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에김선호는 반칙이지
"네!!!!"
"네!?"
"좋아한다고요!!!!"
"왜요!!!?"
이거 개그콘서트야? 개그콘서트 부활한 거냐고..
난 이왕 들킨 거 막나가자주의였고 선호씨는 그냥 주의를 줘야겠다. 좋아한다니까 왜냐고 묻는 사람은 그가 유일할 거다.
"아무튼 그렇게 알아요..!!!!"
어안이 벙벙한 그의 마지막 모습을 뒤로한 채 카페로 출근했다. 진짜 인생 뭐냐..
**
나도 사람인데 고백하고 멀쩡할 수 있을 리가. 하루에도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아주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좋은 일이 있다가도 고백 생각에 우울해지고 다시 좋았다가 의자 내리쳤다가 아주 난리를 치는 중이다.
"왜 그러세요 제가 의자 내려치는 거 귀엽다고 해서 계속하시는 거예요?"
"의자 부숴버린다.."
"너무 극단적인데요..? 무슨 일 있어요?"
"그건 비밀이야."
"드디어 비밀 생기셨네. 좋으시겠어요."
이거 비꼬는 거지? 표정이 딱 비꼬는 건데? 이제 성격도 망나니가 되어가고 있다.
"헐 맞다..!"
"티 나요. 퇴근하시려고요?"
눈치 빠른 녀석.
"오늘은 진짜 빨리 가야 돼."
"알았어요. 조심히 들어가고 내일 봐요."
"그래..! 나 가본다. 만약에 선호씨 오면 아니 안 오겠지? 아니 만약에라도 온다면, 아니야.. 안 올 거야.."
"오면 사장님 도망 갔다고 할까요?"
"무슨 소리야 재욱아.. 난 도망가는 게 아니라 퇴근하는 거야."
"알았어요 도망치듯 퇴근했다고 할게요."
오.. 이재욱 오늘따라 내 심기를 건드리는데? 뭐라 할 힘도 없어 마음대로 하라고 한 뒤 가방을 챙겼다. 추운데 라떼나 마시면서 갈까..? 와중에 라떼아트 해보겠다고 하트를 만들었다가 또 현타가 왔다. 이렇게 하트가 쉬운데 왜 실제로는 사랑이 어렵냐고..
"내일 보자."
"네. 조심히 가요."
문밖으로 나왔는데 뼈까지 시릴 만큼 춥다. 와 오늘 왜 이렇게 추워..? 얼른 집에 가야겠다. 오늘은 낮잠으로 시작해서 내일까지 잘 것이다. 절대 깨지 않을 거야.
**
너무 오래 잔 건지 목까지 뻐근할 정도였다. 일어나 보니 밖이 어두웠고 손을 더듬거려 휴대폰을 찾았다.
23:24
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고?
목이 말라 물을 떠왔다. 침대에 걸터앉아 물을 마시려는데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라 물먹다 말고 침대에 누워 뒹굴었다. 아 진짜 쪽팔려..
난리 치다가 누워서 멍을 때렸다. 멍 때리면서 시간차로 방해하는 그때의 모습이 나를 괴롭혔다.
이럴 때가 아니야. 혹시라도 선호씨의 연락이 왔을까 하는 기대감에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까는 정신없고 당황 해서 그냥 보낸 것 같아요.. 죄송해요 15:32
저 안 볼 거예요? 왜 연락 안 해줘요 17:47
저 삐질 거예요 18:21
진심이에요 18:21
와 진짜 안 봐? 20:51
나도 집에 찾아간다? 22:19
쌓여있는 카톡을 보자마자 내 광대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갔다. 아 이렇게 집착하는 남자 별로인데(함박웃음)
마음 같아서는 귀여워서 깨물어 버릴 것 같으니까 자제하세요라고 하고 싶다. 정중한 주접으로 받아들여주세요.
헐 죄송해요 23:51
그때 바로 전화가 걸려왔고 난 심호흡을 했다. 아니 이걸 어떻게 받아..? 나 어떡해..? 방금 답장했어서 전화 안 받을 수도 없고.
