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정말 이건 적응이 안된단 말이다. 살살 아파오는 아랫배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침대에서 어기적거리며 일어났다. 아오, 그 놈의 생리. 나는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부터 생리통이 매우 심했다. 옛날에는 엄마가 병원에서 한약을 다려오기도 했었다. 아침부터 기분이 가라앉았다.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를 하면서 거울속의 내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조금은 흐릿했던 어제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김종대는, 왜 그랬을까
점점 양치질을 하던 속도가 느려졌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나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어제 데리러 온거는 왜 그런거고, 차에서 갑자기 가까이 왔던건 왜 그런거고, 집 데려다주면서 상관있다고 한건 또 왜 그런거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김종대는 내가 입사하고나서부터 매일매일을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헷갈리게 만든다. 그러나 결국 다음날 회사에서 만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소와 똑같이 나를 괴롭힌다. 정말 김종대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유치한 김팀장 05
힘없이 회사 건물로 들어가 엘레베이터를 탔다. 오늘 뭔가 예감이 좋지를 않다. 나도 모르게 축축 쳐지는 몸을 이끌고 엘레베이터에서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누구와 부딪혀서 휘청거리며 넘어졌다. 나와 부딪힌 사람은 누군지 사과도, 괜찮냐는 물음도 없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니, 아, 김종대다.
"안 일어나고 뭐해?"
자기 때문에 넘어진건 생각 안하는지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김종대가 무심하게 말한다. 또 시작이다. 어제 밤까지만 해도 뭐 위험하니까 남자랑 밤 늦게 단둘이 술 마시지 말라느니 뭐니 의미심장한 말만 해놓고서는 막상 다음날은 모른척이다. 진짜 싫어 김종대. 가만히 김종대 얼굴만 쳐다보고 있자 뭘 보냐는듯 눈썹을 까딱 한다. 그 모습을 보고 괜히 허무해져 한숨을 내쉬고는 벽을 집고 일어났다. 안그래도 축축 쳐졌던 기분이 더 쳐지는 기분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조용히 일어서서 가는 내가 이상했는지 김종대가 살짝 당황한 눈치다. 아까 넘어졌을 때 바닥에 쓸린 무릎이 살짝 따가웠다. 걸음을 멈춰 내 무릎을 슬쩍 봤는데 상처는 안나고 살짝 껍질만 벗겨졌더라. 그리 심하게 다친건 아닌지라 그냥 내 자리에 가서 앉아서 오늘 할 일을 시작했다. 아직 사무실에 온 사람은 나와 김종대 밖에 없었다. 평소를 생각하면 한 십오분은 지나야지 하나 둘 씩 다른 직원분들이 오기 시작할거다.
잠시 사무실 밖으로 나가있던 김종대가 내 앞으로 뚜벅뚜벅 구두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이번엔 또 뭐로 시비걸려고... 내 앞에 다가서서 멈추는 김종대를 애써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야, 김여주"
"..."
"...나 좀 봐봐"
내가 끝까지 쳐다보지 않자 답답한지 갑자기 내 의자를 확 돌려 자신을 바라보도록 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김종대를 보니 김종대가 무언가 큰 결심을 한듯 비장한 표정을 하고서는 침을 꿀꺽 삼킨다. ...왜저래?
"ㅇ,야-, 뭐해!!"
갑자기 내 앞에 꿇어앉는 김종대에 깜짝 놀라서 어깨를 밀어내니 꿋꿋하게 내 발목을 잡고는 내 다리를 이곳 저곳 살피는 김종대였다.
"...여기 다친거야?"
김종대가 살짝 살이 벗겨진 내 무릎을 보더니 고개를 들고 물었다.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니 김종대가 후...하고 한숨을 쉬더니 자기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인상을 썼다. 뭐야 다친건 난데 지가 왜 저래. 그런데 김종대 저 이상한 놈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내 다친곳을 살짝 건들이는것이다. 아, 아파!!!!
"흐...야, 아파!!"
"ㅇ,어? 나는 그냥 많이 다친건가 해서-"
내가 아픈 소리를 내고는 아프다고 어깨를 밀어내자 김종대가 당황해서는 뭐라뭐라 변명을 하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고는 얼굴을 붉힌다. 갑자기 조용해진 김종대가 이상해서 나보다 아래에 있는 김종대와 허리를 숙여 눈을 맞췄다. 계속 슬금슬금 내 시선을 피하다 내가 김종대 어깨를 양 손으로 잡으며 ...너 왜그래? 어디 아파? 하면서 억지로 시선을 맞추려하자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양 손으로 내 허리를 잡고는 나를 의자에 앉혔다.
