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o Noir w.P 번외를 쓰고는 있지만 언제 올라올지 감이 안 잡힙니다...^^... 이게 워낙 쓰자니 긴 이야기라서.... 끙끙. 암호닉 신청해주셨던 텐더님 롱이님 떡덕후님 볼링공님 됴됴됴님~ 워더 워더. * 쨍, 하고 허공에서 잔 두개가 경쾌하게 맞닿으며 맑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경수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한 마디 했다. 맛있죠? 찬열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경수가 잠시만 기다리라며 일어서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찬열은 경수를 기다리며 몇 모금을 더 홀짝거리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경수에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가 경수의 뒤에 섰다. 경수는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찬열이 뒤에서 픽 웃으며 뭐 만들어요, 묻자 경수가 흠칫 놀라더니 왜 놀래켜요, 하며 푸스스 웃는다. 찬열이 하도 안 오길래요, 하고 밉지 않게 투덜거리다 말했다. 그나저나 뭐 해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 시간에 먹으면 살 찌지 않아? 하자 경수가 입을 뾰루퉁하게 내밀었다. "찬열 씨 뭐라도 먹이고 싶었어요." "어유, 기특하다." 찬열이 웃으며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뒤에서 허리를 끌어 안았다. 경수의 귀가 빨갛게 달았다. 찬열이 그래서 뭐 만드는 건데요, 하고 묻자 경수가 잠깐 뜸을 들이다 답했다. 카프레제요. 찬열이 환호했다. 나 그거 엄청 좋아하는데. 경수가 토마토를 썰며 말했다. 그거 다행이예요. 찬열이 경수의 어깨에 제 얼굴을 얹고는 경수의 하는 양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살짝 돌려 경수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허리를 끌어 안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얼른 와요, 하고는 거실로 쌩하니 사라져 버렸다. 경수가 여전히 귀는 빨갛게 물든 채로 조용히 입꼬리를 끌어 올려 웃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우울하게 가라앉았다. 찰나였다. - "루한, 루한." "왜 불러?" "나 물이 마시고 싶어." 새침한 얼굴로 물을 갖다달라 부탁하는 제 앞의 사내는 제 연인이었다. 나는 물을 떠다 주며 그의 앞에 앉았다. 그는 소파 위에 엎드려 피곤한 듯 누워 있었다. 내가 가져다 준 물을 마시는 그의 티셔츠를 살짝 끌어 올리며 장난스레 말했다. 뭐 해, 옷도 안 갈아입고. 그러자 그가 큭큭 웃더니 말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까? 내가 간결하게 응, 이라고 대답하자 그가 엎드려있던 몸을 튕기듯이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제게 물었다. 너, 요새 작곡은 잘 하고 있어? 루한이 의아한 표정으로 민석을 보자 민석이 얼른 대답하라며 재촉한다. 루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민석이 입을 열었다. "오늘 종대가 일하는 곳에 다녀왔어." 민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루한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민석이 그런 루한을 눈치채고 작게 웃더니 말했다. 걱정 마, 허튼 수작이나 그런 건 없었어. 그제서야 루한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민석이 킬킬대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봐. 루한이 무슨 말이냐며 민석을 보았지만 민석은 그 질문에 입을 더 이상 열지 않았다. 루한은 그냥 가만히 있는 수 밖에는 없었다. 어차피 조금 기다리면 말해주는 게 민석의 특징이었다. 지금 바로 대답을 해 주지 않겠다면 기다리는 수밖에. 루한이 짧게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자 민석이 기다렸다는 듯 다시 루한의 입술을 찾아 들었다. - 찬열이 거실에 있는 내내 경수의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따지고 보면 종대와 찬열은 닮은 점이 정말 많았다. 굳이 손에 꼽자면 와인을 참 좋아하는 것, 그리고 카프레제를 좋아하고…, 손이 따뜻하고. 또 뭐가 있더라. 경수가 치즈를 얇게 썰어 내다가 잠깐 다른 생각을 했던 탓에 손가락을 베이고 말아 피가 방울져 흘러내렸다. 꽤나 깊게 베인 모양이었다. 아야, 하고 경수가 작지만 날카롭게 앓는 소리를 내곤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찬열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 거실에 있다가 한달음에 부엌으로 와 경수를 살피며 걱정스레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경수가 입에 손가락을 문 채 고개를 저었지만 찬열은 경수의 입에 물린 손가락을 빼 냈다. 아직 상처에서는 피가 방울방울 배어나오고 있었다. 찬열이 경수에게 핀잔을 주었다. 왜 다치고 그래요, 하자 경수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찬열은 경수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이내 경수의 손목을 단단히 잡고 손가락을 제 입에 물고는 약하게 빨아 올렸다. 피의 비린 맛이 입 안에 잔뜩 퍼졌다. 경수가 왜 그러냐며 손목을 빼 내려 했지만 찬열은 미동도 없이 계속 상처에서 나는 피를 빨아 댔다. 비린 맛 사이에 묘하게 섞인 단 맛이 저를 자극했다. "저, 전 괜찮아요." "므그 근츤으으.