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w. 옥수수소세지
Q. ㅇㅇ 씨가 질투하는 모습은 못 본 것 같아요.
"놉. 현대 사회의 신여성으로써 저에게 질투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래도 가끔, 조금씩은 질투해도 괜찮을 텐데, 응?"
EP. 04: 부부의 주접
"남편. 남편은 다시 일하고 싶지 않아?"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네. 왜?"
"아니 그냥... 오늘 촬영장 씹어 먹던 섹시다이너마이트를
내가 집에서 괜히 썩히는 건 아닌가 하고."
"섹시, 뭐? 자기는 그런 말 어디서 배워 와?"
주지훈 씨가 유일하게 세대 차이를 느낄 때랍니다.
종종 튀어나오는 아내의 주접이 물론 귀엽기는 하나 직설적인 애정 표현이 때때로 부끄럽고 신기하시다고.
비교적 어린 나이에 제게 시집을 온 아내에게 약속한 것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한평생 그녀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늙어 가자는 흔해 빠진 맹세가 아니라 ㅇㅇ 씨가 결혼이란 무거운 서약에 과하게 얽매이지 않을 수 있도록 제 인생을 다 바쳐서라도 그녀의 청춘을 지켜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욕심을 낸 만큼 아내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를 것들이 전부 사라질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저 여느 평범한 20대 처럼 하고 싶은 것도 해 보고, 가고 싶은 곳도 가 보고, 보고 싶은 것도 볼 수 있게, 자신은 다 누려 보았던 삶을 '부부' 라는 이름으로 함께요.
전혀 흔들림 없던 굳건한 눈동자에 홀려 지금 앉아 있는 이 뼈해장국 집에서 처음으로 프러포즈를 받고는 얼떨결에 결혼 생활에 녹아든지도 어연 3년 차.
어느 정도 그저 흘려 보내도 괜찮은 말이 분명했지만 ㅇㅇ 씨는 아직까지도 오로지 저만 챙기기 바쁜 남편의 희생과 헌신이, 전혀 아까운 기미 하나 없이 저 위주로만 맞춰진 그의 삶이 혹 이러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잊혀지고 자신의 소중함 마저 놓쳐 버릴까 문득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그런 아내의 사랑스러운 마음을 단번에 알아차린 아내 바보 주딱지는 자연스레 그려지는 미소를 띄운 채 아내의 숟가락에 잘 익은 깍두기 하나를 올려주며 말합니다.
"난 아직까지 우리 ㅇㅇ랑 노는 게 더 좋아서 그래."
"응. 그러다 일이 하고 싶어지면 꼭 말해줘.
나도 열심히 응원 할 게 알았지?"
"좋네. 옆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고.
작품이 망해도 똑같이 응원해 주는 거지?"
"뭐가 망해. 웃기고 있네.
오빠는 시나리오 걱정하지 마. 오빠 얼굴이 개연성이야."
"어디서 배우는 거 맞네."
그럴 리가요.
주접을 어디 가서 배워요 아저씨. 저건 그냥 반사적인 타고남이라구요. 보슬보슬 비가 오는 이 축축한 날, 괜히 저희까지 감성에 젖는 것 같아요.
정말이지 낭만적인 부부예요.
"ㅇㅇ 씨. 여기요."
"오- 하이."
"잘 잤어요?"
"네, 뭐. 속은 좀 괜찮아요? 어제 혼자 달리셨잖아요."
"달리긴... 멀쩡했다니까.
해장은 보통 뭘로 해요? 파스타? 국밥?"
"오빠는요?"
"ㅇ, 오빠?"
"그럼 아저씨라고 불러드려요?"
"아뇨. 생각하니 오빠가 담백하고 좋네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네."
"왜 몰랐을까. 나 매력 되게 많은데."
매력은 무슨. 처음 보자마자 나 더러 비키라고 했으면서.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는데 도망간 건 ㅇㅇ 씨죠.
에에? 거짓말!
에에? 진짜!
소풍 가기 전날의 아이처럼 괜한 설레임에 밤잠까지 뒤척이던 지훈 씨는 아침이 밝아오자 언제 연락을 보내는 게 가장 적당하고 덜 부담스러울까 전정긍긍이었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는 내내 서로 통하는 대화 하나 없이 어색하기만 하면 어쩌지라며 괜한 고민을 하던 ㅇㅇ 씨 또한 마냥 여유로운 준비 과정을 보내진 않았죠.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지훈 씨의 연락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ㅇㅇ 씨 그리고 혹여 대화라도 끊길까 리포트 급의 질문을 미리 마련해둔 지훈 씨. 정말이지 인정하기는 싫지만 두 분, 깜찍하네요.
"아, 이거 받아요."
"뭔데요."
"어제 이마. 혹시 몰라서 연고랑 반창고 좀 챙겼어요."
"고마워요."
차에 타자 건네받은 의문의 종이가방이 저를 위한 것이라니.
혹시 닳기라도 할까 아주 소중하게 제 품에 꼬옥 안는 지훈 씨를 바라보던 ㅇㅇ 씨는 금세 달달해진 공기에 물든 제 두 볼을 숨기려 괜히 심심한 창밖으로 서둘러 고개를 돌립니다.
한결 편해보이는 두 분의 미소가 닮아있는 건 저희의 착각일까요?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그간의 귀여운 오해를 풀어간 두 분의 세 번째 만남은 누구의 심장 소리인지 모를 콩닥거림으로 가득했어요.
