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엠을 틀어주는 그대 복받을 것이오)
"엄마, 나 지금 출발했어"
-밤길 위험하니까 큰길로 돌아서와. 시간걸리더라도 그게 안전하니까
"내가 애기도 아니고, 괜찮아 엄마. 큰길은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잖아"
-엄마 말 들어 진짜. 그러다 크게 한번 사고난다.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 끊습니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난 사실 돌아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큰길로 가면 최소 10분은 더 걸리는데 그러기에 내 몸은 너무 지쳐있었고 나는 그냥 푹신한 곳에 한 시라도 빨리 눕고 싶다는 생각 뿐이였다. 아 아니다. 그 피곤한 상태에서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해야했다.
전화연결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서 끊겼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응, 세훈아. 나 이제 들어가"
-늦은 시간에 다니지말라니까.
"시험기간인데 공부를 안할 수는 없잖아. 집은 집중이 안된단 말이야"
말꼬리를 늘어뜨리면서 가로등불빛을 무대삼아 춤을 추듯 한바퀴를 빙그르 돌았다. 아무도 없는 골목이지만 시원한 밤공기가 나를 반기는듯 했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세훈이의 목소리를 들을때면.
"세훈아"
-응
"세훈아"
-응
"세훈아아"
-응
"좋아해"
-...
정적이 흘렀다. 이런거 싫은데. 사실 내가 세훈이를 좋아한지는 꽤 되었지만 세훈이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워낙 속을 알 수 없는 애라서. 괜히 말했나. 어차피 얘도 내가 좋아하는거 알텐데. 설마 당황한건 아닐테고. 아 답답해 미치겠네
"세훈아"
-...
"좋아해"
진짜 괜히말했나봐. 얘 당황했구나. 어떡해야하지. 나는 걸음을 멈추고 어두컴컴한 그 골목 벽에 기대었다. 숨을 크게 내뱉었지만 아직 입김이 나올정도록 춥지는 않은건지 내 숨결은 보이지않았다. 어떡하지..어떡하지.
"뭐 내가 너 좋아한다고 해서 사귀어달라는거 아니니까 걱정마. 그냥 말한거야."
-그게아니라.
"그냥 못들은 걸로 해주라. 쪽팔리니까"
-아니 진짜 그게 아니라. 잠깐만...
"세훈아. 그냥...헙!"
-왜그래. 무슨일있어? 대답해봐. 거기 누구야! 빨리 대답안해?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금까지 듣지 못한 낯선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전해졌다. 낮은 저음으로.
"넌 자격이 없어. "
그대로 전화는 끊겨버렸다.
납치.1
W.납꼬
내가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은 '내 몸값은 별로 비싸지 않을텐데 왜 굳이 나같은걸 납치했지'. 그리고 두번째로 든 생각은 '납치범 취향이 참 독특하구나'. 나는 그리 예쁘지도 몸매가 뛰어나지도 않은데. 무섭고 벌벌떨어야할 상황에서 난 웃음이 났다. 어이가 아리마셍이라고 드립이라도 치고싶었다. 그래도 이 진지한 상황에 쿵짝은 맞춰줘야겠지 하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영화에서 보던 장면과 다르게 그냥 평범한 가정집이였다. 커튼으로 가려져서 창밖은 안보이고 벽지와 가구 모든게 다 하얗다. 진짜 날 납치한 애가 싸이코패스인가. 싸이코패스들이 하얀방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것같은데.
사실 납치당할때 기억이 없다. 그냥 기억잃고 묶인채로 앉아있으니 납치당했구나 하는거지. 이 때 쯤이면 납치범이 등장해야하지 않나 싶었다. 난 이상할정도로 차분하고 무섭지 않았다.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이 곳이 너무 익숙했다.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본적이 있는것 같은 곳. 어딜까. 어릴 때 와본건가?
'끼익'
드디어 문이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이 상황에서조차 나는 평온했다. 이런걸 체념이라고 해야하나. 지금 이 상태면 죽어도 내 운명이리 하고 받아들일수 있을듯했다.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한 남자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꼴에 얼굴가린다고 한건가. 뭐 어차피 죽일거면 안그래도 되는데. 아님 날 살려줄생각인가. 나 진짜 똑똑한것 같아.