"ㄴ,너 막 그러지 마"
"...뭐가?"
"그러지 말라고"
알 수 없는 말만 계속해대는 김종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속해서 내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던 김종대가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자세가 너무 가깝다. 붉어진 김종대의 얼굴이 코 앞에 있었다. 그렇게 우리 둘다 아무 말도 없이 멍하니 있는데, 얌전하게 있던 허리 위에 있던 두 손 중 한 손이 갑자기 내 얼굴로 향한다. 에? 뭐야?
김종대가 오른쪽 손을 내 볼 위에 올려놓더니 엄지손가락으로 작게 쓰다듬는것이 느껴졌다. 뭐하는거야 지금... 그렇게 내 얼굴을 만지작대던 김종대의 손가락이 내 입술로 향했다. 그리고 김종대의 시선도 내 입술...응? 입술???? 김종대가 내 입술을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점점 얼굴을 가까이 해오는데, 묘하게 두근거리는 기분에 뻣뻣하게 굳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내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까지 울리기 시작했다.
그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좋은 아침...!! ㅇ,어...헉!!! 죄송해요!!! ㄱ,그럼 두분이서 좋은 시간 보내세요!!!"
나와 김종대가 동시에 고개를 돌린 그 쪽엔, 평소같았으면 한참 있어야 출근을 했을 백현씨가 본인이 얼굴을 더 붉히며 문을 쾅 닫고는 나가는 것이 보였다.
아
인생 망했다
***
"괜찮아요, 여주씨!!! 제가 비밀로 해줄게요!!!"
한참이 지나서야 이대리님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온 백현씨는 자리에 앉으며 내게 눈을 찡긋 해보였다.
"제가 이래봐도 꽤 입이 무겁다니까요?"
"아니, 저, 백현씨-, 그게 아니라..."
"에이! 괜찮다니까요!!"
"..."
"그나저나, 팀장님하고는 언제부터 그런 사이었어요?"
"아니 그런 사이 아닌데..."
"아까보니까 자세가 상당히...음...야시꾸리...하던데..."
음흉하게 웃는 백현씨에 아 진짜 그런거 아니라니까요!! 하자 에이, 여주씨 부끄럽구나! 알겠어요 알겠어요~ 하더니 실실 웃으며 본인의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는 백현씨였다. 김종대 쪽을 힐끗 쳐다보니 김종대가 나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마주친 시선에 얼른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백현씨는 언제 또 봤는지 그런 우리 둘을 보며 역시 풋풋해 풋풋해- 하며 킬킬 웃었다. 아 진짜 그런거 아니라니까... 아프던 배가 더 아파지는 느낌이다.
***
어느덧 점심시간이 됐고 나는 평소와 같이 백현씨에게 오늘 뭐 먹어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백현씨는 김종대 쪽을 보다가 나를 보며 말했다.
"에이~ 여주씨는 나랑 먹으면 안되지!!"
"..."
"내가 지금까지 너무 눈치없게 굴었네, 미안해요"
"ㅇ,아니, 저, 그게 진~짜 아니라!!"
"그럼, 여주씨!!"
"..."
"좋은 시간!!"
백현씨가 눈을 찡긋해보이더니 얼른 뛰다시피 하여 사무실을 나가는 것이 보였다. Aㅏ...내 인생은 왜 이럴까...김종대 만나고 나서는 단단히 꼬여버린듯 하다. 김종대가 텅 빈 사무실을 휙휙 둘러보더니 나한테 와서는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흠,흠 야..."
"왜"
"...그럼 나랑 같이 점심 먹을-"
그 때 김종대의 말은 갑자기 열리는 비상구 문에 가로막혔다. 비상구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김민석이었다. 김민석은 마침 우리 둘만 있는 사무실을 보더니 반색을 표하며 우리에게 가까이 왔다.
"마침 딱 둘만 있네"
"아...안녕..."
"어제 집은 잘 들어갔어?"
"응..."
"김종대가 뭐라 안했지?"
"...어..."
내가 작게 대답을 하자 김민석이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김종대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지는것이 보였다. 김종대가 급하게 김민석의 손목을 잡더니 왜 왔어? 하고 물어봤다.