"근데.. 남자친구가 그냥 보내줍니까?"
"남자친구요?"
"응. 나랑 밥 먹는 거 괜찮냐구요.
나라면... 겁나 싫을 것 같은데."
"겁나 싫을 것 까지야.
이주호 말하는 거면, 헤어졌어요. 한 달쯤 됐나?"
"다행이네."
"뭐가요. 내가 헤어진게?"
"응. 난 또, 따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가 싶어서."
"무슨 준비요?"
"저도 바람은 처음이라."
"와하! 큰일날 사람이네- 멘트 연습해요?"
심쿵... 돌직구 무슨 일이에요.
다른 누군가의 입에 올랐다면 자칫 쓰레기가 될 수 있었던 발언이지만 주지훈 씨의 얼굴이라면 다 용서할 수,
아- 이런. 죄송. 저희가 또 나댔군요.
한참 식사를 하던 중, 아까부터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게 하나 있었는지 제 엉덩이까지 들썩이며 고민을 하던 지훈 씨가 드디어 저를 괴롭히던 질문을 던졌어요. 호쾌하게 터진 웃음을 겨우 멈춘 ㅇㅇ 씨는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얼른 밥이나 먹으라며 지훈 씨의 숟가락에 깍두기를 올려줍니다.
많이 본 듯한 장면이군요.
그나저나 또 나왔네요.
다시 한 번 더 사랑에 빠진 듯한 지훈 씨의 전매특허 멜로 눈깔.
"우리 결혼할래요?"
"혹시 술 덜 깼어요..?
보통 이럴 땐 사귀자가 먼저 아닌가?"
"결혼부터 해요. 연애는 그 후로도 평생하면 되죠."
"..."
"..."
"그래요. 결혼을 전제로 한 번 만나봅시다."
세기의 부부의 시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틱했군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러브스토리, 완벽한 서사예요.
"아직 자녀 계획은 없고?"
"나중에요. 지금은 저희 둘끼리가 더 재밌는 거 같아요."
"그래요. 근데 남편은 너무 좋아한다."
"뭐가, 응?"
"꽉 잡아! 간다!!"
저 정도면 저 소녀가 주지훈 씨와 놀아 주는 거 아닙니까?
네 발 자전거가 저리도 스릴 넘치는 기구였던가요.
계산을 마치며 오랜만에 만난 가게의 사장님과 가벼운 회포를 풀던 중 들리우는 남편의 방정맞은 목소리. 굳이 이세를 급하게 서두르지 말자던 말은 그저 빈 배려였던 것인지 아주 입이 찢어질 정도로 신이 난 남편과 어울려 주는 사장님의 딸을 보게 된 아내의 머릿속에는 여러 복잡미묘한 생각들이 덮치는 것 같아요. 잘 먹었다는 인사 후, 어느새 비가 그친 유리문 밖으로 나온 ㅇㅇ 씨.
"야 주지훈. 가자."
"안녕- 꼬맹이. 다음에 또 봐."
뾰루퉁 튀어나온 입은 몰라도 괜히 퉁명스레 틱틱 나가는 말투는 숨길 수가 없네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표정이 안 좋은데요.
"아무래도 딸은 별로인 거 같아."
"딸? 왜. 너 닮으면 엄청 예쁠 텐데."
"싫어."
"왜 싫을까."
"자기 딸 바보 될 거 같아."
"우리 딸을 사랑하는 게 안 좋은 건가?"
"우리 딸은 내가 사랑할 테니까, 자기는 날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어!"
"뭐?"
"뭐어!"
"지금 혹시... 태어나지도 않은 딸, 질투하세요?"
"아 몰라아! 짜증나 주지훈!!!"
"아니- 누나, 같이 가아아!!"
정말이지 미치겠네요.
설마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나 잡아 봐라~' 놀이인가요..?
길 한복판에서까지 선보인 두 분의 유치뽕짝 애정 행각을 멈춰 주세요.
진짜 신고합니다.
EPILOGUE.
Q. 아기를 싫어하는 건 아니시죠?
"그럴 리가요.
사실... 우리 애들 이름까지 이미 정해 놨어요."
"되게 빠르시네요. 이름이 뭔데요."
"첫째는 동화. 둘째는 열매. 셋째는 하늘.
별로인가..?"
"아니- 다 예쁘네. 다 마음에 들어. 완벽하다."
나의 이유들 ❤️ |
귱 꾸까 놔쯍 다내꺼 대추배청 댕쥰 도담도담 도라방스 도레미 두부 둠칫 떡보끼 또담 라미 레몬 룰루 망고 몽몽 뮤리무 박력녀 복슝아 삐빅 샬뀨 소슈 썬 아봉 에잇 잉스 지그미 트위티 파스타 하마 헬로키티 |
이번 주 진짜 찢었다.
저만 느끼는 거 아니죠?
저 열일한 거 맞죠?!?!
자주 찾아오겠다는 약속 지킨 거 맞죠?!?!
그럼 칭찬 부탁드려요.
저 관종이라 칭찬 좋아하는 거 아시잖아요.
헿❤️
암호닉 또는 소재 신청은 늘 가장 최근 글에서 받을게요!
혹시 보고 싶으신 장면이 있으시다면 꼭 알려주세요
나레기의 머리... 더이상으로 짜낼 로맨스 따위는 없으니까요...
그럼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 우린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