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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세요! 안읽으면 후회!!! 

아무래도 회당 분량이 너무 작은 것 같아서 완결하려면 100화도 넘게 써야할거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화부터 새로 시작하는 맘으로 분량 길게길게해서 20화정도에 끝내려구요! 

8화까지 다읽으신 분들한테는 뎨동 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9화분량 역시 짧아서 여기다 통합했어요! 뎨동!!!!!!! 





[EXO/김종인X도경수X오세훈] 나쁜놈, 불쌍한 놈, 이상한 놈 TXT. 1~9




w. 조닌친구










"조..좋아해 종인아."






역겨워. 평소 내가 좋아했던 도경수의 큰 눈을 집어뜯고 싶을만큼 구역질이 났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나에게 고백하는 그의 눈빛은 진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


" 진심이야 종인아. 네가 날 친구로서 좋아한다는 거..나도알아. 그래도.. 그래도 말하고 싶었어. 널 처음 본 순간부터, 그 뒤로도 매일 매일 널 마주할 때마다 내 진심을 내뱉고 싶었어. 날 더럽다고 욕해도 좋아. 역겹다고 말해도 난 괜찮아. 그니까 종인ㅇ..."


" 역겨워, 역겨워서 못 봐주겠어."






종인은 자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또박또박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경수가 맘에 들지 않았다. 자신은 여자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이었다. 경수는 학기초부터 짝꿍을 하면서 친해져온, 자신보다 덩치는 작지만 성격은 결코 자신보다 약하지 않은 친구였다. 매일 학교에서 붙어다녔고, 학교가 끝나서도 자주 붙어다녔다. 그런데 그가 자신에게 이런 마음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이렇게 자신에게 배신을 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종인이었다. 길게 주절거리는 도경수를 앞에두고 여전히 눈을 마주친 채로 도경수의 말을 끊고 맘 속에 있던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경수의 발 끝에 침을 퉤, 하고 뱉고 돌아서던 종인은 마지막 경수의 표정이 거슬렸다. 역겹다고 말해도 괜찮다며. 근데 왜 그런 표정 짓고 있는 건데,




종인은 교실에 돌아와서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자신의 역겹다는 말에 하던 말을 멈추고, 입을 꾹 다문 채로 눈물을 글썽거리던 도경수의 표정이 종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처음 경수를 봤을 때 종인은 귀엽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자신보다 한참이나 덩치가 작았서였다. 좋아해서도 아니고, 이성으로 느껴져서도 아니였다. 그저 자신보다 한참이나 작은 경수에게 습관처럼 그의 머리로 손이 갔고, 강아지를 만지듯 쓰다듬었던 것 뿐이다. 그게 문제였던 것일까.






종인은 수업시간이 끝나고 쉬는시간 종이 칠 때까지 혼란스러운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자신은 남자를 안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게이를 혐오했다. 종인은 확실한 호모포비아였다.






도경수는 7교시가 끝나고 종례시간이 되서야 자리에 들어왔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과 멀리 떨어진 구석 자리에 앉아서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얼핏 봤을 때 그의 눈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종인은 힐끔거리다가, 다시 머릿속에 경수의 말이 떠오르자 구역질이 났다. 눈은 자꾸 경수를 쫓아가는 데, 종인은 몸과 마음은 경수를 절벽 끝으로 몰아 붙였고, 심지어 자기자신에게 까지 거부반응을 선사해주었다.






종인은 경수에게서 눈을 돌리곤 재빠르게 가방을 싸고선 아직 종례가 안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뒷문으로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종인은 집으로 가던 도중에 결국 길가 앞에 멈춰서 구역질을 했다. 도경수의 말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종인의 뇌속에서 리플레이 되고 있었고, 종인은 계속해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도경수, 이 더러운 새끼.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종인을 뒤따라오던 경수가 봤다는 걸 종인은 알지 못했다. 경수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흐르는 것도. 안그래도 빨간 눈가가 더 빨개지는 것도.




**

종인을 처음 봤을 때 경수는 직감했다.


