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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기 한 덩이를 불판위에 올려놓자 달궈진 불판위로 고기가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익혀지기 시작했다. 성열이가 직접 굽겠다는걸 내가 사는거니까, 굽는 것도 확실히 내가 다 하겠다며 집게와 가위를 뺏어들었다. 내 앞에서 젓가락을 들고 당장이라도 침이 줄줄 샐것처럼 고기를 쳐다보는 성열이가 마냥 귀여워서, 고기가 타들어가도 모를것같았다. "근데 너 어디에서 알바하는거야? 나한테 한번도 얘기 안해주더라? 섭섭하게. 우리가 그만큼의 관계도 못되는거냐?" "흐흐흐....아직은 비밀이야. 너 놀래켜줘야되거든. 그리고, 우리처럼 사이좋은 형제 있으면 나와보라그래. 세상 구석구석 뒤져도 우리만한 형제가 어디있으려구." "짜아식....입만 살아가지고는....." 평소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하고 소통하던 우리 사이에 나름 중요하다면 중요한 생계거리에 대해서 본인에게 말을 안해주니 내심 서운했는지 성열이의 입이 대빨 나와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그 입에 내 입술을 겹쳐보고 싶지만, 우리는 의형제다 라는 생각에 그 욕구를 꾹- 눌러담았다. 다시 고기를 굽는데 열중하기로 했지만, 이내 내 귀를 사로잡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은 사건사고 소식입니다. 어제 저녁 8시쯤, 삼성건설소유의 컨테이너박스가 또 다시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컨테이너는 갖가지 건축 소재가 저장되어있던 박스라고 합니다. 김진영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어제 저녁 8시쯤, 광화문 변두리에 위치한 삼성건설명의의 창고지에서 큰 폭발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폭발한 컨테이너박스에는 벽돌, 콘크리트, 철자재 등의 건축용 재료들이 저장되어있었습니다. 폭발 후 근처에 살던 주민들은, 갑자기 엄청난 굉음과 함께 약간의 진동이 일어나더니 이내 검은연기와 불꽃이 치솟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번 폭발사고는 열에 의해 고압선전류가 흐르든 전선에 이상이 생겨, 전체적으로 과열이 되어 누전이 된것같다고 소방당국이 전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어제 저녁..........' "아으 소름끼쳐. 저기 사고난거만 벌써 4번째라며? 대기업이라는데가 관리를 제대로 하는거야 마는거야? 이러니까 취업경쟁자가 갈수록 떨어지지. 으휴 불쌍해라" 오늘 아침에 상무들의 회의가 급하게 잡혔다는게 저것 때문인가보다. 덕분에 커피나르느라 몸이 더 축났지만. 잠깐 흘러나온 뉴스가 귀에 들어와서 본 뉴스를 어느새 성열이도 같이 보고 있었다. 뉴스를 본 성열이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끌끌찬다. 내가 일하는 곳이 저기라는 걸 알면 또 잔소리를 퍼부을게 뻔했다. 저런 재수없는데 들어가서 뭐하려고 그러냐, 벌써부터 불길한 조짐이 보이니까 다른 곳으로 옮겨라 등등...... "나는 절대 저 회사 근처에 얼씬도 안해야지. 너도 저 회사조심해! 저 회사랑 같은 계류제품도 조심해서 써. 저렇게 폭발하면 큰일난다." "야 말이되는 소리를 해라. 그거하고 그거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고 참......" "아잇 짜식, 내가 그러라면 그런줄 알어. 야 고기타겠다 빨리 뒤집어." ......젠장. 말하기는 글러먹은것같다. 어릴적부터 쓸데없는 것에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던 성열이는 어려서부터 버릇이라 한번 고집을 부리면 쉽게 꺾이는 법이 없었다. "아참, 그리고 조만간 합치자." "어?" "집 말이야. 같이 살자고. 방세내기도 힘들고, 나도 이제 곧 졸업하니까 그쪽에 살일은 더 없잖아. 