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셜록x존] oh my dear 1
새벽부터 내린 빗방울이 런던 시내를 가득 적시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하늘이 지금이 밤인지 아침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들지만, 이럴 때일수록 시계란 존재가 인류에게 얼마나 위대한 발명품인지를 자각할 수 있는 때가 되어주기도 했다. 밀빛머리의 남자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흘끗 내려다보고는 급한 걸음걸이로 들어선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에 매달린 물방울이 층계를 조심스럽게 올라가는 그의 발자국마다 그것의 존재감을 영롱이 새긴다.
삐걱-
아마도 기름칠을 해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드는 소리였다. 최대한 그의 플랫메이트가 깨지 않는 방향으로 그의 모든 행동을 제한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곳에서 터진 소음은 밀빛머리 남자로 하여금 괜시리 주변을 둘러보게 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너머엔 늘 그렇듯 검은 곱슬머리가 있었다.
“… good evening이라 해야 하나? 존? 아님 good morning이라도.”
그의 소파에 앉아, 읽고 있던 무언가에 눈길을 여전히 두고 있는 한 남자가 말한다. 마치 쫓기는 사람마냥 살금 살금 들어오던 밀빛머리 남자가 그제서야 움츠렸던 몸을 꼿꼿이 피고는,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본다. 먼저 말을 걸어놓고도 상대를 쳐다보지 않는 저 고고함이란, 그러니깐 늘 셜록 스러운 모습이었다.
“…자고 있는 줄 알았어. 셜록.”
흐음- 한숨을 살짝 쉬고서는 입고 있던 코트를 벗는다. 약간의 생채기 같은 물방울이 존이 옷을 벗는 바람에 바닥에 툭, 하니 떨어진다.
“사라는 잘 지내나?”
목소리에 담긴 의중 따위야, 간파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그 말에 곧이 곧대로 답하면 그만이었다.무엇보다 솔직하게. 어짜피 그는 내가 꾸며낸다 한 들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테니.
“…잘 지내. 차 마실텐가?”
일단 코트는 벗긴 벗었는데 그 다음 행동은 생각해두지 않았다. 어리숙하게 이 곳 저곳을 흝어보는 시선에 담긴 자신의 의중이 들킬까 두려웠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 조그맣게 생긴 물자욱을 발로 쓱쓱 문질러 본다. 이로써 약 5분간의 시간을 벌어둔 듯했지만 정작 셜록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일부러 물음표로 문장을 끝내주었는데도 말이다. 다시 말하면, 그에게 좀 더 유리한 상황을 일부러 벌어줬는데도 말이다.
“차라… 자네도 같이 마신다면, 좋지.”
한숨 쉬듯 잠시 끊어진 문장 덕분에 저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셜록에게 향했다. 검은 곱슬머리가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 담긴 의중이 저에게도 밀려오는 것만 같아 황급히 발끝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미 수 차례 발끝으로 밀어 버려 닳고 닳아버린 물자욱을 또 한번 쓸어내리며. 자신에게 쏠려있는 그의 시선에 다분히 어색함을 느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황급히 내뱉고 말았다.
“사라와 차 마시고 왔어. 난 됐으니 자네가 원한다면 타주겠----“
자신이 그와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음을 어색해한다는 것을 들킬까 두려웠다. 그래서 무슨 행동이든 급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발끝만 바라보고 있는 존의 귓가에, 셜록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앓는 소리를 내며 셜록을 떠나보낸 그의 전용 소파가 우지끈 소리를 냈던 것도 같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귓가에만 들린 허망한 소리일 지도 모르겠다.
“그럼 됐네. 신경쓰지 마.”
발끝만 쳐다보는 데도 그의 파란 가운이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간 것만 같았다.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그가 두려워하는 망상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보니 셜록은 이미 방으로 사라진 것 같았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그의 행동이 오늘따라 등 뒤를 싸하게 만드는 것도 같았다.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는 뒤돌아 자신의 방이 있는 2층으로 향한다. 발걸음 하나 하나가 어찌나 무거운지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한숨이 어찌나 무거운지 그 중량감에 주저앉을 뻔 한 게 몇 번인지도 모르겠다. 간신히 질질 끌 듯 발을 이끌고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저도 모르게 문을 타고 주르륵 주저앉는다. 잇따라 새어나온 한숨은 줏대라곤 없는지 벌써 며칠째 제 멋대로 흘러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셜록, 그리고 한숨. 이것은 마치 한 세트와도 같았다.
자네를 좋아해. 그러니 사라와 결혼하더라도 여기 계속 살게.
