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띵 했다. 누가 망치로 후려친 것만 같았다. "...선배님" "응? 왜?" "저 피고인 자료...확실한거 맞아요?" 경찰측에서 준건데 확실하지, 왜?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어오는 선배의 말에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막막하지? 일단 피고인을 만나서 살짝 떠보기라도 해봐" "......네" 업무실을 나오자마자 풀려버리는 다리. 오만가지 생각과 만감이 교차했다. 아저씨가? 그럴리가 없다, 1년동안 날 알게모르게 지켜줄때부터 느낀건 아저씨는 결코 사람을 치거나 죽일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인연한번 죽여주네..." 다시만나면 은혜를 꼭 갚는다고 그렇게 약속했는데, 내손으로 아저씨를 감옥에 쳐넣기위해 증거니 자료니 찾으러 다녀야한다니. 아저씨를 보면 뭐라고하지? 왜죽였냐고 물어야하나? 아니,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정이든 뭐든 사람을 찔렀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한다. 7년전에 보여줬던 모습은 다 거짓말인가? 채 3분도 안되는 짧은시간에 수많은 생각을 하고난 결론은 그냥 아저씨를 모른채하기로 했다. 난 검사고, 피해자측의 편을 들어야하며 아저씨가 명백히 잘못을 했으니까. 그리고 날..못알아볼지도 모른다. 7년이나 지났으니까. 혹여 알아본다 하더라도 별 방법이 없다. 그렇게, 1주일간의 기간이 지났고, 난 검사의 자리로 재판장에 떳떳이 섰다. 아무생각도 들지 않는다. 애꿎은 손톱만 뜯어대며 바닥을 보는데 "피고인 도경수씨, 입장하세요" 아저씨의 이름에 신경이 곤두서 문쪽을 바라보니 손목에 수갑을 찬채 들어오는, 아저씨였다. 내가 그렇게나 좋아했던. 멍하니 아저씨를 쳐다보는데, 눈이 마주쳤다. 피할줄 알았는데 아저씨는 놀란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결국 내가먼저 고개를 돌렸다. 알아봤을까? 아니겠지, 검사라서 그냥 본것뿐이겠지. 그렇게 잡생각을 떨쳐내지 못한채 재판이 시작되었다. "피고인 도경수씨는 사람을 찔렀습니다. 그것도 아무 관계없는 무고한 사람을 죽였습니다" "도경수씨는 그때 이미 기준치의 음주량을 넘어선 상태였습니다. 고의가 아닌 충동적인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충동적이든 고의적이든 사람을 찔렀습니다. 음주요, 우리는 음주때문에 수많은 가해자들을 풀어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더는 그렇게해서는 안됩니다" 원망이라도 하지, 이렇게 몰아붙이는 날 원망이라도 하지 아저씨는 고개를 떨군채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일단 변호측에서 증거사진을 제시하겠습니다." 순간의 정적후 변호사가 사진을 제시했고 스크린판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 "피해자의 목을 찔렀다고 했는데, 사진상으로도 결과상으로도 조금 긁혔을뿐 그렇게 크게 다친것도 아닙니다" 기억한다. 평생 잊을수가 없었다. 무죄판결을 받자마자 찾아와 성폭행을 하려던 그 새끼의 얼굴. 그 얼굴과 스크린판의 피해자의 얼굴이 똑같이 일치했다. 분명히 이름이 달랐기에 무심코 넘겼던 것을 후회했다 개명을 할수있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그제서야 모든게 맞아떨어졌다, 1년동안 난 그새끼를 잊을수가 없어서 맨날 아저씨품에 안겨 원망하며 울다 잠이들곤 했었다. ㅡ "검사측은 피고인을 심문하세요" 고맙다고 해야하나, 왜그랬냐고 해야하나. 떨리는 손으로 드디어, 7년만에 그렇게 좋아했던 아저씨를 마주했다. 검사와 살인미수범이라는 끔찍한 직업을 사이에 둔채. "피고인 도경수씨는...사람을 찔렀습니다. 인정..하십니까?" "...네, 인정합니다" "무슨 생각으로...그런거죠?"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제가아는, 아끼던 동생의 가정을 깨트렸고, 개명을해 떳떳이 살아간다는것 자체가 역겨웠습니다" 시선을 내리깐채 말하는 아저씨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아끼는 동생이 누군지 안다, 지금 그 아끼는 동생때문에 감옥에 갈 상황해 쳐했다는것도 안다. 눈물은 하염없이 흘렀고, 아저씨는 끝내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ㅡ 결국 아저씨는 자신이 한 짓을 인정했고, 증거또한 너무 많았기에 폭행죄에 살인미수죄까지 겹쳐 5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유죄를 받은것이다. 언젠가 꼭 만나자던 아이는 7년뒤에 은혜대신 5년동안의 감옥살이를 시켜버린, 내가 생각해도 답도없는 썅년, 그게 나였다. "수감자, 도경수 면회하세요"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왔을까. 면회가 시작됬음에도 우린 한동안 아무말도 없었고, 먼저 입을 열었다. "왜 그랬어요?" "....." "내가 고맙다고, 평생 잊지않겠다고, 그딴 되도않는 말 할줄알았어요?" "....." "난 검사로써 내가 할일을 했어요, 명백한 아저씨잘못이고" 개년, 썅년, 좆같은년. 속으로 수천번 내욕을 되뇌였다. 마음과는 다른 말을 내뱉었다. 그게 아저씨에게 상처가 될거란걸 충분히 알면서도. "나 잊고살지, 7년이나 지났는데 그냥 똥밟았다 치고 잊으면 될걸 왜 이지경으로 만드냐고,왜" 목이메어왔지만 아저씨는 아까부터 쭉 한결같은 표정이었고 괜히 얄밉고 미안해서, 여기서 울면 아저씨가 죽일놈이 될까봐 그렇게 참고있는데 아저씨는 아는지 모르는지 입을 다문채 아무말도없었고, 결국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나 밉죠" "....." "은혜를 이따위로 갚아서, 죽이고싶죠, 나" "....." "미안해요" 나 용서하지마요, 아저씨. 마지막말은 차마 내뱉지 못한채 여기서 울음이 터질까봐 인사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련없이 돌아섰다. 그렇게 나가려는데 그제서야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용서하고 말고가 어딨어, 난 7년전에 내가 사랑했던 아이를 위해 자초한 일이었고, 시간을 되돌려도 똑같이 행동했을거야" "......." 결국 울어제꼈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지. 내가 아저씨를 좋아하는 마음을 들킬까봐 별 지랄을 다하면서 숨겨왔는데. 아저씨의 마지막 말 한마디에 결국 그자리에서 주저앉아 통곡했다. "무사히, 예쁘게 커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