침대에서 구르다가 벽에 머리 박고 정신 차려서 통화 버튼을 눌러버렸다.
"여보세요..?"
"뭐 했어요? 무인도에 다녀왔어요?"
"아 저 구르다가 벽에 머리를 박ㄱ,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머리를 박았다고요? 괜찮아요?"
"귀도 밝네요 선호씨는.. 그걸 들으셨구나.."
"연락 왜 안 됐어요? 저 오늘 일도 손에 안 잡혀서 실수를 얼마나 했는지 알아요?"
"저 집 오자마자 자서 못 봤어요.. 진짜 죄송해요..!"
"와 잠이 왔구나. 저는 오늘 한 숨도 못 잘 것 같은데."
"왜요?"
"왜요? 왜요가 지금 여기서 왜 나와?"
아까의 선호씨를 향한 복수였다. 내 말에 기가 차는지 나 지금 어이없어요 하는 말투로 얘기한다. 그래. 이거 무조건 쌍방이라니까?
"선호씨 혹시 쌍화차 좋아해요?"
"안 좋아해요."
"쌍두마차는..?"
"싫어요."
"다 싫어요..?"
"다 싫은데 여주씨는 좋아요."
아니 불쑥불쑥 진짜!!!! 주먹을 입에 물고 혹시라도 새어 나올 비명을 막고 있는데 뒤이어 선호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일은 저 피하지 마요. 같이 퇴근해요."
"내일요..?"
"네. 내일 아침에도 만나요."
"만나요..!?"
"그럼 영영 안 보려고 했어요? 왜 제 생각은 안 해줘요?"
"아니 그건 아닌데.."
"내일 출근하면 알려줘요. 카페로 갈게요."
"아니요!"
"..네?"
"제가 갈 거예요. 하루 루틴이란 말이에요."
"깜짝이야.. 난 또 안 본다는 줄 알았네. 알았어요. 마저 푹 자고 내일 봐요."
전화를 끊고 또 침대를 굴렀다. 머리를 박든 말든 상관없어.
**
"여기서 뭐해요?"
전화로는 찾아가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앞에 진열 되어있는 화분 앞에 쭈그려 앉아 언제 들어갈지 고민 중인데 선호씨가 문을 활짝 열고 날 맞이해주었다.
더 쪽팔리네. 하긴 화분이 아무리 커도 난 안 가려지겠지.
"선호씨 오늘 더 잘생기셨네요..!"
"이제 막 나가기로 한 거예요?"
"아끼면 똥된답ㄴ, 아니 아끼면 아깝다구요!"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머리로 생각하고 뱉어내는데 오늘은 그냥 막 나와요 말이.
"여기 앉아요."
어디서 난 건지 담요를 내 무릎 위에 올려주며 히터 온도를 더 높여주었다.
히터 필요 없어. 선호씨가 인간히터인걸.
"오늘은 몇 시에 퇴근할 거예요?"
"...3시?"
"자꾸 그러면 저 진짜 삐져요."
"아..."
"이제 저 별로죠? 무슨 남자가 삐진다는 말이나 하냐 싶죠?"
"너무 귀여워요.."
"못하는 소리가 없네."
부끄러워하니까 더 귀여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하나 고민 중인데 선호씨는 내가 민망하지 않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었다.
"오늘 날씨가 많이 춥죠?"
"..네! 오늘 영하로 기온이 떨어졌더라고요..!"
"이제 더 따듯하게 입고 다녀요. 발목 다 보이게 다니지 말고."
"그치만.. 패션의 완성은 발목 보이는 건데.."
"발목 가린 게 예쁘던데."
그 말에 바지 밑단을 잡고 어떻게든 내리는데 결국 못 참고 웃음을 터뜨린 선호씨다.
하 저 보조개 진짜. 어떡하냐고. 보조개 진짜 왜 이렇게 예쁜데.
"여주씨는 좋아하는 스타일 있어요?"
