할 일이 뭐길래 이 형이 이 정도로 술을….

 

 

 

“많이 취했나보네. 한태선.”

 

 

 

그 때였다. 아무 말 없이 맥주만 들이키던 미르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취기에 반쯤 정신을 놓은 태선의 팔을 붙잡았고, 그런 미르의 행동에 당황한 수하는 태선의 팔을 붙잡은 미르의 손목을 잡아챘다.

 

 

 

“뭡니까 지금?”

“뭐냐니, 방에 데려다 주려고 하는 건데.”

“하,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 어, 형…?”

“괜찮아. 놔.”

 

 

 

태선이 걱정되었던 수하는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미르에게 뭐라 쏘아붙이려 했지만 곧바로 손을 놓으라는 태선의 말에 당황했고, 순간 내가 못할 짓 하는 것도 아닌데 이 새끼는 왜 지랄이냐는 미르의 생각을 읽은 수하는 미간을 구기며 태선의 눈을 바라봤다.

 

 

 

‘방금 이 새끼 엿 먹일 좋은 방법이 생각났으니까 걱정 마.’

 

 

 

그렇게 말하는 태선의 생각에 입을 다문 수하는 하는 수 없이 미르의 손목을 놓았고, 수하가 손목을 놓자 큭큭 웃으며 태선을 부축한 미르는 천천히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셋을 지켜보던 사람은 또 있었다. 바로 앞에 있던 성훈과 동협은 그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고, 태선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미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동협은 맥주 캔을 내려놓으며 성훈에게 말했다.

 

 

 

“형, 미르 저 새끼 아까부터 이상하던데 따라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글쎄.”

“형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저 둘 엄청난 앙숙이야. 둘이 같이 있으면 사단 난다니까?”

 

 

 

옆에서 동협이 말하던지 말던지 계속해서 소주를 들이키던 성훈은 시선을 옮기다 수하를 바라봤고,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미르가 태선을 데려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진 않았던 수하의 행동을 떠올리던 성훈은 길게 숨을 뱉으며 말했다.

 

 

 

“수하 가만히 있잖냐. 별 탈은 없을 거다.”

“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수하의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끄덕인 동협은 다시 시선을 돌려 이젠 울다 지쳐 잠이 들려고 하는 정혁의 모습을 보며 또다시 깊은 한숨을 뱉었다. 저 형은 그 아줌마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데 저렇게 자기 몸을 버릴까….

 

 

 

“담배 좀 피고 올게.”

“아, 형 담배 끊으라니까.”

“너도 피잖아.”

“그렇긴 해.”

 

 

 

주머니에서 담배갑과 라이터를 꺼내며 몸을 일으킨 성훈은 동협의 농담을 능숙하게 받아치며 집 뒤편 정원과 연결 되어 있는 베란다로 나갔고, 그런 성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하는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그 뒤를 따라 갔다.

 

 

 

 

***

 

 

술 마신 미르태선... 수위 있는 씬은 스킵하지만 태선이의 기발한 묘책이 드러납니다..!

물론 그 날 저녁에 흥수남순도 터지고 성훈수하도 조금 터지고 동협정혁도 조금 터집니다.

 

역시 술의 힘...!

다음 날 아침에는 다들 숙취에 시달리겠죠... ㅎㅎㅎㅎㅎㅎ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커밍 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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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핫아핫♥♥♥ 너무좋아여~~ ㅜㅜㅜㅜ빨리 담편ㅜㅜㅜㅜㅠ기대할게여77
11년 전
독자2
다음편이 시급하네요ㅜㅜㅠㅠㅠㅠ 진짜 재밌게 보고있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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