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탄소집 방문기
요즘 내가 자주오지? 기뻐? 기쁘다고 말해 얼른.(강요)
오늘같은 토요일엔 그 놈들 얼굴 안봐서 기뻐했는데 ㅎ. 그 새끼들은 내가 기쁜 꼴을 못 보나봄.
새벽 7시부터 우리 집 찾아와서 문 두드림.. 내가 내일 우리 집 빈다고 말하는게 아니였음....그냥 자랑이었을 뿐인데....니네 오라고 한 말 아닌데...
존나 잡상인같은 놈들...
처음엔 그 새끼들인지 모르고 꼭두새벽부터 누구냐고 짜증을 내면서 인터폰을 받음. 화면에 뜬 얼굴을 먼저 확인안 한 나년의 잘못이 컸음..
' 누구..'
말하는 도중에 화면에 빼곡히 가득찬 일곱명의 얼굴을 봤을 때 바퀴벌레 본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졌음;;;
나는 당장 인터폰을 내려놓고 집에 없는 척 하려고 살금살금 까치발로 다시 방으로 들어감. 사실 집이 빈다는 말은 나까지 집에 없다는 말이었음!!이 새끼들아 꺼져!^!^
애들은 초인종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인터폰을 들어올렸다가 내려놓은 소리를 들었는지 내가 집에 있다는 걸 확신했음.
그래서 더 미친듯이 초인종을 두드리고 문을 미친듯이 두드림.;;;; 진짜 무서웠음. ㄹㅇ. 엄마의 '잠시 여기 앉아봐' 정도 쯤의 공포감이었음.
계속 시끄럽던 문 밖이 조용해졌고 대신 작전을 바꿨나봄.
내 핸드폰과 집전화와 초인종을 테러하기 시작함.
초인종이랑 집전화랑 핸드폰에 동시에 울리는데 매미새끼들 한 52001마리 쯤 울어재끼는 듯한 소음이었음.
거기다 갑자기 박자에 맞춰서 집문을 두드리는데
' 쿵! 쿠쿵!! 쿠쿵!! 쿵쿠쿠쿵!! '
아주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이었음. 존나 저 어설픈 박자는 분명 김석진일게 분명할거라고 개빡쳐하다가
나중에 정국님의 섬세한 손짓이란 걸 전해듣고 갑자기 정국님이 손댄 문을 가보로 삼고싶었음.♡
뭐. 왜. 뭐. 잘생기면 끝이야.
나중에 전해들은 바로 초인종은 김남준 핸드폰은 민윤기 집전화는 김석진이었음. 아주 꼴보기 싫은 순위 베스트들끼리 잘한다;;
빡친 나는 그 일곱명과 담판을 짓기로함.
일단 진짜 시끄러운 집전화 코드는 뽑아버리고.. 잠깐. 이 새끼들이 우리집 전화번호는 어떻게 안거지?......
인터폰도 전원을 꺼버리고 핸드폰 전원도 꺼버리고 문앞에 가서 섰음.
갑자기 연락이 끊기자 애들은 밖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함.
" 나와라!! 김탄소!!!! 남자답게 굴어라!!!우우!!!! "
박지민새끼가 내 xx성염색체를 부정하고 있었음.
계속해서 정국님이 문을 두드리고 계셨지만 그 땐 김석진인 줄 알았기에 나따위가 감히 문을 쾅 발로참.ㅠㅠㅠㅠㅠ 송구스러워서 정국님을 볼 낯짝이 없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미천한 년을 용서하십쇼
내쪽에서 반응이 오자 잠시 당황했는지 조용해졌고 나는 그 틈에 소리쳤음.
" 미친새끼들아!! 시간감각이 없냐?!! 눈있으면 시계 좀봐! 지금 몇신가! "
" 7시 18분 "
" 그래!!1!시팔!1ㄱ!!! 말 잘했다!!!!! 이시팔것들아!!!!! 꼭 지네같은 시간에 맞춰서 와요!!!!시팔분같은 것들아!!!!! "
반대편에서 덤덤하게 시간을 알려주는 민윤기의 목소리에 빡쳐서 악다구니를 질러댔음.
" 우리 이러지말고 이야기를 한번 해봄세. "
김남준의 목소리였음. 이성척인척 하지마 불쾌해.
새삼 생각해보니 주위 이웃들에게 너무 시끄러울 것 같아 심호흡을 하며 겨우 화를 가라앉히고 차분히 이야기를 시도함.