자신이 불행해지리라는 걸, 이 아이와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는 걸. 하지만 경수는 종인에게 이끌리는 마음을 이기지 못했다. 안돼..더는 안돼. 라는 깊은 마음 속 한구석의 외침을 경수는 무시했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친구로서 지내는 거라고 혼자 되뇌이며 종인과 점점 더 가까이 지냈다. 그리고 경수는 지금 점점 더 커져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경수는 종인에 대한 마음을 자신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고, 그제서야 종인과 가까이 지낸 걸 이제서야 후회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종인의 차가운 대답과 경멸의 눈초리에 어마어마한 불행이 자신을 덮쳤다. 경수 자신은 지금 누구보다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경수는 길가에 멈춰서 구역질을 하는 종인을 보고 자신의 입을 쥐어뜯고 종인에게 달려가 미안하다고, 거짓말이라고, 나는 너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까 너에게 한 고백은 이 입이 한거라고. 그 말을 한 내 입을 쥐어뜯어버렸다고 종인에게 소리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경수는 후회로 가득차 변명을 말하는 마음과는 달리 소리 없이 눈물을 줄줄 흘리는 일 밖에 하지 못했다. 그리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가슴의 고통에 종인을 바라보며 얕은 신음만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






종인은 집에가는 동안 몇번이고 구역질을 해댔다. 평소보다 몇십분이나 더걸려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지쳐있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도경수의 고백이 계속 떠올라 지쳤고, 혐오 라는 감정이 자신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아 두통에 시달렸다. 아까 조금 들었던, 도경수에 대한 동정심이라는 감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종인에게 남은 건 단지, 자신을 속인게이새끼에 대한 혐오심뿐이였다.

종인은 두통에 시달리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꿨다. 꿈 속에서 도경수는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종인은 시체처럼 누워있는 경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고, 그가 살아있는지 보고자 그의 가슴에 귀를 갖다댔다. 그리고 그 순간 경수의 가슴에서 날카로운 칼이 튀어나와 종인의 귓 속을 찔렀다. 고막이 찢기는 고통에 종인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종인의 비명소리는 밖으로 내뱉어지지 않았다. 종인은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 짜내며 피가 줄줄 흐르는 귀를 손으로 틀어막고 경수의 가슴에서 고갤 들어 뒷걸음질 쳤다. 종인의 눈은 두려움과 고통으로 가득차있었다. 그 순간 도경수의 눈이 뜨였고, 눈 깜짝할 사이에 종인의 앞으로 다가와 그에게 키스했다. 아니, 종인의 입안을 찢어놨다.






경수는 입안에 칼을 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종인의 혀를 잘라냈다. 그러고도 쉬지않고 종인의 입안 곳곳을 칼로 찢어놨다. 끔찍하고 생생하게 고통이 종인을 덮쳐왔다. 겨우겨우 힘을 들여 경수를 떼어내고 종인이 입가에 줄줄 흐르는 피를 손으로 억지로 막아내며 고개를 들었을 때, 도경수의 눈은 울고있었고, 입은 웃고 있었다.




좋아해. 아니,거짓말이야. 널 혐오해.






경수의 말이 끝마치자마자 종인은 꿈에서 깨어났다. 현실과 같은, 아니 현실보다 더한 생생한 고통이 뇌 속에 가득차 있었다. 고개를 흔들며 기억을 떨쳐내고자 했지만, 쉽사리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달력을 봤을 때, 이미 3일이나 지나 있었다. 






**




경수는 종인에게 고백한 다음날, 퉁퉁 부운 눈을 보고선 학교를 가지말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언제까지 피할수 만은 없다는 생각에 축 처진 어깨를 가지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갔을 때 종인은 없었다. 그리고 학교 수업이 끝날 때까지 종인은 들어오지 않았다. 경수는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역겨워, 라고 내뱉던 종인의 말에 상처를 받은 건 자신이였다. 그런데 종인이 학교에 나오지 않자, 경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종인이 3일 째 연락도 없이 학교에 오지 않자, 무슨 일이 생겼구나. 라고 직감했다.




그리고 종인이 학교에 오지 않은지 3일째 되는 아침, 경수는 1교시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싸서 종인의 집으로 달려갔다.