"뭐긴, 너희랑 같이 밥이나 먹으려고 왔지"
"너랑 밥을 왜 같이 먹어"
"김종대 또 틱틱댄다, 여주 앞에서만 유독 그러더라, 너"
"..."
"아 맞다, 방금 내가 너희 둘 방해한거 아니지? 분위기 좋던데~"
이제 김민석까지 저런다. 사람들은 왜 우리 둘이 있는거 보면 못 엮어서 안달이지?? 아 진짜 짜증난다고!!!
"야!! 진짜 아니야!! 막 그렇게 엮지 말라고!! 짜증나!!"
"어...여주야, 그렇게 싫었어...? 미안해..."
나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렀는데 물론 소리 지르고 나도 당황했다. 김민석은 나보다 더 당황했는지 빠르게 사과를 해왔다. 아 나 진짜 왜 이러니... 그리고 김종대를 봤는데 김종대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져 있었다.
"야"
"..."
"너만 짜증나는 줄 아냐? 나도 짜증나"
"..."
"기분 존나 더럽네"
"..."
"니네 둘끼리 밥 먹으러 가, 지금 열받아서 죽을것 같으니까"
김종대가 나한테 등을 돌리더니 자기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아...나 지금 실수한거 맞지...?
***
"여주 너가 이해 좀 해줘, 종대가 아직 너한테는 어린애 같은 면이 있어서..."
"아니야, 나도 잘한거 없는데 뭐"
"내가 볼때는 김종대가 조금 과민반응하는것 같기도 한데? 김종대가 평소에 너한테 하던 말 생각해봐"
어...그러고보니까 좀 억울한데? 김종대는 평소에 저것보다 훨씬 심한 말 많이해놓고서는 왜 이제와서 저래? 생각해보니까 갑자기 억울하다. 쳐진 내 기분을 김민석이 살살 풀어주었다. 김민석은 김종대 친구인데 왜 이렇게 천사지?
"어제 김종대가 너 데려다주면서 무슨 말 했어?"
"아니 그냥 별 말 안했는데...아"
"응?"
"막 나보고, 밤 늦게 남자랑 술마시지 말래"
"풉-, 김종대가 그래?"
내 말에 김민석이 빵터져서는 한참을 웃었다. 왜 저렇게 웃어? ...쟤도 좀 이상한것 같아. 나는 한참동안 웃음이 터져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김민석을 계속 쳐다보았다.
"김종대 왜 이렇게 귀엽냐 ㅋㅋㅋㅋㅋ"
"뭐가 귀여워, 징그럽지"
김종대가 귀엽다는 말에 인상을 쓰며 징그럽다고 했더니 김민석이 다시 한번 풉 하고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왜 저렇게 웃어대? 그 이후로 우리 둘은 한참동안 김종대 뒷담만 까다 회사로 들어왔다. 그래도 김민석이랑 김종대 뒷담 좀 까니까 살것같다. 숨통이 확 트이는 기분?
***
"아...배아파..."
"헉...여주씨 많이 아파요?"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다시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괴로움을...내가 계속 끙끙대자 백현씨가 옆에서 걱정을 해왔다. 계속 월차 쓰라는 백현씨에게 괜찮다고 하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김종대는 아까 그 일 있고 나서는 나만 보면 인상쓰면서 짜증을 낸다. 무서워서 지리겠네;;;;
"여주씨, 팀장님한테 가보세요"
이대리님이 와서는 김종대가 나를 부른다는 말을 전해줬다. 아니 몇 걸음 걸으면 된다고 그걸 부탁하냐, 김종대한테 갔더니 김종대가 나한테 서류를 집어던지다시피 한다.
"여주씨, 한달이면 이제 제대로 할때도 되지 않았나?"
"아..."
"왜 이렇게 몇번을 말해도 개선되는 점이 없어, 제가 계속 고쳐오라고 말 했잖아요."
"...죄송합니다"
"죄송한거 알면 똑바로 좀 해요, 한두번도 아니고"
김종대가 이렇게까지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날 몰아붙인 적은 처음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김종대가 이러는건 처음보는지 다들 당황한 눈치이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내 자리로 왔다. 백현씨가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네..."
"오늘 여주씨 몸도 안좋은데, 팀장님이 잘못했네-"
"..."
