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쳤을 때나 지금이나 벨트 못하는 건 똑같네"
벨트를 하고(내가 한 건 아니지만) 출발함
도착해보니 소고기 집이었음
내가 벨트푸는사이 내려서 문 열어주심 환자배려ㅇㅇ
주문은 늘 그랬듯이 차장님이 알아서 해주셨음
손을 씻을 수가 없어서 물수건으로 손을 닦아야 하는데 한 손이 이러니 닦을수가 없어서 혼자 낑낑거리다가 그냥 내려놓음
화장실 다녀오신 차장님이 나 혼자 낑낑데는걸 보셨는지 내 손목 잡고 물티슈로 닦아주시고는 혼자 꿍얼거리심
"애야 아주, 이렇게 큰 애가 어디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른하게 웃김
고기 구울 때도 여김없이 미간 찌푸릿
원래 오른손잡이긴 한데 밥 먹을 땐 양손 플레이어^_^
차장님이 포크하나 구해두셔서 소고기를 포크로 먹음 ( 쓰니 25세 )
나 = 탄산킬러 뭘 먹어도 같이 먹어야 함
근데 둘이 마주보고 밥을 먹는데 콜라하나만 시켜달라 소리가 잘 안 나왔음..
"저.."
묵묵히 식사하시던 차장님이 나를 보며 눈썹으로 왜요? 라고 말하고 계셨음
"콜라하나만 시켜도 돼요..?"
결국 혼자 두 병을 다 마심
ㅡ
밥 다 먹고 나왔는데 차장님이 운전때문에 차장님 삶의 원동력을 한잔도 못 하셔서
집주변에 차를대고 캔맥주사서 공원에 앉았음
차장님이랑 처음 둘이서만 갖은 술자리라면 술자리였고
대리님들 없이 둘이서만 길게 얘기를 한 것도 처음이었음
워낙 말이 없으신 분이라 정적을 깨기 위해 내가 먼저 얘기를 꺼냄.
"여자친구는 왜 안 만나세요?"
"사람이 있어야 만나지"
"아.."
"이사원은, 이사원도 없잖아요"
"그건 그래요"
"대학교 다닐 때 연애 안했어요?"
자존심 상해서 대답 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대답함
"한번도 없었어요"
혼자 또 입꼬리 씰룩씰룩하면서 웃으심
"왜 안 했어"
"못 한건 아니에요"
"그래요"
피식 하고 웃으심
"진짜 막 남자들은 첫 사랑 기억해요?"
"아마도"
"차장님도 그래요?"
"건망증이 심해서"
소름.. ^^
"어쩌다 우리 회사 왔어요"
"어렸을 때부터 가고 싶었어요, 목표"
"공부 잘 했나"
"공부하느라 아무 것도 못 했어요"
"앞으로 지금산거 두배 더살건데 뭐"
밤이 되니까 날이 좀 추워짐 물론 술기운에 조금은 따뜻
콜록콜록
"외투는"
"차에 두고 내렸어요"
그랬더니 차장님이 바람막이 벗으셔서 가오나시처럼 덮어주심
"겨론은 안 하실 거에요?"
"생각 없어요"
"전 있어요"
피식하고 웃으심
"이사원 몇 살이에요"
"스물 다섯이요"
"나 초등학교 다닐 때 태어났겠네"
무룩무룩하고 계속 술이나 마심 지금 생각해보니까 진짜 왜 저런말을 했는지...^^ 술은 무섭다
"이제 들어가요"
내 머리를 툭툭 쓰다듬으시고 일어나심
쓰레기를 버리고 , 같이 걸어서 정류장까지 갔음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라 버스를 탐
유리창 너머로 인사 했는데
정류장에 기대서 웃으며 끄덕끄덕 하심
집에가는 길에 차장님, 박대리님, 이대리님, 나 이렇게 있는 단체채팅방 확인을 했는데
차장님이 아까 찍은 사진을 보내심
사진 여러개를 넘겨보고 있었는데
새로운 사진들을 더 보내심
박대리님 체조하는 사진, 넷이 같이 찍은 셀카, 등등
근데 밑으로 내려보니까
나인 것 같은 어느 여자분이 계셨음
한손으로 손 닦으려고 낑낑거리는 사진, 넘어진 사진, 공원에서 물 마시는 사진 등등
찍힌 기억이 없는데... ^^
대리님들은 물수건 사진 보고 자기들만 빼고 소고기먹으러 갔다고 난리 ㅋㅋㅋㅋ
집에가서 사진을 더 보는데 차장님이랑 둘이 찍은 셀카가 나옴 ㅋㅋㅋㅋㅋ
내 성원에 카메라를 잡고 앞으로 얼굴을 내미신 무뚝뚝한 표정과
그 뒤에서 신나서 브이하는 나, 둘의 조합이 너무 웃겼음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