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본부장이 날 좋아한다면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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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해서 잠깐 화장실에 갔다왔는데 사무실 여직원들이 다같이 모여서 수근거리고 있다.
대충 근처에 가서 기웃거려보는데..
'머리 내리니까 완전 다른 사람같던데요.'
'솔직히 성격은 완전 싸가진데 생긴건 인정합니다.. 얼굴이 아깝다.'
'아까 다른 사람인줄 알고 계속 쳐다봤잖아요. 진짜 얼굴은 완벽해요.'
? 누가 봐도 본부장님 얘긴데.
그와중에 얼굴은 잘생겼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억지로 참는중이다.
"어제 보고서 작성 누가 했어요?"
"...제가.. 했습니다..!"
"작성하고 검토도 안하고 넘깁니까? 오타가 너무 많은데."
"아.. 검토 했는데, 죄송합니다. 다시 수정하겠습니다."
중요한 보고서였는데 대충 검토하고 넘긴 직원때문에 또 화가 난 본부장님이 그 직원 책상 위로 큰 소리가 나게 서류를 내려놓는다.
"김지온씨는 따라 나오세요."
갑자기 나한테 불똥이 튄 듯, 아예 따라나오라는 본부장님 말에 순간 뭐지.. 나도 뭐 잘못했나.. 하고 쫄아버렸다.
하... 남자친군데 이렇게 말 한마디에 기죽는 거 자존심 상하는데 진짜 무서운건 어쩔수 없다ㅠㅠ
옆에서도 직원들이 말은 안하지만 힘내라는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아씨.. 난 뭘 실수한거지. 보고서 작성은 집에서 본부장님이랑 같이해서 갑자기 혼낼것도 없을텐데ㅠㅠㅠ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본부장님을 급히 쫓아나가면 사람들이 잘 안다니는 비상구 계단으로 가서야 멈춘다.
그래도 나름 애인이라고 사람들 안보는데서 혼내려는건가.. 입을 꾹 다물고 눈치만 보고 서있는데 본부장님이 갑자기 손에 초콜릿을 쥐어준다.
"에?"
"오늘 하루도 고생해요. ㅎㅎ"
"아.. 혼나는 줄 알았자나여..."
"ㅋㅋㅋㅋ 왜 혼나요."
"아니, 갑자기 쫓아오라고 하시니까..ㅠㅠ"
"갑자기 초콜릿이 생겨서 ㅎㅎ."
"어디서 났어요?"
"비밀."
"ㅡㅡ"
"어떤 여직원이 찾아와서 주던데."
"네?"
"ㅋㅋㅋ."
"진짜로???"
"네."
"아...."
"근데 난 필요 없으니까 지온씨 다 먹어요."
"..."
누군지도 모르는 여직원한테 질투를 하는 건 오바겠지...
내가 먼저 들어오고 금방 다시 사무실로 들어온 본부장님은 평소처럼 포커페이스다.
본부장님이 대리님 책상으로 가서 스케줄 정리를 하느라 잠깐 서있는데 슬쩍 봤는데 머리를 내려서 그런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멋있어서 계속 눈길이 간다. 힐끗힐끗 쳐다보다 본부장님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입모양으로 '왜-'하고 물어본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웃으며 고개를 젓자, 본부장님이 아무도 못보게 살짝 웃어준다.
다시 대리님하고 얘기에 집중하는 본부장님한테서 눈을 떼고 일을 하려는데, 주변에 있는 직원들이 모두 본부장님을 쳐다보고 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흥. 그렇게 쳐다봐도 내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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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퇴근하기로 해서 내가 나가고 10분 후에 나오라고 메신저로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고 먼저 나왔는데 바로 뒤따라온 본부장님 때문에 같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이따 나오라고 했자나여.."
본부장님한테만 들리도록 진짜 작게 얘기했더니, '아~ 못봤네~'하고 대답하는 본부장님이다.
...못본게 아니라 안본거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에는 조승우 과장님이 있었다.
전화를 하고 계셔서 눈인사만 하는데 과장님이 본부장님을 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이내 전화를 끊고 말을 거신다.
"머리가 그게 뭐냐."
"아, 이거.. 이상해요?"
본부장님이 머쓱한 듯, 괜히 앞머리를 만지며 물었는데 ,
"응."
..단호박이시네.
"이거 지온씨가 추천해준 머린데 ㅋㅋㅋ."
?????? 갑자기 내 얘기를 하는 본부장님에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자 승우형은 알고있다며, 괜찮다고 한다.
아아.. 과장님하고 얘기를 해본적은 없지만, 그냥 믿을만한 사람인 것 같아서 별로 의문이 들진 않는다.
그냥 이런 얘기까지 할 정도로 친한사이인가? 정도.
과장님도 별 말 없으셨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한마디 하실 뿐이다.
"지온씨 스타일 특이하시네."
;; 과장님 스타일도 특이하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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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본부장님 집에서 같이 저녁먹고 쇼파에 앉아 tv를 틀어놓고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로 떠들고 있는데 본부장님 핸드폰이 울린다.
'김대리'
본부장님이 화면을 확인하고선 나한테도 보여주더니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본부장님! 혹시 바쁘세요?
"왜요?"
-아, 그.. 제가 지금 서류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ㅎㅎ 모르는게 있어서용~
"..."
-혹시! 도와주실 수 있나.. 해서.. ㅎㅎ
"지금 10시가 넘었는데요."
-ㅎㅎ네. 혹시나 해서용
"내일 회사에서 얘기하죠."
-아~ 지금 바쁘세용? 여자친구랑 있으신가 ㅎㅎ
가까이에 붙어있는 탓에 상대방 소리도 다 들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서류는 핑계고 그냥 전화 한 것 같다.
본부장님 표정을 보니 자기도 기분 나쁜 것 같고 알아서 철벽치고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괜히 마음에 안들어서 팔짱끼고 있던 손을 푸르고 허벅지를 꼬집으면 몸을 움찔하면서 내 손을 깍지끼고 잡는다.
손을 마주잡은 채로 주먹을쥐어 콩콩 때리면 '끊을게요.' 하고 상대방 말을 끊고 전화도 끊어버린다.
"왜 때려요.."
"제가 언제요 ㅎㅎ."
"허벅지는 왜 꼬집었어요?"
"그냥요."
"그냥 아닌 것 같은데 ㅋㅋㅋ"
"맞는데요.."
"전화 다 들었죠?"
".... 흥"
괜히 입을 삐죽거리자 본부장님이 나를 보며 웃는다.
"..머리 이제 올리고 다니세요..!"
"왜요?"
"...그냥요!! 안어울려요."
"어제는 귀엽다 그랬으면서."
"..."
"질투해요?"
"아닌데요!!!!"
"막 여직원들이 다 나 잘생겼다 그래서?"
"ㅡㅡ?"
뻔뻔하게 물어보는 본부장님이 어이없으면서도 웃겨서 째려보면,
"난 지온씨만 눈에 들어오는데 ㅎㅎ."
"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마세요"
"왜요, 난 지온씨만 좋은데."
"아아.. 그만...."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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