"괜찮아요!! 오늘같은 날도 있는거고, 화이팅 해요!!"
내 어깨를 살짝 토닥여준 백현씨가 웃어보였다. 아무리봐도 백현씨는 정말 착하단 말야. 유일하게 이 사무실 안에서 내 편이 돼주는 존재다.
***
그 이후로도 하루종일 김종대는 내게 히스테리를 부렸다. 지나가다 슬쩍 발을 밟지를 않나, 심지어 부딪히는 척 하면서 내 옷에 커피가지 쏟았다. 다행히 뜨거운 커피는 아니었지만, 하기야 김종대도 뜨거운 커피 아닌거 노리고 일부러 그런것일 것이다. 하루종일 괴롭히다 마침내 김종대는 내가 다시 써온 보고서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주며 야근 통보를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오늘은 일찍 가서 쉬려고 했는데...
"...어떡해요 여주씨..."
"괜찮아요..."
"...안 괜찮잖아요, 약은 먹었어요?"
"약 먹었는데도 계속 아파서..."
백현씨가 한숨을 쉬더니 내 어깨를 두들겨주며 힘내고! 내일봐요! 하고는 퇴근을 했다. 배가 아파서 머리까지 어지러웠지만 김종대 앞에서 아프다고 끙끙대는 장면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조용한 사무실에 내 타자소리만 울려퍼졌다.
한번도 한국에 와서 외롭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원래 아프면 막 외롭고 그러지 않는가, 지금 내가 딱 그랬다. 집에 들어가서 캄캄한 방의 불을 내가 딱 켰을 때, 아무도 없이 차가운 방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더욱 그랬다. 타자치는 속도가 점점 축 처졌고 나도 모르게 일을 멈추고는 가만히 있었다. 그 때 김종대가 사무실로 들어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 안해?"
"..."
"못하면 열심히라도 하던가, 적어도 폐는 끼치지 말아야지"
회사에 들어온 이후로 한번도 김종대가 한 말에 큰 상처를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너무 아파서 괜히 센치해진것 같은데, 너무 상처였다.
"그리고 김민석한테 찝쩍대지마"
"..."
"이제는 나도 모자라서 내 친구한테까지 그러냐?"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타자만 쳤다. 왠지 김종대 쪽을 보면 눈물이 날것 같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민폐다, 너"
"..."
"우리 회사는 왜 들어온거야?"
"..."
"너는 염치도 없냐?"
"..."
"너는 미국가서 잘먹고 잘살고, 다른 사람은 생각 하나도 안하지"
"..."
"진짜 넌,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그 말에 갑자기 눈물이 뚝 떨어졌다. 아프다. 몸도, 마음도. 평소같았으면 그냥 넘겼을 말에 괜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가 싫다. 김종대가 볼까봐 급하게 눈물을 훔쳤다. 김종대는 눈치채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너 우리 회사 온것도 일부러 그런거 아니야?"
"..."
"...진짜 그런거면, 넌 진짜"
"..."
"답도 없다"
참으려고 했는데, 눈치없이 눈물은 계속 났다. 결국 나도 모르게 훌쩍거리는 소리를 냈는데 한참 날카로운 말로 나를 몰아붙이던 김종대가 조용해졌다.
"...ㅇ,울어?"
"안울어..."
이미 우는건 들킨것 같고, 그냥 내 뒤에서 얼어붙은 김종대를 지나쳐 화장실에 들어갔다. 작게 신음소리를 내며 쭈그려 앉았다. 배아파...배도 아픈데, 김종대가 저런말 까지 하니까 진짜 서러웠다. 나는 이 회사에 일부러 넣은 것도 아니고, 미국에 가서 행복하지도 않았다. 진심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늘 김종대에 대한 죄책감 뿐이었다. 김종대가 싫다. 아니, 솔직히 서운하다. 그렇게 한참을 훌쩍거리다 정리하고 나왔는데, 김종대가 화장실 앞에서 불안한지 입술을 물어뜯으며 초조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내가 그 앞을 지나가자 김종대가 급하게 내 손목을 잡았다.
"야..."
"...진짜 미안한데, 나 배가 너무 아파서 그런데 지금 퇴근하면 안될까?"
"...배아파?"
"...너 말대로 민폐인거 아는데...미안해, 오늘만...응?"