쿵쿵-쿵쿵!!!! 경수는 한숨도 쉬지 않고 학교에서부터 종인의 집까지 달려왔다. 혹시나 무슨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손이 부서져라 문을 두들겼다. 

" 종인아!!!!! 종인아!!!!!!"

"...니가 왠일이야."

경수의 소리침이 무색하게 문은 쉽게 열렸다. 그리고 종인은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털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앞에 바로 보이는 경수에 표정을 굳힐 수 밖에 없었다. 방금 전까지 꿈속에서 자신을 칼로 찌르던 경수가 눈 앞에 있자, 경수를 칼로 찌르고 싶다는 충동마저 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종인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 살기를 감추고 조금 굳은 표정으로 경수를 바라봤다.

"ㅇ,아니.. 난 걱정이 돼서...잘 있으니 됐어.. 근데 혹시 나 때문ㅇ.."

"너 때문아니니까 그만 가."

"어? 어.. 알았어.." 

경수는 안그래도 처진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선 몸을 돌렸다. 종인은 자신과 친구였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경수의 나약함을 처음 느꼈다. 그리고 온 몸에서 경수에 대한 거부반응을 내뱉는걸 자신이 거부하고선, 경수를 불러세웠다. 

" 경수야- "

"ㅇ,어?? 왜...??"

"집까지 왔는데 좀 들어왔다 가." 

"어? 아냐, 안 그래도 ㄷ.."

종인이 애써 다정하게 말을 내뱉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수가 거절의 말을 내뱉으려 하자 종인은 경수의 팔을 잡고 자신의 집으로 이끌었다. 종인은 경수의 팔을 잡자 또 다시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참아냈다. 그리고 경수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내동댕이 쳤다. 

"으윽, 왜그래 종ㅇ..인아.."

"너때문에 3일동안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어 개새끼야. 니가 그 역겨운 말을 내뱉은 뒤로부터 너만 생각하면 구역질이 올라와. 자다가도 토를 하고, 길을 걷다가도 토를 했어. 지금 내 심정으로는 니 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

침대에 내동댕이 쳐진 경수의 위로 올라타, 경멸이 가득 찬 말을 내뱉었다. 저말은 지금 종인의 실제 심정이였고, 만일 옆에 칼이 있었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경수는 종인의 살기가득한 말에 몸을 떨었고, 눈물만 뚝뚝 흘렸다. 그리고 그 순간 종인은 경수의 입술을 물었다. 그와 동시에 종인의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경수는 갑작스럽게 입술을 물어오는 종인이 당황스러웠다. 분명 방금전까지만 해도 경멸에 찬 눈초리로 자신의 입을 갈기 갈기 찢어버리고 싶다는 잔인한 말을 내뱉던 종인이었다. 경수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종인의 잔인한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을 좋아해서 키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경수는 그저 지금 맞닿고 있는 종인의 입술이 좋았다.








종인은 사실 처음에 경수에게 키스할 마음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저, 자신이 얼마나 심한 호모포비아 인지 경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분명 경수의 팔만 잡아도, 그 목소리만 들어도 구역질이 올라오던 자신이였기에, 도경수에게 키스를 한다면 자신의 몸에서 엄청난 거부반응이 일어날 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아주 전혀 아니였다. 아무리 경수의 입술을 물고 빨고, 거칠게 혀까지 넣어봐도, 구역질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말캉하고 부드러운 경수의 입술에 조금씩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종인은 갑자기 달라진 자신의 몸의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얌전히 눈을 꼭 감고 있는 경수의 눈을 보고선 입술을 떼었다. 타액이 길게 늘어졌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무신경하게 닦아냈을 뿐이었다. 종인이 입술을 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경수의 얼굴을 봤을 때, 경수의 표정은 복잡했다. 슬퍼보이기도 했고, 놀라보이기도 했으며, 기쁜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씨발, 이라는 한마디만 짓걸이고 종인은 경수의 곁에서 일어나, 방을 빠져나갔다.








