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유권/범권
지코재효/지효
(오래되어 기억에서 잊혀진 픽이 되었네요 ;ㅅ;...그래도 혹시 기다려주셨던 분들이 계실까 조심스레 올려봅니다......)
-이민혁 ver.
민혁이는 지금 어안이 벙벙해요.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어 몇 번이나 볼을 꼬집어봤지만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닌거 같은데 왜 이렇게 기분이 붕붕 뜨는 걸까요. 그건 아무래도 지금 민혁이의 팔을 잡고 터프하게 끌고 가고 있는 터프남 김유권 때문인 것 같아요. 포스 쩌는 그 모습에 민혁이는 오줌을 지릴 것 같아요. 아무리 내 남자지만 이거 너무 남자다운거 아니에요? 뽀로로고 폴리고 뭐고 자시고 우리 유권이가 짱인거 같아요. 민혁이는 유권이가 끌고 가주는 것 만으로도 너무너무 신나 말처럼 날뛰고 난리를 치고 싶어요. 그러나 꾹 참기로 해요. 유권이 앞의 이민혁은 상남자돋는 시크남이어야 하니까요. 매너 좋고 훈내돋는 훈유딩도 좋아요. 유권이 앞에서 멋져 보이기만 한다면 뭐든 좋아요.
하지만 이렇게 기분이 신나는 한편 민혁이는 우울하기도 해요.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통령을 떼어내는 아픔을 견뎌내며 유권이를 잊으려 했는데 유권이가 이러니까 다 잡았던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는게 너무 싫어요. 분명 민혁이가 쉬운 남자는 아닌데 왜 유권이 앞에서만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가슴은 설리설리 두준두준 산들산들 철용철용 한없이 가벼워져요. 괜히 유권이가 미워지기도 하고 그런 유권이 마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민혁이 자신도 미워져요.
유권이는 그런 민혁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을 끌고 성큼성큼 남성미 돋게 걸어가요. 민혁이는 유권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억지로 꾹 눌러 담았어요. 막상 유권이 앞에 서면 작아지는게 민혁이니까요. 조용히 셧업마우스 하기로 해요.
머리는 복잡하고 정신은 없고 알아서 유권이 눈에 띄지 않게 조심했는데 왜 갑자기 유권이가 이럴까요? 민혁이는 아직도 유권이를 모르겠어요.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민혁이는 저도 모르게 주변을 훅훅 훑어봐요. 그러다 문득 마주치는 눈동자, 저 멀리서 재효를 옆에 끌어안고 모든 상황을 지켜 보고 있던 지호네요. 지호는 민혁이와 눈을 마주치자 재효를 끌어 안고 있던 손을 하나 풀어 민혁이를 향해 번쩍 들어요. '乃 가서 고백해!' 지호가 쿨하게 유권이를 포기하고 나서부터 둘은 좋은 친구가 되었어요. 지호의 입모양에 민혁이는 혀를 길게 빼어 메롱을 한 뒤 손가락으로 재효를 가리키며 입모양으로 말했어요. '너나 고백해!' 지호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보며 민혁이는 밝게 웃곤 유권이가 가자는대로 유치원의 깊숙히 들어가요. 유권이는 한참이나 더 걷더니 유치원의 끝에 다다랐는지 야성미 넘치게 민혁이의 손목을 놓아주고 민혁이를 향해 마주섰어요. 주변이 조용한게 아무래도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아요.
"민혀가."
민혁이는 한참을 끌려와 피곤해진 손목을 만지고 있다가 유권이의 말에 고개를 들어요. 그러다 고개를 다시 숙여요. 유권이의 눈빛이 어찌나 강렬한지 이거 원 마주 볼 수가 없어요. 유권이가 민혁이를 뚫어버릴 것 같아요. 부끄럽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하고 온갖 감정이 밀려와 민혁이는 고개를 들 수가 없어요. 여태까지 이런 시선으로 바라봤던건 민혁이었는데 왜 유권이가 민혁이를 이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건지를 모르겠거든요. 들려오는 유권이의 목소리는 또 어찌나 좋은지 십점만점에 십점이에요. 유권이 입술은 맛있어 입술은 맛있어 십점 만점에 십점 유권이 다리는 멋져 다리는 멋져 십점 만점에 십점 유권이 유권이 날리는 머릿결 날리는 머릿결 십점 만점에 십점! 이렇게 길이 때워서 죄송해요 흑흑 고의임...
부끄러움에 민혁이는 저도 모르게 몸을 배배 꽈요. 그리고 그걸 보고 있던 유권이의 눈썹이 이상하게도 실룩거려요. 괜히 화장실 가고 싶은 애를 끌고온 건 아닌지 혹시 유권이 앞에서 오줌이라도 지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에요. 이제야 겨우 민혁이가 폴리보다 멋진 남자로 보이기 시작해서 이 환상이 깨지면 안될텐데 말이에요. 유권이는 깨지려는 환상을 애써 무시하며 앞에 있는 민혁이에게 집중하기로 해요. 근데 갑자기 막 눈물이 차오르는 이유는 왜 일까요? 오랜만에 가까이서 민혁이 얼굴을 보니까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대는게 중증인거 같아요. 유권이는 달아오르는 발간 얼굴을 뒤로 하고 고개 숙인 민혁이를 향해 입을 열어요.