김종대와 말씨름할 힘도 없었다. 그냥 힘없이 김종대에게 작게 말했다. 김종대는 내 말에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그 말을 허락으로 받아들이고는 내 자리로 향해서 짐을 챙겼다. 김종대는 내가 왜 배가 아픈지 알것이다. 학생때 아픈 나를 김종대는 매번 약에다가 핫팩까지 사다주며 챙겨줬었다. 그때의 김종대가 지금과 겹쳐보여 더 눈물이 났다. ...그만 울어야 되는데...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김종대가 어색한 표정으로 내 짐을 빼앗아 자기가 들었다. 고개를 들어 김종대를 보니 김종대가 ...데려다 줄게 하고는 먼저 걸어갔다.
"그냥 갈 수 있어..."
"너 아프잖아"
김종대는 조수석을 열어주더니 본인도 운전석으로 가서 앉았다. 내 집으로 가는 동안, 우리는 한참 말이 없었다. 어두운 바깥 쪽을 바라보는데, 왠지 계속 눈물이 났다. 지금 한국에, 내 편은 몇 명이나 될까. 내가 내 마음을 편히 털어놓을 사람은, 외롭고 또 외로웠다.
큰 길을 달리던 차가 갑자기 길 가에 멈춰섰다. 김종대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울지마"
김종대가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미안해, 내가 미안해...응?"
"아픈것도 모르고 눈치없이 심한 말 해서 미안해..."
그가 나를 품에 안았다. 눈물은 나는데, 이제는 그것보다는 나를 안고있는 김종대가 더 신경쓰였다.
"나는 진짜...너가 울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
"그만울어, 미안해..."
김종대가 나를 꽉 껴안고는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을까, 정신차리니 갑자기 민망해지는 기분에 김종대를 슬쩍 밀어냈더니 쉽게 밀려나는 그였다. 김종대가 한참 나를 보더니 ...약 사가지고 올게, 기다려 하고는 근처 약국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그는 약을 사서 차로 들어와서는 계속해서 우리 집으로 차를 몰았다. 그냥 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는 차를 근처에 주차시키고는 나를 내려주었다. 눈치보며 집 비밀번호를 푸는데 집 안까지 따라들어오는 그다.
"ㅇ,야!! 뭐야!! 왜 들어와!"
"...아픈데 혼자 집 들어오면 외롭다고 해서..."
"..."
"...그냥 갈까?"
조심스럽게 그냥 갈까 하고 물어오는 그에 됐다며 고개를 젓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잠시후 잘 준비를 다 마치고 나왔는데, 김종대가 내게 와서 약과 물 컵을 내밀었다.
"...먹어"
"..."
"먹고 빨리 자"
약을 먹자 내 어깨를 감싸더니 침대 쪽으로 밀어주는 그였다. 내가 침대에 눕자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려주더니 옆에 의자를 끌고와 앉았다.
"너 자는거 보고 갈게, 빨리 자"
그가 이불 밖으로 살짝 나와있는 나의 손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 손길에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그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여주야"
"잘자"
+)사담
이건 그냥 사귀는거나 다름없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나 아직 둘의 오해는 풀릴려면 멀었답니다...★ 아 그리고 종대가 처음으로 여주 이름을 성을 떼고 불러줬어요!! 워후!! 아 그리고 처음으로 포옹...했다는 ㅎㅎㅎㅎㅎ 오늘의 발림포인트는 여주한테 서운하다가도 눈물에 꼼짝 못하는 죤대... 오늘 근데 좀 많이 못 쓴것 같아요...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다음에 보고 이상하면 수정해야지....
암호닉
-암호닉은 항상 받습니다!!
-암호닉은 신청 순입니다
-존칭생략
첸팀장/별다방커피/달로와요/건망고/네이처죤대/유성매직/호이호잇/말랑/깐초/공주/유아/오센
0112/3관왕센/양융/미니롱/네티큥/비비빅/0408/잇힝/몽이/바나나/boice 1004/매직핸드/찬찬찬
9484/벗꽃/가을/망고/글잡캡틴미녀/꿍반/똥글이/루팡/미니/피치/미세모/귤/종대찡찡이/종대팀장
꼬기/열매/꿀잼/박뜨거운열/용존산소량/초코파이/뚜뚜/휘휘/희앤/고레기/새우깡/치트키순딩이/물만두
돼지저금통/단추3개/호야/늘짱이/거인/감/첸쇼/첸첸/9094워더/치킨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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