"일어났어? 근데 왜 아무반응이 없어? 소리지르거나, 살려달라고 빨리 빌어야지"
고개를 숙이고 코웃음을 쳤다. 납치범 자존심상하겠네. 내가 원하는대로 안해줘서. 그의 눈빛에 얼음이라도 박혀있는듯이 차가움이 타고전해졌다. 그의 눈 이외에는 볼수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한글자씩 뱉었다.
"좆까, 씨발아"
그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지만 그 뿐이였다. 그는 배를 잡더니 정말 미친사람처럼 웃기시작했다. 아 미친사람 맞지. 그렇게 웃기만 몇분이 지난것같았다. 이 방은 시계도 없네. 시계가 있었다면 시간이라도 재서 알려주고싶은 심정이였다.
사실 욕을 즐겨하는편도 아니고 욕을 하는걸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는 꼭 패기넘치게 이 말을 해야겠다 싶었다. 니 뜻대로 순순히 당하지는 않겠다고 선전포고하듯이. 좆만이가 죽일려면 순순히 죽이지. 나는 그냥 한심하다는듯이 그를 쳐다보았고 그는 그제서야 허리를 세우고 나를 쳐다보았다.
"너 진짜 웃기는 애다. 어후. 너 때문에 일년치 웃을거 다 웃었네. 좋아 그런 패기."
뭐래 저 좆만이가. 나는 그냥 아무말도 않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원하는게 뭐야. 돈이라면 꿈깨. 우리집 나 살릴정도로 부유하지 않아."
"워후. 당돌하기 까지해? 근데 어쩌지 난 돈따위 필요없는데."
"죽이려면 빨리 죽여. 너하고 이야기하는시간이 아깝다."
"음- 아쉽게 그것도 아니야. 널 죽일생각 없어"
"그럼 설마 성폭행이런건 아니지?"
"에이. 생각하는게 그 정도밖에 안돼? 내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그런 악질은 아니거든"
하 참. 사람 납치해온게 말은 잘하네. 어이가 없어서 다시 한번 코웃음을 치고 그를 바라봤다. 그는 나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더니 그제서야 마스크와 모자를 벗기시작했다. 그리고 보인 모습의 첫인상은 훈훈한 남자였다. 전혀 범죄자라고는 안보이는.
"에에? 의외네."
"뭐가 의외야. 내가 얼굴을 보여준거? 아님 잘생긴거?"
"말은 똑바로 해야지 잘생긴건 아니니까. 사람답게 생긴거"
"하. 애가 보면볼수록 마음에 들어"
"그럼 이제 말해봐. 날 납치한 이유. 보아하니 나를 곱게대해주는게 폭행이 목적은 아닌가 보네. 날 죽이는게 목적이였다면 내가 너한테 좆까라고 할때 이미 내 목이 날라갔어야했고. 목적이 뭐야?"
"목적? 진짜 궁금해? 알려줄까?"
아주 예쁜 눈웃음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그 모습이 마치 죄책감없는 7살 아이같다고 해야하나. 얼굴은 천사같지만 속으로는 악으로 가득차있는.
너 참 개같다. 그는 내 앞에 서서는 천천히 내 귀에 입을 대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아까 내가 한글자한글자를 뱉듯이 그도 그렇게.
"안알려줘. 예쁜아"
미친놈.
사담
독자님들 반응 : 응 이게 뭐야 작가. 누구 코에 붙이라고 쓴 분량? 니 사심 채워서 글 씀? 이년이 반응연재고 연재일도 정해놓은건 아니지만 다음편 이미 써놨지롱! 그러니까 댓글 달아줘요!!! 난 반응연재니까요. 읽어주고 댓글 달아주는 독자님들은 사랑이죠 핳ㅎ 원래 엄청 퇴폐젹으로 쓰고 수위 팍!팍! 집어넣고 싶었지만 이번 회에서 꼭 안알려줘 예쁜아로 끝내고 싶어서 참았습니다. 포인트는 높게 잡아서 미안해요. 대신 다음편에 길게 써올게요. 필명은 납치해버릴꼬양 줄여서 납꼬에요. 제가 참 병맛이죠? 알아요. 하핳ㅎㅎ 여러분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댓글 달아줘요. 댓글 많이 달리면 연재할게요. 내 사랑 맏아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