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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일본에……,"
"……."
"강진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Mind Quake]




해외로 출장온 지 나흘 째 되는 날이었다.



「매일같이 비가 오더니, 오늘은 말도 안되게 맑네.」
「그러게요. 날씨가 참 좋습니다.」



흔한 말로, 요 몇일간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비가 왔었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날씨가 화창해졌다.



「너무 맑아서 짜증까지 날 정도야.」
「…예?」
「말 그대로야.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기분이 이상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



말이 씨가 된다는 말, 진작 깨달았다면 이런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게 백현과 관련된 일이라면, 절대로.



"비행기 표 구해두었습니다. 지금 바로 가시죠."



찬열은 이성을 잃었다. 눈동자는 물론 손까지 떨리는 듯 했다. 무엇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몸만 벌떡 일어나 빠르게 달려나갈 뿐이었다. 몇일 전 영국으로 출장오기 전, 그러는 일이 없던 백현이 찬열을 붙잡고 이번만큼은 가지 않으면 안되냐며 어리광을 부렸었다. 찬열은 그런 백현을 보고 함께 하고싶던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자신이 아니면 안되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출장오는 날 아침, 백현은 찬열을 배웅해주지도 않았으며 그저 계속 찬열에게서 등을 돌려 누워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그는 우는 듯 싶었다. 그때라도 그냥 다른 사람을 보냈어야 했다. 절대로 일본에 백현을 혼자 남겨두는 것이 아니었는데. 영국에서 일본으로 가는동안, 찬열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긴장한 듯 보였다. 제발…, 제발, 백현아. 무사한거지?

꽤 오랜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도착한 찬열이 비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자동차로 가 빠른 속도로 백현이 있을 집으로 향해 달려갔다.



"백현씨, 사장님을 위해서라도 무사해 주십시오."



혼자 덩그러니 남은 형욱이 작게 중얼거렸다.











*****




찬열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저 빨리 백현을 봐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점점 속도를 높이고, 초조한 눈으로 바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집 주변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난리가 난 길거리와 건물들에 찬열의 불안한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찬열은 속도를 더욱 더 올렸다. 마음 속으로 백현의 웃는 얼굴을 생각했다. 제발 평소처럼 웃으며, 아니. 화가 나있어도 좋으니 제발 무사하기를 바랬다.

집 앞에 도착한 찬열은 눈을 깊게 감았다. 찬열의 바램과는 달리, 자신과 백현의 집은 다른 건물들과 다를 바 없이 처참히 무너져내려 있었다. 차 문을 열고 내린 찬열이 망설임 없이 무너진 집으로 다가갔다.



"…백현아."



몇 번이고 목놓아 소리쳤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렇게 백현의 이름만 부르며 무너진 건물의 파편을 아무렇게나 치워내고 있을 때, 흙먼지 가득한 바닥에서 무언가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을 주워 든 찬열은 힘없이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백현아, 흐으…, 백현아……."



그것은 몇년 전 찬열이 백현에게 선물해준 백금의 팔찌였다. 팔찌가 집 안에 있다면, 백현도 집 안에 있을 것이었다.



"거기 사람 있나요?"



구조 대원이었다. 찬열은 서둘러 그에게 말했다. 사람이 있다고. 이 무너진 건물 속 어딘가에 나의 사람이 있다고, 제발 구해달라고. 그는 울면서 그렇게 애원했다.



"알겠으니 어서 나가 계세요. 이런 곳에 안전장비 없이 있는 것은 위험합니다. 최선을 다해 찾아볼테니 어서 나가 계세요."



구조 대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찬열은 계속해서 백현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온 집안을 얼마동안 뒤졌을까, 건물의 파편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 집이 있던 장소를 보았지만 사람은 커녕 시체도 나오지 않았다. 찬열은 한편으로는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이 무너져 내린 집 안에는 백현이 없다. 찬열은 하늘에 감사했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그리고 백현을 찾는 동안 끝없이 빌었다. 제발 살아만 있으라고.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내가 너를 찾아낼테니,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고.

