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로 우린 바빴다. 서로 다른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갔다온것도 그렇지만 내가 졸업하고 몇달후휴대폰을 잃어버려 지금 내 핸드폰 전화기록부에는 대학 선후배, 교수님, 가족,그리고 고등학교 동창 11명밖에 존재하지않았다. 간간히 연락되는 친구들에게 경수의 번호를 물어봤지만 다들 경수가 어떻게 되는지 어디에 사는지 아는 애들은 없었다. 번호도 바뀐 이후 연락이 온애들은 없다고 말했고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침울하게 다가오는 망상에 경수를 찾는것을 포기했다. 보고싶다. 오늘따라 유난히 햇빛이 뜨겁다.
"야, 변백현!"
강의가 모두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들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니 뒤에서 급하게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다. 내가 놀라 휘둥그런 눈으로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경수가아닌 찬열이가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백현아, 백현아! 곧 동창회라는데 너 올꺼야? 고등학교때도 워낙 친했던 탓에 앞에 인사는 모두 잘라먹고 다짜고짜 내 어깨를 앞뒤로 흔들며 동창회에 올꺼냐는 물음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박찬열을 바라만보고있었다. 도경수도 온데! 놀러갔던 정신이 되돌아오는 기분이였다. 내가 말까지 더듬으며 진짜냐고 물으니 박찬열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여댔다.
"몇시, 몇분!! 어디서 어디서 하는데?"
"이번주 토요일에 저녁7시"
*
시끌벅적한 호프집안이 내 동창들로 꽉찼다. 우리 12명도 한명도 없이 다 왔다. 다
"야, 도경수, 조금 섭하다. 번호를 바꿨으면 우리한테 제일 먼저 연락을 줬어야지"
앞에 안주만 깨작깨작 먹다가 내 귀를 파고들어오는 종인이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경수의 눈치를 봤다. 도경수는 고등학교때와 변한게 얼마없었다. 조금 더 남자다워진것빼고. 경수는 고등학교때와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미안 미안, 사정이 있었어. 그렇게 말하자 김종인은 못믿겠다며 장난스럽게경수를 흘겨보고는 경수앞에 놓여있던 뻥튀기를 하나 입으로 넣었다. 그러자 경수옆에 앉아있던 수호가 약하게 경수의 목을 헤드락을 걸더니 앞뒤로 흔들었다. 형들이 많이 보고싶었다, 라며 경수의 머리를 거칠게 한번 쓸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경수는 말없이 환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나도 보고싶었어.
이젠 그나마 넘어가던 안주도 넘어가지않았다. 하고싶은 말이 많았는데 입은 좀처럼 때질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간간히 대화를 하다가도 나를 잊지않고 계속 말을 걸어왔다. 그때마다 경수도 웃으며 나를 봐주었지만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래, 그랬었지. 라며 맞장구를 쳤다.
거희 동창회가 끝나고 다른 테이블 사람들이 하나둘 떠날때쯔음 경수가 자신의 가방에서 잘 꾸며진 종이 여러장을 테이블로 꺼냈다. 그러자 아이들은 하나둘 관심을 보였고 경수는 곧이어 애들에게 그것을 하나둘씩 나눠주었다.
"나 결혼해"
예상치못한 경수의 대답에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경수에게로 쏠렸다. 물론 우리 테이블 말고 다른 테이블에서도
"헐, 야 너무 성급한거아니야? 니 나이에 벌써? 사고쳤어?"
"그런거 아니야"
"대박, 도경수가 일등이네. 짜식 야 부럽다"
"축하한다, 어휴!내새끼가 결혼을 한다네. 경사났네 경사났어!"
장난반 진담반으로 아이들은 익살스러운 멘트를 뱉어냈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경수에게로 몰렸다. 경수는 순식간에 애들로 둘러싸였고 애들은 하나둘씩 청첩장을 펴보더니 감탄을 내뱉었다. 진짠가보네, 내 옆에서 조용히 그 상황을 지켜보던 레이가 나와 함께 이 자리를 지켜주었다. 넌 안가볼꺼야? 무표정을 하던 레이가 나를 한번 쓱 쳐다보고선 내 표정을 보더니 어색하게 웃던시선이 결국 바닥으로 떨어진것을 보고는 레이는 말없이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이제야여름이 다 갔네
그렇게 우리의 행복했던 추억과 꽤나 쉬원했던 여름이……빠른속도로 가을을 마주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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