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로망이야 김종인
학교에 도착해 자리에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칠판 앞을 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속닥속닥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멍하니 그 아이들을 바라보다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수업 들을 준비를 했다. 수면제라는 사회쌤을 말을 들은듯 말은듯하며 졸고 있는데 슬쩍 옆을 보니 집중하는 김종인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모범생 아니랄까봐 집중하네 하며 고개를 돌릴려는데 김종인이 필기하면서 내 얼굴 그만 보고 칠판봐 하며 슬쩍 웃었다. 괜히 느낌이 이상해 아 하며 머뭇거리다가 다시 칠판을 보기 시작했다. 그 뒤로 오히려 말똥해진 나는 사회쌤의 칠판 필기를 적어내렸다.
어제 너무 늦게 잔 탓에 졸음을 참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 있는데 내 앞자리에서 여자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희 그거 들었지 3반에 성아은이 김종인한테 점심시간에 고백한대. 진짜? 성아은 디게 이쁘지 않냐. 헐. 김종인이 받아주겠네 나라도 넙죽하며 받을텐데. 솔직히 둘 다 섹시한 그런 느낌이 있지 않냐 야 근데 성아은은 공부 진짜 못하잖아 에이 그래도 하며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들을려 한 건 아니였지만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김종인을 좋아하는 건 아닌데 왜지
소은이가 점심시간 종치자마자 내 자리로 달려와서 하는 말이 야 나 매점가서 대충 먹어야할거같아 6교시 숙제 다 안했어 같이가자 친구~ 하며 달려들었다. 나도 딱히 점심이 땡기지 않았던 터라 그래 하고 매점으로 향했다. 복도를 지나 1학년 반쪽으로 가는데 중앙현관 쪽에 아이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지 하며 소은이랑 같이 그 쪽으로 향하는데 아이들 사이로 김종인이랑 성아은의 모습이 보였다.
아 고백하는구나. 주변에서는 김종인 빨리 받아줘라. 성아은 기다리잖아. 워후 성아은 고백을 받아드리기 재촉하는 모습이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뭔지 모르겠는데 김종인이 안 받아줬음 좋겠다. 내가 김종인에게는 그저 짝 밖에 되지 않겠지만 그냥 그랬다.
미안.
나에게 말을 걸때마다 듣기 좋았던 김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변에서 아이들이 아우성을 쳤다. 야 김종인 너무했다. 그래도 여자가 했는데 받아주지.
성아은 미안.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그의 표정에는 미안함이라던지 안타까움이란 없었다. 그저 아무 표정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성아은이 순간 안타까웠다. 여자로서 고백하기도 힘들었을텐데 근데 기분이 좀 좋은건 왤까.
야 #김여주. 왜? 아까 김종인이 좋아한다는 애 있잖아. 그거 너 아니야? 무슨소리야. 하며 흘깃 소은이를 째려보았다. 아 왜. 너랑 같은 자리 앉고 응 그 때 그 점심시간. 난 널 좋아한다 에 한 표건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말라고 했지만 은근히 마음 속이 두근두근 거렸다.
수학시간이 점심시간 바로 뒤라 그런지 무척 나른했다. 아 더워. 뭔가 시원한거 먹고 싶다. 무의식으로 아 더워 라고 했나보다. 김종인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도 잠시뿐 다시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학시간이 끝난 후 화장실을 다녀오니 책상에 못보던 얼음물 한 병이 놓여있었다. 그거 마셔 아까 덥다며. 옆을 보니 김종인이 무심히 얼음물을 쳐다보다 나를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어? 어 고마워. 넌 안마셔? 나랑 같이 마시자 사실 돈이 부족했어. 아그래? 그럼 너가 산건대.
병에 입을 안대고 한 모금 마시니 김종인이 자기도 달라하며 입에 안대고 한 입을 마셨다. 입이 닿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간질간질 거렸다. 소은아 너 말이 맞나봐. 생각하며 괜히 설레발 치지말자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야자해?
아니. 오늘 과외있어서
그럼 같이 가자
그래
가방 정리하며 일어나니 옆에서 김종인이 말을 걸었다. 학교 밖으로 나와 걷는데 문득 김종인은 차 타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근데 너 차 타고 다니지 않아? 아 그렇긴 한대 요즘은 걸어다녀. 아 그렇구나.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선생님의 뒷담하며 걸으니 벌써 집이였다.
잘 가 종인아
응 그리고 너 처음으로 내 성 뺴서 부른거 알아?
아? 하하 자주 불러줄게
그래 하며 웃으며 인사를 하곤 김종인이 멀어졌다.
집에 들어와 페이스북을 키고 뉴스피드를 보다 글을 올렸다
#김여주 -님이 졸려요
좋아요 27 댓글 10
최소은 야자도 안하고
최소은 야 카톡해봐 ㅋㅋㅋㅋㅋㅋㅋㅋ
#김여주 ㅋㅋㅋㅋㅋ알았어
이진주 너가 안 졸린 날도 있었냐
#김여주 이진주 들킴?
변백현 안되요 안되요
김종인 과외한다며 #김여주
#김여주 김종인 지금 할거야아
내 로망이야 김종인
카페에 앉아 팥빙수를 쳐묵쳐묵하고 있는데 김종인이 들어왔다.
야 김쫑 너 왜 지금와 나 더워서 먼저 빙수 먹고 있었잖아
아 미안 박찬열이 롤 좀 같이 하자 그래서
야 너 롤 그만하랬지
롤은 끊을 수 없다
치이
괜히 빙수에 투정을 부리며 말을 건냈다. 놀이공원 가자 김종인
놀이공원? 언제 이번주 토요일에 갈까?
너 금요일 공강이지? 나 그날 수업 한개인데 어차피 하는 거 없어서 빠질테니까 금요일에 가자
뭐 괜찮아? 그러면 가자
내 로망은 남자친구랑 놀이공원가서 도시락도 먹고 놀이기구도 타는 것이다. 종인이는 모를테지만 난 김종인을 좋아한다. 그것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과거를 회상하자면 1학년 때의 우리는 낯가림이 심해 거의 끝나갈때쯤 친해졌다. 물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내가 철벽을 친 이유도 그 중 하나겠지만. 그동안 왜 고백을 못했냐고? 당연히
자신이 없으니까. 김종인에게 나는 그저 친구일 뿐일 테니까. 관심이라 착각했던 김종인의 모습은 그저 매너였다. 어릴 때부터 짝사랑만 구질구질하게 하던 나는 또 3년동안 상사병을 알았다. 아무도 모르게 나혼자. 김종인과 박찬열 변백현 도경수를 만나 친해진 나는 점점 활발해지고 대학생이 되고 난 후에는 나에게 한 번도 없었던 남자사람친구들도 생겼다. 그럴 수록 김종인에 대한 나의 마음 또한 깊숙히 밀어넣었다. 괜히 친구 사이를 망가지게 할 순 없었다.
늦게 와서 죄송해요... 할말이 없습니다. ㅠㅠㅠ 개인적인 사정때문에 그동안 들어오질 못했어요... 제가 외국에서 공부하느라... 자주자주 올게요 사랑합니다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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