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비밀번호가 풀리고 문을 철컥-하고 여는 소리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당황스런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기때문에. '나 왔어' 하며 들어오던 남우현이 나를 보
고 웃는얼굴을 짓더니 곧 올라갔던 입꼬리와 팔자주름이 서서히 펴진다. 그리고 점점 입이 내려가더니 결국..... "우와아아아아아악!! 뭐야!! 귀신....귀신!" "야야야 진정해 진정 얼른!" 역시 이녀석도 내가 보였던 반응이랑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럼 그렇지, 이걸 보고 안놀라면 사람이겠어? 쌍둥이형제가 있다고 한적도 없고(물론 있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형제가 있는것도 아니고 (형제라고 하기엔 너무 똑같고 말이다....!) 몇년지기 친구인데 이걸 보고 안놀랄리가 없지. 문고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은 남우현에게 가서 남 우현을 달랬다. 녀석은 아직도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고는 입을 벌리고 손가락으로 미래에서 온 '나' 를 가리키고 있었다. "일단 일어나. 나도 아직 뭐가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설명해줄게." "기....김명수도 여기있고......김명수가.....또 저기있고....." "아이씨 빨랑 안일어날래?!" 녀석이 계속 정신못차리고 있길래 버럭 소리를 지르니까 녀석이 정신이 좀 든 듯 했다. 가뜩이나 정신없는데 소리까지 지르니까 골이 쑤시는 것 같다. 녀석의 팔을 잡아끌어 서 일으켜세워주었다. 아직도 나와 또다른 나를 번갈아보면서 눈을 껌뻑거리고 있었다. "일단, 들어와서 좀 앉아." 남우현을 끌고와서 침대위에 앉혔다. 녀석이 끌려오라는대로 앉더니 옆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어.....야 니 노트북......니 노트북 왜이래?!" 남우현도 내 노트북상태가 심히 충격적이긴 했다보다. 뭐, 주인인 나보다는 반응이 덜하지만. 안그래도 지금 노트북때문에도 심란한데 심란한마음에 불을 지르는구나. "아씨 나도 지금 심란하니까 그거는 얘기하지마. 그리고 너! 야!" 내가 2021년에서 온 김명수를 불렀다. 그런데.....녀석이 멍- 하니 바보처럼 서있었다. 갑자기 얘는 또 왜이러는건데..... "야! 김명수!" "어?어.....지,지금 나 불렀냐?" 녀석이 약간 놀랐는지 말을 조금 더듬었다. "그래 너. 이제 어떻게 된건지, 너는 정확히 여기에 왜 왔고 어떻게 왔는지 또박또박 설명해봐. 솔직히 미래에서 왔다는게 말이 안되잖아. 얘기 안하면 너 실험실로 끌려가게 해버릴꺼야." "으흐흐....지금 나 협박하는거야? 그렇게 해봐. 그럼 너도 10년 뒤면 죽어있을껄? 처참하게 실험실에서." "무....무슨 말이야?" "말했잖아. 난 너라고. 10년 뒤의 너. 근데 그 10년뒤의 네가 실험실에서 죽게되면 자동적으로 너도 10년뒤에 실험실에서 죽게되는거야." 아.....그렇게 되는건가? 당황스러움에 살짝 헛기침이 나왔다. "크흠....흠.....알겠어 일단 실험실로 보내겠다고 한건 취소. 아 그러니까.....빨리 설명을 좀 해보라고!" "흠......미안한데 그거에 대해선 더이상 알려주기 힘들어. 알면 너 충격받거든. 한가지 알려줄수있는건......너 결혼 못한거?" "아이씨.....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네가 어떻게 여기를 왔는지가 나는 궁금하다고." ".......말해줄까?" "얼른." ".....그니깐.....에이 안되겠다. 이젠 더이상 말 못해." "에이 진짜!! 얼른 말하라....." 니까.....까지 얘기를 해야되는데.....얼굴 표정을 보니 굉장히 슬퍼보였다. 내가 슬플때의 표정이 저랬던것같은데.....녀석은 계속해서 바라보던 곳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듯 했 다. 그 시선이 어디로 향한건지 궁금해서 시선을 따라가봤다. 그 시선의 끝에는.......남우현? 남우현을 쳐다보고 있다. 남우현은 그 시선을 눈치채지못한건지 아직도 입만 뻐 끔거리면서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더이상 물으면 안될것같았다. 녀석의 표정과 말투가 내가 자주 짓는 표정,말투와 같다는 건 알수 있었다. 정말......내가 맞는걸까? "......노트북, 말이야...." "...뭐?" 또다른 내가 노트북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노트북.....저렇게된거.....나 때문인것같애서." "무슨말이야? 너때문이라니?" "음.....사실 여기로 올때 마땅히 나올 출구가 없어서.....이 노트북 타고 나왔거든." "....그러면 이 노트북이 이렇게 된게 다 네가 여기로 오느라 그랬다, 이거야?" "응....." "야이...! 후으으......" 이거 진짜 미치겠네.....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왠지 지르면 안될것같애서 지르지도 못했다. 짜증이 치솟는다. 화풀이할만한 대상을 찾다가, 아직까지 멍한 남우현이 눈에 들 어왔다. "야! 남우현!" 녀석이 고개를 들어서 나를 올려다본다. 아직도 바보같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 진짜 바보같이 자꾸 그러고 있을래? 너 그럴꺼면 집에 가." "어.....어? 아, 아냐....." 남우현이 침대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이제 어느정도 충격이 가신건가.....휴우....아직 뭐가 뭔지 확실하게 정리되진 않았지만 어느정도 사태파악이 되고 나니까 배가 슬며시 고파왔다. 생각해보니 얘네들때문에 아침도 못먹고 이러고 있다. 얘들도 배고플텐데....얘네들 밥상도 차려야 하나.... "야, 니들 좀만 기다려. 내가 밥차려올테니까. 아침부터 정신이 없으니까 배가 더 고프다. 금방 내올게." 금강산도 식후경이렸다, 일단 밥이라도 먹고 봐야될것같다.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뒤져보았는데 먹을거라곤.....계란밖에 없다. 그 흔한 김치조차없다. 왠지 사와야될것같 은데.....저 둘을 놓고 어떻게 나오란 말이야......그렇다고 한명을 데리고 갈수도 없는 일이어서 그냥 나 혼자 나오기로 했다. 설마 내가 나온다고 무슨일이 생기진 않겠지만..... "야, 나 슈퍼에 갔다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 둘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뭐야.....싱겁게..... "그럼 나 갔다온다?!" 둘이 놓고 나오는게 좀 꺼림칙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둘중 하나를 데리고 다녀도 귀찮고 힘든일이라 둘이 아무런 트러블 없이 잘 있을거라 믿고 외투를 걸친 후 현관을 열어 밖으로 나왔다. 한창 겨울일때라서 그런지 아침공기가 매우 쌀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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