" 왜 왔는데. "
" 놀러왔지. "
뻔뻔한 정호석.
" 니네가 왜. "
" 넌 우리의 빵셔틀이니까. "
개같은 박지민
" 돌아가. 문 절대 안열어 줄거니까. "
" ...진짜 안돼?.. "
어유. 정국님(굽신) 어유. 정국님만 들어오신다면 저는 영광이죠. 근데 정국님이 들어오면 저 여섯떨거지들이 따라 들어오니까 ㅠㅠㅠㅠㅠㅠㅠ
저런 것들은 왜 달고 오셨어요 ㅠㅠ 정국님 ㅠㅠㅠㅠㅠㅠㅠ
정국이가 말하자 내가 잠시 움찔하는 걸 느꼈는지 문 반대편에서 야유가 쏟아짐.
" 우우우우우 이 더러운 외모지상주의 "
" 나도 잘 생겼는데 왜 나랑은 대우가 다르냐! "
순서대로 정호석, 김태형. 뭐래 꺼져
그러다 또 잠시 조용해지다가 이번에 작전을 바꿨나봄.
정국님이 문에다 대고 애원하시기 시작함. 존나...... 조은 작전이다.....진짜.. 솔직히 너네가 처음으로 고마웠음..아..ㅇr...
" 탄소야 ㅠㅠㅠ 제발 한번만 ㅠㅠㅠㅠㅠ "
" ..아 정국아.. "
" 우리 맛있는 것도 사왔는데 부모님 오실때까지만 조용히 놀다가 깨끗하게 치우고 돌아갈게 ㅠㅠㅠ 응? 안돼? "
그 와중에 살짝이 들려온 민윤기의 중얼거림. ' 인생 살기 힘들지. 정국아. '
그리고 박지민의 부채질. ' 더 애교있게! 더 깜찍하게! '
" 탄소야 ㅠㅠ 제발 ㅠㅠ 응??응?? 문 안열어주면 정국이가 마음이 아포 ㅠㅠㅠ "
' 철컥'
정국이의 애교는 내 마음을 언★룩 해버린 거시여따...☆
"...들어와.. "
" 진짜 속물이다 너. "
김태형 니가 할말은 아닐텐데.
내가 문을 열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텍사스 소 때처럼 집안으로 밀고 들어옴. 존나 집주인인 나는 아웃 오브 안중. 막 밀치고 들어가드만;;;
그리고 처음 와본 우리집을 모델하우스 집 보러 온 사람들 마냥 여기저기 구경하기 시작함.
그래도 개념은 있었는지 안방은 안들어가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음.
하ㅋ지ㅋ만 내 방은 그 새끼들의 아지트가 되어버림. 집에 들어온지 삼초도 안돼서 이 새끼들을 집에 들인걸 폭풍후회하기 시작함.
박지민, 정호석, 전정국은 내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시작하고
김석지은 식탁에 놓인 빵을 지맘대로 집어 우적우적 씹어먹었고
민윤기는 자연스럽게 소파와 한몸이 되었으며
김남준과 김태형은 이상한 상황극을 하기 시작함. 김남준이 남편역이고 김태형이 아내 역이었던 것 같음.
" 여보.. 여기가 바로 우리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우리의 사랑의 터전이야..!! "
" 여보!! 너무 감동스러워요..! 드디어 우리가 집을 마련하다니..! "
" 후훗. 마이 달링.. 울지말라구.. 이렇게 좋은 날에 울면 쓰나.. 후훗. "
" 이게 다 여보가 열심히 일한 결과에요..! 앞으로 우리 여기서 알콩달콩이 살아요.. "
...
김태형과 김남준의 또라이짓을 구경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박지민이 내방에서 소리쳤음
" 야!!!! 여기 김탄소 졸업앨범이다!!!!!! 다 모여!!!!!!! "
박지민의 한마디로 여기저기 퍼져있던 나머지 사람들이 급식을 먹으러 달려갈때처럼 달려들어가기 시작함. 그 무기력한 민윤기마저..!
내가 진짠지ㅣ진짜 숨기고 싶은 물건 베스트 일위가 바로 졸업앨범임..그것도 중학교..
" 이거 중학교꺼네?? "
시발. 안돼
내가 어떻게든 말리려고 일곱장정들로 가득찬 내방에 꾸역꾸역 끼어들어감. 그리고 내 졸업앨범을 들고 있는 박지민에게 몸통박치기를 시전함.
