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저리로 가라
-
지난 2n년 동안 연상만을 고집하던 나는
정말 소나무처럼 연상만 만나왔다.
'시민아, 진짜 너는...못 이기겠다.'
시카고 유학 때 만나서 사귀게 된 영호 오빠라든가,
'그치, 웃기지 시민아.
내 개그가 짱이지?'
술 자리에서 지갑 놔두고 간 걸 찾아준 게 인연이 돼서 사귀게 된 태일 오빠라든가...
(사실 지금까지도 이 오빠만큼 웃긴 사람 못 봤다.)
주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찐 소나무 취향이라고 말 할 만큼 내 취향은 올곧았다.
물론 지금은 다 헤어져서 각자의 삶을 사는 중이다.
문제는, 내가 저 둘과 연애를 하고 헤어진 이후로 단 한 번도 연애를 못 해봤다는 거다.
건너건너 듣기로는 영호 오빠는 시카고로 다시 가서 결혼을 했다고 하고,
태일 오빠도 곧 결혼을 할 거라고 하던데...
나만 지금 솔로다, 나만.
"어휴...에휴..."
"히익~ 땅 꺼지겠네.
무슨 한숨을 그렇게 많이 쉬냐?"
"시비거냐? 그럴 작정으로 온 거면 꺼져버려..."
"야, 김시민 네가 뭔가 잊고 있나본데...여기 동방이야.
난 동방에 두고간 아이패드 들고 가려고 온 거고."
"그럼 들고 가...잘 가..."
"근데 뭔 한숨을 푹푹 쉬냐니까? 뭔 일인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는데 김도영이 들어와서는 시비를 털...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든 전남친과 전전남친 생각에 텐션이 급다운된 나는 김도영이든 누구든
대화를 받아줄 여력이 되지 않았다.
"너, 내가 태일 오빠랑 헤어지고 그 이후로 아무도 못...안 사귄 건 알지?
도대체 내가 뭐가 모자라서 남자친구가 이렇게 안 생기는지 모르겠다..."
"네가 너무 남자친구 사귀는 거에 매달리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너무 하나에 몰두하면 역효과 나는 것처럼."
"그래...? 내가 그렇게 매달렸나...?"
"너는 갑자기 그런 거라고 생각할 텐데, 그런 거 아니야.
너는 몰랐겠지만 남자친구 왜 안 생기냐 노래를 부르고 다녔었어."
김도영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태일 오빠와 헤어지고 1년이 지나고부터는 극도의 외로움에
남자친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던 것 같다.
맨정신으로도 그렇게 살았는데 술 먹고는 얼마나 난리 부르스를 쳐댔을지...
안 봐도 뻔하다.
"아무튼, 난 갈 테니까...여유 좀 갖고 그래봐.
그럼 좀 나을 걸?"
"그래 고맙다...잘 가..."
"술 친구 필요하면 다른 사람 부르지 말고 나 불러.
김시민 니 술주정 감당할 수 있는 사람 나 뿐인 거 알지."
"그걸 내가 왜 몰라? 안 그래도 오늘 저녁에 너 부를 것 같으니까
시간 좀 비워놔라..."
아무리 여유를 가지려고 해도,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자꾸 급해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이래서...엑스 보이프렌드들은 우연히라도 만나선 안 되고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고 하는 건데...ㅜㅜ
다행히 술친구가 있어서 그나마 오늘밤은 무사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신이시여...
계신다면 연하든 동갑이든 연상이든 상관없으니 제발!
남자친구 좀 생기게 해주세요!
*
"선배, 그거 들으셨어요?"
"뭘."
"에타랑 대전 다 뒤집어놓은 선배 이야기요."
"그게...뭔 소린데....?"
"선배...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이걸 모르면 안 되죠.
안 그래도 선배가 모르고 계실 것 같아서 제가 다 정리해왔습죠."
"...관심이 없는 게 아니고...걍 안 보는 거야."
"그거나 그거나요.
아무튼 그게 무슨 이야기냐면,
우리 학교 컴공과에 엄청 잘생긴 선배가 있거든요?
선배보다는 한 살 어리대요.
글쎄 그 선배가! 그 선배가!"
"아우 좀...호들갑 떨지 말고 이야기 해.
재민이 군대갔다고 동혁이 네가 재민이 몫까지 안 해도 돼."
"선배가 이상형이랬대요! 술자리에서!"
"나를? 걔가 나를 어떻게 알고?"
어제 김도영과 부어라 마셔라 한 결과,
김도영은 내 자취방 소파에 널브러져 자체 휴강을 때려버렸고
나는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겨우겨우 학교에 나왔다.
(사대부고 실습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학점 하나하나가 아쉽다.)
그런데 그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나온 의미가 없어졌다.
같은 과 후배 동혁이가 해준 말 때문인데,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선배 어제 도영이 형이랑 술 마시러 갔었죠?
그때 같은 술집에 그 잘생긴 선배도 있었는데
그 잘생긴 선배가 하도 고백이 들어오는 족족 다 차버려서 술자리 같이 한 사람들이 물어봤대요.
이상형이 뭐길래 고백을 다 차버리냐고.
그 잘생긴 선배가
긴 생머리에 키는 160 정도, 뭐 이렇게 줄줄 이야기 했는데
완벽하게 이상형에 부합하는 선배가!
바로 옆 테이블에 있었던 거죠.
술자리 일행 중에 아무도 선배를 몰랐다면 문제가 안 됐겠지만
그 자리엔 우리 학교 인싸 중의 인싸 김정우 형이 있었거든요."
"김정우 어딨어 이 개자식이..."
"워...진정.
아무튼 정우 형이 선배 보자마자 저 누나냐면서 막 그랬는데
그 잘생긴 선배가 내 이상형이라면서...네...뒤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에타고 대전이고 뒤집어져서 국교 김시민이 누구냐 아는 사람 있냐..."
이건 뭐...전남친 생각의 나비효과인가?
인터넷 삼류소설 혹은 세기말 럽실소st의 일이
나한테 일어나다니.
하...어쩐지 강의실 건물을 들어올 때 부터 미묘~한 시선이
계속 날 따라다닌다 했다.
당장 에타를 지우고 카톡을 지우려고 폰을 켠 순간,
"오마이갓...읽어버렸다."
왠지 불길한 느낌의 연락이 왔다.
-
사죄의 말씀,,,(꼭 읽어주세요ㅜㅜ) |
안녕하세요 여러분 ㅜㅜ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ㅜㅜ... 들고오려던 대표이사 재현이의 글은 아니지만...일단 들고 왔습니다... 일요일에 오려고 했었는데 다듬는 데 시간이 걸려서 월요일에 오려고 막 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이렇게 늦어버렸네요 정말 면목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꼭 늦어도 금요일까지는 대표이사 재현이 글 +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죄송한 마음을 담아 오늘의 글은 구독료를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편히 읽어주세요 *정남매 정기 연재는 에피소드 설정에 오류가 생겨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