"거울 보세요."
"..아니."
"뭐 읊어드려요? 저 잘할 자신 있는데."
"그런 말 내가 하고 싶은데.."
"네?"
"저도 그러고 싶은데 어떻게 해요? 저도 해보고 싶은데.."
"ㅋㅋㅋㅋㅋㅋㅋ아니 선호씨 왜 이렇게 쭈글쭈글하게 말해요?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막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여주씨가 그러니까 제가 못하겠잖아요."
"선호씨는 아무 말 안 해도 돼요. 제가 좋아하잖아요."
"저도 좋아하니까요."
눈치는 챘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으니까 미쳐버리겠다. 당장 동네 한 바퀴 뛰고 싶을 정도로.
그래 우리는 쌍방이었어. 쌍방이었다고!!
"어제는 왜 그냥 갔어요? 말도 없이."
"민망하잖아요.. 갑자기 들켰는데.."
"그래도 제 대답은 듣고 갔어야죠."
"아닌데요? 저 아직 고백 안 했어요. 언제 한 번 차려입고 하려고요."
"왜 여주씨가 그걸 정해요?"
"그럼요?? 선호씨가 정하시려고요? 언제요? 언제 고백받고 싶은데요?"
"아니 진짜.. "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푹 숙인 그에 나도 순간 민망함이 밀려와 담요에 얼굴을 파묻었다. 잠을 잘못 잤나? 너무 많이 잤더니 돌았나? 갑자기 왜 이렇게.. 평소엔 부끄러워서 말도 못 했으면서.
"아무튼 오늘 퇴근같이 해요."
"네! 아 출근해야겠다..!"
"또 도망가는 거죠? 민망해서?
"아, 아니요..! 이따 봬요!"
담요를 놓고 가려는데 내 거라며 가져가서 덮고 있으라고 말하는 그에 또 눈물을 흘릴뻔했다. 이거 나 때문에 산 거야..? 나 때 문 에? 담요를 꼭 끌어안고 밖을 나왔다. 따숩다 정말..
**
"오늘은 일찍 퇴근 안 해요?"
"응."
"좋네요. 오래 같이 있고."
"원래 사장이랑 있으면 불편하지 않아?"
"잊었나 본데 저 사장님 좋아한다니까요?"
제발 이런 말 좀 하루 안부 묻듯이 말하지 마.
"그런데 형이랑은 연애 안 할 거예요?"
"갑자기..??"
"그렇잖아요. 형도 사장님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렇지?? 나만 느낀 거 아니지?"
"지나가는 고양이도 알겠던데."
"모르겠다, 나도."
근데 이게 되게 묘하네. 날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 얘기를 하는 게.
"생각해 보니까 저 사장님 좋아하는 게 아니라 존경 같아요. 저 구해준 은인이니까"
"...아니 아까 한 말은..?"
"알았죠? 그니까 사장님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 말에 멍하게 레몬을 썰었다. 멋진 마인드를 가지고 있구나?
뭐 재욱이가 날 좋아하는 감정이 얼마큼인지 모르니까 쉽게 단정할 수 없지만 내가 만약 그런 일을 겪는다면 힘들 것 같아서 도저히 쉽게 결정을 못 내리겠다.
"..아!"
"괜찮아요?"
정말 모르겠다. 칼로 살짝 베인 걸로 자기가 더 아픈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 눈빛이, 구급상자로 달려가는 그 행동이. 단지 존경일까 싶어서.
"재욱아."
"또 걱정 한 짐이죠?"
"우리 과일청 메뉴에서 뺄까? 손이 남아나질 않겠어."
"아.. 과일청 걱정이었구나"
"내 걱정뿐이야 나는."
그저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 괜히 웃어넘길 뿐이다.
**
일하다가 문득문득 선호씨가 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예를 들면 진상이 와서 열이 뻗칠 때나 커플이 왔다거나 지금처럼 정말 갑자기 생각이 났을 때.
"나 잠깐 꽃집에 다녀올게."