그러나 찬열은 완전히 안심할 수도 없었다. 백현이 잠깐 집 앞의 슈퍼에 나갔을 수도 있고, 산책에 나왔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찌되었든 백현은 이번 지진이 일어난 일본 안에 있었을 것이었다.



"이 실장, 집에 백현이가 없어."



집에는, 백현이가 없다.



-예? 그럼 어디에…….
"그래서 지금 안심해야 하는지, 걱정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집에 백현이가 없어서 무척 안심 돼. 하지만, 이 난리 속 어딘가에 백현이가 있을거라 생각하면……."
-…사장님.



형욱은 이렇게 초조해하는 찬열의 모습은 처음이라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괜찮을 거라는 위로의 말도, 정신 차리라는 훈계의 말도 할 수 없었다.



"일본을 다 뒤질거야. 일본이 아니라 그 어떤 곳에 있어도 찾아낼거야. 찾아내서…, 꼭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하자고, 그렇게…, 그렇게 말 할거야."



형욱과의 전화를 끝낸 찬열은 잠도 자지 않고 집 주변에 있는 슈퍼나 백현이 갈 만한 장소를 다 뒤졌다. 하지만 찬열은 백현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점이 생겼다.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 찬열이 손바닥을 펼쳐 무언가를 뚫어져라 보았다. 자신이 백현에게 선물했던 팔찌였다.



「변백현.」
「응?」
「이거.」



그 때 찬열과 백현은 고작 18살 이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일이었다. 찬열이 백현에게 건넨 것은 체인으로 된 백금의 팔찌였다.



「이게 뭐야?」
「오다가 주웠다.」



백현은 찬열이 쑥스러워 괜히 그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찬열은 자신에게 줄 이 팔찌를 신중히 고르고 또 골랐을 것이다.



「그래? 엄청 이쁜데!」



그런 찬열을 잘 알기에 백현은 속아주는 척을 했다. 그리고 찬열의 손에서 팔찌를 가져가 자신의 왼쪽 손목에 두르고 채우려 했다. 하지만 백현은 몇번이고 손이 엇나가 실수를 했었다.



「바보냐.」



말은 퉁명스럽게 하지만 다정한 손길로 다가와 백현의 왼쪽 손목에 팔찌를 채워준 찬열이 백현의 손목에 채워진 팔찌가 그냥 보았을 때보다 몇 배는 예뻐보이는 듯 했다. 그 때, 자신이 그렇게 채워주고 한 번도 팔찌를 뺀 것을 본적이 없던 찬열이었다. 지난 8년간, 싸웠을 때에도, 자신에게 화가 났을 때에도, 아팠을 때에도, 심지어 자신이 출장오던 그 날에도 백현은 팔찌를 빼내지 않았었다. 그 팔찌는 집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집에 백현은 없다.

팔찌가 중간에 끊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연결부위가 깔끔히 풀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뭐지, 나한테 화가 나서 내가 나간 다음에 팔찌를 풀어버렸나.
그것도 아니라면, 설마. 찬열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도 잠시간 들었지만, 지금은 백현을 찾는게 우선이라 생각해 백현을 찾아다니는 일을 계속하였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점점 늘어가고, 거리에는 시체들이 쓰레기처럼 늘어져 있었다. 원래부터 지저분한 것을 싫어하던 찬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슈트와 머리에 흙먼지가 가득해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성을 잃고 백현을 찾아 헤매는 찬열에 옆에서 형욱도 덩달아 고생하게 되었지만 형욱은 군소리 없이 찬열의 곁을 지켰다.



"일본에 오는 게 아니었어."
"……."
"고작 내 일 때문에 이런 곳에 오는게 아니었어……."
"…사장님."
"아니야, 백현이는 한국보다 여기서 지내는게 더 행복하다고, 더 좋다고 말했어.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나랑만 여기 있는게 좋다고, 그랬어. 그렇게 말했어."
"……."
"아니야, 아니야. 행복하지 않아. 이 곳은 전혀 행복하지 않아, 백현아. 여긴 지옥이야.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백현이가, 이런 지옥같은 곳에……."



