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싸가지, 전정국변호사님 4
(부제:말로만듣던 다정국)
내가 취직을했는데 글쎄, 얼굴은 멀쩡한데 싸가지가 없어!
*
다행히 일요일엔 급한일이 생기지 않은것인지 전변호사님한테서 온 연락은 없었다. 그래서 친구랑 오랜만에 마음 놓고 놀았던 것 같다. 그동안 취직때문에 신경쓰여서 못했던것들을 하고 나니까 마음이 너무 후련했다. 친구랑 행복한 기억도 만들고 덤으로 몸살감기도 만들었다.
그래도 출근을 해야하는 의지가 있었는지 알람에 맞춰서 일어나기는 했다. 일어나자마자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를 붙잡고 벽에 의지한 채 화장실로 기어가다시피 한뒤 겨우 씻고, 준비했다. 약을 먹으니까 조금은 나아진듯한 기분에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전변호사님은 내가 인사를 건네자 한번 스윽 쳐다보고는 '아,네' 하고는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젠 좀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은 인사를 듣고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준비하고있었는데 '아픕니까' 하고 묻는듯한 말이 아닌 그런 말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전변호사님을 쳐다보니 시선은 일거리에 가있었다. 그런 변호사님께 '아, 어제 좀 무리하면서 놀았더니 몸살감기가 왔나봐요' 하고 답했다. 웬일로 걱정해주는건가 싶었는데, 역시. 답은 없었다. 그래 그럴것 같았다. 한숨을 쉬며 오늘도 쌓여있는 일거리를 하나, 둘 하기 시작했다.
두시간 쯤 지나자, 약효과도 떨어지는 것 같고, 식은땀도 이젠 거의 흐르듯 나는 것 같고 해서 잠시 테이블에 엎드렸다. 전변호사님이 일안하냐고, 더하고싶냐는 그런 말을 할것 같았지만 더 이상 일을 하다간 내가 황천길을 워킹할것같은 기분에 일단 다 접고, 늘 사무실에 놓고 다니는 담요와 쿠션을 챙겨 엎드렸다. 말만 엎드린거지 거의 자려고 마음을 먹었다. 뭐 그렇게 있으니까 눈 감자마자 잠에 빨려들어갔다.
딱히 알람도 안해놓고 엎드린지라, 눈을 뜨자마자 시계부터 확인했다. 혹여나 너무 오래 자버린건 아닐까 싶어서. 다행히도 30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내 몸이 개념은 있는것 같다. 헝크러진 머리를 정리하고보니, 책상위에 봉투가 놓여있었다. 봉투를 보니 몸살감기에 관한 약이란 약은 전부 다 들어있었다. 음, 이 봉투를 보자마자 떠오른게 소설이나 팬픽, 드라마같은데 보면, 여주가 아프면 여주를 몰래 짝사랑하는 남주가 뭘 사야할지 몰라 아픈것에 관련된 약이란 약을 다 쓸어온장면. 쉽게 말하자면 한번도 누굴 챙겨본적이 없는 사람인걸 티내는 듯한 그런 봉투였다. 자는 새 친구가 놓고갔을 일은 절대 없을터고, 설마 전변호사님이 사오신건가? 왜? 설마 자기한테 옮을까봐 나보고 빨리 나으라는 무언의 압박..? 어마무시하다. 상상 이상인데? 그래도 내 생각 1이라도 했으니까 사온거겠지. 하는 마음에 살짝 웃고 약을 먹었다.
약을 먹으니 조금은 기운이 난 듯해, 다시 일을 시작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변호사님은 옷과 가방을 챙긴뒤 일어나셨다. 그리고 곧 내게 '이번사건 자료좀 찾으러 갔다오겠습니다.'라고 한뒤 사무실을 나갔다. 일이 얼마 남지 않은 걸 보니 참았던 두통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았다. 안도감에 긴장을 풀어서 그런가. 열도 좀 나던데, 일도 얼마 안남았으니까 조금만 쉬자. 생각을 거기까지 마치고 다시 아까처럼 엎드렸다. 이번엔 알람도 맞췄다. 진짜 퇴근시간까지 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그랬다.
