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일찍 알아버린 현실위에 내가 꿈꾸는 환상동화.
[EXO/오세훈] 환상동화 03 |
문득, 거울속에서 초라하게 색을 잃어버린 나를 보았을 때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같은 옷을 몇번이나 걸쳐진 낡아 구겨진 주름이 얼마나 누추해보이는지. 문을 열면 무너질 듯 위태로운 소파에 누워 날 바라보는 널 바라보는게 얼마나 힘겨운지, 마치 이쑤시개 위에 올려진 손가락 마냥, 꾹 누르면 부러지지만 그 위로 흘러내리는 진득한 피가 새어나오는 것 처럼 모두다 피해가 있어야 하는, 그래, 그런 것.
"뭐해? 안들어오고."
티비에서 막 흘러나오는 노이즈가 잔뜩 섞인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위풍당당한 효과음. 너와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위풍당당한 일거리. 머리는 언제 염색한건지,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가 변해져오는 티비와 같이 너는 눈이 찌푸려질만큼 눈이 부셨다. 그만큼 전기세를 잡아먹는 바보상자라고 불이우게 너 또한 아직 어리다는 것을 보여준다. 너는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내 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다시 쇼파에 고쳐 눕고는 '평소보다 10분 늦었네.' 하고는 티비를 쳐다보며 작은 콧방귀를 내뿜는다.
"왜 늦었는데."
왜 그런거 있잖아. 집에 가 있으면 내 앞에 놓여져 있는 촛불과 작은 이벤트. 가끔 생각할 수도 없는 희박한 가능성을 상상하곤 해.
"팬티 필요하다며."
나는 작은 쇼핑백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하자, 너는 티비를 보고있던 눈을 돌려 날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혼자 간 거 아니지?"
너는 쇼파에서 몸을 일으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잔뜩 성나있었던 귀여운 강아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젠 정신마저 미쳐버린 광견병 걸린 미친개만 내 앞에서 으르렁 대고 있을 뿐이였다. 마냥 화낼줄 밖에 모르는 병걸린 개다. 치료 할 수 없는 병에 걸렸다, 너는.
[EXO/오세훈] 환상동화
"누나 이것 봐. 잘 어울려?"
몸이 아파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잔뜩 기대를 머금은 목소리가 신나있는 어린아이처럼 붕붕 떠 있었다. 내겐 그런 너의 모습이 그저 놀라워 감탄스러울 뿐이지만 억지로 고개를 들게 하는 힘에 나는 눈을 들어올려 너와 눈을 맞추었다. 너는 잔뜩 부풀었던 목소리완 다르게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좀 보라고."
예상외로 부드럽게 얼굴을 감쌋던 너는 내 입에 짧은 입맞춤을 하고서 '알았지?' 하고 재차 묻는다. 너는 내가 사준 속옷을 입고서 수줍게 웃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엔 막 결혼식을 앞 둔 새 신랑 새 신부처럼 수줍게, 물론, 우리는 아닌. 평범한 부부 이전의 사람들 처럼.
"나 이쁘지."
너는 내 앞에서 가운을 벌린 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맞아, 넌 잘생겼다. 이쁘기도 하고, 섹시하고, 가끔 날 바라보는 그 눈빛이 나를 못되게 구는 사람이 맞을 정도로 너무 나른하고 섹시하기까지 해서 넋놓고 바라본적이 있었다. 그래서, 너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우습지만, 넌 내게 과분했다. 얼굴은. 너는 나와 눈을 맞추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에 웃으며 엄지를 올려 내 입술을 쓸었다.
"이쁘니까 한번만 더."
너는 욕실에서 막 내 속옷을 갑아입었다. 물론 땀으로 진덕하니 번들거리는 몸도 씻어내렸겠지. 하지만 너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한 짐승같은 얼굴을 한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막 꿈틀대기 시작한 발정한 짐승처럼 제 몸이 사그라들때까지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들썩인다. 너는 짐승같았다. 이성도 없고, 자제력도 없는 짐승같은 놈.
"아파, 아파 세훈아."
강하게 잡고 밀어붙이듯 닿는 축축한 시트에 팔둑이 저려왔다. 아까와의 관계에서도 컨트롤 안된 손은 녀석의 몸을 밀고있던 내 팔을 결박했기 때문이라. 너는 짐승중에서도 호랑이 같았다. 혼자 서식하는 호랑이는 왕좌에 올라 제멋대로이길 좋아했으며, 또한 거부도 용납할 수 없는 왕. 그러나 여자도 많은, 이상하게 너는 여잔 나밖에 없다는 식으로 행동했다. 아닐텐데. 정말 아닐텐데. 왜냐하면 나는 정말 초라하니까. 나비가 아니니까.
[EXO/오세훈] 환상동화
이쁜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해서 성격도 사근사근 한 맛도 있는게 아니다.
"읏, 아읏, 아파, 아, 아파..."
달뜬 신음을 내뱉는것도 아니고, 마냥 요부처럼 허리를 돌려가며 요염하게 끼를떠는 것도 아니고, 허리를 감아올려 작은 쾌감을 주는것도 아니다. 나 하나로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이 여자가 망가지는 모습이 좋을 뿐이다. 사회인인척 하면서 안으로 잔뜩 어린 소녀처럼 신데렐사 삶을 원하는 여자가 그 꿈이 망가지는 꼴이 꽤 우스워서 그랬던거다. 옆집 누나주에게 모든걸 다 포용하듯이 행동하면서 언제나 웃고다니는게 우스워서 그런거다.
"아파? 응? 아파? 좋으면서."
꾹꾹 허리를 누르면 목석같이 단단했던 허리가 그제서야 움직인다. 이런 여자가 그냥, 그냥, 몰라. 그냥.
[EXO/오세훈] 환상동화
"왜요."
잔뜩 피범벅으로 가려져 눈앞에 누가 서있는지 잘 안보여 험악하게 인상을 찡그리며 앞 사람에게 말을하자, 시야에서 멀뚱히 서 있던 인영이 그제서야 도망치듯 사라지는게 보인다. 시발, 그렇지 뭐. 좆같은 것들이 뭘 안다고 골목에서 기웃대고 지랄이야. 짧게 신음을 내뱉은 체 몸을 다시 잡아 똑바로 누워 눈을 감았다.
"세훈아, 세훈아 괜찮아?"
뭐야 시발.
"아, 어떡하지. 착한 세훈이잖아. 왜 이렇게 됬어."
아- 옆집 여자.
"일어나봐, 응?"
눈앞에 하얗게 빛나는 원피스가 나풀거린다. 그 여자의 목소리가 힘들어 끙끙 대는 소리가 들린다. 하얀 원피스는 내 피 때문에 붉어져간다. 붉어져간다.
|
우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오랜만이져?!
다음에 또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