그리고 너네집 근처가 일자리 구할곳도 많고." "어 뭐 그거야 어렵진 않은데...... 좀 불편하지 않겠어?" "뭐가 불편해? 어릴때부터 볼거 못볼거 다 보면서 자랐는데 뭐. 화장실때문에? 아님 지금 너 사는 집도 팔고 화장실 2개짜리로 옮기지뭐." "아...아니 그런건 아닌데......" 이 바보등신아 내가 너랑 같이살면 나는 매일 밤마다 얼마나 괴롭겠냐구. 네가 내 속을 알면 그런 얘기 안나올거다. 이렇게 싱숭생숭한 내 마음도 모르고 너는 참 잘도 먹는구나, 젠장. "야 근데 너 진짜 말 안해줄꺼야?" "뭐? 지금 알바하는 곳?" "그래. 야 별것도 아닌데 계속 그렇게 질질 끌어야겠냐?" "원래는 얘기 해주고 싶었는데, 왠지 안될것같애. 얘기 안할래." "야 김....! 아우 됐다. 드럽고 치사해서 안물어본다 됐냐?" 녀석이 삐졌는지 말을 하다 말고 다시 고기먹는데만 전념한다. 오물오물하면서 고기를 씹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 저녁을 먹는 내내 한마디도 할것같지 않았던 애가, 다시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물으면서 아무일 없었다는듯 대화를 이어나갔다. 물론 먹는건 계속 먹으면서. 워낙에 먹는걸 좋아해서 고기만으로 배가 안찬다길래, 초겨울인데도 차디찬 냉면을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냉면까지 사먹였다. 한참을 배터지게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다가, 어느덧 시간이 9시 20분쯤을 넘어서고 있어서 이만 상을 정리하기로 하고 일어났다. "아으으으으으읏- 하. 잘먹었다. 오늘 잘 얻어먹었다? 다음에 또 사줄꺼지?" "음....네가 말 잘들으면?" "뭐야 재미없게. 네가 선생님이냐 말 잘들으라고 하게." 어려서부터 고아원에서 늘 '선생님' 으로만 부를 수 있었던 사람밖에 없어서인지, 우리에게 선생님이란 곧 엄마와 동의어였다. 계산을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에서 서로 반대되는 노선을 타야했기때문에 개찰구에서 헤어졌다. 녀석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까지 보고 난 후에, 내가 탈 노선을 향해서 갔다. 앉아서 기다리는데, 성열이한테 문자가 왔다. '앞에봐봐' 뜬금없이 앞을 보라는 말에 앞을 봤더니, 길쭉하고 귀여운 멀대 한명이 스크린도어를 통해서 보였다. 녀석이 손을 흔들면서 방방뛰는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도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일어나서 나도 스크린도어를 향해 걸어가서 조금 더 가까이 가려고 했는데 그 순간 성열이쪽의 지하철이 경적을 울리면서 들어오는 바람에 순식간에 성열이의 모습이 가려졌다. 김이 팍 새버려서,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집에 도착한 나는 하루종일 보고서를 나르고 한번 치루면 고역이라는 음료심부름에 워드심부름까지 3개의 고된 일을 치뤄서인지 씻고싶은 생각도 들지 않아서 침대로 누워버렸고, 슬슬 정신이 몽롱해지는걸 느꼈다. 그리고.......그리고.....정신이 조금씩 흐려지는게 잠이 드려나......아아 알람 맞춰야하는데......알ㄹㅏ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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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스토리 전개에 필요한 요소가 나타나진 않았어요.
지금 단콘티켓팅 생각에 막 휘갈린게 있어서 좀 엉성한 부분이 있을수도 있어요.
지금 이걸 계속 연재를 해야할지 참 걱정이네요.....
스케일이 커서 제가 감당 못할거같아요......
아참, 저는 위에 나오는 삼* 그룹에 대한 악의는 하나도 없어요 ㅋㅋㅋㅋㅋ
막상 회사이름같은걸 지으려니깐 생각도 안나고 이상하고 그래서 제일 유명한 기업 하나 가져다 썼어요 ㅋㅋㅋㅋ
전 절대 악의가 없답니다 ~.~ 저희 삼촌께서 그 회사를 다니시는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