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3월부터 5월까지 쭈욱- 쌤을 쫒아다녔어
쌤한테 번호도 물어봐서 카톡도 자주하고 (물론 십중팔구 내가 씹혔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내가 아니지!!
이런 내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쌤이 나를 점점 밀쳐내는것같더라고.
복도에서 만나서 인사하려고 하면 괜히 다른애들이랑 말하는척하면서 내가 말할 틈도 안주고,
쌤이 원래 복장지적같은거 잘 안하는 타입인데도 지나가는 애들한테 치마가 이게뭐냐, 화장이 이게뭐냐 하고.
내가 맨 처음에 쌤 봤을때처럼 내가 인사한거 분명히 봤을텐데 무시하는 경우도 부쩍 늘어났고..
그래서 5월 중순쯤에는 쌤이 날 싫어해서 일부러 밀어내는건가? 싶은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어
결정적으로 쌤이 날 밀어내는게 맞다고 결론낸건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 끝나고 쌤 교무실 앞쪽으로 지나가다가 쌤 만나서
뜬금없이 " 쌤 밴드한다면서요? 내 허스밴드" 이러면서 나혼자 좋아가지고 깔깔댔는데 쌤 표정이
이런거야.. 놀래서 " 아 재미 없어요..?" 그랬는데 쌤이
"재밌냐? 맨날 오냐오냐 해주니까 이제 내가 만만하지?"
"아 아니 그게 아니고...그냥 장난..."
"장난? 너랑 나랑 이런 장난 칠 사이야?"
"................"
"너 내가 몇번 잘해줬다고 단단히 착각하나본데 "
"....................."
"니가 날 어떻게 생각할진 몰라도 내 눈엔 절대 니가 여자로 안보여"
이런 상황까지 오게될줄은 정말 몰랐는데, 다른말은 몰라도 내가 여자로 안보인다는 말이 가슴에 쿡 박히는 느낌이었어
여태껏 나만 쌤 좋다고 뽈뽈 쫒아다닌건데 나한테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는 쌤 눈에는 내가 얼마나 하찮아 보였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나더라고.
"알겠어요, 무슨 말인지 다 알겠어요. 어린애도 아닌데…"
"너...울어?"
"아니에요 안울어요. 안녕히계세요 다시는 쌤 불편하게 하는 일 없을거에요, 그동안 죄송했어요."
나 싫다고 밀어낼땐 언제고 또 나 우는꼴 보니까 우냐고 걱정해주는데, 그게 그렇게도 미울수가 없었어
학교 끝나서 망정이지 아침에 그랬으면 큰일날뻔 한거지 ㅋㅋㅋㅋ
집에 가서 꺼이꺼이 울다가 지쳐서 핸드폰 보니까 9시더라고.
일방적으로 내가 건거지만 쌤한테 보낸 카톡들이랑 문자들도 다 지우고,
그날은 그냥 그렇게 울고 짜고 여태껏 한 짓들이 너무 쪽팔려서 계속 이불킥했었던것같다..ㅋㅎㅎㅎ
다음날 같이 학교 가는 친구가 내 눈 보고 엄청 놀랬지 ㅋㅋㅋㅋ
무슨일이냐고 묻는데 그냥 라면 엄청 먹고 잤다고는 했는데, 친구는 나랑 쌤이랑 그런일있었던거 모르니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눈치였어
2층계단 거의 다 올라왔는데, 평소랑은 다르게 계속 올라가려고하니까
친구가 "야 여기 2층인데 교무실 안보고 갈거야?"
그러길래 그냥 가자고 맨날 보는데 한번쯤은 건너뛰어도 되지 않겠냐고 , 그냥 얼렁뚱땅 넘겼어 ㅋㅋㅋㅋ
그렇게 쌤이랑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마치 처음본 사람인듯 스쳐가도 아무렇지 않은척 한지 2주? 정도 지났을거야
사람 마음이 하루만에 접히지는 않더라고.. 종이접듯이 깔끔하게 접히면 얼마나 좋겠어
애들한테는 그냥 이제 보러가는거 귀찮아졌다고만 했지 ㅋㅋ 나 까였다!!!! 하고 말은 못하니까..
체육이 든 금요일 이었는데, 종대쌤 (우리 담당 체육쌤) 이 수업시간에 나 슬쩍 불러서 오늘 찬열쌤 아파서 병가냈다고 말해주더라고
나한테 못되게 말한것도 엄청 밉고, 벌받은거야!!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내 마음 다 접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좋아했던 때라 엄청 신경쓰이더라 ㅋㅋ
근데 쌤이 나보고 " OO아, 찬열 쌤 집 알려줄테니까 한번 가볼래?"
그래서 완전 손사래 치면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쌤 부모님께서 잘 돌봐주시겠죠.."