종인이 빠져나간 방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경수는 주섬주섬 일어나서 헝크러진 옷과 머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종인의 침대 바로 앞에 있는 거울 앞에서서 엉망이 된 자신의 얼굴도 정리했다. 이곳 저곳 남아있는 눈물자욱을 닦아내고, 부어 오르다 못해 약간 터지기도 한 입술의 피딱지를 닦아냈다. 거울속에서 보이는 경수의 표정은 3일전보다는 훨씬 밝아보였다. 경수의 눈에는 희망의 빛이 감돌았다.


다음날, 종인은 3일의 무단결석을 끝으로 학교에 갔다. 도경수에 대한 혐오와 혼란스러움이 교차하는 종인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더 이상 학교를 빠질수는 없었다. 자신이 3일만에 학교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교실은 여전히 평화로웠고, 몇몇애들만이 나에게 다가와서 왜 안 왔냐고, 어디 아팠냐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을 건넸을 뿐이였다. 종인은 그런 애들에게 대충 대답을 해주고선 주위를 둘러봤다. 도경수는 언제 자리를 바꾼건지 3일전보다 더 자신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 가있었다. 자신이 힐끔 도경수의 자리를 봤을 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도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종인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경수의 눈동자는 종인의 눈을 피해 갈길을 잃은 듯 이쪽저쪽으로 움직였다. 그러고선 얼마지나지 않아 고개를 푹 숙였다.




여전히 종인은 경수가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3일전처럼 구역질이 나오거나,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은 전혀없었다.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였다. 그래서 종인은 더 혼란스러웠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경수의 머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종인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자신의 감정상태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며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띵-동 댕-동




자습시간 종이 울리고, 앞문이 드르륵- 열렸다. 자신의 담임과 함께 남자애 한명이 같이 들어왔다. 3일간 연락도 안되고 무단결석을 한 종인이 보이자 담임은 전학온 듯한 남자애를 교탁위에 뻘쭘히 세워놓고선 종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야- 김종인, 너는 1교시 끝나고 교무실로 와. 엉덩이 터질 거 각오하고 3일 무단결석 한거 맞지? 단단히 준비하고 와라. 아, 그리고 여기 이 처음보는 얼굴은 전학생이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되서 적응도 힘들고, 한국친구들도 얼마 없다니까, 너네들이 친하게 알아서 잘 지내라. 괜히 힘자랑한다고 얘한테 시비 걸지말고, 알았냐? 자, 대충 간단하게 소개해라."






" 어, 안녕. 오세훈이라고 해. 잘 부탁해. "








고개를 꾸벅 숙인 자신을 오세훈이라고 소개한 전학생은 종인의 눈에는 평범해보였다. 하지만 여자애들은 대박,대박 잘생겼다며 지들끼리 수근수근 댔고, 그 소문은 점심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전교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종인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세훈이 평범할 것 같다는 자신의 예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담임의 간단한 조회가 끝나고, 담임이 가리킨 자리, 그러니까 종인의 옆자리에 세훈이 앉자마자 여자애들이 우루루 몰려들었다. 미국에 몇년살았어? 영어 잘해? 여자친구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세훈을 빙 둘러싸고선 여자애들은 속사포같이 질문을 내뱉어냈다. 종인은 여자애들에 둘러싸여 보이지도 않는 세훈 쪽을 불쌍하다는 듯이 한번 쳐다봐 주고는 교무실에 내려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세훈은 자신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우루루 몰려드는 여자애들 때문에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반에 들어오자마자 자신의 원래 성격을 내보일 수는 없었기에, 애써 미소지으며 쓸데없는 질문들에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대답을 해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는 커녕, 다른 반 애들까지 몰려와 점점 더 자신의 주위에 사람이 많아지자 세훈은 짜증이 몰려왔다. 