한시간으로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자, 곧 그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키자, 내 몸위에 무언가가 걸쳐져 있는게 느껴졌다. 뭔가..? 하고 보니 담요. 담요긴한데 약간 이불같기도한, 좀 많이 큰 담요였다. 내가 가져온 담요는 그리 크지 않아, 다리 덮는 용으로 사용하고있었다. 그래서 상체는 입고온 집업으로 덮고 잤는데, 좀 추웠다. 아무튼 전변호사님이 설마~ 하면서 전변호사님 쪽을 보자 언제오신건지 일을 하고 계시는 전변호사님이 보였다. 담요랑 전변호사님을 여러번 번갈아 보다 괜히 웃음이나 실없는 웃음을 흘린뒤, 나를 감싸듯 덮인 담요를 고쳐 덮고 조금 남은 일을 다시 시작했다.
*
"김시혁씨, 오늘은 일찍 퇴근하십시오."
"네? 저 아직 일남았는데.."
"그 몸으로 무슨 일을 하겠다고 그러십니까."
"아니, 저 할수있는데."
"더 심해지기 전에 쉬십시오."
골골대면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변호사님이 퇴근을 하란다. 일이 아직 조금은 남아있었는데 가라고 하시길래 일이 남았다고 말했더니 감기때문에 집에 가란다. 언제부터 내 걱정을 했다고.. 아니면 진짜로 자기한테 옮길까봐 그러는건가? 어쨌던 표정을 보니 절대 생각을 바꿀것 같지 않은 전변호사님때문에 고분고분하게 알겠다고하고 짐을 쌌다.
"약, 밥먹고 드십시오."
"예?"
"그 약, 밥 먹고 꼭 드시라고했습니다."
"ㄴ,네."
"바로 집가셔서 밥드시고 약 챙겨드십시오."
"네.."
약을 먹으라고 신신당부하는 전변호사님께 알겠다고 대답한뒤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까 주신 약먹어서 좀 나아지긴 했는데.. 관심도 없던 사람이 저렇게까지 갑자기 신경쓰는거 보니까, 절대 내 걱정해서 그런건 아닌 것 같다. 어휴, 약 안먹었다간 억지로 먹일 기세네. 곱게 말 듣고 빨리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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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변호사님이 주신약을 먹고 일찍 잤더니, 어제보단 훨씬 나아졌다. 열도 조금밖에 안나고 거의 정상인 처럼 다시 돌아왔다. 출근하는데 어제 의도는 아직도 확실치 않지만 그래도 약 사다준 전변호사님이 생각나 1층 커피숍에 들러 전변호사님커피와 내 커피를 사가지고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침부터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는 전변호사님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역시 인사를 하니 쳐다도 보지 않고 고개만 까딱이고는 일에 집중했다. 이젠 그러려니 하고는 넘어간다. 자리에 일거리 정리, 노트북 세팅을 하고 전변호사님께 어젠 감사했다며 커피를 가져다 드렸다.
"이거..어제 감사했습니다!"
"예? 아, 감사합니다."
전변호사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당황한 표정을 1초정도 얼굴에 띄운다음 다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채 감사하단다. 눈 저렇게 크게 뜨는거 오늘 처음본거 같은데..
ㄱ,귀여워.. 망할. 연상한테서 귀여움을 느끼다니. 감사하다는 전변호사님께 살짝 웃어주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왠지 오늘은 굉장히 산뜻한(?) 하루가 될것 같은 기분이였다.
일이 잘 되길래 탄력 받아서 엄청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내 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한 번만 울리길래 냅뒀더니 연이어서 두번 울렸다. 문자인건 확실한데, 급한 문자인지 여러번 울렸다. 전변호사님 눈치가 보여 문자를 확인하려고 폰을 키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세 글자에 폰을 떨어 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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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오랜만인가요?
죄송합니다ㅠㅠ 자주 올게요
이번주에 수행평가가 7개나 있어서 말이죠..(한숨)
항상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맞다 2화였나.. 어느분이 구독료가 분량에 비해 높다고 하셔서
낮췄는데 아직도 높나요?ㅠㅠㅠ
그냥 기본설정되어있는걸로 올렸는데..
아직도 높은것 같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암,호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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