"그냥 거기 계세요. 제가 카페 보고 있을게요."
"진짜 잠깐 갔다 올 거야. 정말 잠깐."
"ㅋㅋㅋㅋㅋㅋ알았어요. 근데 그게 될까 모르겠어요."
맞아. 그게 될까? 선호씨가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꽃집으로 향했다. 그를 만나러 가기 10초 전. 아주 설레요.
근데 이게 무슨 일일까.. 잠시 외출 중이라는 종이가 붙은 출입문이었다. 이와중에 글씨도 멋져.. 카톡 글씨체에 선호체가 생겼으면 오늘도 바래봅니다.
"정말 잠깐 갔다 왔네요?"
"..없어.. 빛났다 사라져."
"빛이 사라지긴 하고요?"
"...너도 아는구나? 선호씨 빛나는 거?"
"앞으로 말 시키지 마세요."
"왜 그래 또.."
오늘도 재욱이의 환멸은 멈추지 않는다.
**
"선호씨 오후 내내 어디 갔다 오셨어요? 저는 먼저 퇴근 한 줄 알았잖아요..!"
"다음부터는 말하고 다녀와야겠네요? 근데 이건 말해줄 수 없었어요."
"선호씨도 재욱이 닮아가나..? 비밀이 많아지네요?"
"나 재욱이랑 완전 다른데? 완전히 딴판인데? 닮은 구석이 요만큼도 없어요."
"알았어요 진정해요."
귀 여 워
쉬지 않고 랩하듯 열변을 토하는 선호씨에 볼이라도 꼬집어줄뻔했다. 아니 이 남자는 뭘 먹고 이렇게 귀여운 거야. 내 사랑 먹고 더 귀여워져 제발.
"오늘 너무 춥죠? 저 사실 이거 사러 갔는데."
종이 백에서 뒤적뒤적 뭘 꺼내더니 목도리를 매주는 선호씨에 또 심장이 나대버렸다. 빠르게 뛰는 심장에 내 몸까지 울리는 느낌인데 아는지 모르는지 이게 아닌가..? 하며 풀었다 다시 맸다를 반복하는 선호씨 덕에 나도 모르게 손을 잡아버렸다.
"왜요? 여주씨가 하고 싶어요?"
"아, 아니.. 죄송해요! 계속해 주세요!"
슬그머니 손을 놓고 꼼지락거리며 집중하는 선호씨의 얼굴을 빤히 보는데 매다 말고 나를 보는 거다. 와 이건 생각 못 했지.
순간 갈 곳을 잃어 동공지진이 된 내 눈을 보며 선호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실 맬 줄 아는데 일부러 이러는 거 알아요?"
"..뭐예요 진짜..!"
"됐다."
나에게서 떨어진 선호씨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 계속 붙어있고 싶다.
"이거 매주세요."
"헐 뭐예요?? 커플 목도리?"
"..그냥 예뻐 보여서 사 온 건데 똑같네요?"
"와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두 개나 사왔을까. 정말 신기하네."
"매주세요 얼른..!"
매주기 쉽게 허리를 숙여 내 눈높이를 맞춰준 그 덕분에 수월했다. 그저 다정한 눈으로 날 빤히 보는 거다. 손이 떨려서 도저히 못하겠어요.
"선호씨."
"네?"
"쩌~~기 봐주실래요?"
"저기 왜요?"
"아니.. 못하겠잖아요.."
"그럼 더 봐야겠네?"
아 광대 아파. 아 웃다가 살 빠질 정도인데? 다이어트 안 해도 되겠어.
"...됐다!"
"갑갑해요.. 좀만 더 풀어줘요."
"갑갑해요? 잠시만요."
좀 풀어주는데 이번엔 너무 풀었단다. 설마 선호씨도 수작 중인가?
"이럴 거면 목도리 안 하는 게.."
"죄송해요. 안 그럴게요."
숙였던 허리를 피고 목도리 끝을 매만지던 그는 이제 가자며 걸었다. 오늘 최저기온 찍은 날인데 이렇게 따수울 수가.