" Sorry, I don't know what you speak. " (미안한데, 니가 무슨말 하는지 모르겠어)




한국어로 대답을 잘하던 세훈이 갑자기 영어로 대답하자 세훈의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던 모든 여자애들은 벙쪘다. 그리고 이내 세훈에게 장난치지 말라며 다시 질문을 마구 쏘아댔지만, 세훈은 웃지도 않고 그저 계속 sorry 를 내뱉으며 기계처럼 대답했다. 세훈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같은반 여자애들도, 쏘리라는 대답만 반복하던 세훈도 지쳐갈 쯤, 교무실에서 한바탕 잔소리를 듣고온 종인은 앞문을 드르륵- 열고선 아직도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여 얼굴도 보이지 않는 전학생 쪽을 바라보다가, 문득 저 옆자리가 자신의 자리라는 생각에 갈까 말까 고민했다. 종인의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여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았던 세훈이 벌떡 일어나서 종인 쪽으로 달려왔다. 아니, 달려갔다긴 보다는 달려가서 자신과 키가 비슷한 종인에게 푹 안겼다. 그리고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종인이 뭐하는 짓이냐며 세훈을 밀쳐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세훈이 한발 더 빨랐다.






" Honey~ 보고싶었어. 쪽, "






종인의 볼에 쪽, 하는 소리를 내며 뽀뽀를 한 세훈에 종인은 물론이고 바로 앞문 앞에 앉아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경수도, 그리고 여전히 세훈의 자리를 둘러싸고 있던 여자애들도,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끌벅적하던 교실에 누가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흘렀다. 물론 최고로 멘붕한 건, 경수때문에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호모포비아인 종인이었다.




아니, 이 게이새끼가 지금 뭐라고 짓껄이는거야? 종인은 자신을 허니라고 부른 거에 모자라서, 자신의 볼에 뽀뽀까지한 세훈이 정신나간 게이새끼처럼 보였다. 자신의 볼에 뽀뽀를 하고선 여전히 자신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세훈에 온몸에 닭살이 돋은 종인은 세훈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자신과 키는 비슷하지만 삐쩍 말라 약해보이는 세훈은 전혀 밀리지않았다. 오히려 더 종인의 곁에 딱 달라붙어 종인을 복도쪽으로 점점 밀고 나가기까지 했다. 종인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 어버버 거리며 세훈에게 밀려 복도 구석까지 끌려나왔다. 그리고 애들이 아무도 없는 구석 쪽에 가서야 세훈은 종인을 놓아줬다. 



" 미안, 너무 귀찮아서. 너도 딱 보니까 반애들하고 별로 교류가 없어 보이던데. "



세훈은 영혼이 없어 보이는 목소리로 미안- 이라고 말했다. 종인은 어이가 없었다. 이 미친 게이새끼가 귀찮아서 자신한테 뽀뽀를 했댄다. 종인은 화가나다 못해 어이가 없어서 하- 하는 한숨 비슷한 소리만 내뱉었다. 3일만에 진정되었던 자신의 속이 다시 뒤집히는 것 같았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종인은 급히 입을 막고 세훈을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한번 쳐다봐주고선 구역질을 억지로 참고선 화장실로 달려갔다. 우-웩, 콜록-콜록 웩, - 

위액까지 몽땅 비워낸 종인은 요즘 자신에게 마가 낀 것 같다고 느꼈다. 정상인 줄 알았던 놈들이 다 게이새끼라니, 역겨워서 못살겠네 진짜. 

세훈때문에 경수의 일까지 떠오른 종인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세면대에서 입을 헹구고선 교실에 들어갔다. 이미 1교시가 시작되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태연하게 수업을 듣고 있는 세훈과, 자신이 들어오자 축 처진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경수가 보였다. 

이번에는 종인이 먼저 경수의 눈을 피했고, 세훈은 아까 부터 눈에 들어오는 둥글둥글한 경수의 뒤통수에 눈을 두고 있던 터라 종인이 들어오자 고개를 돌려, 무언가 잘못한 강아지같은 축 처진 눈으로 종인을 쳐다보는 경수와, 그 눈을 피하는 종인을 흥미롭게 쳐다봤다. 



경수는 세훈의 예상처럼 둥글둥글한 뒷통수 처럼 앞모습도 둥글둥글 귀여웠고, 관심이 생겼다. 토종게이인 자신의 촉감으로  딱 느낌이 왔다. 도경수는 게이가 분명하다. 





 
독자1
오thㅔ훈ㅋㅋㅋㅋ이제 경수한테 들이대는건가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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