"너 나 이제 시러?"
네? 헐 이건 또 무슨 소리래요? 민혁이는 자기가 들은 말이 헛소린가 싶어 고개를 번쩍 들었어요. 유권이의 얼굴을 보니 농담은 아닌거 같아요. 아직도 이렇게 떨려 죽겠는데 민혁이가 유권이를 싫어한다니 말이나 돼요? 이건 MB님께서 역대 대통령들 중에 가장 정치를 잘 하신다는 거랑 뭐가 달라요? MB님이 이 글을 보고 계시지는 않겠지만 저는 그 분의 성함을 이니셜로 쓸 수 밖에 없어요. 왜냐면 저는 겁쟁이이기 때문이죠 흑흑 언제 끌려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시체가 되어 돌아올지도 몰라요...는 개소리고 아무튼 민혁이는 어이가 없어서 황당한 눈으로 유권이를 바라봤어요. 민혁이는 맹세코 이 브랜뉴치원에 와서 유권이를 본 후 유권이가 싫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어요. 저 천사같이 예쁘고 텐미닛의 혀나누나를 능가하는 섹시한 유권이를 민혁이가 왜 싫어해요. 오히려 좋아서 미쳤으면 미쳤지.
이런 민혁이의 생각을 읽은 걸까요? 유권이는 그런 민혁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려요. 그리곤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들어요. 민혁이는 그걸 가만히 보고 있다가 유권이의 고사리 같은 손에 꼭 쥐어진 저것이 막대 사탕이라는 것을 깨닫곤 원래 컸던 눈이 두 배로 커져요. 민혁이의 반응이 부끄러웠던지 유권이는 얼굴을 붉힌 채 손에 쥔 사탕을 슬그머니 민혁이에게로 내밀어요.
"난 너 조은데..."
...
........?
...............네?
쑥쓰럽게 내밀어진 사탕에 민혁이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잠시 멍해져 있다가 느닷없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요. 뭐에요 이게? 뭔지 몰라 어리둥절하기도 해요. 민혁이 귀가 나간게 아니고 유권이 입이 나간게 아니라고 누가 말 좀 해줘요. 아니, 누가 민혁이 머리 좀 세게 때려줘요. 딱 기절할 만큼만 세게요. 아 잠깐만, 기절하면 안될거 같아요. 이 어마어마한 순간을 놓치면 안되니까요.
민혁이는 입을 벌리고 멍하니 유권이를 바라보다가 유권이가 얼른 받으라며 사탕을 강제로 쥐어주자 그제서야 정신이 퍼뜩 들어어요. 이런 미나리!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에구머니나! 언빌리버블! 유치원생인 민혁이가 어떻게 언빌리버블 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지는 비밀이에요. 민혁이는 때아닌 유권이의 고백에 기뻐서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아요. 평생 민혁이 혼자 유권이에게 고백도 못한 채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짝사랑 할 줄 알았는데 글쎄 유권이도 민혁이를 좋아한대요! I LOVE YOU 를 외치는 투애니원 누나들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랑스럽게 보이는건지. 오늘 아침만 해도 깜깜한 구렁텅이 같던 세상이 갑자기 핑크빛으로 반짝반짝 빛이 날까요?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셔 노노노노! 너무 깜짝깜짝 놀란 나는 오오오오! 소녀시대 누나들 사랑해요! 물론 그 이상으로 유권이를 사랑하지만요!
민혁이는 날 뛸것 같은 기쁨의 흥분을 1박 2일에서 식판에 밥을 퍼담을 때 처럼 꾹꾹 누르곤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유권이의 사탕을 주머니에 금괴모시듯 모셔 넣어요. 그러다가도 문득 민혁이는 유권이가 민혁이를 밀어냈던 것이 떠올랐어요. 지금은 저렇게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눈이 부시지만 얼마 전의 유권이는 너무너무 미웠었거든요. 왜냐구요? 유권이가 민혁이를 밀어냈으니까요. 딱히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밀어내기만 했으니까요. 민혁이는 대꾸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유권이가 하자는 대로만 했으니까요.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마냥 순해 보이기만 하던 민혁이의 눈꼬리가 삐뚤어지듯 하늘을 향해 올라가요. 그리고 그런 민혁이를 본 유권이의 눈은 반대로 우울하게 바닥을 향해 내려가요. 민혁이는 순간 유권이의 그 얼굴에 화가 풀리려 했지만 꾹 참아내고 입을 열었어요.
"너 나 싫타며....."