" 찬열쌤 자취하는거 몰랐어?" 종대쌤이 정말 몰랐냐는 표정이길래 몰랐다고 하니까
"원래 내가 찬열쌤 병문안이라도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급한일이 생겨서.. "
그와중에 또 걱정되고 못본지 오래됐으니까 그냥 얼굴만 보고 나오자!!! 싶어서
종대쌤한테 얼덜결에 집주소랑 비밀번호까지 받게됐는데 비밀번호 쌤 생일이더라 ㅋㅋㅋ 921127.
학교 끝나고 죽이랑 약이랑 이것저것 챙겨서 쌤 집으로 갔어.
학교랑 은근히 가깝더라고 ㅋㅋㅋ 쌤이 자전거 타고 다니는 이유를 알겠더라ㅋㅋ 대중교통 타기엔 돈이 너무 아까웡!!
암튼 비밀번호 누르고 딱 들어갔는데 딱 느껴지는 남자의 향기랄까 ㅋㅋㅋㅋ 전체적으로는 깔끔...했어 옷 몇개 굴러다니는거 빼고?ㅋㅋ
누구 온지도 모르고 푹 자는것같더라. 인기척없는거보니까..
그래서 죽이랑 약이랑 식탁 위에 올려놓기만 했어 ㅋㅋ 쪽지조차 쓰기 민망하더라
슬쩍 쌤 보러갔는데 혼자 식은땀 뻘뻘 흘리고 있더라. 그래서 바로 물수건 적셔서 이마에 올려줬지
쌤 자고 있는거 보니까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더라고..
나 엄청 밀어내면서 혼자 강한척 센척 다하더니 끙끙대고있는 모습보니까 되게.. 그냥 시큰했어
어차피 자는 사람인데 어때, 싶어서 혼자 넋두리 엄청 늘어놨었어
"왜 아프고그래요.. 바보처럼. 맨날 애들 몸챙길 시간에 자기 몸이나 잘 돌보지. 덩치는 커가지고 혼자 끙끙대면서 아프고 있고.
쌤은 나 싫다고 밀쳤는데 또 나는 쌤 좋아하는거 보면 나 진짜 등신같죠. 맨날 자기전에 누워서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해도 나 진짜 바보인것같아요
진짜 승산없는 짝사랑인데, 쌤은 나 여자로 봐주지도 않는데 혼자서 좋다고 미친듯이 쫒아다니는꼴이.. 내가 생각해도 엄청 바보같잖아요.
그래도 쌤 나쁘다곤 안할래요. 어차피 끝날 짝사랑이었으면 차라리 빨리 마음 접는게 좋은거니까. 그래야 내가 덜 상처받으니까."
아직도 할말 엄청 남았는데 이때부터 또 무슨 이유인지 눈물이 엄청 나더라곸ㅋㅋㅋ혼자 훌쩍이면서 계속 말 했지
"나 혼자 바보같이 좋아하는것도 알고, 그런 마음 접어보겠다고 애쓰고 또 애쓰는데 제일 짜증나는게 뭔지 알아요?
이게 한번에 안돼.. 일부러 안보러 가고 안찾아가고 연락도 안하고 안보려고, 안들으려고 엄청 애쓰는데
쌤이 나한테 해줬던 말 한마디한마디가 계속 남아서, 접으려고 해도 접히지가 않아요..
그래서...그냥 나혼자 좋아하려구요. 쌤은 나 싫다고 저리 가라고 해도... 난 좋아할게요. 쌤한테 나 좋아해달라고 안하니까 걱정하지마요.
짝사랑은 내 마음이니까 괜찮죠? 아 아무튼... 죽먹고, 약도 챙겨먹고 아프지 마요.. 오늘 금요일이니까 주말동안 푹 쉬고 와요."
훌쩍이면서도 하고싶은말은 다 끝났다, 싶어서 침대 정리해주고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쌤이 내 손목을 확, 낚아채더라
그러면서 "어딜 벌써가. 너 할말만 다하면 다야?"
너무 놀래서 "이...일어났어요? 언제??" 하니까
쌤이 물수건 가리키면서 "이거 올려놓을때부터. 차가워서 깼어"
부끄러워서 "아.. 안녕히계세요! 종대쌤 대신해서 온거니까 오해 하지말.."
"언젠 좋아한다며. 너 혼자 엄청 좋아할거라며"
다 들었구나 해서 아..........그게...거리면서 엄청 쪽팔려하니까
"근데 나도 너 엄청 좋아해."
"....................................."
솔직히 별로 와닿지가 않았어. 나한테 화내면서 내가 여자로 안보인다고 말했던 쌤이 너무 깊이 남아있어서.
그냥 아파서 말이 툭툭 튀어나보다 했는데
"아파서 헛소리하는거 아니야. 너한테 상처준것도 알고 내가 그동안 너 엄청 밀쳐낸것도 아는데.. 나도 너 좋아해. 그냥 그렇다고만 알아둬"
쌤이 말로는 그렇다고 해도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그냥 얼버무리다 안녕히계세요, 하고 인사하고 나왔어.
그날은 그냥 멍- 하게 집에 왔어. 그래서 걸어가다 신호등 잘못봐서 큰일날뻔도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