하지만 이미 여러번의 다굴을 겪어온 박지민(18.애잔보스) 는 이깟일 익숙하다는 듯이 꿈쩍도 하지 않았음
" 김태형! 전정국! 가라! "
박지민의 지시대로 정국이와 김태형은 내 팔을 한쪽씩 잡고 날 저지했음.
진짜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남자는 남자였는지라 꽉 낀 팔짱은 움직이지도 않았음.
나는 분하다는 듯이 발버둥치며 박지민을 노려봤고 박지민은 얄미운 비웃음을 지으며 내 공개처형을 하기 시작했음
" 이것이 바로 네년의 졸업앨범이렸다!!! "
" 맞으니까 내려놔. 이샊이야. "
"어허!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했느냐! 이런..ㅉㅉ 국어 성적이 괜히 낮은 게 아닌 모양이구나! "
(무시)
김태형은 그렇다치고 정국이 마저 내 팔을 잡고 있는게너무 충격이어서 나라잃은 표정으로 정국이를 쳐다봄
" ㅇ떻게 너마저.. "
그러자 정국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고는 '헤헤. 미안' 넉살을 부리는데...
ㅇㅅㅇ그래 용서하지 뭐 그까짓거 ㅎ ♥
" 김태형 안 놓냐. "
" 헤헤 미ㅇ.. "
" 뭘 쪼개. "
" (상처) "
박지민은 내 눈앞에서 한장한장 넘기며 내 사진을 찾고있었음.
옆에서 김남준이랑 정호석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리액션들이
" 오오오오오오!!!! "
"우오오오오!!!! "
진짜 한 구탱이 때리고 싶었음
그러다 내 사진을 발견했는지 박지민이 넘기는 걸 멈춤. 그리고 내 발광은 더욱 고조되었고.
"아아아아아앙가!!!!!!!!!!!!!뽀지마!!!!!!!!!!!!!!!!니네다 쪼개버린다!!!!!!!!!!!!!!!!!!!!!!고자만들어버릴거야!!!!!!!!!아랄강ㄱ라아락!!!!!!!!!!!!!!! "
김남준과 정호석, 김석진, 그리고 민윤기까지 박지민 옆으로 따닥따닥 붙어 내 졸업사진을 감상하기 시작함.
그러다 내가 힘이 빠져서 축 늘어져 있자 김태형과 전정국까지 합세해서 내 졸업앨범을 유심히 관찰함. 나는 이미 들켜버린거 될대로 되라지 해탈해버림.
( 내_졸업앨범을 본_후_gif)
그냥 다 나가줘...혼자 있고 싶어.....
애들은 아무말도 안하고 조용히 감상하다 조용히 졸업앨범을 닫았고 해탈한채 누워있는 내 머리 위에 조용히 졸업앨범을 올려주고 조용히 한명씩 방을 빠져나감.
....반응들이 왜그래...제발....나 우울해지려 그래... 차라리 놀려줘...제발...수치스러워......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수치스러움에 떨고 있을 때 누군가 내 머리 위에 있던 졸업앨범을 치웠음.
내가 누군가 싶어 살짝 손을 떼고 보자 민윤기였음. 차례대로 나가다가 민윤기가 마지막이었나봄. 민윤기는 누워있는 내 옆에 몸을 웅크려 앉더니 졸업앨범으로 내 머리를 툭툭 건드림.
" 지금 혼자 있고 싶으니까 나가줄래?.. "
다시 손에 얼굴을 묻었음. 오늘을 기억하자. 150530 내게 최고의 모욕감을 안겨준 날.
민윤기는 나가라는 내말에도 굴하지 않고 졸업앨범 모서리로 여기저기를 툭툭 건드림. 이새끼가 갑자기 왜이러나 싶어서 뭐라 한마디 하려는 그 때
민윤기가 먼저 선수를 침.
" 그렇게 부끄럽냐? "
" 응. 알몸을 보여진 기분이다. 니가 졸업앨범이 까발려진 여자의 기분을 알아?.."
" 잘 모르겠는데. "
" 그럼 닥쳐. "
" 왜 그렇게 부끄러워하냐. "
" ... "
" 예쁘게 나왔던데. "
그러더니 졸업앨범을 바닥에 내려두고 방을 나갔음.
+
겨우 수치심에서 헤어나와서 거실로 나와보니 미친새끼들이
거실에서 판을 벌림.
죽여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