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백현."
"..."
"형."
찌릿 째려보는 눈길에 바로 형 소리를 해드렸다. 쪼끄만 게 어찌나 형 대접 받기를 좋아하시는 지 가끔 나도 모르게 호칭을 뺀다거나 애기 취급하면 질겁을 한다. 용건이 뭐야? 하는 눈으로 쳐다 보길래 얼른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줬다. 사실 정리해주는 건 핑계고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그런다.
지금은 비즈니스 중. 체육대회 어쩌고하는 북적거리고 시끄러운 일을 하는 중이다. 오늘도 공사다망하신 우리 변백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춤 췄다가 팬들 앞에서 재롱도 부렸다가.
여기저기 빨빨대고 돌아다니는 통에 오늘 찹쌀떡같은 볼때기도 꼬집어보지 못했고 통통항 허벅지도 만져보지 못했... 흠. 아무튼 그래서 자꾸 머리카락 핑계를 대고 불러다가 이리저리 쓱쓱 쓰다듬거나 나풀나풀 흩뜨려줬다. 자꾸 제 머리를 만지니까 졸린가보다. 얘는 샵에서 헤어할 때도 조는 애다. 몇 번 부비적거렸더니 머리를 내 손에 대고 눈을 꾹 감았다가 끔벅거리는 게 졸린 강아지 같고 좋다. 귀엽단 뜻이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그러니 표현이 어정쩡해도 이해해 달라. 저 한국말 잘하시죠?
-
"타오타오. 이것 봐."
연습실 바닥에 엎드려서 아이패드를 두드리던 변백현이 나를 불렀다. 에어컨 앞에 서서 인공풍을 음미하다 내 꺼가 부르는 소리에 얼른 달려갔다. 팬페이지에 들어갔는지 우리 둘이 찍힌 사진을 띄워놓고 실실 웃고 있다.
"황쯔 내가 팔짱 껴주니까 그렇게 좋았어?"
뭐야 이건. 언젠가 공항에서 탈출할 때(나는 한국말이 서툴다) 변백현이 박찬열새끼랑 깝치고 놀길래 삐쳐, 아니 좀 기분 상해서 먼저 휙 나왔더니 뒤에 도도도 달려온 변백현이 쑥 먼저 팔짱을 껴왔다. 전에 없던 선(before 내가 지금 모바일이라 한자 쓰기가 귀찮) 스킨쉽에 나도 모르게 헤벌쭉 웃었나보다. 이런 망할.
내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신난 변백현이 이걸 배경 화면으로 해놓겠다고 깝친다. 나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타오타오라나. 내버려뒀다. 애가 하고 싶다는 데 뭐. 근데 저거 아이패드 내껀데. 뭐 내께 백현이 꺼고 백현이 꺼가 백현이 꺼지. 변백현_다가져.tao
사진 설정을 해놓고도 히죽히죽 계속 웃기에 뭘 하나 하고 들여다보니 몇 개월 전에 비즈니스 차 체육관에 갔을 때 사진들을 보고 있다.
"황쯔. 이거 봤냐? 변백현 형아의 위엄."
변백현은 하나 안 좋은 말 버릇이 있는데. 자기가 불리하거나 잘못했거나 숙이고 들어가야 할 상황이면 나를 타오타오라면서 애교있게 부르고 나머지일 때는(거의 대부분) 황쯔, 황자도, 팬더새끼 뭐 이런 식으로 부른다. ...진정 이 남자는 내가 자신의 애인이라는 자각이 있기나 한 걸까. 착찹한 마음을 애써 숨기고 태블릿을 들여다봤다. 뭐 움짤 몇 개가 떠 있는데, 하나는 변백현이 손을 탁 튕기니까 오세훈이 쪼르르 달려가는 거고 또 몇 개는 내가 변백현이랑 놀아주는 것들인데, 이게 위엄..?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일일이 손으로 짚어가면서 설명을 한다.
"이거봐. 내가 오센을 딱딱! 일케 하니까 오센이 금방 왔찌? 글규 너두 이거 봐봐. 내가 일케 확! 이거 들구 때리는 척 하니까 쫄구 막. 내가내가 장풍 쏘니까 휙 넘어가구. 이거 봐. 내가 이래. 내가 변백현 형아다!"
애가 흥분하니까 혀 짧은 소리 내네. 귀여워. 나름 신나서 가슴 쫙 펴고 옹알옹알하는데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그러고보니 변백현 나쁜 버릇 2. 사람 부를 때 성대 쓰기가 귀찮은 지 손짓으로 불러댄다. 이건 나뿐 아니라 오세훈이나 박찬열한테도. 저건 뭐 개나 길들인 짐승 부를 때 하는 거 아냐? 아마 변백현 전직은 사육사였나봄. 내가 제 말에 별 반응을 않자 내 이마를 툭 밀치더니 벌떡 일어나서 황자도 곰 섀끼! 이러고선 크리스 형 뒤로 가서 숨는다. 애가 작아서 안 보이긴 한다. 다 가려져. 졸지에 전봇대 행세를 하게 된 크리스 형이 안 됐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도 나는 웃음만 난다. 쬐끄만 게 형이랍시고 까부는 데 이젠 뭐 기분 나쁘지도 않고. 그의 손길에 고분고분 따를 뿐. 가끔 버팅기고 있노라면 와서 바락바락 달려드는 데, 이제 그마저도 그냥 귀여울 뿐이다. 내가 눈에 콩가루가 끼었음에 틀림없어. 아니, 콩자반인가? 그건 그렇고, 변백현 씨. 그 밑에 움짤은 안 보이세여? 내가 너한테 우르르르 가니까 너 내 밑에 깔린 거. 잡아먹힌 것처럼 폭 안긴 거. 하여간 지 멋대로야.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변백현 니가 나 다 이겨먹는 줄 알지?
ㅋㅋ다 내가 져주는 거다 이뻐서.
모바일이라 수정이 ㄴㄴ하네요
독방에서 타백 영업 당했....ㅜㅠㅠ
타백 행쇼ㅠ
나 글잡에 글 첨 써봤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