찬열은 마치 미친 것 같았다. 자신을 자책하고, 그리고는 자기 자신에게 변명을 하고, 마지막은 또 다시 자책이었다.



"백현씨는…, 무사하실 겁니다."
"……."
"어딘가에서, 사장님을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
"그러니 지금 여기서 자책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백현씨를 찾아야 해요."
"……."
"다 괜찮다며 웃으며 반겨주실 겁니다."
"……."
"제가 아는 백현씨는 그러실 거에요."



백현씨, 부디 사장님을 용서하시고 웃으며 반겨주세요.
아무런 말 없이 눈물을 흘리는 찬열을 보며 형욱이 마음 속으로 말했다.











*****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백현만을 찾아 헤맨지 두 달, 하루종일 울며 곁에 없는 백현에게 사과를 하며,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였다.



「백현아, 흐으…, 백현아, 나 죽을 것 같아…….」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백현아, 그러니까 제발…….」
「백현아…, 변백현. 너 나한테 왜 이래. 아직도 화가 났어? 그래서 이래? 너 왜 이러는 건데. 너 대체 나한테 왜 이래, 시발!」



일본을 거의 다 뒤져보았지만 백현을 찾지 못한 찬열은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 신발. 백현과 자신의 것이 아닌, 낯선 이의 신발이 둘만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누가 집에 왔던 것일까. 일본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몇 없던 백현이, 집에 누구를 초대한 것일까.

찬열은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두달간 백현을 찾아내지 못한 찬열은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대지도 않았고, 밤을 새가며 길바닥을 뒤지는 일 따위를 하지 않았다. 찬열은 하루종일 앉아만 있었다. 형욱이 가져다주는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씻을 때가 되면 씻기도 했지만 하루의 대부분이 앉아있는 시간이었다. 찬열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지만,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굴었다. 예전처럼 이성을 잃고 백현을 찾아다니지 않는 대신 찬열은 하루종일 앉아 온갖 생각을 다 했다.

풀어져 있던 팔찌.
낯선 이의 신발.

분명하다. 나에게서 백현을 데려갈 사람이, 집에 왔었다.

도경수.
도경수가 나의 백현을 데려간 것이다.



"도경수 소식 알아봐 줘. 지금 당장."



찬열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늦은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형욱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형욱은 잠에서 깬 목소리였지만 알겠다는 대답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찬열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미쳐있었다. 네가 감히, 감히 나의 백현이를……. 찬열은 사무실에 있는 것들을 때려 부수고 던지기 시작했다. 경수의 얼굴을 생각하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아악!!!"



참을 수 없었다. 경수가 자신에게서 가져간 것은 백현 뿐만이 아니었다.
나의 빛과 같은 것이었다. 나의 목숨과 같은 것이었다. 백현이 없으면 나는 살지 못한다. 백현이 없으면 나는 숨을 쉬지 못한다.

분노로 가득찬 찬열의 새벽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찬백오 믿으면 천국가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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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찬백오 믿으면 천국가요ㅠㅠ 같이 천국가죠 작가님 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갈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
개좋아 진짜 어쩜 이렇게 글을 잘쓰세요 언제 다음화 나옵니까 아오 더 보고 싶어 죽겠네 찬백오ㅠㅠㅠ오백과 찬백을 좋아하는 저는 여기서 눕겠습니다 사랑해요 작가님.. 진짜 소재도 대박 나 이렁거 너무 오랜만에 봐서 흥분함 ㅠㅠㅍ 천국 갑시다.. 찬백오 써주셔서 감사해요 어휴ㅠㅠㅠ 전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암호닉 신청 먼저 할게요 도마슈노로 부탁드려요 ♥♥3♥♥
11년 전
독자2
그럼요 당연히 천국가죠ㅠㅠㅠ 백현이는 어떻게 된거죠 ㅠㅠ 찬열이와 경수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걸까요ㅠㅠ
11년 전
독자3
대박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 기다릴게요 와 ㅠㅠㅜ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되는거야ㅠㅠㅜ찬백오 우와 ㅠㅠㅠㅠ
11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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