"맞다, 담요 덕분에 하나도 안 추워요. 진짜 고마워요"
"다행이네요. 일부러 하늘색으로 사 온 건데."
"어쩐지 더 따듯하더라.. 혹시 지금 여름이에요?"
"여주씨는 그게 문제에요. 그렇게 말하면 담요 공장이라도 차리고 싶잖아요."
"와.. 그건 진짜 고백이죠?"
"아직인데?"
아직? 아직이라는 말이 이렇게 달콤한 말이었던가요? 고백만큼이나 강렬한 멘트로 인정한다. 이제부터 고백은 아직이라는 말로 대체하자. 훨씬 담백하고 간질거려.
"여주씨."
드디어 고백각인가? 선호씨 고백각이냐구!!!!
떨리는 심장으로 다음 말을 기다리는 중인데 영 생뚱맞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신발 끈 풀렸어요."
이 와중에 신발끈 왜 풀리냐고. 풀썩 주저앉아 묶으려고 하는데 선호씨가 빨랐다. 안 풀리게 꽉 묶어주고 위를 올려다본다. 사람 눈이 저렇게 맑을 수가 있구나..
"이제 신발 끈 풀릴 때마다 내 생각나겠네?"
"...와"
"저 신발 끈 잘 묶어서 이쪽은 절대 풀릴 일 없을 거예요."
"반대쪽도 풀어도 돼요?"
"반대쪽도 묶어줄까요?"
내 말에 반대쪽 신발 끈을 풀러 또 열심히 묶어주는 선호씨에 슬슬 웃음이 나왔다. 어쩜 사람이 이렇게 순하고 착할까..
"근데 두쪽 다 안 풀리면 선호씨 생각 어떻게 하죠?"
"아. 그렇네.."
"제 이상형이 하나 더 추가됐어요."
"신발 끈 잘 묶는 남자요?"
"아뇨. 그냥 선호씨요."
"진짜 쉴 틈이 없네요."
빨개진 얼굴을 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목도리에 얼굴 반쯤을 파묻고 슬쩍 나를 보는 그에게 진심이라며 내 마음을 고백할 뿐이다.
이 정도면 내 마음 알아야 돼. 모르면 절대 안 돼.
"..가요 얼른."
아까보다 빨라진 걸음을 맞춰서 걷다 보니 집에 더 빨리 도착해버렸다. 아 집 눈치 없어. 집도 게임처럼 꾹 눌러서 이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땅끝마을로 보내버릴 텐데.
"...잘 가요 선호씨.. 내일 봬요.."
"여기 혹시 집이 아니라 감옥이에요? 너무 들어가기 싫어하는데?"
"...그러게요 너무 가기 싫네요.."
"집 들어가기 싫으면 제 품속은 어때요?"
원래 저런 말을 들으면 뭔 개소리야;; 하며 정색부터 했을 텐데 두 팔을 쫙 벌리고 말하는 선호씨는 달랐다.
만약 선호씨가 오베이베 해도 담백하다 못해 부드러울 거야..
"정말 선호씨는 재밌는 사람이에요.. 너무 재밌어.."
"근데 왜 울상이에요?"
"농담이 항상 설레니까 그렇잖아요.."
"농담 아닌데? 역시 사귀기 전에 안는 건 좀 그렇죠?"
"전혀 아닌데."
"그래서 말인데요."
"전혀 아니라니까요?"
"저희 그럼 사귀고 안을까요?"
드디어 내 짝사랑이 끝나는 건가.
오늘 구독료 무료라 일찍 오고 싶었는데요.. 열심히 쓰다 보니까 엥 11시가 넘어버린 거예요..
시간 눈치 없네 가서 눈치 챙겨
제가 요즘 댓글 읽는 재미로 산다고 했잖아요 이제는 댓글 때문에 글 쓰는 재미로 사는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
댓글들 생각하며 열심히 쓰다 보니까 1편 완성했네요!! 이렇게 1000000000000000편 완성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