(뭐가 괜찮아요.)" 경수의 손가락을 문 채로 말하자 잇새로 흘러나오는 찬열의 말에 경수가 눈썹을 내리깔았다. 찬열이 이내 경수의 손가락을 제 입에서 빼내자 피는 멎어 있었다. 손가락 끝이 빨갛게 물이 들어 있었다. 뒤늦게 몰려오는 민망함에 경수가 얼른 손을 감추자 찬열이 푸후, 하고 한숨쉬듯 말했다. 많이 아플 테니까 상처 벌리지 말고 밴드 잘 발라 놔요. 밴드는 내가 붙여 줄게. 하고 찬열이 일어서자 경수가 찬열의 팔목을 붙잡고는 일어나더니 말했다. 진짜 괜찮아요. 봐요, 피도 안 나잖아요. 하고 경수가 제 손가락을 찬열의 눈 앞에 보였다. 찬열은 방금까지 제가 물고 있었던 손가락을 빤히 보다 손목을 턱하니 잡고서는 미소를 짓곤 손가락에 대고 쪽, 하고 짧게 입을 맞추었다가 떼었다가 연신 쪽, 쪽 하며 짧게 입을 여러 번 맞추었다. 경수는 손가락으로 가만히 찬열의 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달콤하게 웃었다. - "야." "뭐." "너 진짜 여기서 잘 거냐?" "어." 세훈이 씨발 놈, 하고 욕을 뱉었다. 종인이 뭐 임마, 하며 무심하게 대꾸하자 세훈이 투덜거린다. 나 오늘 클럽 가기로 했단 말야. 하자 종인이 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내가 집 지키고 있을 테니까 갔다 오시든가. 세훈의 표정이 화색을 띄었다가 우울하게 가라앉더니 한 마디 했다. 너 저번에 우리 집에서 깽판 친 거 기억 안 나냐. 종인의 표정이 굳었다. 야, 그건 더 말 안 꺼내기로 했잖아. 종인이 정색하자 알았어, 알았어 하고 손사래를 친 세훈이 나 그럼 나갔다 올 테니까 너 자고 있던가. 하자 종인이 진짜 다녀오려고? 하며 그를 올려다 보자 세훈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픽 웃는다. 왜, 가고 싶냐? 무심코 던진 세훈의 말에 종인이 반응했다. 갈까? 세훈이 네 마음대로 하라며 방으로 들어갔다. - 종대야, 종대야. 저를 흔들어 깨우는 손길에 종대가 눈을 떴다. 도착이야. 일어나. 매니저가 저를 깨우자 종대가 부스스 눈을 뜨며 일어났다. 일단 문 열어 둘테니까 조심해서 나와. 종대가 밴 창문을 통해 밖을 보자 지금은 꽤나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 집 앞에는 팬들이 죽치고 있었다. 종대는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머리카락 몇 개 뜯기는 걸로 끝나려나. 하고 밴 문이 열리자 빠르게 나와 걸었다.팬들이 달려들어 제 팔을 잡고 때리고 꼬집고, 종대는 신음하며 얼른 걸음을 옮겼다. 제 뒤를 따르는 매니저는 대체 무슨 죄람…. 종대가 팬들을 뚫고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뒤이어 들어온 매니저가 헉헉거리며 거친 숨을 쉬었다. 종대야, 괜찮아? 하고 물어오는 제 매니저, 준면이 끙끙대며 다친 것은 오히려 저인데도 제가 다친 것처럼 안절부절했다. 계속 종대의 몸을 살피던 준면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종대야, 너 팔에 살 뜯겼잖아. 안 아파? 기다려, 약 가져올게. 하고 집 안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가는 준면의 뒷모습을 보던 종대가 제 팔의 상처를 보고는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오늘따라 극성이구나. "종대야, 팔." 발을 동동 구르며 제 팔을 잡고는 조심스레 약을 바르는 준면을 종대가 가만히 보다가 한 마디를 던졌다. 김준면, 안 힘들어? 준면이 흠칫거리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한테 준면이가 뭐야, 종대야. 종대가 이내 신경질적으로 팔을 뿌리치자 준면이 살짝 물러났다가 다시 바싹 붙어 팔의 상처를 매만진다. 좀 따갑겠다. 일단 좀 쉬어. 알았지? 하고 웃는 준면의 하얀 얼굴을 보던 종대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안 힘든 척 하기는, 하는 한 마디를 툭 뱉으며 제 방으로 슬슬 들어갔다. 준면이 망연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 "잘 먹었어요." "뭘요." 저와 경수가 먹었던 흔적을 말끔히 치운 찬열이 시계를 보았다. 이제 열 한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찬열이 제 맞은편에 앉은 경수를 보더니 웃고는 말했다. 경수 씨, 이만 시간이 늦어서 가 봐야 될 것 같아요. 하자 경수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내일 약속 있어요? 하자 찬열이 잠깐 고민하더니 아니요, 내일은 쉬는 날예요. 하자 경수가 으음, 하며 앓는 소리를 내다 그렇구나…. 하고 말꼬리를 흐린다. 경수의 말투가 못내 마음에 걸린 찬열이 뭐 할 말 더 있냐고 묻자 경수가 고개를 숙여서 제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만지다 이내 조심스레 말한다. 오늘 자고 가요. 찬열은 경수의 말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찬열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켜들기 시작했다. 찬열이 계속 말이 없자 경수가 눈치를 보더니 속에서 우물우물 말을 삼키듯 하며 뱉었다. "아니, 오늘 시간도 늦고 그랬는데…." "……." "밤 길은 위험해요, 무지." 경수의 말에 찬열이 풋, 하고 웃었다. 이게 지금 누가 누구한테 해야 될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찬열이 가만히 웃으며 아직도 제 눈치를 슬슬 보는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자 경수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찬열이 말했다. 그럼 나 여기서 자고 가요? 하자 경수가 약간 고민하는 듯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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