벌써 일주일도 훨씬 지난 목소리였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요구가 담긴 목소리였다. 결혼을 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겠다만 이곳에서 계속 함께 하자는 그의 앞뒤가 맞지 않는 제안은 며칠 째 머리 속을 빙빙 돌고도 남았다. 그게 무슨 비논리적인 말이냐며 물었지만, 그 뒤로 셜록은 그것에 대한 대화를 피하고 있었다. 어쩌면 셜록은 결혼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결혼이란 단순히 반지를 교환하고, 같은 성을 쓰는 것에 한한 것이 아니었다. 함께 삶을 공유하는 것이고, 사랑이란 이름 아래 수 많은 감정들을 교류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고. 그러니 결혼식이 치뤄질 두달 뒤에는, 이 곳을 분명히 나가야 했었다. 그게 보통 사람들의 이치에 맞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도무지 이러한 논리는 그의 플랫메이트에게는 먹히지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후우…."
작게 한숨을 쉬는 존의 얼굴이 어두운 것이 오늘 날씨와 흡사 닮아있었다. 존의 얼굴이 어두운 것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있었다. 앞으로도 잘 지내보고 싶은 플랫메이트와삐걱 거리는 관계며, 오로지 사라와의 결혼을 온전히 즐겁게 생각할 수 없는 상황도 존의 발목을 붙들고 있었다. 게다가 어젯밤 그녀를 안고 있는 순간에서조차 그의 플랫메이트를 걱정하는 자신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한숨만 푹푹 나올 뿐이었다. 그녀의 품을 파고들어 따스한 살결에 온 마음을 내려놓을수록, 더더욱 집에 두고 온 플랫메이트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그렇지. 그것은 걱정이 맞을 것이다. 오로지 자신이 이 플랫을 떠나면 저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플랫메이트를 누가 돌봐줄 것인가하는 근본적인 이슈에서 오는 걱정. 혹은 내내 이 세상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알려주고 팠던 얼음심장님이 저로 인해 오히려 더 세상의 온기로부터 마음을 꼭꼭 닫아버릴까 염려하는 그런, 걱정.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득히 감싸쥔다. 사랑이라니. 안될 말이었다. 자신은 철저한 이성애자였다.애정이 고파 한 두번씩 동성에게 관심이 생기기라도 하는 아프간에서조차, 자신은 굳건히 자신의 성적취향을 지켜왔지 않던가. 또한, 동성에게 사랑고백을 받을 때마다, 자신의 성적취향을 강력히 밝혀오지 않았던가. 어찌나 강력히 얘기했던지, 자신에게 고백해온 마이크와도 결국, 연락이 끊어질정도로. 참고로, 어렸을 떄부터 보아왔던 그의 best friend, 마이크 말이다.
“날 사랑하지마, 셜록…”
차마 그에게 말하지 못한 말 한마디가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온다. 셜록에겐 그럴 수 없었다. Best friend였던 마이크에게도 차갑게 대했던 자신이었지만 말이다. 그가 멋대로 고백해오던 날 밤, 얼어붙어버린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 에머랄드 빛 눈동자가 가엾어 더더욱 그러지 못했다. 늘 애정전선에 있어서는 명백하게 딱 부러지는 거절을 하는 존이었지만, 살면서 예외가 생겼음이 틀림없었다. 그의 마음이 사실 누구보다 약한 것을 알기 떄문에. 그를 누구보다도 아끼는 것을 스스로가 알기 때문에. 그래서 어젯밤 사라 집에서 자고 간다는 문자를 자신이 보냈을 때부터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을 셜록을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이, 그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우리 둘에게 필요한, 가시 돋힌 배려. 참담한 표정의 존이, 비가 죽죽 내리는 창문가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살면서 두번 다시 없을 best friend라고 생각했던 마이크보다도 셜록이 훨씬 더 중요한 사람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가슴이 아플줄이야. 그건 마치 자신이 사랑에 거절당한 피해자마냥 굴고 있는 것도 같았으니 말이다. 창문을 때리는 빗줄기가 방문에 주저앉아있는 존의 귓가를 크게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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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에는 처음 글 써보네요 헤헷
많이 어색하지만ㅠㅠㅠㅠㅠ힘들게 쓴거예요...(있는머리없는머리 다짜냄..흑흑)
좋아하는 아이돌도 있지만 왠지 셜존이 쓰고싶어서 써봤어여 하핳
새벽인데 잠도 안오고 해서리...
다들 좋은밤 되시길 바라며 전 이만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