말하면서도 민혁이의 목소리가 꽉 메었어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유권이가 민혁이를 밀어낸 건 사실이잖아요? 왜 미움 받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억지로 비켜섰어야 했던 때가 막 떠오르니까 민혁이는 눈물이 나올 거 같아요. 근데 이런 민혁이를 유권이는 왜인지 똑바로 보지 못해요. 민혁이의 말에 유권이는 버릇처럼 바닥을 쳐다보더니, 손을 꼼지락 거려요. 민혁이에 말에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요. 그건 유권이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 충동적인 행동이었거든요. 이제와서 그 이유를 생각하려 해봐도 모르겠어요.
유권이는 괜히 눈물이 차올라요. 왜 잘나가다가 갑자기 민혁이가 이런 얘기를 꺼내는건지 혹시 이 것 때문에 유권이가 싫어지지는 않을지 무서워요. 이제야 좀 분위기가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달달해지려고 하는데 말이에요. 유권이가 고개를 푹 숙이자 민혁이는 매서운 눈으로 유권이를 바라보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려 방금 넣어두었던 금괴같은 사탕을 손에 꼭 쥐어요. 그리곤 바로 유권이 앞으로 불쑥 내밀며 가져가라고 말했어요. 고개숙인 유권이가 사탕을 보고 움찔한게 보였지만 민혁이는 멈추지 않았어요. 솔직히 지금 좀 반신반의하긴 하지만, 여섯 살 답지 않게 냉정하게 말하자면 민혁이는 유권이의 마음이 알고 싶었거든요. 미워했다가 좋아했다가 도통 무슨 생각중인건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여기서 확실히 유권이의 마음을 알아야 앞으로 민혁이도 유권이도 덜 힘들지 않겠어요?
민혁이는 여린 유권이의 어깨에 당장이라도 유권이의 손에 뽀로로 인형을 가져다 쥐어주고 싶은 걸 참고 매서운 눈으로 유권이를 바라보았어요. 그런데 이게 왠일? 갑자기 유권이의 어깨가 들썩거리기 시작해요. 우는 걸까요 웃는 걸까요? 아무래도 후자가 확실한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민혁이는 굳어버리고 말아요.
".......미아내."
잘못 들은건가 싶어 민혁이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유권이를 바라봐요. 그런데 그럴 틈도 없이 유권이는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손등으로 눈가를 벅벅 닦으며 훌쩍거렸어요. 민혁이는 당황해서 손에 들고 있던 사탕도 떨어뜨리고 유권이를 안아주지만 유권이의 울음은 멈추지를 않네요. 민혁이는 유권이를 시험하려한 1분 전의 자신의 모습을 탓하며 유권이의 등을 토닥였어요. 고사리같은 손으로 유권이의 등을 토닥이니 유권이는 더 서러웠는지 아예 목을 놓고 엉엉 울어버려요.
"미아내...미아내 민혀가...내가....허엉.....미아내....히끅..."
울어버리는 유권이에게 더 미안해진 민혁이는 내가 더 미안하다며 눈가에 눈물이 막 차올라요. 울릴 생각은 없었는데 유권이가 우니까 민혁이도 울음이 터지려고 해요. 이래서 우리를 천생연분이라 하는거에요. 민혁이는 차오르는 눈물을 유권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 닦더니, 혹시라도 유권이의 눈가가 쓰릴까 유권이의 손등을 잡아 내려줘요. 그리고 제 손으로 유권이의 눈가를 닦아준 뒤 아직도 끅끅대며 울고 있는 유권이의 볼에 살며시 뽀뽀해줘요. 쪽소리도 나지 않는 작은 입맞춤에 유권이가 놀라 민혁이를 바라봐요. 그러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민혁이의 눈물을 머금은 다정한 눈빛에 다시 와앙하고 울어버리는 유권이에요. 폴리랑 엠버랑 헬리랑 친구들이 친구들을 구해주다가 실패 했을 때도 이렇게 서럽게 울었나 싶을 정도로 유권이는 온 몸에서 눈물을 쭉쭉 짜내고 있었어요. 민혁이는 그런 유권이를 다시 한번 꼬옥 안아줘요. 어린 것들이 나보다 연애를 잘해요 시발.
"내가,끅,흐으윽,더...더어....흐끅,조아해 민혀가...어엉..."
그렇게 민혁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유권이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한참이나 안아줬대요. 그리고 그 곳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호의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달려온 한해 선생님께서 이 장면을 보고 자신도 펑펑 우셨다나 뭐라나. 우리 유권이와 우리 민혁이를 속으로 외치며 허리에 묶었던 앞치마로 눈물을 너무 닦으셔서 후에 지나가던 귤반의 경이 선생님이 물 쏟았냐고 물어보셨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쨋든 우리의 메이저 범권은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났답니다^0^ 존나 시발 이걸 쓰면서 내가 열이 받은게 한 두번이 아니에요. 내 연애 챙기기도 바빠죽겠는데 이딴거나 쓰고 앉았고 엉엉 내가 이렇게 슬프면...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어휴 이걸로 참 징하게도 질질 끌었다...어서 지효로 넘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